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 1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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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의 기본 방송 목소리는 흔히 생각하는 예쁜 여성의 목소리다.
변성기를 지나서 성숙한 톤을 가지면서도 몹시나도 고왔다.
그리고 훈련을 거친 듯 정확한 발음과 재능 넘치는 가요계의 스타들이 가지는 목소리의 재능은 말 그대로 보물같았다.
아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유명한 애니메이터 감독이 제발 빌려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로 귀가 예민한 사람들조차 반할만한 목소리로 유명한 아리아는 일본, 영어권 국가(주로 미국과 캐나다)와 한국에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예쁜 목소리를 낮게 깔고, 가까이서는는 비극이지만 멀리서는 희극에 가까운 고자라니 연기를 한다는 것은…인간이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한국인 편집자가 심심풀이로 만든 ‘고자라니’에 대한 해설영상과 번역영상이 만들어지고, 아리아가 읽었던 슈퍼챗 채팅 중 가장 연기력이 뛰어났던 그 이유모를 한국어를 이해한 해외 커뮤니티는 폭소를 터트리면서 이 골때리는 드립이 나온 버튜버의 방송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의 다양한 드립력과 밈 이해력을 해설하는 영상들은 많은 영상을 재생산하였고, 아리아의 방송이 끝나면 언제나 그러하였듯 커뮤니티의 비중을 크게 차지했다.
이미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이 진행되었기에 다양한 게시판을 운영하는 커다란 커뮤니티에서는 그녀만을 위한 채널이 개설되기도 했다.
그런 다양한 커뮤니티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국가는 당연히 한국이었다.
드디어 선라이즈에 한국어를 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버튜버의 등장에 한국 버튜버 커뮤니티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캐나다 계열 한국 혼열인이라 추정받는 클라티에가 이따금 한국어를 하고, 한국어로 오는 슈퍼챗을 말하는 영상이 있어서 아리아가 최초는 아니었으나, 드립을 진심으로 읽는 그 모습은 강한 각인을 새겼다.
어쩌면 아리아… 한국인이 아닐까?
아리아…아리…아리랑?
국적이 어떻게 되었든 한국 드립을 이해하고 이렇게 읽어주는 거 너무 감동이다.
근데 발음이 완전 원어민임ㅋㅋ
그거 미국인이 들어도 똑같음ㅋㅋ
일본인 친구보다도 발음 더 좋던데 ㅋㅋ
아, 나도 걔 슈퍼챗 방송가서 한국어 드립 치고싶다.
ㄹㅇ루다가, ‘가슴이 웅장해진다’ 알려나?ㅋㅋ
이런 아리아의 행보는 선라이즈에도 커다란 임팩트를 주었다.
단독 데뷔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회사 차원에서는 특별한 예우도 하지 않은 아리아는 어찌 보면 가혹한 조건이었다.
캐릭터성 확보와 다양한 케미를 만들기 위해서 선라이즈는 데뷔 이후 3주 가까이 동기생이 아닌 버튜버들과 콜라보를 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아리아는 여태껏 자기 자신의 매력만으로 동기생 없이 나아갔으니 말이다.
오직 아리아만 가능한 행보에, 그녀에 대해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끼던 버튜버들은 노선을 바꾸었다. 그녀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그녀의 스타일을 연구하면서 언어의 중요함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버튜버들 중 일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자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사실 아리아 이전에 이런 일이 없던것은 아니었다.
GB 1기생들의 뛰어난 성공은 폐쇄적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에서 해외 시장에 눈을 뜨게 하는 귀중한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허나 마나라는 지나치게 특수한 존재, 아리아조차 넘볼 수 없는 진짜 괴물의 존재 덕분에 ‘GB 1기생들은 마나라는 지나친 특별한 변수 때문에 따라할 수 없는 성장세를 가졌다’라는 다소 편향된 생각을 하며 현실에 안주했던 버튜버들은 아리아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GB 1기생들의 특별함 이전에, 아리아라는 존재가 데뷔하기 전 어떤 존재였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다시 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런 전설적인 첫 슈퍼챗 방송이 있는 다음 날, 버튜버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아리아의 유나는… 손을 들고 혼나는 중이었다.
