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51화 (151/307)

〈 151화 〉 150화.

* * *

2주년 방송의 결과는 대단했다.

평소라면 선라이즈는 아이돌 육성을 목표로 하는 버튜얼 유튜버 양성소가 아닌 개그맨과 예능인들의 집단이라는 우스갯소리와 밈이 만들어지는 평소와 다르게 버튜버들의 ‘진짜 아이돌’모습을 보게 된 사람들은 그녀들의 방송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잘 몰랐으나, 무대 만으로도 반하게 되어서 찾아간다.’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내 최애가 이렇게 무대에서 예쁜 아이돌 스텝을 밟을 리 없어!’

‘노래실력에 반했다. 이 목소리라면 언제든지 듣고싶어진다.’

‘최애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겹덕질을 해야겠다.’

‘그래서 이분 앨범은 언제나와요?’

등등

다양한 이유로 버튜버를 보는 사람들은 새로운 이들의 방송에 찾아가기 시작했다.

버튜버들 또한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기존에 특정한 게임을 계속한다거나 합동 기획을 계속하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자신들의 무대 이야기나 2주년 라이브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시청자들과의 소통 방송을 시작해서 그들의 궁금증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그중 많은 관심을 이끈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첫 무대를 2주년 라이브에 선보이게 된 4기생의 유리아였다.

다른 동기생들보다 한발짝 더 일찍 자신의 무대를 선보인 유리아는 일반적인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점으로 자신만의 무대를 가진다는 것을 보면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타 팬들로부터 시기와 견제를 알게모르게 받아온 그녀였지만, 그녀가 선보인 무대를 본 이들은 납득을 했다.

잠재적인 안티팬들을 무대를 통해 팬들로 유입시키는 데 성공한 유리아의 잡담방송에는 이례적으로 2만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모여들었다.

“뭐어? 개그맨 아니였냐고? 단순한 아싸 아니였냐고? 공주님에게 무슨 실례되는 말을 하는거야 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라이즈의 놀릴 때 리액션이 찰져서 타격감 랭킹 베스트 5위안에 들어가는 유리아가 놀림을 안 받는 일은 없었다.

“ ‘저는 유리아님이 평생토록 마왕성 안에서 메이드가 해주는 밥만 먹으면서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니트 공주님인줄 알았습니다.’ 라니!! 저기! 이거 나랑 싸우자는거지!!”

­ㅋㅋㅋㅋㅋ

­아 하지만 갑자기 그런 춤과 노래라니

­우리 공주님이 아이돌이었다니…

­Pon한 허당 공주님인 줄 알았는데, 솔직히 부채 춤 연출은 예상도 못했어요.

“너희들 유리아가 하는 말 못믿어? 유리아 진짜 아이돌이라고, 우씨!”

­아 공주님 평소보다 귀여워

­저런 공주님이 무대에서는 매혹적인 댄서가 된다니…

­솔직히 1번곡 연담가보다 2번곡 싸워라 소녀들이여! 가 더 귀엽지 않았어?

­카리스마 섹시 보이스의 유리아님이냐, 큐티 러블리한 유리아님이냐 그것이 고민이다.

­닥치고 1번이지, 솔직히 유리아님의 봉인된 섹시미가 터져나오는데

­알못들아 2번이야 말로 진짜 유리아님의 평소 귀여운 목소리를 극한으로 가다듬은걸 모르느냔 말이다!

“너희들 내 말 듣고있어? 있는거지!”

유리아의 팬들은 놀라운 단합으로 유리아를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어제의 공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번 불 붙기 시작한 화제는 1번곡의 ‘연담가’라는 사랑을 속삭이는 동양풍 발라드 곡, 2번곡의 ‘싸워라 소녀들이여!’라는 활기찬 전파계열의 아이돌 곡 중 어느 곡이 좋았느냐? 에 대한 이야기로 번져나갔다.

“저기 얘들아? 내 말 듣고있지?”

그 덕분인지 유리아의 말을 무시하고 팬들끼리 대화가 이루어지고, 버튜버를 방치하는 시청자들의 기가막힌 상황이 연출되었다.

결국 두 무대 중 어느 무대가 좋아? 라는 채팅의 이야기가 1분 넘게 지속되자 유리아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유리아의 방송에서는 싸움 금지! 이거 규칙이야!”

­저희 안 싸우는데요?

­건전한 합의와 토론중입니다.

­섹시 유리아님 vs 큐티 유리아님의 우열을 가리는 중입니다.

방금 전 까지는 심각한 척, 싸움이 날 것처럼 거칠게 이야기를 나누던 시청자들이 야속이라도 한 듯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는 잘못 없는데요? 오해하셨네요? 하는 시청자들의 능청맞은 대처에 유리아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다 미워!!”

