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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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내부에서 언급되는 많은 이야기 중 가장 많이 화자되는 외국인은 최다 구독자를 보유한 자사의 방송인 마나나 최근에 회사에 출근해서 스튜디오 녹화를 진행하고 있는 코토나시나 말리아가 아니다.
알게 모르게 이 회사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온 한국인 출신 매니저 유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쯤 돌아보게 되는 아름다운 미녀
유능 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대단한 재능
여러 캐릭터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외향적인 성격에 호감을 사는 예의범절
모두에게 친절한 아름다운 미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유능이 뚝뚝 흘러 넘치는 그녀는 꽤 많은 부서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방송인들에게 ‘강제 휴가’시스템을 도입을 한다거나 회사 차량 지원 도입한다는 둥, 방송인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따르는 매니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회사의 제도 개선이나 복지 사항을 알뜰살뜰 몸소 챙겨줌으로서 유나에게 호감을 품는 것을 넘어서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진가는 업무 분야가 아니었다.
그녀의 진정한 가치는 방송을 할 때 드러났다.
(물론 본인은 절대 방송인이라고 하지 않고, 버튜버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본인의 개인 아바타를 가지고 회사의 공식 채널을 운영하는 버츄얼 캐릭터가 있는 시점에서 그녀는 훌륭한 버튜버였다)
여자치고 꽤 낮은 톤의 평소의 보이스는 마치 뉴스의 아나운서처럼 차분했다.
툭 하면 폭주하는 텐션의 방송인들을 잡아주는 억제기
흥분을 하지 않고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방송을 이끌어 나가되, 무조건 정석적으로만 진행하지 않는 데다가 돌발 상황 대처도 준수했다.
때문에 여태껏 많은 버튜버와 합동 방송을 거친 인원들도 그녀와의 방송에 느끼는 스트레스는 정말로 적었고, 방송 자체가 재미있다고 느낄 정도로 ‘유나와 함께 하는 방송은 편하다’라는 것을 몸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덴티티나 다름 없는 훌륭한 게임 실력과 자사의 보컬 트레이너도 인정한 선라이즈의 노래 실력은 언제나 새로운 방송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녀는 회사 공식 버튜버가 아니되 버튜버인 독특한 인물인 탓에 선라이즈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행보는 일종의 뉴스거리가 되는 편이었다.
“그렇구나, 벌써 입주를 했구나…”
5기생의 일원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는 사자 루미에를 연기하는 샤야 카기는 동기생들이 모인 음성 채팅방에서 그렇게 말했다.
가정형편이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그녀는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 모아서 일단 사택에 지원을 했다.
지원 조건은 자사의 버튜버들 중에서 나쁜 환경에 살고 있으며 유사시에는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는 것도 감당이 가능한 인원일 것… 이었다.
마지막 조항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지금 당장 3D 모델링을 활용할 수 없는 주거 환경과 인터넷 환경은 그야말로 자신의 성장을 묶는 족쇄와 다를 바 없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하고 싶었다.
“응, 듣자하니 코모레비 선배님과 그 여동생 분도 들어오신데.”
동물이 컨셉인 5기생의 캐릭터 중 가장 온화하고 상냥하고 남 챙기기를 좋아하는 사슴의 컨셉인 사카나타 사나에가 특유의 속삭이는듯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세상에, 그러면 거기에는 코모레비 선배님네하고 유리아님과 메이드 라 가 함께하는거야?”
“우으으 완전 복마전이잖아? 거기에 2기생 선배님이라도 들어가면 아주…”
“속보! 수술 마치신 드래곤 선배 미즈나시 오르페 선배님 입주 확정!”
말하기가 무섭게 그간 활동이 뜸한 2기생의 멤버인 미즈나시 오르페가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채팅방이 달아올랐다.
미친 토크력과 다비와 막상막하를 겨루는 변태력을 보유한 선라이즈의 부흥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말그대로 ‘드래곤 레벨’인 오르페의 복귀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선배가 재활 활동을 위해 비교적 출근하기 쉽고 신형 맨션인 사택으로 이사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은 확실히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소식이었다.
