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19화 (119/307)

〈 119화 〉 118화.

* * *

마나 : 그러니까 일본 서버의 선배들에게 어떻게 우리들이 보였으면 좋겠냐고?

에오스 : 응, 우리들이 가는 게 비공식적이긴 해도 선배들이 모이고, 영어권 버튜버들과 일본 버튜버들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현재 전 영어권 유튜브 이용자들의 구독을 쓸어담고 있는 선라이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GB1기생들

그들이 모여 있는 디스코드 단체 채팅방에서는 활발하게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버튜버라는 개념이 일본에서는 활성화 되어있었으나 서양권에는 아니었다.

때문에 현재의 GB 1기생들은 버튜버 문화를 낯선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온 분야의 선구자였고, 그런 그들의 유대감은 상상 이상으로 끈끈했다.

첫 5인 합동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이 채팅방에는 수많은 역사가 쌓여있었다.

방송에서 욕설이 담긴 도네이션을 받았을 때 받은 소중한 위로의 글이나, 그림이 취미인 클라티에가 간간히 올리는 그녀들만을 위한 그림, 마나가 술을 먹고 귀엽게 투정부린 보이스 파일이나 얼떨결에 에오스의 애교를 받아준 셀레네의 클립 영상 등 방송에서는 올리기 난감한 이야깃거리가 올라와 있었다.

온갖 잡담들이 가득한 이 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는 에오스와 셀레네의 크리스마스 파티 참가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마나, 클라티에, 엘리아는 코로나로 인해 닫힌 일본의 국경에 대해 몹시 아쉬워했고, 현재 일본에 거주중인 셀레네와 에오스를 굉장히 부러워했다.

평소에도 온갖 오타쿠들의 문화를 제일 먼저 접하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둘을 부러워했는데, 이번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본 선배들과 오프라인 합동 방송을 하게 된다는 것을 듣게 되자 대놓고 부러워했다.

그 조용하고 점잖은 클라티에 마저 부러워함을 숨기지 못하는 것을 보며 에오스와 셀레네는 머쓱한 표정의 이모티콘들을 남발했다.

아무튼 그녀들은 서양에서도 인기가 좋은 유리아와 타마를 만나면서 다른 일본 선배들에게 GB 1기생들의 생각이나 인상들을 알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새벽에 실시간 채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른바, 같은 회사에 소속된 것 말고는 유대라고는 없는 GB 1기생들의 첫 유대감 만들기, 마치 외교관 같은 위치였다.

마나 : 나나나나

마나 : 혹시 클레 선배도 오는거야?

에오스 : 그러고보니 마나는 버튜버의 입문 계기가 클레 선배님이라고 했지?

마나 : 응

마나 : 그래서 꼭 클레 선배를 보고싶어

마나 : 그녀 덕분에 나는 힘든 세월을 이겨냈거든... 성녀님에게 구원받은 신님이다 이 말이야.

셀레네 : 아쉽게도 클레 선배는 음... 여기니까 말할게, 엄청 중요한 시험이 있다고 해

셀레네 : 그래서 휴식 기간을 가진다고 하는데... 일본의 센터 시험이라고... 그

엘리아 : 그러니까 아시안 특유의 그... 그런 수학 천재들을 양산하는 그런 공부법인거야?

클라티에 : 아니, 굳이 말하자면 한국의 수능 시험같은건데... 그러니까 AP(미국의 수능)라고 보면 되는거야. 그 다음에는 대학교에 가서 시험과 인터뷰를 진행하지.

에오스 : 맞다.

에오스 : 클라티에가 한국인이었지?

클라티에 : (수줍어하는 이모티콘)

셀레네 : 아무튼 이번에 참가하기로 확정이 난 선배님들은 유리아 선배, 타마 선배, 코모레비 선배님이야

셀레네 : 그녀들과 친한 매니저님하고 내가 좀 잘 아는 사이라...

엘리아 : 아, 그 유나라는 매니저?

마나 : 나도 알아, 메이드 라짱! 같이 노래 불러보고 싶어!

클라티에 : 나도 만나보고 싶다아...

화제가 유나로 넘어가자 그녀들은 온갖 소문과 추측을 남발했다.

가령 모든 버튜버를 꼬시는 바람둥이라거나.

사실은 한국에서 육성한 일본 아이돌계를 박살 낼 BTS의 여성 그룹의 일원이라거나

아니면 정말로 상상속의 서큐버스가 현실로 내려온 화신이라거나

유나 본인이 들었다면 기가 차서 쓰러질만한 온갖 음모론 가득한 이야기들이 올라왔다.

마나 : 나 좋은 생각이 있어.

가십거리를 즐기면서 온갖 이야기를 하던 마나가 갑자기 의견을 냈다.

마나 : 나는 선배들에게 음악 녹음 파일을 보낼거야

마나 : 근데 듀엣곡으로 부를건데 솔로 파트만 녹음할거야

마나 : 그러면 선배들이 내 녹음 파일을 틀면서 노래를 부르면 듀엣곡이 되지 않을까?