볼을 부풀리며 뾰로통한 삐친 얼굴로 미워미워미워! 를 반복하기 시작한 유리아의 반응에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아 귀여워 죽겠어

­너무 사랑스럽다 우리 공주님

­시청자들에게 방치당하는 버튜버라니 ㅋㅋ 이 무슨 ㅋㅋ

­패는 맛 일품

­유리아의 방 시청자들 단합력 장난아니네요 ㄷㄷ

[우리 공주님 최고 ^ㅁ^]

[다 장난인거 아시죠?]

[어제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생일 라이브 단독 무대도 기대할게요!]

유리아의 화가나고 삐친 표정을 본 시청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도네이션 채팅을 쏘기 시작했다. 알록달록 도배가 되는 화려한 슈퍼챗의 향연에 채팅창이 금새 알록달록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채팅 내용은 하나같이 삐친 유리아를 달래는 내용이거나, 본격적으로 유리아의 어제 공연을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병주고 약주고 하는 듯한 유리아 팬들의 환상적인 드리블과 달래기에 신규 유입자들은 기가막혔다.

아무튼 유리아에게 축하의 메세지를 겸한 위로의 여러 마디가 쏟아지고 나서야 유리아는 무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응, 맞어맞어, 이 무대를 연습하느라 그동안 방송 시간이 줄어들었지.”

“노래 방송도 늘린 이유가 보컬 트레이닝 연습한 거 써먹으려고 그런 거 맞아.”

“춤이 힘들었어. 특히 두 번째 춤은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움직여야하는데 그래서 나중에 가면 숨쉬기가 힘들어졌어… 그런거보면 타마는 대단하더라, 체력도 나보다 안좋은데 끝까지 노래 호흡이 안정적이더라고.”

“사실 무대에 대한 설계나 이런 건 타마랑 같이 지낼때 모두 다 준비해둔거야. 올해에는 그냥 작년에 했던 거 잊지않도록 트레이닝만 열심히 했지.”

“앨범? 앨범을 낼 생각은 있는데 당분간 방송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져.

그래도 노래를 꾸준히 부르지 않으면 안되니까 1주일에 한 번씩 노래 방송을 할까 해.”

“아… 그 항목에 대해서는 말을 못해줘. 응응 마계의 규칙이야.”

연습에 대한 이야기, 힘들었던 점, 둘이서 활동한 계기나 향후 계획 등등을 대답하면서 유리아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그러던 도중 그녀는 재미있는 메세지를 읽었다.

“메이드의 데뷔 계획? 흐응… 그러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메이드 라

설정상 그녀의 주인인 유리아에게 이때다 싶어서 메이드의 데뷔를 묻는 이들의 메세지를 읽은 유리아는 생각을 하듯 눈을 감았다.

짧은 침묵 끝에, 눈을 번쩍 뜬 유리아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그러면 재미있겠다. 그치?”

***

친애하고 최애하는 방송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는 체, 그날의 유나는 방송을 위해서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했다.

집에서 차분한 라디오 감성으로 진행하는 공식채널의 뉴스방송과 다르게, 스튜디오의 방송은 대게 다른 버튜버들과의 토크쇼를 메인으로 진행한다.

그날의 공식의 방송은 무대와 기술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제인 ‘라이브 후야제’라는 컨셉의 방송이 진행되었다.

주제에 맞게 라이브를 진행할 때처럼 무대위를 돌아다니기 위해 3D 아바타로 접속한 버튜버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선라이즈 0기생의 여우인 아니리입니다, 콩콩~”

“여러분들의 마음 사이로 스며드는 빛 코모레비입니다.”

“콘타마냥~ 타마에요.”

“그리고 사회역을 맡은 메이드 라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라이즈의 공식 버튜버인 메이드 라 마저도 전신 풀트래킹 3D 아바타로 접속했다.

평소의 상반신+전면만 나오던 모습이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볼 수 있는 전신 풀트래킹으로 들어온 메이드는 다른 버튜버들의 아바타들에 비해서 간략화된 부분 하나 없이 정성들여서 완성되어있었다.

­아니 헉, 언제 완성된거래?

­첫 발표 아니야? 이런거 생일에 막 풀거나 그런 거 아니야?

­아 메이드는 채널 없다고 ㅋㅋㅋ

­공식 채널이 뭐 메이드 채널인거지 ㅋㅋ

­무덤덤한거 봐, 나에게 이정도는 당연해! 인건가?

채팅창의 반응이 뜨겁거나 말거나, 메이드는 쿨하게 진행을 시작했다.

