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165화.
* * *
이제는 채널의 이름을 ‘빛의 여우 솜뭉치단’이라고 이름을 바꾸게 된 ‘어둠의 메이드 단’의 유튜브 채널은 꽤 유명했다.
그도 그럴게, 이쪽 주인장의 편집 실력은 ‘현업 방송인이 하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들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서양에서는 실제로 영화업계의 사람들이 덕질로 키리누키 채널을 경영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이쪽의 채널 주인 또한 방송사의 PD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능감 뛰어난 편집 실력을 선보였다.
아무튼 그 채널 주인의 뛰어난 편집 솜씨 때문에 버튜버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구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방식의 키리누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메이드 단의 비공식적인 덕질 채널이라는 명성에 더불어 키리누키 채널 주제에 30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채널에 따끈따끈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의 제목은 [드디어 때가 도래했다. 봉기하라!] 라는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어떤 버튜버의 영상인가? 하는 생각에 누른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메이드 라… 가 아닌 구미호 아리아의 트윗이었다.
[오늘 밤, 언더테일 방송 진행 이후에 도네이션 활성화를 한 슈퍼쳇 리딩 방송을 시작할게요. 식신들의 많은 지원 부탁드려요~]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클로즈 업하는 한 트윗
일본어, 영어, 한국어로 달아둔 유튜브 자막은 그 트윗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비슷하게도 유튜브에 올라온 공지를 복사,붙여넣기 해서 드디어 오늘 밤 아리아의 슈퍼챗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채널의 주인장은 이전의 메이드 라의 행태를 가져왔다.
“저기 메이드는 왜 채널을 만들지 않아?”
“그거야 저는 전문 방송인이 아닌 방송 어시스턴트니까요.”
메이드가 의외로 자주 어울리는 멤버는 유리아가 아닌 에이아였다.
무언가 서로 통하는 게 많은 두 사람은 자주 토크쇼를 열어서 재미난 영상감들을 많이 만들어내었고, 실제로도 친한 지 가끔씩 스튜디오에서 방송이 끝난 후 오프 콜라보 방송을 했다.
아무튼 에이아의 말에 메이드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우와, 그렇게 말하는 애들이 꼭 나중 가서 데뷔하더라.”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메이드의 팬들도 꽤 있잖아? 불쌍하네…”
“아무튼 저는 이렇게 여러분들의 방송에 잠시 나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그래그래, 유리아님의 충실한 시종이다 이거지?”
“그럼요.”
살짝 의기양양한 포즈를 한 메이드가 말했다.
“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굿즈를 회사에서 내주는 것 조차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돈은 다시 지갑으로 넣으시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데 사용하세요.”
그 말은 음지에 존재했던 메이드 라의 팬들, 어둠의 메이드 단의 심장을 찢는 말이었다.
팬 사이트에 ‘멸망의 날’ ‘세계종언’이라고 거창한 이름을 남긴 키리누키 영상을 다시 재생한 주인장의 의도는 분명했다.
ㅋㅋㅋㅋㅋ
결혼 안한다고 말하는 애들이 먼저 하더라 ㅋㅋ
아 그러고보니 트위터에 메이드 라 데뷔까지 5천엔 씩 저금하는 빌런이 있지 않았냐?
이 사람인듯?(트위터링크)
ㅋㅋㅋ 야 적금 깼대 ㅋㅋㅋㅋㅋ 미친
사실 나도 적금 깸 아 ㅋㅋㅋ 가챠보다 메이드 돈으로 팰 생각에 후끈후끈하구만
곤방진,,,여우녀석,,,전직,,,메이드단의,,,돈을,,,맛보아라,,,
그토록 피하고자 한 도네이션을 드디어 맞게 되는구만 크흐흐흐
적어도 어둠의 메이드 단들에게는 확실히 어필하게 된 키리누키의 영상
그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존재하는 어둠의 메이드 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편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닥치는 지 모르는 메이드 겸직 구미호 유나와 현재 한 달 내내 선라이즈의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나의 매니저인 유키하라는 평소 만나던 회사의 내부가 아닌 식당에서 만났다.
오늘 할 회의는 큰 자료가 필요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버튜버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익화가 이루어진 날이었으니 말이다. (수익화 승인이 밤 12시 30분에 승인되었다)
때문에 기념하고자 두 사람은 꽤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서 주문을 했다.
“서로인 스테이크 180에 샐러드 세트요.”
“몬스터 점보 스테이크 아직 남았죠? 그거에 풀세트요. 음료는 우롱차로”
등심 중 허리 윗부분인 서로인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주문하는 유키하라
그리고 이 가게의 명물이자 토마호크 스테이크라고도 불리는 1킬로그램의 티본스테이크에 밥과 샐러드, 음료를 추가하는 유나였다.
