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21화 (121/307)

〈 121화 〉 120화.

* * *

결국 미우는 반 쯤 울먹이는 얼굴로 짐을 싸고 나갔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 또한 있는 법

나에 언니와 친한 동생이라는 이유로, 나에 언니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이 집에 찾아온 착한 고등학생이었던 사케이 미우

그녀는 이내 좋은 회사 동료가 되었고 좋은 친인이 되었다.

내 인생에 몇 없는 나보다 어린 친한 여동생이 된 그녀는 학업 문제로 명문 학원에 통학하기 위해서 내 집에서 머물게 되었고… 훌륭하게 학업적 성취를 이루었다.

거의 밤샘에 가까운 파자마 파티를 한 나와 미우는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미우는 주로 학원에 있었던 선생님의 꼰대스러운 점을, 나는 내 남동생의 시시콜콜한 흑역사를)보냈다.

크리스마스 이브, 다른 말로는 미우가 떠나는 아침 날, 연신 고마워하는 미우의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고난 나는 미우의 눈물 섞인 포옹을 받으며 그녀를 어머니의 차에 태워주었다.

확실히 사람이 나가고 난 자리는 아쉽다 하더니… 언니도 미우도 없는 사이타마의 집은 쓸쓸했다.

어째보면 어제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다소 씁쓸한 날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제는 어제

오늘은 오늘

오늘은 무려 크리스마스 파티다!

크리스마스의 파티라고 하면 당연히 선물이었고, 그저께 도착한 원가 4만엔 짜리 커피 머신을 1만엔에 싸게 사서 아슬아슬하게 선물 금액 한도에 맞춘 커피 머신을 이쁘게 포장한 나는 새벽 다섯시 반,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런 나를 마중해 준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잠옷 차림으로 맞이해준 마미 선배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마미 선배님~!”

“메리…크리스마…으악! 떨어져!”

파티에 대한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차를 타고 오는동안 들은 캐롤 때문인지 나는 마미 선배의 뺨에 진한 뽀뽀를 했다.

선배는 잠결에 내 뽀뽀를 받고 굉장히 수다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잠에 확 깬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결국 포기한 선배는 한숨을 내쉬면서 집에 돌아갔다.

집에는 마미 선배, 나에 언니, 이로하가 열심히 꾸민 파티 장식들이 가득했다.

반짝반짝 거리는 전구,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귀여운 산타 할아버지가 그려진 양말 주머니, 기대감을 부풀리게 만드는 선물 상자 꾸러미들, 그러고보니 마당에도 당근으로 코를 장식한 눈사람이 놓여 있던가?

누가 보더라도 크리스마스 파티에 진심으로 보이는 이 집안은 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을 들뜨게 하는 훌륭한 집안 장식으로 나를 기쁘게했다. 그래 이 정도 되야지 이 유나님이 하루종일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는 기분을 만들 수 있겠지.

일단은 그래… 식재료부터 준비하자.

그전날 사둔 조개를 해감을 시작하고 냉장고에 보관해둔 마리네이드 된 고기들을 꺼내서 점검했다.

갓 도축한 억세게 자란, 그러니까 고기 냄새가 비리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한 육향이 풍부한 닭 고기는 와인에 절여져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이 상태로 오븐에 들어가게 된다면 훌륭하게 구워지겠지.

소금 후추 설탕 마늘 파프리카 큐민 계피 양파페이스트 등등을 발라서 재워둔 삼겹살 또한 굽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훌륭한 돼지고기들이 나를 반겼다.

칵테일 제조를 위한 얼음의 개수나 재료를 확인한 나는 빵의 반죽을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 제빵 유튜브를 통해서 빵을 만드는 것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아침부터 힘차게 반죽을 쳐대기 시작했다.

“이로하 좋은 아침~”

“으응... 유나도 좋은 아침.”

눈이 내리는 차가운 공기를 덥혀주는 히터의 온기가 기분 좋게 주방을 덥힐 무렵, 졸린 눈을 비비면서 주방에 걸어들어왔다.

그러고는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았는지 탁자에 얼굴을 박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나 멍하게 내 반죽질을 바라보는지, 나는 밀가루가 그녀의 입가에 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유나야~~”

“언니~~”

이제는 어두운 방 안에도 익숙하게 이 집을 돌아다니는 나에 언니도 이로하와 비슷한 잠옷 차림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잠옷을 입은 두 사람이 똑같은 자세로 탁자에 얼굴을 박고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이는 분명히 나에 언니가 연상이지만 뭐라 해야 할까, 두 사람이 저렇게 엎드려 있으니 친자매 사이 같다.

아마 내가 저런 잠옷을 입으면 아무리 봐도 어머니와 딸, 혹은 띠동갑 이상의 자매사이로 보이겠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반죽을 치고, 효모가 발효 되도록 반죽을 덮어둔 나는 손을 씻고 가볍게 아침을 차렸다.

아무래도 점심 저녁에는 푸짐하게 먹을 예정이다보니 가볍게 시리얼과 과일 정도로 아침을 준비한 나는 마미 선배의 일정을 물었다.

“나? 점심 시간때부터 나가서 안 들어와. 아마 올해는 너도 있으니까 나도 안심하고 밖에서 놀고올 수 있지 않을까?”