“이야 여러분들, 라이브 고생 많으셨습니다.”

“와아아아아.”

“모두 고생 많았어요.”

“응응, 다들 많이 노력했죠.”

무대 위에 올라선 버튜버들이 대답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쇼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화젯거리는 다양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다른 여타 현장 라이브와는 다르게 가상의 무대는 편하게 모양의 변경이 가능했다.

사각형 모양의 스테이지 혹은 계단이 있는 스탭식 무대, 원형 무대 혹은 아이돌의 춤에 맞춘 특수한 동선을 보조하기 위한 독특한 모양의 무대는 버튜얼에서만 가능했던 것이었다.

거기에 조명 장치와 특수 효과 또한 곡의 컨셉에 맞게 달라졌던 터라, 버튜버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이죠, 여기서는 하이라이트 부분에 츄와아악! 하고 뻥! 하고 싶었어요.”

이나리가 자신의 무대를 설명하며 점프를 폴짝 뛰면서 말했다.

그것을 신호로 쏘아지는 폭죽 모델링이 재생되면서 그녀들의 뒤에서 펑! 하고 터졌다.

“역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시도하고 싶었다고 해야할까… 그런 면에선 코모레비도 많이 했죠?”

“응, 그렇지. 나는 아이돌이니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 회사에서 표현 가능한 연출들을 참고하면서 나만의 색으로 물들였지.”

익숙한 경험의 힘으로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무대를 연상해낸 이나리, 그리고 워낙 아이돌 라이브 자료들을 많이 본 코모레비는 수월하게 연출을 만든 편이었다.

“나, 나같은 경우에는 같이 나온 유리아가 신경을 많이써서 난 잘… 모르겠네. 에헤헤.”

“그렇게 말씀하시고 계신 타마 씨는 두 곡의 안무를 댄스 선생님과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반면 이쪽으로는 신경을 덜 쓴 타마는 방송 내내 ‘대단해, 이런거였구나’ 하는 초보자의 스탠스로 시청자들이 모를 수 있는 질문들을 대신 하면서 방송을 진행했다.

메이드는 그런 타마가 기죽지 않도록 복돋는 역할을 하면서도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을 이끌어 나갔다.

“아, 그 구루구루~ 하는 귀여운 부분을 타마가 직접 만든거야?”

“응!”

“그 동작 엄청 귀여웠어. 뭐랄까, 동요의 율동같으면서도 허리를 쭉 뺀 섹시함이 감도는 그런 동작!”

“고, 고마워.”

“역시 타마 씨나 유리아님 같은 귀여운 분들이 그런 손동작을 취하면 귀엽긴하죠.”

마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눈을 빛낸 이나리가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메이드 씨도 무대 위에 올라온 김에 가볍게 춤춰보는 게 어때?”

“싫습니다만?”

“에이 그러지 말구…”

은근슬쩍 얼굴을 메이드에게 기대면서 이나리가 작게 말했다.

“메이드씨도 언젠가 무대 위에 서지 않겠어?”

“그럴 일, 없습니다!”

“에이, 저번에 2기생들 라이브때 댄스 대타 뛰었다면서?”

“그, 그건 댄스 트레이너 선생님과 2기생 선배들의 부탁으로…”

“잠깐, 그러면 선배의 부탁이라면 되는거야?”

“…!”

그러고 보니 여기의 3인은 전부 다 데뷔연도로 치면 초창기 멤버와 다를 바 없는 0기생 내지는 1기생 들이었다.

그녀들의 시선이 ‘마침’ ‘풀트래킹 3D아바타’를 가지게 된 메이드에게 향했다.

“자, 선라이즈의 아이돌들이라면 다 알아야 하는 아이돌 스텝부터 시작해볼까?”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면서 허리를 가볍게 흔들면서도 박자에 맞춰서 움직이는 기본적인 동작이었다.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이라면 누구나도 따라한다는 기본적인 스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빼면 방송이 재미없어진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메이드는 한숨을 쉬면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현실의 움직임이 얼마나 가상공간에 반영되는지 점검을 하듯 몸을 푼 그녀는 아주 오래 전 아이돌 연습생의 감각을 되살려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 투 원, 투…. 뭐야, 메이드 씨 잘하잖아?”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과거를 잘 모르는 이나리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녀와 다르게 유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코모레비와 타마는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이나리를 말리지 않았다.

“자 다음은…”

그리고 그날

단순히 2주년 라이브 축제의 후야제가 주제가 되어야할 그 방송은 ‘뜻밖의 메이드의 춤 실력’을 공개하게 되는 기이한 영상으로 변질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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