과연 빠르게 업계 최정상이 된 버튜버 다운 신선한 발상이었다.

음악이라면 자신을 잘 모르는 일본 팬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고, 한 녹음 파일을 여러 번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수고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엘리아 : 음... 나는 솔직히 말해서 어렵겠다.

엘리아 : 그리고 난 타마 선배님하고 이미 같이 게임을 했어

엘리아 : 아쉽게도 둘 다 방송을 하지 않을 때 였지만...

하드 게이머인 엘리아와 타마는 서로 에이펙스의 고티어 유저로서 이미 몇 번 같이 게임을 한 사이다. 게임을 이겨야 제 맛이라는 빡겜러인 두 사람은 방송에서는 활발했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성격이라, 할 일만 하고 헤어지는 비즈니스 파트너 라는 이미지~를 서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엘리아는 같이 놀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지, 클라티에처럼 크게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클라티에 : 부럽다아아

벌써 열 번째 올라오는 채팅이었다.

에오스와 셀레네가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그녀는 부러운 티를 내었는데 그도 그럴게...

클라티에 : 나 코모레비의 잎사귀에다가 유리아님의 종복이고 메이드 라의 시종이란말이야

클라티에 : 제발

클라티에 : 아베씨 힘을 내줘요

클라티에 : 제발 국경 좀 열어줘요 엉엉엉

셀레네 : 그러게... 그놈의 올림픽이 뭐라고...

에오스 : 클라티에야 엉엉 ㅠㅠ

클라티에 : 그래도 선배들... 그리고 일본 팬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사실 그림을 준비중이야

클라티에 : 보정 작업만 하면 되니까, 두 사람 파티 갈 때 꼭 화면 큰 노트북이나 태블랫 들고가줘

클라티에 : 유리아님... 메이드 라짱... 코모레비 선배님...

평소 얌전하던 사람이 발동이 걸리면 무섭다고 하던가

그녀를 자극하는 몇 단어중 하나가 바로 버튜버 덕질이라는 사실을 아는 네 사람은 얌전히 그녀의 폭주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클라티에 : 직접 내가 타주는 커피 마시게 하고 싶은데...

클라티에 : 선배들에게 주려고 커피 숙성시키고 있단 말이야

마나 : 클라티에~ 우리 건 없어?

클라티에 : 너희들 거는 이미 다 준비 되어있지 코로나가 끝나고 어서 보고 싶다.

은근히 어리광을 부리는 클라티에의 귀여운 모습에 다들 미소를 지었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고 직접 만나서 오프라인 콜라보도 하고, 다 같이 합숙 여행을 떠난다거나 밥을 같이 먹으면서 술도 마시고, 온라인에서가 아닌 오프라인에서 보드게임도 해보는 상상을 하며 그들은 하나 둘 자신의 일로 돌아갔다.

아무튼 그 날 에오스와 셀레네는 마나의 노래 레코딩 파일과 클라티에의 그림을 얻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라...”

“호주에서는 크리스마스 어떻게 보내나요?”

“거긴... 그냥 평범해. 눈은 내리지 않고, 거리에는 캐롤을 틀고...”

“그렇구나~”

“타카나시 씨가 살던 독일에서는 어때?”

“거기도 뭐, 별 거 있나요? 평범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죠.”

디스코드의 대화를 끝마친 두 사람은 파티 준비를 점검했다. 벌써 다섯 번째 하는 점검이지만 하면 할수록 무언가가 부족해보였다.

유나의 소개로 사게 된 화장품을 바라본다거나, 파티 참가 용품인 ‘5천엔 이하 크리스마스 파티 선물’의 포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꽤나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할 말 리스트를 정리했다.

보통 파티가 아닌, 어찌 보면 GB와 일본 서버의 첫 만남이기 때문에 그들의 어깨에 달린 무게감은 상당했다.

일본어가 가능하고 일본에 거주중인 장점을 발휘하고, GB서버에 일본 팬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일본 버튜버들에게 GB의 버튜버들을 알리기 위한 외교관인 그녀들은 크리스마스가 오면 올수록 기대감과 책임감이 가슴속에 자리했다.

“하하하, 파티는 편하게 즐겨야 하는데 말이죠... 고등학교 졸업식 파티때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코토나시, 그렇다면 아무런 준비하지 말고 그대로 갈까?”

“... 농담이 지나쳐요 말리아.”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선라이즈의 괴물 마나

데뷔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업계 최상위, 200만 구독자를 도달한 괴물 신인이자 최상위 포식자

GB의 1기생들은 언제나 그녀와 비교 받으면서 ‘마나 덕분에 성공한 운 좋은 버튜버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번의 파티 참가도 그렇다.

굳이 합동 방송을 진행하는 파티에 참가하겠다고 대답을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단순한 파티 참가가 아닌, GB와 일본의 버튜버의 첫 교류의 장을 열 생각으로 파티를 수락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들은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마나에 부끄럽지 않는 GB의 버튜버로서 존재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24일을 기다렸다.

마당에 쌓인 눈을 바라보는 두 버튜버의 시선이 깊어져 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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