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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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2주년 라이브가 끝난 후
나를 비롯한 선라이즈의 버튜버를 보는 인생들, 속칭 버생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온갖 글을 기고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장 나만 해도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선라이즈 2주년은 정말 레전드였다.’ 라는 게시글을 기고했다.
그러고 난 다음 커뮤니티 반응을 지켜보았다.
미쳤다. 이것이 정녕 미래 지향적 아이돌이란 말인가?
무대 연출 기술이 작년에 비해서 엄청 발전했다. 이거 보아하니까 진짜 아이돌 무대 공연 연출자 섭외한 거 아니야?
트래픽 부드러운거 뭐냐고, 사장 월급이 버튜버들 모델링 비용으로 쓰이는거 실화냐?
그러고보니 모델러 전문 양성 학원에서 인재들을 채어간다는 회사가 있다던데...
기술을 극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현실의 무대에서는 보일 수 없는 버튜버들의 무대 연출 그리고 현실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빛의 색깔과 일반적인 무대에서는 선보일 수 없는 광학 연출 기술에 대해서 극찬했다.
전공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용어를 쓰는 이들도 있었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라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년의 영상과 비교하면서 진일보한 기술의 차이를 열거하면서, 선라이즈가 자신들의 구독료와 굿즈 판매비, 그리고 슈퍼채팅 수익을 제대로 쓰고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특히 개인의 컴퓨터로는 송출하기 부담스러운 고사양, 고트래픽의 무대 의상은 무대위의 버튜버들이 아이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차별점을 드러내주었다는 게 칭찬 포인트였다.
아카리가, 아카리가 너무 해맑아... 춤도 마치 강아지처럼 귀여워...
역시 이나리다. 선라이즈 총대장 어디 안가죠? 무대 사회역을 맡아도 되는 위엄에 귀여운 여우 댄스에 심장 박살났죠?
버튜버들이 근래 들어서 보이스 트레이닝이라던지 댄스 레슨 때문에 방송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처음에 불평했는데, 이젠 아님ㅋㅋㅋㅋ
코모레비 봄? 아이돌 워킹 봄? 진짜 아이돌이란 뭔지 잘 보여준 듯
2기생들 댄스는 어떻고, 진짜 100만 버튜버들을 그렇게 굴릴 수 있는 회사는 선라이즈 밖에 없는 듯
[이미 아싸 연합에 대가리가 깨진 사람들입니다.]
그다음으로는 버튜버들의 발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년의 무대와 다르게, 아이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방송인으로서 존재하기 이전에 아이돌이 되도록 주년 라이브가 시작되기 반 년 전부터 트레이닝을 열심히 시킨 결과, 대다수가 작년과 비교해서 훨씬 나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모든 가상공간을 무대 위의 버튜버들을 위해 세팅하고, 그녀들의 혹독한 훈련으로 완성해낸 2주년 라이브는 분명히 현대 예술의 걸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무대 경험이 부족한 덕분에 잔 실수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점, 혹은 로딩으로 인한 렉 발생 등 문제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고작해야 두 번째 발걸음이지 않는가?
선라이즈의 버생들은 충분히 다음 발걸음까지 지탱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본어, 한국어, 영어로 된 해외 커뮤니티까지 돌아다닌 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선라이즈의 2주년은... 대성공이었다.
그녀들과 밀접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나는 그녀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하는지, 얼마나 땀과 눈물을 흘려가면서 연습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들의 노력이 보답을 받은 것 같은 이 순간에 나 또한 그녀들의 성공에 같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에 언니...”
나에 언니에 대해 칭찬하는 글이 한가득한 것을 보자마자 나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다름 아닌 나에 언니다.
유리아의 탈을 쓰기 이전에도 귀엽고 예쁜 언니가,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버튜버 아바타를 쓰고 움직이는데 어떻게 귀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이 좋은 친구끼리 티격태격 거리는 언니와 타마의 아싸 연합은 그야말로 귀여움의 폭탄 덩어리였다.
마치 핵탄두와 미사일 발사 결합이 이루어진 대륙횡단 미사일 같은 존재랄까...
그녀들의 시너지로 만들어지는 귀여움은 그야말로 마왕과 천사의 합작품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와중에 나는 울리기 시작한 휴대폰을 잡았다.
어지간한 업무는 사내 매신저나 디스코드를 통해 처리를 하는데 무슨 전화인가? 싶어서 받아보니... 코이즈미 언니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유나야, 지금 야유회 하고 있는 거 알지?”
일본의 느슨한 방역 정책의 눈을 피해서 뒤풀이를 한다고 했던가?
여러 그룹이 모여서 한 가게에서 뒤풀이를 한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네, 근데 왜요?”
“왜긴, 애들이 다 너를 찾잖아, 귀가 다 아파요.”
“에... 저가요?”
오늘의 자리는 버튜버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던가?
매니저인 내가 껴도 되는 것이야?
“그... 그게 말이다...”
“유나는 내꺼란 말이야 내꺼!!!”
우렁찬 성량의 언니의 외침이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꼬부라진 발음과 거친 숨소리임에도 뚜렷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 쿠로가와씨가... 아니 너의 나에 언니가...취한거같아.”
