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1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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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아리아
일요일 오후에 데뷔한 그녀는 화요일 오후 방송을 예고했다.
[데뷔 방송 리뷰하기]
원래 선라이즈의 데뷔 방송은 1시간이 전통이었다.
그래서 데뷔 방송만으로는 자신의 어필을 다 하지 못한 탓에 3기생부터는 데뷔 방송 리뷰하기 라는 방송을 이어서 했고, 방송인들은 시간에 쫒기느라 하지 못했던 말들을 대답할 수 있었다.
“헬로 월드, 선라이즈의 구미호 아리아입니다. 좋은 아침, 행복한 점심 편안한 저녁시간이시길~”
이런 저런 소문이 소문을 낳고, 소문이 소문을 잡아먹으며 버튜버 계의 논란의 중심이 된 그녀의 방송에는 시작부터 3만4천명이 모이는 기염을 토했다.
그 엄청난 숫자에도 굴하지 않고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역시 데뷔 당시부터 최고 시청자 12만명을 돌파한 괴물답게 그녀는 흔들림이 없었다.
화면 좌측 절반은 자신의 데뷔영상을 틀고
화면 우측 상단부는 번역 용 공간을
화면 우측 하단부는 자신의 모습을 띄운 채 그녀는 방송을 진행했다.
채팅은 번역 공간과 여우귀에 살짝 가리는 부분으로 송출되었다.
“아리아라는 이름 참 예쁘지 않나요? 발음하기도 쉽고, 영어로는 A, 일본어로눈 あ로시작하는 첫 단어죠.”
“제 귀 쫑긋쫑긋 거리는거 귀엽죠? 이렇게 윙크를 할 때에는 반쯤 접히기도 해요.”
“에헤헤, 저 부분에선 좀 말 더듬었네요.”
그녀의 어조에는 작위적인 애교가 없다.
그 점이 포인트인데, 의도적으로 성숙하고 농염한 목소리를 연기하지 않은 채 평소에는 듣기 좋은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사랑스러운 면모를 드러낸다.
구미호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어도 과하게 매혹적임을 어필하지 않는 그 면모는 편안한 리스닝 분위기를 제공했다.
데뷔 방송 중간중간을 멈추면서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면서 이어나갔다.
이윽고 자신의 어머니, 일러스트레이터 ‘사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본격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었다.
“여러분 저의 어머니인 사니를 알고 계시나요? 그분의 손에 태어난 아주 멋지고 예쁘고 존경하고 아름다운 언니들이 있다는 거 아시죠?”
“클레, 오르페, 미코, 아그니, 그리고 메이드 라 까지! 전부 다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멋진 버튜버들이죠.”
“저는 그런 버튜버들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해요. 정말이지, 그녀들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렇게 선라이즈에 오지도 않았다니까요?”
“에? 그 중 누구의 최애냐구요? 글쎄요, 전원 다 정기 구독을 하고 있어서 고르기 어렵네요?”
“그래도 좋아하는 방송을 꼽으라면 알 수 있어요. 가령 클레 선배님이 2019년 10월에 진행한 ㅁㅁ기획부터 시작해서 2018년 4월5일 진행한 ㄴㄴ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선라이즈의 버튜버 덕후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방송일자마저 기억하는 진짜 오타쿠스러운 면모에 사람들은 기겁했다.
으악 진짜 혼모노다
엌ㅋㅋ버튜버 덕후가 버튜버 된거 성덕아님?
우리 구미호… 찐 오타쿠구나…
아 ㅋㅋ천년동안 수행했다고ㅋㅋ 덕질도 천년했다고ㅋㅋ
수행(버튜버 영상 돌려보기)
그래도 저 방송들은 키리누키 레전드들이잖아ㅋㅋ
그래서 메이드 라가 아리아인가요?
그렇게 시청자들의 말을 읽으면서, 본인의 말을 일본어 혹은 영어로 기입하면서 흐름이끊기지 않게 영상을 재생하던 그녀는 이윽고 취미 란에 도달했다.
취미 : 버튜버 덕질, 게임하기, 음악 감상하기, 음식 만들기, 애니메이션, 운동하기
좋아하는 항목에 당당하게 기입된, 그것도 제일 앞에 있는 버튜버 덕질을 확대한 다음 빨간 동그라미를 친 아리아가 말했다.
“여러분 말했죠? 저 버튜버 덕질 좋아한다구요!”
“제가 말이죠 사실은…!”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버튜버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려던 그녀는 사실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버튜버는…! 이라는 장면에서 말이 멈추었다.
“… 매니저님이 태클걸었어요 히잉.”
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
하긴 버튜버 덕질 이야기 하다가 ㅋㅋ
신인ㅋㅋㅋㅋ
하지만 버생이 덕질을 어캐참냐고 ㅋㅋ
노린것이든 아니든
귀엽게 혀를 내밀면서 혼났다는 듯 울상을 짓는 표정이 된 아리아는 시무룩한듯 귀와 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흠흠, 이어서 게임으로 넘어갈게요…”
자신의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채팅을 치고,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코멘트를 읽는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멀티 태스킹 능력에 시청자들은 점점 더 편하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은 좀 도전적인 걸 좋아해요. 무언가 높은 스트레스를 주고 높은 리턴을 얻어야 하는게 쾌감이랄까…”
“게임을 하면 이겨야죠. 암암.”
“에이펙스 좋아해요. 선배들하고 하려고 수련도 했죠! 오버워치도 좋아하냐구요? 물론이죠! 대신 패치가 없어서 좀 안들어가긴 했죠.
