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71화 (171/307)

〈 171화 〉 170화.

* * *

“우와, 역시 유나답구나… 오랜만에 봐도 변하는 게 없네.”

빨갛게 물든 머리카락

잠이 부족해보이는 얼굴

가디건을 대충 걸치고 있고, 손에는 잉크 자국이 가득하고 입에는 술냄새가 살짝 나는 여성이 나를 보고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안녕? 이, 이전에 본 적 있지?”

자기 여동생과 대비되듯 연한 푸른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둥글둥글한 눈매에, 묘하게 커다란 볼살

마치 외출을 기대하는 여자아이처럼 투톤 원피스를 이쁘게 차려입은 여성이 살짝 자신감 없는 얼굴로 츠무기를 바라보며 어설프게 인사했다.

그녀를 알아본 츠무기는 스스럼없이 이로하에게 달려들었고,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츠무기의 손을 잡고 배시시 웃었다.

“뭐야, 이로하 염색했네?”

“동생이 빨간색이니 언니가 파란색이라… 개성 강해서 좋은데?”

나와 나에 언니의 한 마디에 기가 찬 마미 선배가 말했다.

“우리 자매를 무슨 애니메이션 캐릭터 취급하지 말아줄래?”

“그나저나 이로하가 염색이라니, 집에서 안 나가니까 그런거 안해요~ 라고 말하던 애 아니었어?”

“우리 언니는 뭐랄까…”

츠유의 여동생답게 츠무기는 상당히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향이다.

츠유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그런 면모와 이로하의 내성적이고 소심한것을 알아 적극적으로 장난을 치는 입장이라면…

아직 때 묻지 않는 츠무기같은 경우에는 이로하의 아싸적인 면모를 보고 놀린다기 보다는 부끄럼 많은 언니와 노는 감각으로 정원에서 빙글빙글 돌며 놀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로 좀… 달라졌어.”

“긍정적인 변화인거야?”

“솔직히 좀…낯설어, 특히 염색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도 뭐…”

오프라인 상태의 이로하는 주위의 시선에 지나칠정도로 의식을 많이하고,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한다.

때문에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가지는 게 힘들어하는 친구였다.

그런 그녀가 용기를 내서, 두 번째 만나는 타인의 손을 잡고 정원에서 장난을 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보기 좋네요.”

“뭐어… 일단 유나에게 고맙다고 말할게.”

“고맙긴요, 친구가 잘 되는 일은 언제나 저의 기쁨인걸요.”

“아, 그러셔…”

아무튼 이런저런 잡담을나누면서 우리는 바베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산 바베큐 통에 숯을 붓고 불을 피워내는 과정이었다.

“언니, 제가 해봐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한창 불놀이에 관심이 많을 중학생인 츠무기가 숯에 불을 피우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내쪽으로 붙었다.

츠무기 옆에는 ‘오늘만큼은 내가 언니야’라고 말하는듯한 이로하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두 사람에게 불피우기 짬처리를 맡긴 나는 졸지에 할게 없어졌다.

나에 언니는 마미 선배와 함께 지하 창고에서 술을 가져오고 있었고

츠유는 나머지 준비를 차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날도 풀리기 시작했겠다.

마침 오전 스케줄들이 다들 비어있겠다.

따스한 봄볕아래 새들은 지저귀고 겨울철 내내 잠들었던 벚꽃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 아래… 야외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는 일은 행복한 일이었다.

츠무기와 이로하는 은근히 죽이 잘 맞는 듯 서로 번갈아가면서 숯에 부채질을 하면서 불을 피우는 놀이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나에 언니는 츠유와 함께 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졸지에 할게 없어진 나는 간만에 들린 이 저택의 정원에서 피어나는 봄의 향기를 향긋…

“앗차가!”

“요 기만자.”

세상에서 제일 심술궂은 표정을 지은 마미 선배가 차가운 얼음물을 내 허벅지에 가져다 대었다.

장난을 잘 치지 않는 선배였기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기만자라니?

“역시! 너 평소에 목소리 깔고 지낸거였구나!”

“아?”

“아? 는 무슨 아? 그렇게 선배이자 너의 작곡가를 놀려먹으니 좋았냐 어?”

그러고보니… 마미 선배는 내 원래 목소리를 잘 모른다.

그래서 방금 전 나에게 그런 장난을…

“너 그냥 아이돌 연습생 아니었어? 한국에서 1년 반 정도…”

“3, 3년이에요.”

“아무튼 그 동안 연습생… 아니 잠깐, 3년이나 연습생을 했다고? 왜 데뷔까지 안하고?”

“어… 선배, 한국의 아이돌들은 5­7년동안 연습생을 해요.”

“거짓말 치지 마라, 이미 재능 넘치는 아이돌들은 3­4년차에 데뷔하는 거 알고 있다.”

“…”

“뭐, 니가 말하지 않겠다면 나도 뭐라 안하마.

그런데 내가 작곡가이고 목소리에 예민한거 알면서 일부러 그런 예쁜 목소리 숨긴거 괘씸해.”

“… 미안해요.”

사실 마미 선배는 나에게 서브컬쳐의 음악을 가르쳐 주고, 심지어 나를 위해 곡을 두 개나 써줄 정도로 상냥한 선배였다.

