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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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사막바람이 부는 아웃백 지역에서 자란 말리아는 일본의 미용실처럼 풀 서비스를 받는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감겨주고, 자신의 미용 상태를 짚어주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말 그대로 도시에 처음 상경한 시골 처녀같은 존재가 바로 말리아 클라크였다.
한 때 나를 연적으로 여겼던 당돌한 독일계 소녀, 코토나시 양과 쇼핑을 끝난 나는 미용실로 돌아왔다.
푸석푸석한 빗자루 같던 머리칼이 영양제를 듬뿍 발라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머리칼 흐르는 동화책 속 공주님 머리가 된 말리아는 흥분에 가득 찬 채 미용실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었다.
누군가의 정성들인 손길을 받는 일
설령 그것이 신쥬쿠 내에서도 비싼 값을 치른 대가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손길을 받는 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 언니도 처음에 내 손길을 무척이나 어색하게 받아들이셨지.
방구석 폐인에서 근사한 아가씨가 된 말리아는 한참이나 나에게 미용실의 깊은 인상에 대해서 털어 놓았다.
“오호라, 그렇게 해서 성공한 기분, 일명 FLEX한 기분을 느꼈다는 건가요?”
“뭐 어때서요!”
“아뇨, 그냥 귀여우셔서...”
그러고보니 말리아의 캐릭터, 셀레네의 별명이 아버지였던가?
털털하고 쿨하고 책임감 넘치는 그녀의 첫 미용실 경험담은 절로 오타쿠 미소가 나오게 했다.
“오, 옷이나 빨리 보러 가요.”
“코토나시 양과 돌아다니면서 말리아씨에게 어울릴 만한 옷들을 파는 매장을 골라놓았어요.”
“코, 코토나시가요?”
“두 분 아주 사이가... 어우... 들이미는 에오스와 받아치는 셀레네의 듀오는 방송 컨셉이 아니었던가보네요?”
“그, 그그그, 그건!”
뭐 나에 언니와 그렇고 그런 무드를 만들어내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셀레네... 아니 말리아씨의 반응은 순수하게 귀여웠다.
뭐랄까, 처음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돈까스를 먹어 본 어린 아이의 순수한 반응?
그런것에 가까웠다.
어떻게 저렇게 터프하게 생긴 소녀가 귀엽게 보일 수 있을까
이게 바로 버튜버 캐릭터가 겹쳐보이는 현상인가?
나보다 더 커 보이는 소녀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지?
이래서 코토나시 양이 말리아에게 한눈에 반한건가?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 팔을 위아래로 저으면서 변명을 하는 말리아의 모습은 정말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흐응 그러셨구나.”
“맞아요. 이게 일본의 끝내주는 서비스 문화죠. 서양권하고 다르죠? 후후후, 이게 바로 일본의 도시랍니다.”
“무슨 샴푸와 린스의 종류가 이렇게 많냐구요? 원래 동양의 미인은 뼈를 깎는 자기 관리에서 나오는겁니다. 이참에 화장품도 같이 보러 갈래요? 얼굴에 바르는 제품들이 엄청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되면 말리아도 어엿한...”
그리고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리아를 재미있게 놀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자기 관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초등학생 수준의 지식이었다.
그녀는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야 하는 이유부터, 브라의 적절한 크기를 골라야 하는 이유, 속옷은 어떻게 사야지 더 싸고 알맞은지 계절에 따라서 구비해야하는 옷 종류가 뭐가 되야하는 지 하나도 몰랐다.
마치 이전에 순수했던 나에 언니를 놀리던 기분으로 나는 말리아씨를 세 시간동안 데리고 다니면서 실컷 골렸다.
“지쳤어요. 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유나 매니저님...”
“어머나, 아까는 언니라면서요?”
“...미워요.”
삐친 듯 울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말리아를 보며 더 놀려주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아 올랐지만 여기서 더 놀리면 정말로 울거 같아서 그만두었다.
이전에 살때는 긴장 가득한 상태로 살았던 독기 어린 외국인 여성이라면 지금은 글쎄,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시골에서 올라온 순박한 여성으로 보였다.
“그래도 재미있었죠?”
“유나 매니저님은 저 놀리는게 재미있죠?”
“당연하죠~ 아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가면 코모레비도 한 눈에 반하겠는걸요?”
“그, 그럴까요?”
“물론이죠. 원래 일본에서는 푸른 눈에 금발 백인 여성 여자에게 모에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구요.”
일본의 공항에서 그려지는 외국인의 모습은 무조건 백인 남성 여성이었다.
실제 일본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아시아권 사람들이 많았지만 무슨 피부색으로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기모노를 입히고 일본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무조건 백인의 남성 여성이었다.
