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47화 (147/307)

〈 147화 〉 146화.

* * *

사실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분야는 일본에서는 생소하면서도 생소하지 않는 장르다.

유튜브가 일본에 자리잡기는 했어도, 그곳은 다양한 녹화되거나 가공된 영상을 올리는 공간이지 결코 생방송을 진행하기 적절한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런 이들은 니코니코 동화라는 일본 고유의 송신 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실시간 방송을 즐겨 보았는데, 이런 흐름은 유튜브의 공격적인 시장 개척에 바뀌게 되었다.

일정 이상 화질을 무료 회원들에게 지원하지 않는 니코니코 동화를 버리고, 유튜브에 진출한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유튜브는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젊은 사람들이 점점 텔레비전 앞에 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인터넷 방송인들을 찾게 되는 현 시대에서 영향력 있는 인터넷 방송인들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 혹은 매니지먼트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었다.

그 중 선라이즈의 성장세는 코로나 이후 출범한 기업들 중에서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인터넷 방송인들 중 최고로 성장했느냐? 라고 하기에는 대중적인 인식이 낮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유튜브 전세계 후원 채팅, 이른바 슈퍼 채팅이라 불리는 채팅 수익의 1위부터 10위까지를 전부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이 장악한 것을 보면 확실히 유튜브의 생방송 분야는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이 잡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아무튼 이런 인터넷 시장은 코로나 이후로 더더욱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 이후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터넷 세상으로 향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등을 즐기는 인도어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콘솔만이 세상이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게임을 같이 하게 되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라이브를 보러 밤새 줄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집 안에서 일정의 티켓값을 지불하고 가수의 실시간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선라이즈의 2주년 콘서트는 화제에 올랐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아이돌 그리고 새로운 무대라는 3신(?)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다른 라이브 참가처럼 온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하게 한 다음 온라인에서 생방송을 볼 수 있는 코드를 지급하게 했다.

집에서 볼 수 있는 콘서트 라이브라는 단어 만으로도 신선했는데 이 라이브 콘서트가 치러지는 공간은 현실이 아닌 가상의 무대라는 점은 굳이 버튜버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는지, 선라이즈 2주년 기념 공연의 매출은 인지도와 호기심에 더불어 커다란 매출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브 당일, 사람들의 우려와 다르게 서버를 무식하게 확장한 덕분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와도 서버가 버틸 수 있었다.

나 또한 그 20만명의 일원으로서 회사가 연말부터 사람들을 갈아 넣었다는 가상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유명한 모바일 게임을 연상하게 만드는 무대는 얼핏 보면 ‘이게 고작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플했다.

뭐 트래픽 문제가 있겠지, 모델링이 무거우면 안되니까... 하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조명이 확 밝아지면서 화려한 무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마법적인 연출 효과와 자유자재로 바뀌는 스테이지의 모습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마치 우리 스테이지는 이렇게 움직여요~ 하듯이 광고를 하듯 움직이는 스테이지의 변화와 함께 화면이 암전되었다. 그 후에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암전된 화면이 켜지면서 익숙한 캐릭터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마치 마술사, 아니 일본의 닌자처럼 허공에 뿅­하면서 나타난 그녀는 선라이즈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하얀 여우 이나리였다.

“안녕하세요, 이번 선라이즈의 2주년 콘서트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난생 처음 보는 대규모의 인원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는 지 평소 방송처럼 태평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의 사랑 덕분에 저희 선라이즈는 끊임없는 발전과, 재투자로 좀 더 나은 미래 지향적인 산업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는데요...”

무대위의 이나리는 마치 대표이사의 연설처럼 무궁한 발전 어쩌구 하면서 감사하다는 격식있다는 인사를 올렸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이나리라면 충분히 이런 개막식 인사 비슷한 것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본을 읽던 이나리는 장난스럽게 대본을 땅바닥에 던져버린 후, 장난스럽게 윙크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런 거 다 말해봐서 무슨 소용이겠나요? 바로 첫 번 째 곡으로 들어갈게요. 사랑은 장난스러운 여우비처럼!”

그 말이 신호인 듯, 교복을 연상하게 하는 그녀의 일상복이 화려한 프릴이 달린 옷으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 화려한 빛이 터지면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장난의 대명사인 이나리 다운 스타트, 그날 나는 한 명의 ‘매니저’도, 방송을 돕는 ‘메이드 라’도 아닌 평범한 버튜버 오타쿠인 김유나로 돌아온 채 공연을 즐기기 시작했다.

2주년 공연의 흐름은 심플했다.

선라이즈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버튜버들이 차례대로 나와서 한 두곡의 곡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퍼포먼스는 한 번일 때도 있고 두 번일때도 있다. 그 후에는 다음 캐릭터에게 바통을 넘기는데, 나는 왜 우리 회사가 ‘아이돌 지향’회사인 지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온라인 무대 퍼포먼스를 위한 기술들의 총집합이었다.

