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06화 (106/307)

〈 106화 〉 105화.

* * *

“에? 크리스마스에 뭘 하냐구?”

­네 어차피 타마는 혼자니까ㅋㅋㅋ

­아니야 그래도 이번에 유리아와 우정의 듀오 방송을 찍나?

­공포게임 이번에 신작이…

“무, 물론 계획이 있거든! 타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니까!”

“뭐, 왜 날 바라보는거에요 타마 선배님?”

“유리아! 시선을 피하지마! 제대로 마주치란 말이야!”

­방금 유리아 피한거 맞지ㅋㅋ??

­유리아에게 손절ㅋㅋㅋㅋ

­선배의ㅋㅋ위엄ㅋㅋ

“저는 크리스마스에 일정이 있는 바쁜 여자애에요.”

“그런 이유로 이번 크리스마스도… 타마는 여러분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에요 와아.”

“타마 선배 여동생분은요?”

“걘… 크리스마스에 자기 놀러 할 거 간단 말이야… 타마는 늘 버림받아…”

“으아아앙 타마 선배님 제가 잘못했어요.”

선라이즈에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듀오 유닛 타마&유리아 방송은 주체할 수 없는 아싸력을 가진 타마의 밑도끝도 없는 아싸 이야기를 유리아가 잘 받아주고 공감해주는 걸로 유명했다.

하지만 근래 밝아진 유리아라도 타마의 ‘진짜’를 보고 나서는 결국 연민에 가득 찬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여동생과 같이 살면서 크리스마스에는 버림 받는다니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저 빨간 머리 매니저는 생각 의외로 악마인건가!

“흥, 저리 가! 유리아가 아싸 컨셉이라는 거 다 알고 있어요!”

“그치만 저도 선배처럼 라인 친구가 20명을 넘지 않는 섬세한 아싸라구요. 그런 제가 드디어 선라이즈에 컨셉이 아닌 진짜 아싸 동지이자 선배인 타마 선배를 만나서 얼마나 기쁜데요!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타마 선배를 깜짝 놀래켜 줄 파티를….앗!”

“에? 나…나나나 나에게? 나, 나를 위해서… 나, 나따위를 위해서 파, 파티를!?”

“…네에, 그러니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저하고 함께 놀아요.”

그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의도된 말 실수인지 정말로 말 실수인지는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타마가 외친 ‘에!?’ 는 정말로 놀람에 가득 찬 비명 소리에 가까웠고, 저 문장이 내뱉어 지는 데는 엄청난 감정의 굴곡이 느껴졌다.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악은 감동으로 인한 눈물로 이어졌고, 듣는 사람이 깜짝 놀랄 만큼 울음을 터트렸다.

고작 크리스마스에 같이 놀자는 것으로 이렇게 울 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타마의 꽤 우울한 과거사를 알고 있는 팬들은 그녀가 정말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마유리 타마유리!

­유리타마지!!

­아ㅜㅜ 보는 나도 눈물이 다 나네 ㅜㅜ

­근데 크리스마스 파티가 뭐길래 저렇게 울어?

­나는 평생 혼자 보내서 말짱한걸ㅋㅋ아근데 눈앞이 흐려지네

­타마가 이전에 크리스마스 파티 두 번 준비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더 이상 기대 안하게 되었다고 함…

“저, 저기 선배 기뻐해주시는 건 고마운데… 괜찮으시겠어요?”

“응! 유리아와 함께라면 뭐든지 괜찮을거 같아.”

잠시 머뭇거리던 유리아가 눈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이번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사람들이 좀 올 거 같아요… 괜찮…죠?”

“응! 유리아의 친구 한 둘이라면.”

“그… 제 친구가 친구의 친구들을 불러서… 꽤 많이 올거같아요.”

“에?”

“헤헤…여섯 명 정도…”

누차 말하지만 타마는 어떻게 100만 구독자를 가졌는지 의아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하고 인도어파다.

그런 그녀에게 여섯 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타마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의아감이 들었다.

어째서 유리아는 낯선 사람들이 여섯 명이나 찾아오는 데 멀쩡하단 말인가?

“그, 그런데 누가 다 모은거…야?”

“제 메이드요.”

“그렇구나…”

유나, 그러니까 메이드 라를 떠올린 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자각 헤테로 인싸 괴물이라면 여섯명의 친구쯤이야, 편의점에서 도시락 데워달라는 부탁보다 간단한 일일것이다.

그리고 유리아는 메이드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뭘 하던간에 상관하지 않고…

잠깐

그렇다는 말은?

“선배님! 손님들 접대 화이팅!”

“어…어!?”

“일단 선배님에서 파티를 하는 거니까 일단 선배님이 듬직하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인사도 해야하겠죠?”

“그, 그래?”

“선배님이라면 할 수 있어요! 유리아도 인정한 타마 선배님이라면 뭐든지 가능 할 거에요!”

“무, 물론이지! 그깟 손님 응대 쯤이야 유리아라면 몰라도 이 타마님에겐 식은 죽 먹기라고!”

