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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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GB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버튜버 계열의 대기업만이 보일 수 있는 공격적인 마케팅, 아낌없는 캐릭터 모델링 비용, 그리고 탁월한 인재를 끌어들인데다가 노하우의 전수까지
그야말로 영어권을 쓸어담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은 크게 성공했다.
성장세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규격 외라고 볼 수 있는 마나를 제외한 나머지 4인들 또한 다른 버튜버들과 비교해도 어마무시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서 100만의 벽을 도달한 엘리아를 위시로, 다른 멤버들 또한 60~90만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그야말로 괴물같은 집단이었다.
높을대로 높아진 GB의 유명세와 선,후배 사이가 돈독한 선라이즈의 풍토를 아는 이들은 GB에 데뷔하기만 한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터인지, 기존의 유튜버들은 물론이고 버튜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성우 지망생, 개그맨 혹은 전직 아이돌까지 도전한다는 말이 들 정도로 그들의 관심은 높아졌다.
과연 누가 GB의 뒤를 이을것인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혹은 오타쿠 컬쳐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들과 업계인들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자기들만의 끈끈한 커넥트를 가지고 있는 GB1기생들은 초기의 어색한 모습을 버리고 훌륭한 버튜버가 되었다.
박살나는 나모의 꿈, 엘리아 ‘니네 엄마 무겁더라’
지켜지는 나모의 꿈, 클라티에 ‘우리 모두 행복해야해’
후배가 가지고 싶어하는 셀레네, 나는 진짜 잘 이끌 자신이 있어
마나, 후배녀석 데뷔한다면 사악하게 굴려주마!
‘셀레네를 넘보지 않는다면’ 너 또한 사랑해줄게라고 말하는 에오스
그런 그녀들 또한 슬슬 ‘선배선배’라고 말하는 후배를 두고싶어하며 그녀들끼리의 유대감을 넘어 JP특유의 선후배 문화를 가지고싶어한다는 키리누키들이 많아졌다.
그러는 와중에 가장 후배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마나였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 다르게 너무나도 높아진 GB의 문 덕분에 본사는 물론 해외자사 또한 새로운 2기생들을 뽑는 데 최소 반 년은 걸린다고 했으니 그녀들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글로벌 미팅’이라는 뉴욕 시간 기준으로 21시, 샌프란시스코 기준으로는 오후 6시 일본으로는 오전 11시 기점의 시간대에 회의가 잡히게 되었다.
커다란 합동 기획, 가령 다섯명이 다함께 출연하는 방송 혹은 함께 수록하는 특정한 타이틀이나 동영상, 아니면 중대발표가 있을 때 소집하는 회의이기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을 가지고 들어왔다.
먼저 Zoom이라는 온라인 회의 프로그램에 들어온 마나는 특유의 상어 소리를 내면서 들어왔다.
“Gwww”
“마나쨩 어서와~”
언제나 성실하고 예의바른 클라티에가 반겨주었다.
다정다감하고 소심한 옆집 언니처럼 성숙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목소리는 듣기만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으하아암.”
수면 패턴이 불규칙적인 엘리아 또한 회의시작 1분전에 들어온 후 하품을 했다.
현재 FPS게임 마스터 등반을 위해 무리하게 달리고 있는 그녀는 방송의 [손들기]버튼으로 인사를 대체했다.
그러더니 접속 인원을 확인한 그녀가 짓궂게 물었다.
“그나저나 두 사람이 늦네? 혹시 XX하느라 늦는 거 아니야?”
매니저가 없기에 필터가 사라진 탓에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엘리아의 발언에 두 사람은 그저 채팅으로 Haha 라고 칠 뿐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들어왔다.
“늦어서 미안!”
“사실 매니저도 늦지만.”
현재 그녀들을 담당하고 있는 매니저는 두 사람이다.
에오스와 셀레네를 담당하는 마츠시타, 그리고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려온 켈런 스트레이라였다.
잠시 후, 평소답지 않게 약속시간이 1분이 지난 시점에 둘어온 두 매니저는 일단 사과의 말부터 올렸다.
버튜버들은 언짢아하기 보다는 오히려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이 두 사람이 늦는단 말인가?
직급이 조금 더 높은 마츠시타가 사과를 마치고 바로 안건을 꺼냈다.
“너희들 축하해, 드디어 후배가 생겼어.”
“WOW! 그러면 드디어 2기생들의 명단이 뽑혔나요?”
“저번에 못해도 반 년이 더 걸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내, 내가 드디어 선배가 되는구나…”
기쁨과 걱정, 의문이 섞인 그녀들의 말에 대답하듯 마츠시타는 PPT를 키고 화면공유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 드림」
“꿈?”
꿈
많은 의미를 내포한 단어다.
잠을 잘 때 인간의 뇌가 기억이나 정보를 토대로 머릿속에 재현하는 신체 반응이기도 하며
소망을 의미하는 다른 단어로 사용하는 단어이다.
비현실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며, 동양에서의 꿈(夢)은 조금 더 주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신비로운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들 ‘신앙’처럼 새로운 데뷔 프로젝트인가요?”
“그렇다고 하기엔 2nd 라는 접두어가 없는데?”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자, 거기에는 아주 예쁘게 생긴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흔히 말하는 섹시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육감적인 몸매를 금색 수실이 놓여진 화려한 붉은 천과 하얀 비단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감싸고 있었다.
자주 접할 수 있는 일본 판타지풍의 동양적인 신비한 복장, 만약 동양 의복에 조예가 깊다면 ‘한복’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는 화려한 천에 단아한 디자인의 복장이었다.
