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72화 (172/307)

〈 172화 〉 171화.

* * *

잠시 시간을 되돌려, 이로하와 마미, 츠유와 츠무기의 네 친자매들과 나에와 유나같은 친자매 이상의 유대감을 보이는 이들이 휴일에 바베큐를 굽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날, 유나의 진짜 목소리를 알게 된 마미는 떠오르는 음악적 영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츠유와 유나의 손을 붙잡고 음악실로 향했다.

마미에게 죄책감 비슷한걸 가지고 있던 유나는 물론이고, 내심 유나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싶었던 츠유는 못이기는척 그녀와 함께 음악실로 내려갔다.

“자아, 솔직히 작곡과 듀엣곡이라는 게 쉽게 작곡되는 건 아닌데 이런 뭐든지 노래할 것 같은 목소리가 있으면 기존 곡을 편곡해서라도 부르게 하고 싶단 말이지.”

“아하하…”

괜히 어린 나이에 일본 인터넷에서 천재 반열에 오른 작곡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한듯, 마미는 기존에 작업하던 비트들을 몇 개 들려주었다.

“자, 평소에 자주 아리아랑 노래 부르고 싶다고 말한 코모레비 씨, 무슨 곡을 작업하고 싶니? 간드러진 기교가 들어간 발라드? 심장을 두들기는 록? 아니면 인터넷에서 인기가 자자한 감정을 건드리는 제이팝? 아니면 중2병 가득한 트랜스풍 보컬곡?”

다음 곡을 위해 여러 비트와 멜로디를 틀어주었다.

작곡 범위가 넓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걔중에는 간드러진 현악기가 들어간 발라드, 일렉트릭 음이 가득한 트랜스풍 Jpop, 시끄러운 드럼의 락들이 가득했다.

술이 잔뜩 오르면서 음악적 재능이 충만한 작곡가가 자신의 보물들을 공개하는 일이 잘 없다는걸 잘 알고있는, 한 때 아이돌들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기에 신중해졌다.

사실 서로 내심 합동곡을 꿈꾸고 있었던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생각한 바를 말하기 시작했다.

“언니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강하게 치고 나오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고음이라고 생각하죠. 안정적인 발성과 호흡법으로 일어나는 공명감이 잘 일어나는 듣기 좋은 고음역대말이죠”

“뭐어… 재능도 재능이고, 훈련도 받았으니까”

“하지만 전 언니의 목소리에 담긴… 언니의 감정전달력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언니가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그 노래에서 담긴 감정 전달력이 너무나도 제 마음을 간질거려요.”

“그건 작곡가인 나도 인정, 물론 인터넷판에서도 유나처럼 대단한 고음 파워를 내는 사람도 적긴한데, 사실 그런 기교적인 면모 보다도 연습생 생활로 다져져온 안정적인 감정 전달력이라 해야하나… 잘 갈린 칼같은 느낌이라 할까…”

“그래서 니아 씨, 저는… 제 최선을 다 던져서 유나 언니에게 도전하고 싶어요.

제 가수적인 능력으로 언니의 모든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제 몸을 던지고 싶어요.”

그 노골적인 칭찬에 유나 얼굴은 저녁 방송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심하게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유나의 손을 츠유가 잡았다.

유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술을 마셨음에도 이성이 뚜렷하다.

약간의 알코올은 츠유의 마음속에 있었던, 그녀가 쓰라린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체면치레와 그녀에게 빚을 얻게 되면서 따라온 죄책감을 완전히 덜어내주었다.

술의 용기를 빌어 그녀의 아티스트 이름에 걸맞는,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빛의 눈동자가 유나의 눈에 들어왔다.

흔들림 없는 뚜렷한 눈,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모든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과거의 연습생시절을 떠올리게하는 그 강인한 두 눈을 바라본 유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선라이즈의 노래 대장들을 데리고 작곡할 수 있다니, 내가 오히려 영광이야.”

유명세를 얻게 되며 기어코 현재 자신이 올린 모든 곡들을 1천만 재생을 달성한 인터넷의 천재 아티스트 니아

비록 투고하는 곡의 숫자는 일년에 네 곡 아니면 다섯 곡일 정도로 작곡을 잘 하지 않는 그녀지만 작곡하는 모든 곡들은 일본 인터넷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천재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 창고를 열었다.

“이렇게 된거, 선라이즈 최초로 3천만 재생 오리지널 곡을 만들어볼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마미의 말에, 두 버튜버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분명히 아리아와 타마, 그리고 유리아의 합동 방송은 처음이건만, 아리아는 별다른 어색함 없이 그녀들의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아싸 연맹에 인사 드리러 온 구미호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어그로를 끈 아리아는 무사히 선배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 빠르게 게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태연자악하게 메이드 라의 계정을 쓰는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채팅으로 뜨겁게 반응을 보여주었다.

“아, 아리아 씨, 아리아가 왜 메이드 씨의 계정을 쓰고 있는 지 사람들이 묻는데?”