­이게…악마의 설계?

­참고) 유리아는 마계의 공주다.

­타마 낚였다.

­아싸의 손님들 마중하기 ㅋㅋㅋ 그래도 한 사람은 아는 사람인게 어디냐

­유리아의 ‘선배 트랩’인가 이게? 이게 마계의 공주인가? 두 렵 다!

그날 타마를 홀라당 속여넘긴 유리아 특유의 장난을 ‘악마의 트랩’이라 부르면서 그녀의 새로운 밈이 되었다고 한다.

수습을 위해서인지 타마와 유리아의 채널에는 동시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라이브로 진행합니다.’ 라는 메세지가 올라왔다.

먼젓번의 할로윈 파티를 기억하는 이들은 모두 열광하면서 크리스마스에도 생방송을 진행하는 버튜버들을 찬양하는 글을 사방으로 도배했다.

***

나는 오랜만에 말리아와 통화를 나누었다.

훌륭하게 출발한 GB의 1기생은 전세계의 버튜버 팬들을 끌어모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었다.

현재 그녀들은 버튜버가 낯선 문화권에 버튜버를 알린 후 정착시키는 것에 성공하였다.

즉 고난의 시기를 이겨내고 한창 채널이 성장중인 그녀는 나보다 더 일에 치여 살고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제안하는 것은 잠시 숨 좀 돌리라는 의미였기에 나는 부디 그녀가 수락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보다 크리스마스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면이 있으니까.

“그래서… 올 수 있다는거지?”

“네… 코토나시는 제가 가자고 하면 잘 올걸요? 그리고 사실은…”

“사실은?”

“흠흠, 말하기가 부끄럽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유나 선배님이 너무 보고 싶네요. 쿠로가와 언니도 보고 싶고요.”

나 또한 평소에는 가끔씩 그녀의 방송을 보면서 소소하게 덕질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통화를 듣고 있자니… 나야 말로 성공한 오타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냉철한 카리스마와 별개로 육감적인 몸매에 순수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츤츤거리는 죽음의 여신님의 ‘보고싶다’라… 솔직히 말해서 파괴적이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코토나시가 많이 힘들어하나 봐요. 그녀는 저와 다르게 1년 먼저 일본에 들어와서 혼자서 지내면서 이것저것 많이 사건을 겪다보니…”

“…그러게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 게 쉽지 않지.”

나조차도 기숙사에 지나다가 2학년에 혼자 살게되던 순간 얼마나 우울했는데

심지어 코토나시 양 같은 경우에는 외모부터 이질적인데다가 코로나 사태에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일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던가?

잠시 코토나시 양의 생각을 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녀는 쉽게 설득할 거 같아요. 근데 이번 파티에는 누가누가 오나요?”

“어? 잠시만… 현재 파티에 참여하는 인원은 코모레비와 그녀의 동생, 버튜버 타마와 그녀의 여동생 겸 매니저인 니아, 그리고 너희 둘이야.”

“에? 타, 타마선배님과 코, 코모레비 선배님이라고요?”

“어,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자, 자자자 잠시만요 이건 너무 뜬금 없잖아요!? 아니 어떻게 코모레비 선배님이 이런 파티에 오시는건데요?”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멀리 떨어트렸다.

방송에서 뮤지컬 부르는 톤으로 전화하지 말란 말이야.

“아 다 좋은 사람들이야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나 의외로 발 넓단 말이야. 코모레비의 2주년 라이브 소개도 내가 직접 했고… 애초에 내 방송 장비 같이 봐주러 간 사람이 코모인데?”

“저 코모레비 선배님의 묘목이라고요!!”

와우

나는 말리아의 정말 뜬금없는 고백에 깜짝 놀랐다.

코모레비의 팬덤은 주로 잎사귀들이라 불린다.

하지만 진짜 텐션으로 좋아하는 찐팬은 묘목이라 불린다.

특히 이런 묘목들은 코모레비의 구독자가 1만명이 겨우 되던 시절부터 꾸준하게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말리아가 그런… 그런 팬덤이었구나

즉 코모레비는 말리아에게 버튜버의 꿈을 심어준 사람인 셈이었다.

나는 그런 말리아에게 자신의 우상 겸 존경하는 선배 버튜버 겸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어디 동네 카페 가는 것처럼 스리슬쩍 크리스마스 파티에 데려간 셈이 되었는데…

“그냥 평범한 졸업 파티라고 생각해.”

“그, 그럴수가 있겠어요? 크, 큰일이다. 저 일본 와서 옷도 그냥 대충 사입고 다니는데…”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해? 코모레비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 아니야, 털털한 사람인 거 알잖아?”

“유나님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저 이상태로 코모레비 선배 만난다면 죽어버리고 말거에요!!”

세상 그 센티멘탈하고 쿨한 모습을 보이던 말리아가 저렇게 당황하다니… 역시 아이돌은 사람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굉장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아무튼 평범하게 말리아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초대하려던 그 날, 나는 그녀와 주말에 쇼핑 플랜을 잡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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