부드러운 몸의 움직임과 가상공간에서만 보일 수 있는 온갖 화려한 연출 덕분에 아직 완성된 기술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상현실의 무대를 이질감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그중에는 2기생들처럼 한 유닛으로 묶여서 나와서 진짜 아이돌들처럼 단체로 노래 부르며 춤추는 이들도 있었고, 코모레비처럼 단독으로 나와서 무대를 장악하는 아이돌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이쁘게 뒤로 묶어 내린 쿠로시로 유리아의 모습과 그에 대비되듯 검정에 가까운 바이올렛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어 내린 타마의 모습을 말이다.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멍하니 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높은 퀄러티의 3D 아바타 의상에 나는 살짝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래, 저 정도 되니까 언니가 나에게 보여주지 않고 숨기려고 했겠지

방송에서 운다거나 망가지는 표정이 잦은 어벙한 유리아가 아닌, 자신의 무대를 선보이려고 하는 언니의 모습은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나를 달아오르게 했다.

“잠길 듯이, 천천히 녹아 내려가는 나의 마음아~”

“녹아내리는 마음은 이윽고 사랑이 되었다네~”

이윽고 두 사람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같이 놀면서 잘 안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

하지만 무대에서 보여 주는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윽고 조명이 화려하게 무대를 채운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위치에서, 다양한 그림자를 만들면서 화려하게 사방을 떠도는 빛

마치 빛의 요정들이 춤춘다면 광경이 이러할까, 눈을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두 캐릭터의 소매에 달린 빛이 마치 어두운 하늘을 밝히는 혜성처럼 아름다운 선을 그려나갔다.

몽환적인 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절하게 들리는 현악기 소리와 누군가에게 반해버린 자신의 마음을 탓하는 가사는 확실히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물리 시스템으로 구현한 듯 두 캐릭터의 소매 자락은 현실적으로, 아니 가상의 공간이기에 더더욱 화려하게 펄럭거렸다.

그리고 난 그제야 알아차렸다.

나의 아바타, 그러니까 공연을 관람하는 가상의 아바타가 무대 밖이 아닌 무대 위에 있었고, 두 사람은 그런 캐릭터를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야말로 현실의 무대가 아닌 가상의 무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

바로 곁에서 사랑을 속삭이면서도 슬픔을 속삭이는 그 연출은 확실히 뛰어났다.

아름다운 무대와 화려한 의상, 음 이탈 하나 없는 안정적인 노래 소리와 그 모든 것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춤과 퍼포먼스

아아 이것이 아이돌이다.

현실의 아이돌이 아니지만 가상의 아이돌, 하지만 어떠한가?

자신의 모든 매력을 발휘해서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이 두사람이야 말로 진짜 아이돌인 것을

버튜버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는 것을 가치코이라고 한다.

버튜버를 덕질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과한 몰입을 가져오기 때문에 평소라면 경계하고 피해야할 그 감정이지만, 그날의 무대 만큼에서는 나는 정말 진심으로 두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아아

이거구나

언니가 이 모습을 보여주려고, 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군무를 보여주고자 그동안 나에게 꼭꼭 숨긴 채 그렇게 연습을 한거였구나.

초등학생보다 안좋던 건강을 가진 언니가 지금의 이 모습을 이루어내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아무리 나로 인해서 건강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흠잡을 데 없이 춤을 연습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했겠지...

나에게 연습하는 모습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 채, 이 완벽한 순간을 보여주고자 얼마나 애타는 마음을 참았을까?

지근거리에서 춤추는 유리아와 내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방송용 퍼포먼스겠지, 하지만 왠지모르게 나는 유리아가, 나에 언니가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언니는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나 이만큼 성장했어, 어때 굉장하지?’

나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바보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정말로... 아이돌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머 왠일이래? 유리아 넘어지지 않고 잘 했잖아?”

“그러는 타마도 평소에 고음 부분에서 음이탈 내면서.”

몽환적인 노래가 끝나고 두 사람의 티격태격 하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싸 연합’이라는 웃기는 유닛 명으로 이렇게 멋진 퍼포먼스를 보인 후 평소처럼 바보같은 대화를 하다니... 너무하잖아...

나는 거울을 보지 않더라도 울면서 웃음을 터트리고 눈물을 닦는 내 모습이 바보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누가 잘했네 누가 못했네,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결국엔 누가 더 잘났는데!’ 하고 말다툼하는 그 바보스러운 모습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히 잘 아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두 사람덕분에 눈시울을 자극받았다가, 두 사람 덕분에 웃음을 터트리는 기묘한 상황

말다툼은 결국 다른 한 곡을 선보이는 것으로 누가 더 잘했는지 못했는지 결정짓기로 되었다.

“사랑은 전쟁! 사랑은 승부! 잡아채거라 사랑의 포로들이여!”

이전 곡이 몽환적인 사랑곡이라면 이번에는 시끄러운 악기들이 잔뜩 섞인 전파계 곡이다.

슬픈 목소리가 아닌,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목소리로 열심히 사랑해나가자! 하는 아이돌스러운 곡을 부르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힘입어 나는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야광봉을 흔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일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직업(??)들을 흔히들 천직(??)이라 하던가?

나는 이런 사랑스러운 버튜버들을 직접 옆에서 볼 수 있고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직업이란 말인가?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는 그 날 선라이즈의 오타쿠로서 공연을 충실하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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