소울류 게임의 명가프롬 소프트요?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게임들이에요. 저는 온라인 위주라 아무래도 콘솔 게임의 경력은…”
“리그요?”
살짝 말을 멈춘 아리아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그녀는 대답하는 대신 윙크를 하고 넘어갔다.
“이어서~ 음악은 말이죠~”
시청자들의 드립에 반응을 하고, 능숙하게 대처하면서 쭉쭉 진행하기 시작했다.
취미에 이은 특기, 잘하는 활동에 노래 부르기를 당당하게 넣고, 그에 못지않는 춤솜씨를 지녔다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준 그녀는 이윽고 노래 부르는 부분까지 넘어왔다.
많은 키리누키를 당하고 많은 동영상을 만들게 된 그 영상 앞에 멈춘 그녀는 자신의 데뷔 영상을 껐다.
그러고는 말했다.
“자,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QnA를 가질게요. 매니저가 기존에 가져온 질문들하고 코멘트를 읽으면서 반응할게요.”
“먼저 첫 번째 질문! 가장 좋아하는 버튜버가 누구인가요?”
“아… 이거 어렵네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이네요.”
“여우 계열의 선배인 이나리 선배… 제 인생에 행복 당도를 올려주는 마나 선배… 빛이 되어주는 클레스타인 선배… 도 좋지만…”
“그래도, 저에게 버튜버의 길을 걷게 만들어 준 것은 유리아 선배네요. 자 다음!”
몇 가지의 질문이 끝난 후, 시청자들의 질문 하나하나를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가수, 음식, 양말 동류, 선호하는 음식점 등등을 답변한 그녀는 마침내 그 질문을 뽑았다.
[그래서 당신은 메이드 라 인가요?]
“그래서 당신은 메이드 라 인가요? 라네요.”
왔다.
빨간약?
아무튼 전생에 관련된거니
다른 사무소도 아닌 같은 사무소 ㅋㅋ
아무튼 해명해!
해! 명!해!
노이즈 마케팅이야? 아니면 진짜 다른사람이야?
침묵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을 안달나게 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제가 ‘메이드 라’라고 묻네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메이드씨?”
“전혀 다른사람입니다.”
“자, 다른사람이라고 하네요. 이것으로 질문 타임 끝!”
1인 2역의 복화술 연기
높고 아리따운 여성의 목소리의 아리아
낮고 허스키한 쿨한 여성의 목소리의 메이드 라
장난기 넘치면서도, 성우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는 연기톤으로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며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명백하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밝힘으로 아무튼 다른 사람이야라고 뻔뻔하게 밝히는 방식으로 그녀는 발뺌했다.
아무도 믿지않을 그런 연기
하지만 버튜버를 보는 사람들은 그런 뻔뻔함이 익숙했다.
구미호가 방송을 한다는 것도 믿어주는 사람들인데, 구미호가 사실 메이드라는 사실을 누가 몰라봐줄까?
첫 이미지가 매혹적이고 언어 능력을 선보이며 뛰어난 보컬 기량을 가진 엘리트였다면
지금은 어디서나 볼법한 평범한 버튜버 덕질을 하는 버생, 거기에 뻔뻔함을 가미한 능력있는 오타쿠였다.
경악 흥분 충격 환희 감탄이 흘러넘치고 폭주하는 채팅창을 후후 거리며 바라보던 메이드 라, 아니… 구미호 아리아가 찡긋 윙크를 날리면서 소리를 높였다.
“자, 이제부터는 신나는 노래 방송입니다. 다들 준비 되셨나요? 구미호의 노래에 반할 준비가 다 되셨나요?”
마치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 직전에 열기를 끌어올리는 가수처럼
그녀는 힘차게 목소리를 냈다.
혼란에 빠진채팅방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그녀의 상징 색인 남색 하트 를연발하거나 구미호의 9를 연타했다.
“자아, 잠시 동심으로 돌아갑시다. 혹시 최근에 태어나신 분들은 꼭 주위의 어른들에게 이 만화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아아, 하고 목을 푼 그녀는 무반주로 첫 소절을 내질렀다.
“무한한 꿈 뒤의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선, 그래 사랑스러운 마음도 져버릴 것 같지만.”
ㅋㅋㅋㅋ
구미호 연령대ㅋㅋ
디지몬 디지몬!!
“머물기 쉬운 이미지의 못 미더운 날개라도 분명히 날 수 있어, Oh~ yeah!”
그녀를 감싼 의혹을 모두 벗어던지고 날기 시작하는 나비처럼
시원한 그녀의 성량과 함께 귀가 즐거워지는 음악 방송이 시작되었다.
첫 방송에는 알 수 없었던 오타쿠적인 면모, 매니저에게 혼나는 어리숙함, 그리고 뻔뻔함과 귀여움까지… 그 모든 모습을 선보인 구미호 아리아는 팬들에게 성공적으로 첫 인상을 각인시켰다.
신나는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드는 듯,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그녀의 모델에 따라서 사람들 또한 추억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녀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아 ㅜㅜㅜㅜㅜㅜ
어둠의 메이드단은… 이제 구미호의 식신이 됩니다…
전직 아닙니다…겸업입니다…
수익화 되기만 해 제발
드디어 메이드에게 바칠 돈이 ㅜㅜㅜㅜ
그리고 여기
오랫동안 최애를 덕질할 수 없었던 오타쿠들이 구제를 받게 되었다.
모쪼록 그들의 덕질이 행복한 길이 되기를 바라면서, 채팅방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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