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46화 (146/307)

〈 146화 〉 145화.

* * *

맵핵을 킨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아니면 만화나 게임에서 보던 미래예지란 것이 이런 것일까?

쇼코는 말도 안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상대 정글이 3:15초에 봇 가니까 사려줘요.

­4인 다이브 역갱 준비하러 갈테니 너무 앞무빙 하지 말아요.

­전령 소리 들리면 바로 다이브하러 갈게요.

­아 그거 킬각이에요. 평 짧은대시 평평 해봐요.

메이드가 말하는 대로 모든것이 이루어졌다.

상대방의 움직임도, 전술적인 행동도, 그리고 킬각마저 말이다.

압도적인 캐리머신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그녀는 깨닫고 말았다.

평소 게이머로서 메이드를 존경하고 그녀의 방송을 지켜봐 온 쇼코는 여태껏 그녀가 방송에서 공개한 게임 실력은 이 게임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기기 위한 기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21분만에 서렌을 받아내면서 순조롭게 서른 여섯번째 승리를 완성했다.

“흐응, 메이드 드디어 예측이 잘 맞네?”

“아마 쇼코씨가 티어가 플레티넘이라 상대방의 평균 유저 수준이 올라서 제 예상이 잘 먹히는 것 같네요.”

“이익, 그렇다면 실버인 나랑 할때는 아니었다는 거야?”

“하하하…”

미카엘과 메이드의 대화를 들은 쇼코는 한 마디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흠흠, 제가 좀 롤은 잘하긴 하죠.”

문자 그대로였다.

소름 돋을 정도의 정확한 예측과 실시간 소통은 마치 상대방을 부처님 손바닥 안의 원숭이처럼 꿰뚫어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쇼코가 메이드의 게임 실력에 대해 감탄을 하기 시작하자, 입이 근질근질한듯 미카엘이 무어라 마을 하려고 했다.

“아 맞아. 쇼코 그거 알아? 메이드씨는 사실…”

“잠깐, 이거 방송중인 거 아니죠?”

“아, 얘들아 미안!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

“아니, 그 그렇다고 해도 끄실 필요 까지는… 그리고 미카엘, 회사 내부에서 그런 개인적인 정보 흘리는거 조심하라고 했죠?”

“앗, 미안해.”

아무튼 약간의 소란이 있고 나서야, 메이드의 남동생이 중국의 그 유명한 프로게이머인 마왕의 누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때 월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 주역들 중 하나이자, 중국의 인기 순위 투표에서 3등 이하로는 내려간 적이 없다는 천재 프로게이머 마왕

그 마왕의 누나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그녀의 대단한 롤 실력이 납득이 갔다.

“와… 우와…”

그리고 그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미카엘의 잘난체 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미 마왕님과 팬미팅도 나눴지롱.”

“어, 어떻게?”

“…개인적으로 만난 게 아니고 저번에 일본 E스포츠 행사때 온 적이 있어요.”

“그렇구나…”

쇼코는 평소라면 롤에서 브론즈, 아니 실버라고 은근히 무시하면서 얕보았던 미카엘이 오늘따라 유난히 부러워보였다.

쇼코가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그 순간 두 사람은 익숙하다는 듯 리플레이를 까면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너 또 장막을 아꼈어? 안쓰고 내버려뒀다가 뭐하려고?”

“내가 말했지? 정복자와 스킬 콤보로 회복되는 수치는 대략 250 정도고, 이걸 반토막 내는 것 만으로도 순간 맞딜교는 이긴다고 했잖아. 왜 흡혈 방해 아이템을 안 샀어?”

그리고 그 분석은 주로 미카엘의 플레이에 대한 문제점을 찾는 수준이었다.

전반적인 판단이라면 모를까, 교전의 세세한 컨트롤까지 지적하는 메이드의 디테일에 쇼코는 소름이 돋았다.

마치 셜록 홈즈가 범죄 현장에서 사소한 증거를 놓치지 않듯 메이드의 분석은 평타 횟수마저 세고 있었다.

디테일이 실력의 격차를 나눈다고 했던가?

그리고 그 디테일을 정확한 근거를 들어서 말해주는 유나의 피드백은 미드라이너가 아닌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롤 고수들은 저런 생각을 하면서 교전을 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미카엘은 그때 만큼은 진지한 목소리로 질문을 되묻거나 알았다면서 대답을 했다.

오 분이라면 짧았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쇼코는 그녀에게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저도 피드백이 가능할까요?”

“으음, 바텀은 자신이 없는데…”

그 말에 쇼코는 살짝 상처받았다.

하지만 뒤이어 들린 메이드의 대답에 납득했다.

“아, 오해하실까봐 그러는데, 저는 원래 탑솔러라.”

상대방을 일대일로 죽이는 것만 생각하는 탑과 안전한 성장을 지향하는 바텀은 성향이 극과 극이었으니 말이다.

