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35화 (135/307)

〈 135화 〉 134화.

* * *

이사를 하게 되어서 만족하는 점은 정말 많았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황량한 사이타마가 아니라,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다르게 말하자면 맥도날드와 KFC, 버거킹같은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와 마츠야, 요시노야, 스키야같은 3대 규동집, 천하일품이나 지로라멘, 마츠노야 같은 일본 고유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모두 반경 2미터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기본이었다.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은 근사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1층 거주자만 느끼는 정원이 아니라, 이 압도적인 인터넷 속도에 있었다.

세상에, 스팀에서 45기가 게임을 다운 받는데 무려 두 시간 밖에 안 걸리다니!

이전의 집이라면 거의 20시간 걸리던 작업을 여기서는 무려! 두 시간이었다!

한국이라면 20분 내에 끝날 작업이었지만 일본에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언니도 방송 송출에 있어서 이전에 존재하던 딜레이나 렉이 없어져서 만족감을 표시했고, 시험삼아서 두 사람이 동시에 다른 송출을 해보아도 전체적인 인터넷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우수한 광랜(光Lan)의 힘이었다.

그 우수한 힘을 빌린 나는 처음으로 타인의 게임 방송에서 온전한 실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일본인들의 국민 게임 비스무리하게 실력 척도를 측정하게 되어버린 에이펙스에서 딜레이 없는 조준과 취향은 아니었지만 협곡에서 가지고 있던 상황 판단의 짬이 발휘된 지금 나는 마스터 랭크까지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에이펙스를 주로 하는, 그러니까 FPS 전문 버튜버들에게 뜨거운 콜을 받고 있는 나는 공식이 나에게 내려주는 숙제 방송을 제외하고는 근래 들어서 게임에 열중을 하고 있는 편이었다.

[타마, 커버갈게. 아니다, 건물 뒤를 돌테니까 어그로 잠깐만 끌어봐]

[오케이! 사와노! 들어간다!]

[네넷!]

실력파 FPS 게이머가 드물었던 선라이즈에서 홀로 정상을 자리하고 있었던 타마

그리고 그녀의 FPS실력을 따라잡으면서 성장을 하고 있던 나와

게이밍 특화 채용인 3기생의 올빼미 컨셉의 사와노는 타마의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타마와 사와노 두 사람이서 즐기던 빡겜은 나를 포함해서야 흔히 말하는 에이펙스의 진정한 재미라는 3인 트리오 큐가 활성화 되었고, 나는 근래 들어서 타마와 사와노의 방송에 들어가서 머릿수를 맞춰주는 용으로 열심히 게임 방송을 도왔다.

이런 일을 할 때 마다 이따끔 ‘내가 이렇게 게임만 하고 있는데 돈을 벌어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다른 방송인들이라면 채팅창을 관리하거나 오디오를 신경써야 하는 둥 게임에만 완전히 몰입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나 같은 경우는 적당히 그녀들의 오디오를 채워주고 게임에만 열중해도 되었기에 부담감이 훨씬 적었다.

[크으으으, 아깝다!]

국내의 유명한 게임인 배틀 그라운드와 닮은 이 게임은 파밍을 열심히 하다가 한방에 죽어서 허무해지는 장면을 없애기 위해 기본적으로 킬이 나기 까다로운 구조였다.

하지만 교전각이 생기면 하이에나처럼 사람들이 몰려드는 게 이 게임의 묘미였는데, 다른 팀의 교전에 난입을 한 우리는 정확한 후퇴를 하지 못하고 몰려드는 다른 팀에게 전멸당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는 호쾌함은 게임의 승리에는 조금 거리가 멀었지만 재미있기는 했었다.

[으아아 타마 선배님 죄송해요.]

[아니야, 사와노 정도면 잘 한거지. 솔직히 말해서 메이드가 뒤 도는게 너무 늦었어.]

[아니 글쎄, 도망중이던 다른 교전팀이 나 혼자인거 보고 습격했다니까? 1:2 해서 둘 데려가느라 늦은 거지!]

[그래서 팀을 버려? 버릴거야?]

나와 타마의 분위기가 살짝 험악해지자 그 사이에 낀 사와노는 허둥지둥 하며 어찌할 줄 몰라했다.

저번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 나에게 완전히 마음을 연 타마는 이따금 나에게 건방진 언행을 보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응 분대 내 최다 데스~]

나도 지지않고 받아쳤다.

[응 딜량 꼴찌~]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사와노는 안 그래도 순해보이는 연한 갈색 머리카락을 이래저래 좌우로 흔들면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는 식으로 당황하는 게 보였다.

[응~ 파밍 가장 많이 해놓고 결국 일점사 당했죠? 무기 몰아줬는데 딜량 꼴찌 박아버렸죠?]

[그렇게 말하는 메이드는 어이없게 짤렸죠? 사와노 아니었으면 진즉에 먼저 탈락하고 죽었죠? 사와노가 아니었다면 딜주작 어림도없죠?]

유치하다면 유치한 다툼

하지만 그 말다툼이 게임 내 고수 상위권일 경우 그 무게가 남달랐다.

그리고 두 번째 합동 방송에서 우리 둘 사이의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이라 착각한 사와노는 정말로 울것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타마에게 윙크를 찡긋 보냈다.

