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10화 (110/307)

〈 110화 〉 109화.

* * *

“괴롭다, 죽고 싶다, 도망치고싶다.”

“크리스마스의 파티에서 도망치지 마라! 정신 똑바로 차려 이로하!”

나이가 스물하고도 둘 먹고도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끼리도 파티를 해 본 적이없다는 불쌍한 하나카와 이로하는 난생 처음으로 대규모의 파티를 자기의 집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찾아오는 게스트들도 범상치 않다.

버튜버 극 초창기때부터 활동을 계속해 온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버튜얼 아이돌 코모레비와 그 여동생

현재 서양 팬들을 독과점하다싶이 쓸어담고 있는 선라이즈의 GB 1기생의 유명한 커플 듀오 에오스와 셀레네

그리고 친구이자 좋은 동거인인 선라이즈의 4기생인 유리아와 선라이즈 운영진의 간판을 맡고있는 메이드 라

졸지에 여섯 명의 게스트를 맞이하게 된 이로하는 내 옆에서 죽어가는 표정으로 양파를 썰고 있다. 정확하게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너, 너무하잖아요 유나... 여섯 명이라니.”

“뭐 어때요? 저하고 나에 언니에 고작 네 사람이 추가된건데. 이 집에서는 열 명이서 놀아도 되겠는데요?”

“여, 열 명이라니...”

“뭐 그래도 적정 인원은 여덟 명이라고 생각되지만요 하하.”

“무리이이... 이런 거 더 이상 무리이이이이...”

“이상한 소리 내지 말고 똑바로 양파를 노려보고 손을 고양이처럼 말아요. 안 그러면 다친다구요.”

“흐에에에엥.”

방송에서나 내던 귀여운 소리를 현실에서까지 낸다라... 역시 이 사람은 태생이 애교가 많다.

어째서 이런 사람이 왕따를 당하고 자존심이 바닥났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말이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움이 묻어나왔다.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되어먹은거길래 이로하나 나에 언니같은 귀여운 사람들이 마음을 닫아버리게 된 걸까?

정말 알 수 없는 이야기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한 번 기도해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근데 대견하네요, 제 일을 돕겠다고 하니...”

“그치만... 항상 유나만 일 해왔잖아. 맨날 우리 집에서 가사일 가르쳐준다고 하고 이것저것 치우고 가고... 언니에게도 밥 알려주면서 맨날 맛있는 요리 해줬잖아.”

사실 요즘 들어서는 업무가 바뀐 감이 적잖아 있지만 원래 내가 이곳을 온 이유는 바로 마미 선배에게 음악과 방송을 배우고 그녀에게 가사일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왔다.

나는 오타쿠 음악이나 인터넷 방송에 대한 지식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고 일찍이 폭력적인 부모들에게서 도망친 두 자매의 가사일을 전담한 마미 선배는 뛰어난 주부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내 출장 과외(?)의 과정에서 집의 환경이 개선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미는 늘 나에게 미안하고 고마워해, 그래서 가사 일도 자기가 하겠다고 하잖아.

나는 그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귀찮은 일 대신 해주는 게 좋아서... 그냥 그대로만 있었어.

회사에서는 버튜버와 매니저이지만... 집에서는 아닌데... 나 참 게으르지?“

양파 때문인지 복받쳐오는 감정 때문인지 이로하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듣기로는 알콜 중독자의 부모 밑에서 자란 두 자매는 말로 못 할 끔찍한 가정환경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에는 니코니코 동화라는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던 이로하는 중학생이던 동생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 후에는 서로가 힘을 내면서 한 명은 음악가 겸 회사 소속의 매니저로, 다른 한 명은 일백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 소속의 버튜버가 되었는데 그 과정속에서 모든 가사일은 동생인 마미 선배가 했다고 한다.

“아뇨, 그건 가족이니까 그래주고 싶은 거에요.”

그리고 그런 가정 환경은 나와 조금 비슷했다.

아이돌과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하던 누나와 남동생 또한 부모님의 사랑을 그렇게 깊게 받은 편은 아니었다. 때문에 나는 마미 선배의 기분도 이로하의 기분도 알 거 같았다.

“그런거...야?”

“네, 애초에 그런 가사일을 당연하게 취급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직접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 그건 내가 집 주인이니까 그런거야.”

“아니죠, 정말 심보 고약한 사람이라면 저에게만 모든 일을 맡길걸요?

뭣하러 귀찮게 익숙하지 않는 요리와 청소를 하겠어요?“

“그, 그래?”

“네, 제가 인싸인 제가 보증하는 사실이니까 이로하는 그렇게 받아들이세요.”

“으, 응 알았어.”

반 농담조로 말한 내 말에 정말 수긍 한 듯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는 이로하는 정말로 귀엽게 보였다.

버튜얼 아바타인 특유의 말랑말랑해보이는 볼살을 떠올린 나는 무심코 그녀의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으우어으어?”

“미, 미안해요. 너무 귀여워서 그만!”

“나, 나에에게 이를거야!!”

“그것만큼은!”