“오오... 역시 어른!”

“뭐래, 나이는 그쪽이 더 연상이면서, 나 올해 성인이 되었거든?”

“아하, 그래서 외박인거군요?”

“응, 나도 이제 진짜 어른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마미 선배는 자신의 언니, 이로하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었다.

확실히 친자매 사이라는 건 저렇게 좋구나...

하나 뿐인 남동생은 내 속을 못 썩여서 안달인데...

내가 부러운 눈으로 마미 선배를 바라보자 나에 언니가 내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위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쓰담쓰담 하는게, 자신을 쓰다듬고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언니 밖에 없어.

그런 나와 언니 사이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로하와, 얄미워 죽겠다는 듯 흘겨보는 마미 선배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구야, 이거 솔로는 서러워서 살겠나.”

“헤헤..." "히히...”

“뭐 두 사람이 그런거야 하루이틀 아니지만... 아무튼 유나야 나 좀 도와줘.”

“넵?”

“네 부탁대로 거실에서도 방송 송출 가능하게 설정 완료했으니, 나중에 노트북과 방송 기계만 연결하면 된다.”

“넵, 그러면 뭘 어떻게...”

“나 파티 세팅 좀 해줘.”

당당하게 후배의 손길을 받아 치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마미 선배는 고데기와 화장 브러시를 내 손에 들려주었다.

말 그대로 메이크업 메이드(Make up Maid)가 된 나를 향해 이로하와 나에 언니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

남는 밀가루 반죽을 이로하에게 넘기고 그녀가 반죽을 시작할 무렵, 목욕을 하고 나온 나에 언니가 말했다.

“거실에 방송 준비 해뒀어, 타마의 제과 방송 준비 완료야.”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린 나에 언니의 손에는 작은 캠코더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이것으로 손이 나오게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버튜버 본인이 캐릭터 아바타로 나오지 않고 손만으로 방송을 하는 요리 컨셉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이것을 제빵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이로하의 의견에 따라 그날의 방송은 ‘크리스마스의 제빵 방송’이었다.

두 시간 정도 짧은 방송을 할 예정이었고, 그 후에는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했으니, 그 전까지 크리스마스 방송을 즐길 예정이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콘타마냥~ 타마에요~”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콘유리~ 유리아에요. 오늘은 카메라 맨이랍니다.”

얼굴이 안 나오게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열심히 반죽을 조몰거리고 있는 타마의 손이 방송화면으로 잡혔다. 그렇게 방송이 거실과 주방에서도 제대로 송출이 되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나를 바라보았다.

“이봐~ 메이드~ 어서 인사를 올리지 못할 까~!”

“메이드 주제에 건방지다 건방지다~!”

그리고 방송 인사를 올리지 않았다고 한 소리를 들은 나였다.

아니 근데 이거 나도 나와야해? 두 사람 방송 아니었어?

내 대답이 늦어지자 두 사람이 채근거리기 시작했다.

“어허, 동작이 늦다! 유리아 메이드 교육이 이상해!”

“메이드야 메이드야! 공주님의 명령이시다!”

“아, 안녕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메이드 라입니다. 만 저도 방송에 나오는 거였어요?”

어쩔 수 없이 나 또한 방송 인사를 올렸다.

채팅창에서는 ‘뭐야 있었어?’ ‘그럼 그렇지.’ ‘아 나도 메이드랑 같이 크리스마스 보내고싶다’ 따위의 글이 올라왔다.

“같은 방에 있으니 당연하지 않느냐?”

“방송 보조 메이드니 당연히 주인 되는 이 유리아 공주님의 방송에 나와야하지 않겠느냐!”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평소보다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타마와 유리아였다.

어휴, 내가 이 둘을 어떻게 이기겠어.

하는 수 없이 나는 두 사람의 방송 텐션에 맞춰서 간간이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제빵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의 방송은 크리스마스 캐롤 배경음악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빵 냄새와 달콤한 과자 굽는 냄새가 가득 나는 제빵/제과의 컨셉의 방송이었다. 파티에 준비할 반죽은 내가 아침부터 열심히 쳐댔고, 모양을 잡고 다른 식재료를 올리거나 넣으면서 빵을 제대로 굽는 것은 타마의 몫이었다.

나는 간간이 목소리만 입혀주면서, 야채를 썰거나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파티 준비에 들어갔고, 나에 언니는 카메라맨처럼 조심스럽게 손만 나오게 연출을 하거나 타마가 집중할 때는 자기가 보이스를 채우는 둥, 둘은 한 팀처럼 완벽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작은 손이 반죽을 오몰조몰 움직이면서 빵들이 형태를 갖추고, 노란 계란물이 발라지거나 달콤한 초코칩이 올라가거나 메론 크림들이 발라지거나 쿠키 껍데기가 입혀지는 둥 온갖 빵들을 시도하는 그녀의 방송은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힘차게 시작되었다.

그녀들의 호들갑스럽고 귀여운 방송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가 참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나에게 있어서도 이런 가족같은 사람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처음이었기에 나는 주방일을 하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을 느꼈다.

어서 손님들이 오고 즐겁게 파티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힘차게 칼질을 이어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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