타마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우리들은 화난척을 풀었다.

[자~ 여기까지가 깜짝 방송이었습니다. 사와노쨩! 무서웠지 미안! 하지만 귀여웠어!]

[죄송합니다 사와노 선배님! 타마가 방송 시작 전부터 속닥속닥 부탁해와서 거절하기 힘들었어요!]

그제야 선라이즈 식 깜짝 놀래키기 방송을 당한 사와노는 우는건지 안도의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는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버츄얼 아바타였지만 말이다.

­아 뭐야 깜짝 놀랐잖앜ㅋㅋ

­나는 두 사람 사이가 좋은 거 알고 있었는데 피드백 왜이렇게 날서있냐? 이게 마스터?

­그 가운데에 낀 사와노 너무 귀여워 ㅠㅠ

­사와노는 아기새야 아기새는 지켜줘야해...

­사와노 하와와 거리는 거 같은 저 표정 진짜 누가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진짜 화끈했다. 이게 에이펙스야 배틀 그라운드야

­딜량 봐 진짜ㅋㅋ세 사람 다 높아. 그리고 메이드 왜이렇게 공격적이야?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몰라?

­게이머로서 동경해버리게 되어버린다..

그 채팅을 읽었는지 타마가 물었다.

[그건그렇고 유나 정말 딜량 레전드야.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게 싸우는거야?]

사실 나의 플레이는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할 때는 확실하게 공격적으로 한다.

그게 ­탑­이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1:2 교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확실히 짜릿함을 선사했다.

슈퍼플레이와 트롤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나는 그 종이 한 장을 언제나 따돌리는 쪽이었으니까.

[사실 피지컬과 무기를 믿고 덤비는 거죠. 무지성 돌격 교전을 하면 결국 일찍 죽기 때문에 이렇게 높진 않죠.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교전 각과, 제가 든 무기의 강점과 단점, 그리고 시야플레이와...]

[짧게.]

[타마의 어그로, 사와노 선배님의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 후 몇 번 계속한 게임 이후로 우리는 방송을 끝마쳤다.

화기애애한 이야기와 함께, 타마가 이따끔 자랑하듯이 말하는 티어 올리는 요령을 흘려들은 나는 사와노씨와 개인 연락처를 개인 채팅으로 공유를 하고 그녀들이 있는 방에서 나왔다.

­메이드씨는 개인 채널을 따로 개설하지 않을거에요?

[저는 말 그대로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을 덕질... 아니, 도와주는 입장이니까요. 지원가는 원래 킬을 먹지 않습니다.]

­그런게 어디 있어요!

­우우우

­제발 내 돈을 가져가, 제발 내 돈을 가져가

­폭거다 폭거, 이런 법이 어디에있어요!

[선라이즈 나라 마계촌 메이드 법에 있답니다.]

최근 들어서 나의 개인 방송 채널 개설에 대한 이야기가 엄청 오가기 시작한다.

선라이즈의 방송 이곳저곳에 등장해서 인원수를 맞춰주거나, 공정한 심사를 부탁하거나, 아니면 늦잠으로 지각하는 사람들의 방송을 대신 들어가주는 둥 말 그대로 방송 만능 도구 느낌으로 쓰이는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른 버튜버들에게 돌릴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를 하는 편이었다.

[여러분 다들 알고 계시죠? 1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작되는 선라이즈의 2주년 행사! 여러분들의 최애 버튜버들이 나와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니 꼭 와주세요. 티켓 구매는...]

이제는 입에 붙어버린 방송 종료 멘트를 말하던 나는 한 채팅창에 눈이 갔다.

­나의 최애는 당신인데 왜 당신은 나오지 않나요?

빠르게 지나가는 채팅 속 그 문장이 내 망막에 각인이 되듯 들어왔다.

그래도 숙련되어가는 방송인 답게 동요하지 않는 나는 차분한 어조로 인사를 올리고 방송을 껐다.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꽤 잘 나가는 인터넷 방송인의 유형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수한 캐릭터 디자인과 매끄러운 아바타도 그렇지만, 뛰어난 게임 실력과 노래 실력, 그리고 어색해지지 않는 오디오를 채우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내가 개인 채널을 개설하고 방송을 시작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나조차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래도 언니의 방송 초창기에 가졌던 그 마음가짐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저녁 시간대의 방송을 마친 나는 언니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 언니의 방송은 오후 여덟 시부터 네 시간 진행되는 방송이었다.

슬쩍 열린 문을 통해서 방송을 하고 있는 언니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는 나는 언니의 즐거운 표정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저게 진정한 방송인 아닐까 싶다.

자신의 길에 확신이 없는 나와 다른 진짜 방송인 말이다.

일을 하다가 쓰러져도 모를 법한 선라이즈의 방송인다운 언니의 활기찬 목소리를 뒤로 한 나는 이윽고 가디건을 걸쳤다.

1층의 정원에서 신선한 공기를 쐬며 기분을 달래던 나는 익숙한 체형을 보았다.

150센티의 다소 작은 체구의 여성이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이쪽 건물을 힐끔힐끔 거렸다.

어라

그녀가 왜 여기 와있는거야?

그녀의 정체를 파악한 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5기생의 후배인 사자,그러니까 루미에의 역할을 하는 샤야가 건물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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