“... 데리러 갈게요.”
“그, 그래. 부탁한다.”
어휴 언니도 참
역시 나에 언니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대충 눈물로 녹아내린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었다.
에이 뭐, 좀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의 유나는 매니저 유나도, 회사인 유나가 아닌 버생의 유나였는걸
***
코이즈미는 회사의 거대한 기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진 점에 대해서 상당히 만족을 했다.
아니, 오히려 이로 인해서 회사의 이미지가 더욱 올라갈 것을 생각하면 성공 이상의 대성공이었기에 기뻤다.
오죽하면 기존에 전세 내기러 한 1인분 3천엔의 레스토랑이 아닌 1인분 9천엔의 레스토랑을 대관하였겠는가?
넓어진 마음과 덩달아 넓어진 지갑으로 시작되는 뒤풀이 파티는 그야말로 성취감에 미식의 행복을 더하는 행복의 폭탄이었다.
“모두들 건배!”
“오우!”
성공적인 무대를 위해 모두가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고생한 사람을 뽑으라 든다면 트레이너 선생님들이었다.
아이돌에 대해 문외한인 버튜버들을 교육시키는 일은 보통의 열정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의 헌신 덕분에 그녀들은 버츄얼에서 훌륭한 아이돌이 되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그런 선생들의 지시에 따라서, 본업이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건 아니건 간에 방송인으로서의 개성을 꺾고, 아이돌로서의 호된 훈련을 성실하게 수행해 나간 버튜버들이야 말로 회사의 보물들이었다.
코이즈미는 말 그대로 보물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버튜버들을 바라보았다.
가르치는게 힘들다고 댄스 트레이너를 도망가게 만든 사람도 있었고, 보컬 트레이러가 진심으로 가수 제안을 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지각색의 개성을 지닌 그녀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마음 속 무언가 벅차 오른 코이즈미는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알코올이 목젖을 때리고 넘어가면서 느껴지는 강렬한 취기에 감탄하는 코이즈미의 빈 술잔을 누군가가 따라주었다.
“아, 고마워요.”
“...딸꾹.”
따라준 이는 다름 아닌 이로하, 버튜버 타마로서 방 안의 오타쿠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그녀는 지금 거대한 술병을 꽃다발을 드는 것처럼 껴안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로하씨는 술을 잘 못 마신다고 했던가?
그에 걸맞듯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취기가 잔뜩 올라온 모습이었다.
“이로하 나됴 줘.”
살짝 꼬부라진 혀로 맞은편에 앉은 쿠로가와 나에가 그렇게 말했다.
얼핏보면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체형, 하지만 저렇게 보여도 엄연한 여기 모인 사람들 중 연장자측에 속한 그녀는 이로하가 따라주는 술을 거칠게 비워나갔다.
마치 음료수를 마시듯 술을 들이키는 그녀에게는 무시무시한 기백이 느껴졌다.
도대체 저 사람이 눈만 마주쳐도 울먹거리던 인형같던 소녀가 맞던가?
일 년 사이에 사람이 완전히 바뀐 쿠로가와를 바라보는 코이즈미는 취기 때문인지 그녀에게 살짝 무섭게 느껴졌다.
“유나.”
“유나?”
“유나를 데려와, 그녀를 안주 삼아서 마시겠어.”
...
나모 사장님
아무래도 우리 회사 아이돌들에게 청초함을 바라는 것은 포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유나의 이름을 울부짖기 시작한 나에의 곁으로, 유나와 이리저리 엮인 여자들이 모여들었다.
“유나 좋지 유나, 그녀와 함께 댄스 레슨 받을 때가 재미있었는데.”
달아오른 얼굴로 추억을 회상하는 2기생의 다비.
“후후후, 유나 언니... 유나 언니는 제 인생의 구원자랍니다아~”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0기생의 코모레비
“헤헤헤, 유나 조아... 유나 조아...”
고장난 인형처럼 말을 되풀이 하는 이로하
“유나는 내 거야.”
그리고 술을 마시면 내면의 흉포함이 드러나는 지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는 나에까지...
코이즈미는 갑자기 술이 깨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간에 흐르는 느슨한 기류가 확 바뀐 기분이 들었다.
“유나는 저희 회사의 매니저잖아요?”
“아니야, 내 매니저야.”
“일단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거 그만두세요. 솔직히 유나가 불쌍해요.”
“아니야 나는 유나의 것, 유나는 나의 것.”
“뭐에요 그게? 유치하게...”
서로 꼬부라진 혀로 유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버튜버들을 본 코이즈미는 겁이 덜컥 났다.
아니 도대체 이 여자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갑자기 왜 이래?
“유나?”
“유나.”
“유나!”
선라이즈를 회사의 모습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 수재(??)인 코이즈미는 술이 확 깨고 머리가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일단 그녀가 내린 판단은... 이 자리에 유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왜? 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 자리에 유나가 오지 않으면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유나를 호출하는 전화를 마친 코이즈미는, 마치 설산에 고립된 채 구조원을 바라는 조난자처럼 유나가 빨리 오기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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