유키하라는 자신이 잘 못 들은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 유나씨 혹시 다른 분이 오시나요?”
“네? 아뇨? 애초에 여기 2인석이잖아요, 오늘은 유키하라 언니와 저 둘인데요?”
“그… 그런데 그… 스테이크…”
“아…”
유나는 그제야 자신이 유키하라와 처음 식사를 가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자신의 식사량… 그것도 소고기에 한정되면 더 늘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알고있는 유나는 씨익 웃었다.
“제가 설마 음식을 남기겠어요? 그럴 리 없죠.”
“하지만… 그…”
“저같이 활동량 많은 사람은 이 정도 먹어 줘야해요.”
“그, 그래요…”
하지만 자신에 비해 무게만으로 6배가 넘는 스테이크를 먹겠다는 마른 체형의 여성을 믿을 수 없는 유키하라는 눈을 살짝 흘겼다.
“아, 활동량을 생각해보니… 유나 씨 혹시 휴가를 언제 가실 예정인가요?”
“어…저요?”
“네…”
“일단 언니 휴가 계획에 따라서 맞춰서 쉴건데… 잠시만요…”
“…”
왜 자신의 휴가 계획을 동거인에게 맞춘단 말인가?
그렇고 그런 소문이 도는 건 알고 있었지만, 휴가라는 것은 본인의 충전을 위해서 쓰는 건데 말이다.
“아, 혹시 아니면 유키하라 언니가 휴가 필요한가요?”
“저, 저는 괜찮아요.”
“일단 3월말까지는 휴가 계획이 없어요.”
“… 괜찮으시겠어요?”
일주일에 하루를 쉬고 나머지는 다 방송한다.
버튜버 아리아와 버튜버 메이드 라를 겸업하는 유나는 다른 방송인들에 비해서 체력적인 부하가 크다.
다른 건 몰라도 목의 소모가 특히 걱정되었다.
“유나씨… 선라이즈에 휴가를 비롯한 복지를 주장한건 당신이었잖아요?”
“저는 정말 지금 생활이 만족하는데…”
골치아픈 업무들이 확 줄어들고, 업무 스트레스가 낮은 버튜버의 일들을 진행하는 유나로서는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다르게 알아들은 유키하라는 드물게 화를 내었다.
“저기 유나씨!”
하지만 유나에게 본격적으로 설득하려는 유키하라의 설득은, 고기 위에 녹아내린 버터와 월계수잎의 향기를 풍기면서 다가온 스테이크에 의해서 가로막혔다.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이 커다란 건… 어… 이분을 위한건가요?”
불판과 다른 접시들을 합해서, 1킬로그램의 구운 고기를 들고있는 점원은 이 커다란 스테이크의 주인이 거대한 몸집의 사내가 아닌 지금 가게 구석에 틀어진 텔레비전에 나온 연예인들을 모두 압살하는 미인의 것이라는 게 믿을 수 없다는 듯 유나와 고기를 번갈아보았다.
“네.”
당당하게 말하는 유나의 태도에, 점원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고기를 내려두었다.
보는 것 만으로도 질려버릴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스테이크에 주위의 시선이 모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집에서는 쉽게 굽기 어려운 두꺼운 고기를 완벽하게 구워낸 주방장의 솜씨를 감탄하며 유나는 칼질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육질과 그녀가 좋아하는 미디엄 레어로 익힌 완벽한 고기 색깔에 그녀는 감탄의 비명을 질렀다.
“오…예쓰!”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유나같은 미인이 커다란 고기를 보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풍경은 세상에 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마이웨이 성향이 강한 유나는 거리낌없이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어찌나 복스럽게 먹는지, 유나에게 ‘방송인들이 방송하는 게 재미있어서 자기 몸 망가지는 거 모른다’는 식의 설득을 하려던 유키하라도 식욕이 돋아서 자신의 스테이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스테이크 레스토랑답게 좋은 고기를 뛰어나게 조리한 주방장의 솜씨 덕분에 두 여인은 한 점의 고기조각도 남기지 않는 채 스테이크를 모조리 해치웠다.
“휴우, 잘 먹었습니다.”
먼저 고기를 다 먹은 유키하라는 간만에 만족스러운 칼질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유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새 T본 스테이크의 고기를 싹 발라내다 못해, 버터를 고기에 녹인 후 고기 육즙과 버터가 남아있는 철판에 밥을 비빈 후 다진 마늘을 올려먹는 유나의 복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기 점원 씨, 두판장있나요?”
스테이크 집에서 맵삭한 중국 된장인 두판장을 왜 찾는단 말인가?
당연히 있을 리 없다고 말하는 점원의 X자 표시에 유나는 아쉬움을 마저 토하고 일곱 번째 생마늘을 다져서 밥에 비볐다.
