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22화 (122/307)

〈 122화 〉 121화.

* * *

카시와키 츠유의 여동생 카시와키 츠무기(?? ?)는 예쁘고 당당하고 입재간이 좋은 자신의 언니를 좋아했다. 그래서 언니가 아이돌의 길을 걸어간다고 선언했을 때 언니를 응원했고, 언니의 꿈이 좌절 될 때도 꾸준히 응원했다.

버츄얼 아이돌 유투버라는, 듣기만해도 어려운 용어를 말하며 버튜버가 되겠다고 하는 그 때에도 그녀는 응원을 했다.

언니가 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활동을 할 때, 언니를 작게나마 돕기 위해서 언니와 함께 도쿄로 올라갔다. 도쿄의 학교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육상부에서 자신의 꿈을 다지던 그녀는 언니와 자신의 꿈이 하루하루 이루어지는 도쿄의 일상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미안하다 딸들아...”

하지만 아버지의 파산 선언 이후, 그녀들의 삶은 크게 흔들렸다.

언니는 새로운 앨범 준비를 위해 그동안 벌은 돈을 재투자 하는 형식으로 앨범에 큰 예산을 투자한 상태였고, 버튜버라는 직업은... 그러니까 유튜버라는 직업은 보수적인 일본 금융계에 와닿지 않는 ‘신용 있는’직업이 아니었다.

때문에 사업 확장을 위해 큰 빚을 낸 그녀들의 아버지는 코로나로 인해서 가게 확장이 지연되고, 빚더미에 올라오게 되면서 가계가 크게 휘청거렸다.

츠유는 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었지만, 도쿄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츠무기는 아직까지 스스로의 삶을 감당하기 버거운 중학생이었다.

그런 그녀는 당연히 언니의 앨범을 포기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언니 몰래 전학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언니의 직장 동료, 그러니까 한국인 유나라는 사람이 언니에게 큰 돈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것으로 급한 빚은 갚고, 앨범도 무사히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예상 밖의 인정에 언니를 끌어안고 서로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유나라는 사람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썼지만, 그것 만으로도 그녀에 대한 은혜를 갚기에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츠무기는 반드시 그녀에게 은혜를 갚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이런 파티에 제가 가도 될까요?”

“무얼, 유나언니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

학교를 마치고 옷도 갈아입을 틈도 없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가가하게 된 츠무기는 자신의 교복차림이 신경쓰였다.

오타쿠와 거리가 백만년 정도 먼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던 츠유는 그대로 괜찮다며, 언니네 회사의 사람들은 교복차림의 소녀를 좋아한다는 말로 동생을 설득시켰다.

자신을 항상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동생의 눈이 살짝 이상하게 변했으나 뭐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코모레비를 연기하는 츠유와 그녀의 여동생 츠무기는 유나의 초대를 받아 라인으로 보내온 도쿄에 있는 타마의 집으로 찾아왔다.

“우와...”

그리고 절로 감탄성이 나오는 아담한 2층 주택에 그녀들은 감탄을 내뱉었다.

아름답게 눈이 쌓여있는 저택의 마당에는 방금 만든 걸로 보이는 귀여운 눈사람이 자신들을 반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반짝이는 전구 장식이 알록달록한 색상을 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었는데, 주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뒤돌아 볼 정도로 주택은 정말로 잘 꾸며졌다.

떨어져가는 벽지와 벽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의 존재를 떠올린 츠유는 비참한 기분을 느끼다기 보다는 부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하면서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울렀다.

“언니, 빵 냄새가 나요.”

“아, 그러고보니 오늘 이 저택에 있는 버튜버가 제빵/제과 방송을 한다고 했는데 그 일환인가보네?”

“세상에...”

초인종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앞치마 차림을 한 유나와 집주인이라고 생각되는 이로하가 자신을 반겼다.

“메리 크리스마스 츠유~ 그쪽은 말로만 듣던 츠무기쨩이구나, 반가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유나 언니~” “메, 메리크리스마스~”

서로 다정하게 인사하는 유나와 츠유, 그리고 어색한 어조로 첫 인사를 나눈 이로하와 츠무기는 어깨가 굳은 채로 따스한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일본 저택이 겨울철에 으레 가지는 차갑고 건조한 냉기가 아닌, 따스하고 기분 좋은 습도의 집안에 들어온 츠무기는 낯선 사람의 저택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편안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언니와 다정하게 대화를 하는 소문의 미인, 유나를 멍하니 바라본 츠무기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언니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기나긴 속눈썹, 육상부인 자신보다 더욱 튼튼해보이는 몸은 근육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곱게 관리한 머릿결은 푸석푸석한 자신의 머리카락과 크게 비교되었다. 앞치마를 하고 있음에도 감출 수 없는 세련된 미인이라는 이미지는 중학생인 자신이 결코 가질 수 없는 매력을 모두 끌어올린 존재가 바로 눈앞의 미인, 유나였다.

그런 그녀가 생면부지인 사람, 그러니까 자신을 위해서 사회인으로서도 쉽게 모을 수 없는 거대한 금액을 선뜻 빌려주었다고 하니... 최근에 읽었던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떠올린 츠무기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면서 유나를 바라보았다.

언니와 이로하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웃음을 터트리다가, 때마침 자신과 눈을 마주친 그녀가 가벼운 동작으로 손을 흔들었다.