머리색은 동양 미인이라고 볼 수 있는 어두운 색이었다.
검정이라기 보다는 밤하늘의 색에 가까운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에는 인간이 아님을 상징하듯 두 귀가 쫑긋 서있었다.
한 눈을 감고, 엄지와 검지를 활용한 손가락 하트를 보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 메혹적인 포즈를 하며 이쪽을 바라보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분명히 선라이즈가 ‘프로젝트’라고 말할만한 대상이었다.
“와, 사니님 디자인이다.”
“나 쟤 마음에 들어!”
“섹시 디바 컨셉이야? 그런데 꼬리가 아홉 개 달렸네? 구미호?”
“저거 아이돌 마이크잖아, 그렇다면 진짜 아이돌인거야?”
아무런 설명없이 그림만 떡 하니 있는 그것 만으로도 회의실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드디어 등장한 후배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버튜버들을 담당하기 시작한 이후로 자신의 그림을 잘 선보이지 않는다는 사니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해서 모두가 시끄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른 마나는 에오스와 셀레네가 유독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특히 여캐 덕후로 소문난 에오스가 이렇게 조용하다고?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리아, 일본에도 있는 이름이고 서구권에서도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기도 하고, 음악에서도 쓰이는 용어지.”
마츠시타 매니저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졌다.
“설정상으로는 보시다시피 구미호, 꼬리가 아홉 달린 요괴이기도 하면서도 동양에서는 신성한 동물이기도 하지.
그래서 서구권 설정의 ‘신들의 이야기’라는 판타지에도 어울리기도 하면서, 일본서버의 선라이즈 판타지에도 어울리고, 동물 캐릭터라는 설정 덕분에 게이머즈로 대표되는 3기생에게도 잘 어울리지.”
“오, 그렇다는 말은 그녀는 일본 거주인거네요? 에오스랑 셀레네처럼?
그렇다는 말은 그녀들처럼 영어를 잘하는 일본인이겠고요.”
마나의 분석에 마츠시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그녀는 클라티에나 엘리아처럼 기존의 버튜버…? 활동을? 하고있던 사람이기도 하지.”
마츠시타는 평소와 다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것도 버튜버 활동이라는 표현을 말하면서 의문문을 가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의문은 바로 다음 슬라이드를 봄으로 해결이 되었다.
“이게 그녀의 프로필이야.”
빅토리안 시대의 메이드 복장
아름답고 차가운 미인이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가진 선라이즈의 대표 캐릭터
이미 수 많은 일화를 만들어 낸 매니저 출신의 버튜버 아닌 버튜버
메이드 라
그녀의 이미지 한 장 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되었다.
“그, 그게 정말이었네요? 메이드씨가 드디어 정식 데뷔를 한다고…”
“그런데 왜 GB야? 메이드 씨 영어 스피커였어?”
“오 마이 갓.”
메이드에 대한 선라이즈 팬들과 버튜버들의 평가는 비슷했다.
말하기를 선라이즈 최종 병기
찬양하기를 선라이즈 최고의 미인
소망하기를 제바아알 데뷔해줘
“아하!”
눈치 빠른 마나는 그제야 에오스와 셀레네의 반응을 이해했다.
과연, ‘메이드 라’와 직접 오프라인 파티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그러니까 그런 그녀가 데뷔하는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지.
“그녀의 본명은 김유나, 보다시피 한국인으로 유학생인데…”
이어지는 슬라이드는 그녀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선라이즈 입사 이후 활동 경력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매니저로서의 활동과 메이드 라의 다양한 클립과 밈들이 빠르게 리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었다.
“잠깐, 그렇다면 메이드 ‘라’는 어떻게 되는거야?”
“병행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기다렸다는듯 마츠시타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유나라고 짐작되는 인물이 들어와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선라이즈 4기생의 쿠로시로 유리아…님의 충실한 메이드, 메이드 ‘라’라고 합니다.”
여자치고 낮은 음정이면서도 발음이 깔끔한 일본어.
일본어를 모르는 이들이라도 목소리를 들으면 ‘강렬하다’라는 이미지가 주어지는 멋진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한다.
그 다음 그녀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안녕하세요? 선라이즈 GB소속, 프로젝트 드림 소속의 버튜얼 유튜버 아리아라고 합니다.”
곱고 맑은 음색이 나온다.
공주님을 지키는 기사의 목소리에서, 공주님 목소리로 마법적으로 변했다.
별다르게 힘 쓰는 기색없이 높고 맑은 음으로 영어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방금 전 같은 목소리가 맞냐고 의심을 할 정도로 달랐다.
발음이 정확하고 말이 맑다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두 목소리였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성대
같은 인물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운 완전히 다른 목소리였다.
이어지는 춤과 노래
당장 미국의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춤을 추고 노래해도 팬덤을 확보할 수 있는, 어린 소녀가 극한으로 자신을 깎아내면서 완성시킨다는 ‘아이돌’이 화면속에 재생되었다.
여기를 보고 인사하듯, 우아하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퇴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귀족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저…사람이 우리 후배라고?”
누군가의 허탈한 음성이 들렸다.
이미 자신만의 팬덤을 확보하고, 방송 짬이 붙어서 노련해져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꺾을만한 대단한 신예
심지어, 이미 일본에서 자신만의 팬덤을 확보한 경력자 출신이었다.
마치 이 정도는 되어야, 선라이즈에서 단독으로 스카우트 캐스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듯 밤하늘을 빛내는 별의 원석같은 여인은 말 그대로 느닷없이 등장한 요괴같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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