“언니 미안해요.”
“너어, 내가 똑바로 감시할거야. 츠유! 너도 한 마디 해!”
다소 화난 나에의 말에 츠유는 드물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그것은 사소한 해프닝이었다.
늦게까지 이어진 슈퍼챗 방송 이후, 유나는 실컷 자고 하마처럼 물을 마시며 목을 보호했다. 이전 아이돌 연습생 시절 기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요계 스타들에게 배운 목 관리법을 철저히 시행한 유나는 그날 오후, 마침내 사택으로 이사를 오게 된 츠유와 츠무기의 이사를 도왔다.
츠유와 츠무기에게 있어서 유나는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전 크리스마스의 만남과 다르게… 츠무기가 유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아리아라는 매혹의 화신같은 존재
언니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언니와 맞먹을 수 있는 엄청나게 최고인사람으로 말이다.
그리고 순진무구한 중학생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언니에게 그러하듯 이사가 완료된 이후 의자에 앉아 쉬고있는 유나의 볼에 진한 키스를 했고,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한 나에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너, 내가 미성년자는!”
“언니 그게 아니라!”
“벽 보고 손들고 있어!”
유나가 유나식 ‘친구’를 사귀는 것은 말릴 수 없었다.
어차피 페로몬 넘쳐나는 자신의 동거인은 숨만 쉬어도 여자가 꼬이는 존재니 말이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좀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순진무구한 중학생에게 손을 뻗을 수 있단 말인가?
유나에 대해서 관대한 나에라도,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그치만 애가 절 존경하는 표정으로 다가와서 뽀뽀를 하는걸요?”
“피지컬로 피해야지.”
“…”
유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아니, 아이의 상처받는 동심은요?”
“그럼 유나가 미성년자에게 마수를 뻗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내 심정은?”
논리가 통하지 않았다.
이것은 감성의 영역이었다.
우수한 게이머답게 그것을 빠르게 파악한 유나는 입을 다물고 언니의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버튜버로 데뷔를하건, 선라이즈의 기록을 다시 세우건 여전히 변함없는 두 사람의 모습에 츠유는 폭소를 했다.
“정말 언니들은 변한게 하나도 없네요.”
유나에게 닥친 변화는 보통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버튜버의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되지 않겠는가?
아리아의 성장에 시기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거짓이리라, 하지만 아리아 이전에 유나의 사람됨을 좋아하는 츠유는 언젠가 자신 또한 아리아처럼 빛날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급작스럽게 행운이 찾아온 버튜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변화 또한 걱정하였다.
빠르고 급격하게 돈과 명성을 얻게 된 젊은 방송인이 어떻게 망하는 지, 인터넷 방송을 오래한 츠유는 그것을 잘 알고있었다.
“유나가 1천만 구독자의 스타가 되더라도, 내가 1천만 구독자의 스타가 되더라도 유나는 유나고 나는 나인걸.”
“맞아요. 저는 저죠.”
다소 우쭐하게 말하는 유나의 정강이를 걷어찬 나에와, 아프지도 않으면서도 아픈 시늉을 내는 평범한 두 사람의 관계를 본 츠유는 세상에서 쓸데없는 게 유나 언니 걱정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기입했다.
“그나저나 츠무기는 어디갔니?”
“아, 동네 한 바퀴 둘러보고 온다고 했어요.”
아이의 관심은 변화무쌍하다고 하였는가?
이웃이 된 존경하는 은인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새로운 동네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 육상계 소녀는 이사가 끝나자 호기심을 자극했던 쇼핑 센터나 동네 개울을 향해 달려갔다.
“아무튼 무사히 이사 온 걸 환영해 츠유야.”
“고마워요 나에 언니.”
“언니,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따뜻한 나베 어때요? 이렇게 된 김에 201호의 이웃들과 함께!”
“너 오늘 슈퍼챗 방송 마저 읽어야하잖아.”
“…맞네.”
“유나식 나베는 나도 이제 할 줄 아니까, 그 동안 힘내렴.”
그렇게 말한 나에는 귀엽게 혀를 내밀어서 유나를 약올렸다.