눈웃음 치는 미녀의 인사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 츠무기는 아주 오랜만에 언니의 등 뒤로 숨었다.

‘같은 여자인데 이게 뭐야... 이게 도대체 뭐야!?’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츠무기는 당황스러운 눈을 여기저기 굴리면서 거실에서 타오르는 벽난로(사실 크리스마스 모닥불 유튜브 비디오였다고한다)보다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콩딱거리기 시작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

“여~ 유나 매니저님~ 실례하겠습니다.” “그거 무례에요! 여기는 이로하 선배님의 집이라구요!”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얼굴을 붉히면서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츠무기에게 감사 인사를 여러 번 듣던 나는 예정보다 일찍 울린 초인종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

이제는 나를 두려워하기는커녕 방송인 특유의 친화력으로 금새 나에게 말을 놓게 된 코토나시와 그녀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는 말리아가 티격태격 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서로 깍듯이, 정확하게는 말리아가 코토나시를 밀어내는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뭐랄까... 코토나시의 애교 넘치는 재스쳐에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사이좋게 콩트를 주고받는 외국인 듀오는 이로하와 츠유를 보자마자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세, 세상에 진짜 타마선배님이세요?”

“지, 진짜 코모레비 선배님이다...”

두 외국인의 유창한 일본어에 살짝 놀란 두 사람은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정확하게는 겁을 먹은 이로하와 제법 태평하게 인사를 받아주는 츠유의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츠유의 등 뒤에 숨은 츠무기 또한 외국인이 일본어를 저렇게 유창하게 하는 건 본 적이 없는 모양인지 신기한 시선을 보냈다.

뭐 나에 언니야 코토나시건, 말리아건 친숙한 외국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이 가져온 거대한 선물 꾸러미에 조금 더 호기심을 보냈고.

“아무튼 고기가 막 오븐에 들어갈 때 잘 왔어 두 사람, 다 출출하지?”

“아침에 교회에 가서 계란을 조금 나눠 먹은 것 말고는 먹은게 없어서 배가 고프긴하네요.”

“킁킁, 고기 익어가는 냄새가 진짜 야하네요. 유나 매니저님.”

코토나시의 너스레에 애가 듣는다며 그녀의 등을 세게 치는 말리아의 손길에 코토나시는 눈물을 찔끔 보였다. 과연 매섭구나 농가의 딸, 철썩이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여간 보기와 달리 꽤 소란스러운 두 사람 덕택에 파티의 분위기가 나기 시작했다.

츠무기는 나를 힐끔힐끔 보면서도 의외로 나에 언니와 잘 맞는 모양인지, 얌전하고 내성적인 이미지의 두 사람은 무언의 시선을 교환하며 마리오 카트를 시작했고, 이로하는 집주인의 위엄을 애써 내보이려고 하면서 방문객들에게 방을 안내했다.

정확하게는 그녀가 방송하는 환경이지만

아무튼 그녀가 실제로 아침에 구운 빵과, 백만 구독자 보유중인 버튜버의 방송 환경은 세 사람에게 있어서도 꽤나 흥미가 깊었고, 그녀의 친동생인 마미선배, 즉 니아 매니저가 아티스트 니아라는 사실을 알게된 세 방송인들은 이로하를 좀 더 선망의 시선으로 우러러 보았다.

그제야 선배의 위엄, 집주인의 위엄을 되찾았는지 으쓱해보이는 이로하가 귀여워보인 나는 저도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건배를 하자.”

“건배요?”

“네, 코로나로 힘들었던 올해를 마무리 하면서, 내년에는 코로나가 좀 덜 심해지기를, 또 모두가 건강하기를 기원하는거죠 뭐.”

나의 제안에 모두가 음료를 한 잔씩 따르면서 잔을 쥐었다.

콜라, 스프라이트, 스트롱 제로, 츄하이, 오렌지 주스, 토마토 주스 등 각기 취향에 맞는 음료를 잔에 따른 뒤 우리는 서로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 나야?

나는 나에게 이끌린 시선을 그대로 이로하에게 토스했다.

“자, 건배사는 집주인인 이로하, 그러니까 타마가 직접 하는걸로.”

그 말을 하자 이로하는 굉장히 커다란 배신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얄미운 미소로 그 표정에 답장해주었다.

나에 언니는 그 촌극이 웃긴지 웃음을 풉, 터트렸고 그 분위기에 휩쓸린 츠무기 또한 빵 터져버렸는지 손안에 든 음료를 반쯤 쏟을 정도로 웃기 시작했다.

“유나야 건배사는 무슨, 타마는 그런거 못 하잖아.”

방송 텐션으로 이로하를 살짝 디스한 나에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발끈한 이로하가 외쳤다.

“그래, 나 아싸다 왜! 이 컨셉 아싸야! 내가 무슨 건배사야! 그냥 다들 먹고 즐기고 마셔!”

자신이 최근에 플레이하는 게임의 캐릭터처럼 마치 사납게 중세 교회를 약탈하던 바이킹을 이끄는 약탈자마냥 거칠게 외친 이로하의 건배사 아닌 건배사에, 모두가 먹고 즐기고 마시자! 라고 호응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들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그 해, 우리의 마지막 모임은 익어가는 오븐 속 고기냄새와 식욕을 돋구게 하는 다양한 샐러드로 구성된 전채 요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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