그것 만큼은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요즘 들어서 인터넷에서 귀여운 것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이 현실에도 반영이 되다니!

아무튼 나는 제법 토라진 이로하를 달래느라 고생을 했다.

잠시 후

기본적인 재료 손질을 메모장에 직접 메모를 해가면서 열심히 공부한 이로하는 주방에서 자주 다뤄지는 채소를 손질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일명 속성 생활과 가정 수업을 훌륭하게 수강한 이로하는 나에게서 조미료학을 배우게 되었다.

현대 식품의 맛은 조미료에서 나온다는 어느 한 아저씨 유튜버의 강렬한 사상에 매료된 나 또한 그런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즉... 유나가 해주는 요리는 다... MSG 라는 거야?”

“생각해봐요 이로하, 인류의 머리 똑똑한 석학들이 온 지성을 발휘해서 인류를 살 찌우려고 내놓은 결과물들이 어떻게 맛이 없겠어요?

120시간 동안 조린 스튜나 머리 좋은 천재들이 개발 한 스튜 가루나 효과가 비슷한데 말이죠.”

“그... 그건...”

“장인 정신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저희들은 음식의 길에 매진할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특히 이로하가 맛있게 먹는 제 오므라이스, 그거 계란에는 굴 소스 넣었고 밥 지을때에는 치킨 스톡 조금 넣어서 조미를 가한거에요.”

마치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은 아이처럼 이로하의 두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게 진실인걸?

정성 들어간 요리는 파인 다이닝에서 찾고, 가정에서는 그럴싸한 맛과 생김새에 치중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메뉴가... 이렇게, 저렇게 된거에요. 조리 시간과 영양 밸런스를 고려해서는 이렇게 된거니까요.”

“그렇구나...”

“그래서 제가 담당할 요리와 조리는 이거구요, 이로하는 비교적 단순한 튀김이나 샐러드 종류를 준비해주시면 좋을거에요.”

“아, 그래서 이 메뉴들은 오늘 연습해보는거구나.”

“네, 저도 전문 요리인도 아니고 이로하도 처음이나 다름 없는 요리 초보인데 레시피를 보고 따라하는 방법 정도는 알려주면서 저도 맛 점검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한창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본사의 댄스 스테이지에서 한창 연습을 하고 온 나에 언니가 들어왔다.

“유나~~!”

“언니~~!”

나에 언니는 집안에 풍기는 맛있는 냄새를 통해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그대로 주방에 달려와서 나를 껴안았다.

열심히 댄스 연습을 한 다음 씻고 온 모양인지 언니의 체향은 햇살이 내려쬐는 포도밭의 포도처럼 달콤했다.

“나에 언니 세상에 근육 붙은거 봐요, 정말 대단한데요?”

“유나가 하라는 대로 꾸준히 근육 트레이닝 하고 있었어, 회사에 이번에 헬스 기구들이 들어와서 한 달 째 꾸준히 트레이닝 받고 있는걸?”

“대단해요. 장하다 장해요 우리 언니 최고야!”

초등학생과 맞먹는 전투력을 가진 언니는 이제 내가 보더라도 아주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꾸준한 식습관과 운동을 통해서 건강한 몸을 가진 언니는 향상된 체력을 모두 댄스 트레이닝과 보컬 트레이닝에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진짜인 듯, 오랜만에 만지는 언니의 몸은 실로...

“유, 유나야, 이제 이런 거는 조금 부끄러워.”

“에이 어때서요? 이로하 정도면 친한 친구인데... 세상에 종아리 근육도 붙었네요? 여기가 제일 트레이닝하기 힘든 코스인데... 스쿼트는 몇 KG 쳐요 언니?”

“그, 그만 놓으라구!”

언니의 매서운 손길을 등짝으로 느낀 나는 그제야 언니를 풀어주었다.

그제야 내 주책을 알아차린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이게 무슨 근육에 중독된 바보 캐릭터도 아니고 몸의 아름다움만 보면 이렇게 주책바가지가 되다니 부끄럽다.

“우와... 두 사람 너무하다...”

내가 주책없이 나에 언니의 몸이 이곳저곳을 만지는 것을 본 이로하는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무안해진 나는 큼큼 거리면서 헛기침을 했고, 언니는 천연덕스럽게 갓 튀겨진 양파 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파티 음식 준비 하는구나?”

“네, 이로하가 많이 돕겠다고 해서요.”

“내가 도울 건 뭐가 있어?”

“방송 세팅 쪽은 언니에게 부탁드릴게요. 아무래도 저는 당일 되면 요리하느라 바쁠 거 같아서요...”

“나만 편한 거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두 사람 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맞다, 내가 저번에 들은건데 이번 크리스마스 때 회사에서...”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생토록 크리스마스 때에도 혼자서 보냈다던 나에 언니와 이로하는 소풍 전날의 어린 학생들처럼 흥분한 어조로 크리스마스의 놀거리에 대해서 잔뜩 떠들기 시작었다.

두 사람에 핀 미소를 본 나는 먼젓번의 할로윈 파티 때 보다 더욱 더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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