“…”
유나는 배신당한 강아지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 나에의 삐침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유나는 츠무기가 돌아오건, 낯선 여자의 볼에 그렇게 뜨거운 뽀뽀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츠무기 대신 알려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아리아의 두 번째 슈퍼챗 리딩 방송은 그녀의 수익화를 축하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일종의 놀이터였다.
그녀의 예쁜 목소리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것을 시키고, 그것을 만족받는 그런 것 말이다.
물론 이따끔 질문을 하는 이들은 있었는데, 이들은 나중에 QnA식으로 모아서 대답을 한다고 말한 아리아들은 질문 방식의 슈퍼쳇들은 따로 분류했다.
그러고 나면 남은것은 크게 세 개였다.
각국의 드립/그녀에 대한 칭찬/그녀에 대해 걸어오는 장난들이었다.
그리고 전직이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온갖 밈에 해박했다.
영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밈에 걸맞게 드립을 읽는 방송은 신선했다. 마치 좋아하는 성우에게 리퀘스트를 하듯 부탁하는 드립 슈퍼챗들은 아리아의 인터넷 지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버튜버에 관련된 거의 밈들을 소화하는 엄청난 버튜버 덕력을 여기서도 보여주었다.
그다음으로는 칭찬에 대한 슈퍼챗들이었다.
[아리아의 유쾌한 방송 덕분에 오늘도 살아갈 힘을 가지네요.]
“그럼요, 저 같은 굉장한 여우는 천 년에 한 번 나온다니까요?”
[제 첫 슈퍼챗이에요. 아리아 완전히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고마워요~”
[당신덕분에 선라이즈를 알게 되고 이전에 몰랐던 세상과 소통을 할 수 있었네요. 예쁜 목소리 아껴주시고 앞으로도 선라이즈에서 많은 활동을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리아의 앞으로 행보가 너무나도 기대되요!]
“어우… 세상에, 정말 고마운 말이네요. ㅁㅁ씨, 아리아도 자기 관리 열심히 잘하고 제 꿈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ㅁㅁ씨도 열심히 힘을 내서 살아가주세요!”
[우울증을 앓던 환자입니다…]
장문에 걸친 자신의 불행사를 말하는 사람이었다.
긴 문장도 또박또박하고 조용하게 읽은 아리아는 결국 아리아 덕분에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상냥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이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저 덕분이 아니에요. 저를 알아봐준 ㅇㅇ씨의 뛰어난 혜안, 그리고 결국 저를보고 힘을 낼 수 있는건 ㅇㅇ씨의 의지에요. 제가 당신의 마음에 불을 붙였지만, 그 불을 이어나가는 건 ㅇㅇ씨니까요.”
얼마나 진지하게 말하는지, 평소라면 하는 번역도 멈춘 채 진지하게 채팅에 답변한 아리아는 특유의 손가락 하트를 날려주었다.
이런식으로 자신에 대한 칭찬을 우쭐하면서 받아들이기도 하고, 진심이 담긴 팬서비스로 돌려주기도 하고, 자신의 방송에서 희망과 의지를 찾았던 사람들을 칭찬하는 식으로 그들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장난성 슈퍼챗들이었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까마귀 소리 내주세요.]
[혀를 쯧, 하고 차면서 쓰레기는 청소해야겠네요. 하고 경멸의 톤으로 말해주세요. 메이드 라의 목소리로요!]
[그림쟁이입니다. 혹시 허벅지의 벨트를 확대해서 보여주실 수 있나요?]
그녀는 가까스로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시청자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식으로 확고한 팬서비스를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이전의 슈퍼챗을 이어나가는 방송에서도 그녀의 확실한 슈퍼챗 반응에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슈퍼챗을 쏘는 식으로 그녀의 슈퍼챗 읽기 방송은 휴식시간을 포함해 장장 3시간 반동안 진행되었다.
그렇게 두 차례의 슈퍼챗 읽기 방송으로 자신의 언어 구사능력과 인터넷 밈 이해력을 선보인 아리아는 마나에 이은 두 번째로 최단기록으로 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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