그런 선배의 음악가적인 기질을, 예술가적인 기질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선배를 속인 꼴이니 할 말이 없었다.

“뭐, 나도 일류 보컬리스트들이 목을 관리하기 위해 평소에 목소리를 낮게 말하고 다니는 거 알고 있는데, 워낙 너의 그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매력 있으니 그게 본래 목소리라고 생각했지 뭐람.”

“헤헤.”

“웃지마라, 정 든다.”

드라마의 나쁜 남자처럼 말한 마미 선배는 기어코 불을 지피는데 성공한 츠무기와 이로하가 손을 붙잡고 펄쩍펄쩍 뛰는것을 보고 고기와 집게를 들고 다가갔다.

참 솔직하지 못한 선배라는 것을 오늘도 느끼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

[구미호 개 뻔뻔하네 진짜 ㅋㅋ]

아예 숨길 생각 없는 듯

아는사람들은 다 알지? 구미호의 전생…아니 겸생? 모르겠다 아무튼 메이드 라 = 구미호 아리아 = 유리아의 동거인인거?

근데 방금 SNS에 올린 사진 봐봐 ㅋㅋ 대낮에 바베큐 파티했는데 멤버가 거기서 거기야

[사진 1]

0기생의 타마, 0기생의 코모레비 4기생의 유리아… 딱 봐도 견적 잡히지 않냐?

예전에도 자주 콜라보, 그것도 오프라인 콜라보 한 사람들인데 ㅋㅋ 거기에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꼈잖아.

근데 킹받는 점은 이 사진 구도가 메이드 라의 SNS의 이전 할로윈 파티 구도하고 비슷함

인스타그램 사진 찍는 사람들은 그 특유의 구도와 필터, 습관이 있거든?

이 정원 사진하고 음식 사진 봐봐, 메이드 라의 사진하고 구미호 아리아하고 찰떡임

[사진 2] [사진 3]

절대로 내가 대낮부터 바베큐 파티 하는 애들이 부러워서 하는 말 아니다.

우리 애들도 잘 먹고 잘 살아야지

특히 오늘은 휴일이니까, 걔들도 쉴 때는 쉬어야지 절대로 부러워서 하는 말 아니다.

­ㅋㅋㅋㅋ근데 정원 바베큐 파티 못 참긴 해

­근데 오늘 아리아 합동 방송 아님?

­맞아, 게임 방송이라던데?

­그거 위해서 찾아간 거 아님? 워낙 친하다보니까 친구집에 놀러갈 겸…

­그래서 첫 합동방송을 오프라인으로, 그것도 타마랑 한다고?

­뭐… 애초에 타마 방송썰들 보면 메이드 라 덕분에 이것저것 좋은 거 많이 했다잖아?

­윗 댓글 뭐임 둘이서 혹시

­아니 시발 아싸인 타마에게 인싸인 메이드가 다가가서 개조 좀 시켰다고 ㅋㅋ

SNS는 유튜브가 아닌 수단으로 버튜버들이 자신의 활동과 근황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가볍게는 방송 소감과 다른 버튜버들을 향한 개드립부터

보통은 방송예고나 자신의 신제품 발매 등이지만 이렇게 일러스트가 아닌 현실 사진을 찍어 올림으로 캐릭터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이 잦았다.

당연히 아리아의 트위터를 호시탐탐 지켜보던 이들은 이전의 메이드의 트윗들을 싹 뒤져가면서 사진의 유사점을 찾고 그들의 일치점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런 증거를 이야기해도 뻔뻔하게 ‘아닌데요~ 다른사람인데요~’라고 말할 것을 아는 팬들은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뻔뻔한 멘탈이 좋다고 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리아의 이런 뻔뻔한 만행은, 그날 있었던 합동 게임방송까지 이어졌다.

­ㅋㅋㅋㅋ

­메이드 라 아이디하고 아리아하고 같네 ㅋㅋㅋㅋ

­본인이 말하길 ‘친구의 아이디’

­TMI:아리아와 메이드는 친구사이다

­아 또 다른 자아하고 친구 먹었다고요 ㅋㅋㅋ

­진짜 ㅋㅋㅋ 어이가없네 ㅋㅋㅋㅋ

이쯤되면 아리아의 전생…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겸직 혹은 겸생이라고 표현하는 메이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아리아를 통해 입문한 사람들은 공식 방송의 차분한 메이드를 보고 ‘이게 같은사람이야?’라는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공식 방송 의외에는 이따끔 다른 버튜버들을 찾아가서 방송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 의외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메이드 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리아의 팬들은 기존의 아리아 덕질에서 멈추게 되지 않고 메이드의 방송에 찾아가게 됨으로서, 저절로 다른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리아 ­> 메이드 ­> 공식방송의 루트를 타게 된 시청자들에게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선사하는 온갖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들의 하이라이트 영상들이나 키리누키 영상들이 노출되었다.

즉, 호기심에 의해서 아리아의 정체를 파고 들어가던 사람들은 점점 다른 버튜버들를 알게 되고, 점차 버튜버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버생의 길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것은 아리아의 영광스러운 첫 합동방송을 한지 2주일만에 밝혀지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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