“…”
“아, 한국사람들은 마늘 없이 못살거든요. 헤헤.”
마늘이 문제가 아니라 양이 문제였다.
하지만 아무리 뼈가 붙어있어도 무게가 더 나가기는 해도 1Kg의 스테이크를 해치운 상태에서도 버터밥을 해먹다니… 아무래도 유나는 보기보다 대식가인 모양이다.
“잘 먹었습니다.”
“저, 정말 다 드셨네요.”
“물론이죠. 그래도 간만에 포식했네요… 오늘은 운동을 제대로 해야겠는데요?”
운동… 그래 운동!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활동!
“운동, 저랑 같이 할래요?”
그 말에 유나는 빛을 내었다.
자신과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하다니… 이 얼마만의 신선한 반응인가!
“정말요!?”
“네, 유나씨랑 안 그래도 운동을 같이 한 번…”
“좋아요! 그럼 위가 놀라지 않게 두 시간 있다가 헬스장 가실래요? 안 그래도 회사 인근에 여성 직장인들을 위한 헬스장이 있어요.”
“좋아요!”
“그럼 두 시간 전까지 회의나 마저 해볼까요?”
“물론이죠.”
각자 계산을 마치고 나온 후, 일정에 대한 의견을 일치시킨 두 사람은 룸카페에 들어가서 회의를 시작했다.
사실 회의라는 이름의 보고서와 개선 방향을 가볍게 검토하는 식이었는데… 아무래도 유튜버 혼자서 콘텐츠를 생각하고 방향성을 정하는것보다 자기를 분석해주는 매니저와 함께 하는 편이 안정적이었다.
“최근에 인기있는 게임이…”
“그러고보니 20일날에 명작 게임 둠 시리즈의 신작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
“최근에 요루시카의 새로운 앨범이…”
“그러고보니 코모레비가 최근에 커버한 곡이…”
유명한 아티스트의 곡에 관련된 이야기
“최근 버튜버의 콜라보는…”
“아, 확실히 에이아 이나리 두 사람이 외향적인게 잘 맞고 수용력이 좋아서…”
그리고 버튜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차차 차후 계획을 정립하다 보니, 거창한 식사를 한 지 세시간이 지난 시기가 되었다.
예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한 시간 더 진행한 만큼, 빡세게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한 유나는 유키하라의 손을 잡고 헬스장에 들어갔다.
‘유나씨의 지인이라면 하루정도는 괜찮죠’라는 말에 무료로 헬스장에 진입한 유키하라는 생각보다 본격적인 헬스장의 형태에 감탄했다.
여성전용이라고 해도 가볍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게 유나의 옆에 서있는 사람은 보디빌더인것처럼 온 몸에 근육이 가득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한 유나는 그 보디빌더 옆에서 비슷한 크기의 벤치프레스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실제로 중량의 차이는 꽤 났지만 헬스장에 처음 오는 유키하라의 눈에는 비슷해보였다.
“…?”
유나의 팔은 얼핏 보면 가느다란 팔이다.
하지만 그것은 헬스를 잘 모르는 유키하라의 눈에만 그랬지, 헬스를 하는 사람의 눈에는 충분히 근육이 충분히 존재하는 케이스였다.
실제로도 근육이 잘 단련되었고, 길쭉한 비율 때문에 평소에 잘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헬스장을 통해서 높은 부하를 주며 단련한 보디빌더들의 근육에 비해서는 얌전했지만…
그래도 고등학생때부터 꾸준히 운동으로 흘린 피땀의 양은 정직했다.
“후흡.”
힘을 주자 근육이 일어났다.
그녀의 옆에서는 그녀의 모습을 감시하듯 지켜보며 틀린 자세를 교정시키려는 보디 빌더가 있었고, 주위의 여성은 익숙한 듯 유나의 근력 운동을 힐끔 바라보거나 자신의 운동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본 유키하라는
어쩌면 같이 운동하자는 말을 잘 못 꺼낸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뒷걸음을 친 유키하라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회원님?”
보디빌더는 아니지만 척 봐도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탄탄한 몸
헬스장의 주인인듯 명함을 달고있는 여성이었다.
“저는 아직 회원님 아닌데요…”
“어휴, 유나씨에게 돈 받는게 얼마나 미안한데… 유나씨 지인이니 제가 90%할인 해드릴게요.”
90%할인이라는 말에 유키하라의 귀가 솔깃해졌다.
척 보아도 최신식 헬스장인데 여성 전용이다.
회사도 가깝겠다…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일단 가벼운 운동부터 해볼게요.”
“저기 저 아직 돈은…”
“일단 맛보기는 공짜니까요. 유나씨 지인이니까 … 유나씨도 여기 와봐요.”
그렇게 시작된 운동이었다.
그리고 유키하라는 다시는 유나와 함께 운동을 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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