“난 무리!”
“나도 무리!”
얼마 안 있으면 100만을 바라보는 버튜버, 데뷔 경력상으로는 버튜버 초창기와 다를 바 없는 버튜버, 그리고 버튜버 세계의 전성기를 연 업계 전설 중 한명이 들어선다?
만약 그러다가 층간 소음이라도 발생하면?
아니면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하늘같은 대선배님을 본다면?
그야말로 위가 쓰리는 상황이다.
물론 버튜버 업계가 아이돌 업계처럼 선후배 사이가 엄격한 편은 아니고, 때로는 방송에서는 캐릭터 컨셉 상 선배를 우습게 본다거나 하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그건 엄연한 방송, 오프라인에서 까지 예의와 예절을 갖춘다는 건 꽤나 신경이 굵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에도 5기생의 방은 소문의 신설 사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다른 회사라면 모를까, 인터넷 방송을 하는 버튜버들에게 있어서 사택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그도 그럴게 출근을 하고 다니면서 집을 떠나야 하는 다른 업무들과 다르게, 버튜버의 일은 말 그대로 인터넷 방송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굳이 도쿄에 집을 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택에 대한 대다수의 의견은 ‘으응, 그런 게 있구나. 재미있겠다’ 정도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들에게 말하기 껄끄러온 환경을 지닌 이들에게는 당장 바퀴벌레가 기어나오거나 인터넷이 뚝뚝 끊기는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기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주택 청약… 이 아니라 사택 청약이 붙기를 말이다.
띵띠딕
독특한 메일음이 알리자마자 카기는 5분마다 갱신 버튼을 눌러두는 메일함을 열어서 확인을 했다.
빠르게 메일을 읽어내린 그녀는 제일 끝에 걸린 말을 보고는 채팅방에 그대로 말했다.
“나… 샤토라가 용의 소굴이라고 말한 거기로 들어가게 되었어.”
이제는 금이 가기 시작한 방의 벽을 바라보며 카기가 그렇게 말했다.
길고 긴 인내는 끝났다.
이제 나는 드디어 이 빌어먹은 퀴퀴한 집을 벗어나게 된다!
“나, 이사하게 되었어. 되었다고!!”
그날 밤 선라이즈의 5기생이 모인 보이스 채팅 방은 각자가 방송을 시작하는 늦은 밤 까지 이어졌다.
***
새 집에 들어와도 업무적으로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나에 언니는 이제 트레이닝이 끝나고 혼자서 연습하거나 같이 춤을 추는 타마와 연습을 하기 위해 회사로 가거나 이따끔 이로하의 집으로 찾아갔다.
나는 다시 언니의 매니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와 다르게 확실히 늘어난 일의 양
어떤 방송을 하게 될 것인가 묻는 기획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회사의 주요 이벤트에 맞게 방송 스케쥴을 조절하는 것도 물론, 편의점이나 휴대폰 게임의 콜라보 기획 제안서가 나오기도 했다.
쌓이기 시작한 메일을 보고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의 방송을 기획하고 해내가야 하는 다른 방송인들과 다르게 나는 거의 회사에서 숙제를 떠넘기듯 주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따끔 기획이 필요한 경우에는 귀신같이 이나리 씨가 제안을 하거나, 이따끔 에이아나 아그니 씨가 먼저 이야기를 걸어오기 때문에 솔직히 나는 떠먹여 지는 일이 많았다.
일단은 개인 버튜버 채널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일상 방송을 한다거나 프리 토크를 방송을 하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다른 방송인의 채널에 들어가서 같이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이 이따끔 있고, 중재자의 역할이나 심판의 역할을 맡으러 여기저기 불러다니는 편이다.
뭐… 그래도 내 개인 음악을 올린 채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내 노래 채널이지 결코! 결코 방송 채널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튼 나는 비교적 방송쪽 업무는 널널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내 방송 업무였지, 일상은 아니었다.
일단은 자고 일어나면 항상 내 품에 안겨 있는 언니가 보였다.
두 사람은 넉넉히 자는 침대에서 잠을 자면 항상 언니가 내 품에 안겨있었다.