항상 놀라운 표정으로 일본 문화는 굉장해에에 하는 캐릭터들도 무조건 금발의 캐릭터로 그려진다. 뭐 그런 셈이니까... 완벽한 금발 벽안의 백인 상인 말리아는 인기가 많지 않을까? 그런생각이 든다.
“정말 그런가요?”
“저번에 사이타마에 살 때도 그랬잖아요? 사람들이 말리아씨라면 아주 환대를...”
“그, 그랬긴했죠.”
“안 돼. 말리아가 인기 많아지는 건 싫어요! 싫단 말이야.”
옆에서 머리를 하던 코토나시가 끼어들었다.
잘 익은 밀처럼 고운 머릿결에 펌을 가해서 풍성하게 볼륨업을 하고 있던 그녀는 읽고있던 잡지를 내려두면서 투정을 부렸다.
“왜요?”
“저는 말리아가 유나 매니저님처럼 되는 거 싫단 말이에요.”
“...저 같아 지는 게 도대체 뭔데요?”
“선라이즈의 백합 괴물, 하렘을 가진 여성.”
정말 머리를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 백합 괴물이란 뭐란 말인가?
하렘이라니? 나는 어엿한 여성이란 말이야.
“풉.”
“웃지 마요!”
그 말을 들은 말리아씨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우리 회사 내에 무슨 흉측한 소문이 돈단 말인가?
나는 나에 대한 소문이 이상하게 퍼져있는 것에 대해서 정말 속이 상했다.
도대체 여자를 홀리는 서큐버스니 뭐니 하는 소문들을 외국인인 두 사람도 믿는 단 말인가?
정말 억울하다.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된다!
나는 동방예의지국의 조신한 아가씨라고!
“그건 그렇고 유나 매니저님, 이렇게 되면 첫 비공식 합동 방송인가요?”
“코모레비에 유리아, 타마라면 완전 일본 서버의 선배님들이잖아요?”
화제를 돌리려던 말리아의 말에 못 이겨주는 척,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보면 아직 첫 공식 합동 방송은 없지만 팬덤이 안정화 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GB와 JP의 인원들을 합동 방송을 잡아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일본권에 있는 두 사람은 JP서버의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유저풀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래, 말 그대로 비공식 방송이니까 너무 어색하지 말아요. 두 사람 다 일본어는 괜찮게 하잖아요? 특히 코토나시 양은 일본어가 현지인 레벨이고.”
“그런데 정말로 괜찮을까요? 세 사람 다 일본에서도 엄청 인기 많은 선배들인데...”
“저희들은 구독자 숫자로 사람들을 평가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애초에 선라이즈 최고의 구독자는 마나잖아요?”
마나의 이야기가 나오자 두 사람의 표정이 착 가라 앉는 게 보였다.
그도 그럴게... 데뷔한지 반년이 겨우 지난 지금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마나는 선라이즈의 최고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GB의 1기생들은 그녀의 휘광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심한 압박을 주고 있다는 레포트를 읽은 적이 있는 나는 그녀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뭐, 마나에게 지지 않으려면 JP의 팬들도 좀 가져와도 되겠네요.”
“돌아가면 회의 해봐요. 에오스 셀레네는 GB 최고의 커플링이라구요!”
“그게 포인트가 아니잖아요, 코토나시!”
어느 새 사이좋은 자매처럼 티격태격 하는 두 사람은 회의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을 묻던 그녀들은 갑자기 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파티 일정은 뭐에요?”
“방송 환경은 어떻게 되나요?”
“혹시 저번처럼 음식을 같이 조리할건가요?”
“저번에 다른 매니저님이 마련하셨던 쿠키 굽기 따라하기 다시 하실 건가요?”
“버튜버 모두가 저번처럼 한 공간에서 녹음을 진행하나요?”
“저희도 트위터 계정에 미리 참가 의사를 밝혀놔도 될까요?”
“방송을 진행하면 누구 계정으로 하실건가요?”
“마이크 장비는 갖춰져 있어요? 음방을 한다면 저희들 마이크 가져가야하나요?”
등등
마치 사이좋은 쌍둥이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나에게서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스위치가 켜진 듯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던 그녀들은 무언가 포인트를 정한 듯 서로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끄덕였다.
“그렇다면 12월 24일에”
“오늘 쇼핑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유나 매니저님. 그때 다시 봐요~”
“이만 방송 기획 짜러 들어가볼게요.”
그렇게 나는 두 외국인 듀오들을 보내주었다.
그 모습이 마치 타마&유리아의 호흡 좋은 듀오를 보는 느낌이었기에, 나는 매니저로서 그리고 선라이즈의 팬으로써 두 사람이 나의 파티에 무슨 방송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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