황족과 망나니, 왕자와 숟가락을 오가며 라인의 거리 만큼이나 플레이 성향이 극과 극인 두 롤 게이머는 빠르게 서로를 납득시켰다.

쇼코가 수긍하는 대답을 하자 메이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뭐, 루시안이라면 탑으로도 쓰이니까 그런 피드백은 가능해요.”

황족만세

쇼코는 속으로 그렇게 찬양했다.

***

한편 유나가 자신의 회사 동료와 다른 회사의 새로운 ‘친구’와 함께 게임에서 중국인들을 때려가며 우정을 쌓을 무렵, 이제는 보컬 트레이너와 댄스 트레이너의 별다른 코칭 없이도 완벽하게 무대를 소화할 수 있는 숙련도를 갖춘 이로하와 나에는 간만에 호흡을 맞추어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상대방을 칭찬했다.

“이제 고음 부분 잘 올라가는구나, 나에언니.”

“응, 이로하도 춤이 더 부드러워졌어.”

“후아, 작년에 혼자 했었을 때 춤이 얼마나 뻣뻣했는지, 리스너들이 놀리는 거 있지? 언니도 조심해야 해.”

작년에도 1주년을 기념하는 라이브 방송을 했었다.

다만 그 때에는 회사의 기술력과 버튜버들의 춤과 노래실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3D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척했다, 정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완성도는 솔직히 부족하다는게 세간과 출연자의 평이었다.

특유의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부르면서, 춤이 어색한대다가 3D 라이브 송신 기술이 부족해서 움직임이 끊어보이기까지 해서 상당히 굴욕을 겪은 적이 있는 이로하는 적어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서 춤연습을 했다.

“응, 명심할게 꼭.”

그런 이로하의 걱정을 모를 바 없는 나에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방송에서는 티격태격 하면서 누가 서로를 더 좋아하내 하는 식으로 유치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기는 해도 현실에서는 이로하가 나에를 언니 취급 하면서 좋은 사이를 지낸다.

잠시 숨을 고르던 이로하는 하루 종일 느낀 바를 말하기로 결심한듯, 손에 힘을 꽉 주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언니는 이제 어떻게 할거에요? 이제 80만 구독자도 보유했겠다, 이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 100만 찍을것 같고…”

“후후 그러게, 슬슬 새로운 기획도 생각 해야겠는데…”

“언니 그거 아세요? 요즘 들어서 언니 노래 듣기 굉장히 좋아진 거요.”

“…응 그래? 고, 고마워.”

난데없는 선배이자 파트너인 이로하의 호평에 칭찬에 약한 나에는 쑥쓰러워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빈말로 하는게 아니라… 언니의 노래에 느껴지는 감정의 폭? 깊이? 그런게 훨씬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음표대로만 노래를 부르는 인형 같다면…요즘들어서는 기쁘게 노래할때는 웃고, 슬프게 노래할때는 가라앉고, 같은 도레미를 불러도 깊이가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인터넷 가수로 멈추지 않고, 작곡가인 여동생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한 사람의 가수로서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애플 뮤직 스토어나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등록시킨 한 사람의 버튜버이자 가수인 타마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언니, 저희 라이브 끝나고 나서… 혹시 괜찮으면 앨범 작업 들어갈래요?

아니면 언니 혼자서 단독 미니 앨범같은 것을 만들어도 괜찮아요.”

“내, 내가!?”

진심으로 놀란 나에의 목소리에 이로하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지금의 나에는 노래 실력으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한 그녀는 나에의 새로운 활동으로 음반이 좋다고 생각했다.

“언니도 이제 슬슬 노래 방송 빈도도 높이면서 노래 실력 텐션 유지해요.

언니도 요즘 들어서 노래 잘 불러진다고 느끼시잖아요?”

“으응…”

“뭐랄까, 저도 동생 때문인지 좋은 목소리와 좋은 노래실력을 가진 사람이 썩히는게 참 아쉽더라구요.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언니.”

“아, 아냐. 이로하야 말로 용기 내줘서 고마워.”

낯가림이 심한 편인 이로하가 타인에게 이런 진지한 의견을 현실에서 피력하는걸 얼마나 두려워하는 지 아는 나에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로하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 참…첫 만남 이후로 많이 바뀌었네요.”

“그러게…”

아마 공포 게임을 나누어서 조작하는 것이었나?

우당탕탕 공포 게임 2인 1역 분담 체험은 확실히 공포 게임 실황의 새로운 기획을 만든 대단한 방송이긴 했다.

공포 게임 이후 많아진 겁 때문인지, 대뜸 첫 만남에 친밀감을 대폭 느낀 아싸 두 사람은 친구집에서 지낼래~ 라는,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이유로 같이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아싸였던 과거의 부분을 상당히 떨쳐내게 되었다.

동시에 똑같은 사람을 떠올린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누구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거지~”

방송때처럼 미리 짜둔것처럼 동시에 터져나오는 그 말에, 두 사람은 한바탕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2주년 라이브가 있기 3일 전의 이야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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