나는 잠버릇이 심하지 않았는데, 언니는 잠버릇이 고약한 모양인지 깊게 잠들어 있어도 내 품에 파고드는게 느껴질 정도로 어리광을 심하게 부린다.
“미, 미안. 유나도 알다시피 내 방에는 원래 다카미쿠라가 있었잖아…”
그러고보니 언니의 방 초창기에는 다키마쿠라가 있었다.
물론 세탁을 잘 하지 않아서 나는 불결하다고 해서 버렸지만… 아무튼 언니는 알게 모르게 잠버릇이 고약한 편이라고 나에게 밝혔다.
“뭐, 괜찮아요. 저는 한번 잠에 깊게 들면 잘 안일어나니까요.”
내 건강의 유지비결이다.
잠을 자면 잘 자고 잘 안깬다.
덕분에 수면의 질이 굉장히 높은 편이었고, 그래서 언니가 꼼지락거리는 것도 자기 전에만 느껴지지 수면에 빠지고 나서는 정말로 언니가 뭘 하던지 잘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다고는 말을 못하겠는데, 그래도 내 옆에 누군가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심리적 위안감을 주었다.
거기다가 자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보는게 나에 언니의 색색 거리면서 조용히 자는 얼굴인 것도, 이 불편한 같은 침대 생활을 하는 것의 메리트라면 메리트였다.
뭐, 언니에게는 차마 이 말을 하지 못하겠지만…
아무튼 사소한 일상 면에서 이전 사이타마의 집에서 살 때와 달리 마주치는 것이 늘어났다. 이전이라면 뭐라 해야할까, 방 하나 자체가 호실이 있다 보니까 거실이나 부엌 등 공용공간에 나가는 때에는 그래도 마일 웨어라고 하는 집 주위로 1마일 이내는 편하게 돌아다닐만한 옷을 입고 다녔지만 지금은…
“유나 잠옷 예쁘다.”
“후후 고마워요 언니. 언니 잠옷은 음… 귀엽네요!”
돈에 제법 여유가 생긴 나는 이전에 가지고 싶었던 브랜드 잠옷을, 언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잠옷을 입고 다닌다.
즉, 잠옷 차림으로 마주치는 일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이전이라면 옷이라는 사회적 무장을 두르고 언니를 만났다면
지금은… 그런 사회적 무장 없이 바로 날것 그대로 만나는 기분이라 참으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진짜 동거의 묘미 아닐까?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방 안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는 것은 비슷했지만, 생활 면에서 점점 더 부딪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니의 사소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것은 비슷했으나, 전과는 다르게 흐트러진 잠옷을 정리하지 않는 채 방 안을 돌아다닌다거나
휴대폰 충전기를 찾아서 이방 저방 돌아다니는 모습이라던가
욕실 문을 벌컥 열고는 자신의 속옷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확실히 이전에는 없었던 모습이었다.
아무튼 이런 언니의 사소한 모습을 보면 볼수록 뭐라고 해야할까…
빠져든다고 해야할까…
친근해진다고 해야할까…
물론 이전이라면 귀엽고 인형같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사실감이 산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좋다.”
“응?”
“지금 생활이요.”
저렴한 집세, 우수한 성능의 집, 귀여운 동거인, 매우 훌륭한 인터넷 환경과 주위 시설은 자연스럽게 삶의 만족감과 질을 높여주었기 때문에 나는 언니를 보고 미소지었다.
“맞아, 유나야 이제 곧 다른 이웃들이 들어온데.”
근래 들어서 회사에 녹화가 자주 있는 언니가 최신 소식을 물어다 주었다.
드디어 이 사택에 들어설 이웃들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귀가 번쩍 뜨였다.
“아, 그래요? 누구 부터 오나요? 혹시 코모레비?”
“응? 아니, 츠유와 츠무기는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서 조금 있다가 오고, 미즈나시 오르페… 그러니까 사토 마카씨가 들어온데.”
“아 그 소문의…”
“응, 이번에 퇴원했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첫 이웃은 업계의 빛나는 별과 같은 선배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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