낮에는 파티를, 오후에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나에 언니와 사랑 과시를, 저녁에는 합동 방송에 들어간 아리아는 타마의 짓궂은 질문을 받았다.

“아 메이드 씨는 제 친구라서 기꺼이 아이디를 빌려주었어요.”

“흐응, 계정 도용은 정지사유인거 몰라?”

“…어? 에? 에??”

이어지는 유리아의 짓궂은 말에 아리아는 몹시 당황한듯 눈동자를 여기저기로 굴렸다.

“이건 저기, 어, 어, 그러니까… 그게…”

“메이드의 주인 되는 입장으로 ‘친구 사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게임 아이디 빌리는 거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죄, 죄송해요 유리아 선배님!”

“뭐어, 귀여우니 봐줄게. 대신 오늘 밤 나를 잘 보살펴야 해?”

졸지에 다이아몬드 두 사람 큐 사이에 끼게 된 실버 티어, 유리아의 말에 아리아는 헤드셋이 스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ㅋㅋㅋㅋ 기강잡기

­유리아의 카리스마

­근데 아리아 개 뻔뻔해 ㅋㅋ 여우귀 단 애들 종특이냐 ㅋㅋ

­귀여우면 그만이지 ㅋㅋ

­근데 첫 합동 방송 대상이 너무 메이드답다, 편해서 그런가?

­그런데 전혀 다른 모습이네. 메이드 기강잡는 유리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데뷔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는 파릇파릇한 야한 뉴비라면?

­못참지 ㅋㅋㅋ

­타마도 갈구는거 봐 ㅋㅋ

3인 게임에서 중요하지 않는 게 어디있냐만, 그래도 전술적인 움직임을 분류하자면 공격 주도적으로 하거나 그것을 커버하러 가는 백업형으로 나눌 수 있다.

메이드 라의 스타일은 적극적인 공격 주도형에 가까웠다.

장비가 잘 갖춰지고 교전각이 만들었다 싶으면 가벼운 견제를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킬을 따러 진입하고,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백업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일단 플레이 스타일이 거칠기는 해도, 그녀와 함께 교전하고 함께 빠지면 대다수의 전투 상황에 이득을 보았기에 이런 그녀의 독불장군의 스타일은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였다.

일단 성과 자체만 놓고 보면 좋았으니까.

그녀의 폭군에 가까운 오더에 따라가기만 하면 이길 수 있었고, 이런 스타일은 특히 피지컬은 좋아도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스트리머들에게는 사랑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것은 폭군 메이드가 아니었다.

“아리아, 방어킷좀.”

“아리아야 들어간다, 뒤 봐줘.”

“아리아야 내가 뒤 돌테니까 잘 버텨보렴.”

“아리아! 그 무기 내놔.”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나 죽어!”

“아리아야!”

“아리아!!!!!”

독불장군 전투형 메이드는 어디에 가고, 여기에는 힐킷과 아이템을 루팅하기 위해 쫄래쫄래 돌아다니다가 선배들의 목소리에 네에!!라고 말하면서 그녀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기강 쎄게 잡힌 여우만 존재 했다.

마치 RPG 게임을 하면 주인을 쫄래쫄래 쫓아다니는 펫처럼, 구미호 아리아는 선배님들~ 제가 갈게요! 하는 스탠스로 쭉 두 사람을 어시스트 했다.

­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내 배꼽ㅋㅋㅋ

­결국 다 죽었잖아 ㅋㅋㅋㅋ

­플레티넘에게 사살당하는 메이드? 이건 야하다

­미치겠네 ㅋㅋㅋㅋ

­근데 너무 연기 찰지잖아 ㅋㅋ

­실버가… 오더를?

­하지만 그 실버가 선배라면?

­머리 박아야지 ㅋㅋ

­두 선배 너무 능청스러워 ㅋㅋ

기강 세게 잡힌것을 연기하는 후배 버튜버와 그런 그녀에게 기강을 잡는 두 선배 버튜버

그리고 그 선배 버튜버들은, 아싸 연맹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있을 정도로 평소에는 쭈글쭈글한 느낌으로 그려지는 타마와 유리아였다.

다루기 좋은 후배가 세게 나가도 잘 받아주자 흥이 오른 듯 그녀들은 잡무를 처리하게 했다.

뭐 사전에 협의된 플레이겠지만, 평소 ‘메이드의 에이펙스 스타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폭소 포인트였다.

그래도 플레이 자체는 흠잡을게 없어서, 만약 유리아의 실력이 실버 수준이 아니라 플래티넘 정도만 되었어도 훌륭하게 챔피언(1등)자리를 먹을 수 있었을거라는 게 시청자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걸 떠나서 네에! 넵! 하면서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아리아의 군기 잡힌 귀여운 모습은 금새 화자가 되었다.

적어도 게임을 하면 이겨야하고 여기에 타협을 보지 않았던 엄격한 메이드가 아닌, 방송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는 구미호가 존재하였기 때문에 오후 9시에 시작한 방송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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