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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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만 일본의 인터넷적인 인프라는 상당히 구리다.
내가 그것을 느낀 것은 대학생 때 친구의 집에 놀러 갔었을 때다.
물론 그녀도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아오모리 현에 자그마치 천 헥타르가 넘는 녹차 밭을 운영한다는 그녀는 꽤 유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전철 소리가 싫어서 사이타마에 거주하는 독특한 친구였다.
아무튼 당시 놀러간 그녀의 집은 상당히 넓었다.
자취방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등급으로도 상당히 높은 랭크를 가진 그 집은 솔직히 말해서 당시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나에게 미약하게나마 질시의 감정을 부여했으니까.
넓은 욕실과 근사한 욕조
벽은 벌레가 감히 꿈꾸지 못하듯 고급스러웠고, 바닥 또한 일본집 답지 않게 부드러웠다.
건물은 작년에 지어져서 적당히 새 건물 냄새도 사라지고, 저택 구석구석 모두가 깔끔한 아름다운 집
그것은 어지간한 캡슐 호텔이나 저가형 비즈니스 호텔은 감히 비교도 하지 못할 우아한 자취방이었다.
그래
인터넷만 있었더라면 말이다.
일본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노트북에 서툴다.
오죽하면 나름 명문대학인 우리 학교에서 1학년 1학기, 필수 교양 과목에 ‘대학생 생활’이라는 무려 2학점짜리 커리큘럼의 수료 조건은 워드로 1천자 분량의 글짓기란 말인가?
그만큼 노트북이라는 친구는 닌텐도와 스마트폰을 거친 그들에게 있어서는 마치 영화속 소품같은 물건이었다.
그것을 상징하듯, 적당하게 주변에 와이파이 기계가 있다면 그들은 딱히 인터넷을 집에 들여놓지 않았다.
일단 설치도 번거롭고, 오래 살 집도 아닌데 굳이? 하는 기분으로 집에 공유기조차 설치하지 않는 집이 태반이다.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게 있는데 일본의 인터넷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일본이 서버 관련 기술이나 IT쪽 기술이 잘 발달되어있고, 비즈니스 영역이 되면 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못해 오히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인식이 너무나도 달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료를 다운 받는데 1분 이상 걸리면 인터넷 이상을 의심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세월아 네월아 하듯 10분이상 걸리면 ‘뭐 어때?’하는 인식이다.
유튜브가 버퍼링 걸린다? 그러면 480이 아닌 360으로 보면된다.
와이파이가 느리다? 그러면 비싼 데이터 정액제를 구매하고 와이파이를 해지하면된다.
그랬던 일본이 코로나 이후로 사회의 인프라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갖춰질것을 요구받는 세상이 오자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실시간 인터넷 동영상 통화, 우리가 Zoom이라고 부르는 가상 회의실은 물론이고 교육계에서 사용하는 실시간 학습 프로그램과 인터넷 강의 시스템은 꽤나 양질의 통신 서비스를 요구했으니 말이다.
조그만 휴대폰으로는 인터넷 강의를 듣기 지난하고, 무엇보다도 실시간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무언가를 입력하거나 발표하는 식으로… 요약하자면 컴퓨터를 사용해야했다.
그리고 이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집이 구식이라서, 혹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쉽사리 공유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한국인의 집, 하다못해 원룸 자취방에도 있는 와이파이 중계기조차 없는 집을 학교에서도 알고 있는지 ‘인터넷 공부 대비용 장비 대출’같은 기가막힌 학자금 대출 영역도 개설하지 않았는가?
대학생활을 거친 나는 두 초등학생의 말을 듣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서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
“뭐, 기사 표어에는 ‘초등학생은 그걸로 공부하고, 어른들은 그 인터넷 기기로 내 방송 봐줘’ 하는 식으로 해줘요. 매니저님 알겠죠? 제 뻔뻔한 캐릭터성.”
나는 자신이 있었다.
뻔뻔하게 메이드의 목소리를 낸 다음, 그거 저 아닙니다하는 식으로 연기를 자주 했으니 말이다.
“응, 오해의 여지없게 잘 해줄게.”
첫 월급을 의미 있게 쓰는 건 학생 시절의 목표였다.
물론 그런 면에서 보면 ‘매니저 생활’은 법적으로 취업 비자를 허가하는 명백한 내 첫 직장이었지만… 글쎄, 그때에는 여유가 없다고 해야 할지, 첫 월급으로 언니에게 필요한 운동 기구를 산다는 식으로 이래저래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니저 유나가 아닌 버튜버 유나가 된 나는 이번 2월 달의 월급은 첫 월급이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흔쾌히 기부를 결정했다.
초등학생이 있는 집에는 젊은 부부들이 있다.
그런 집에 가내의 인터넷 환경을 개선시켜줄 공유기 등을 설치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조금 더 나은 인도어 활동가령 애니메이션 시청이라던가, 덕질이라던가, 유튜버 시청이라던가, 버튜버 시청이라던가, 선라이즈 덕질이라던가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갖춰야할 공유 기계를 기부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 아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받게 된다면?
아이는 학습에, 돈 많은 어른은 그래도 기부자 이름이 있는데 ‘아리아’라는 방송을 봐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건 팬들에게 ‘버튜버 아리아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후원을 제대로 쓰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얼마나 완벽한 계획이란 말인가!
역시 전직 매니저의 경험은 어딜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 당시 분석했던 경험이 남아서 나에게 이런 지혜를 주는 것 같아서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여차여차 과열된 구미호의 엘리트주의적인 성격도 이참에 덜어두면 방송할 때 편하게 할 수 있다.
좀 커다란 금액이 기부 되는 건 그래도 속물적으로 가슴 아프긴 하지만 투자라고 생각하니 훨씬 편했다.
***
유키하라는 자신의 전담 버튜버를 바라보았다.
설명하기도 귀찮을 만큼의 미인이 헤실헤실 웃는다.
젊은 여성이 자신의 월급을, 심지어 인센티브에 성과금이 붙은 큼 금액을 흔쾌히 기부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잘 나가는 버튜버의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고 있고, 실제로 아리아는 업계의 폭풍의 중심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었으니 잘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금액을 기부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은 나이에 큰돈을 얻게 되면 당연히 주위에게 사치하듯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인간의 심리다.
이 사회는 배금주의(????)를 싫어하면서도 젊은 사람, 특히 아름다운 여성의 성공에는 열광하는 분위기를 띄었으니 말이다.
“방송에서는 말 안하실거죠?”
“물론이죠, 그거 뭐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쿨하게 기부하고 쩨쩨하게 돈 달라는 소리 하는거 같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유나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어서, 마치 자신의 선행에 쑥스러워하는 듯한 풋풋함이 느껴졌다.
그녀의 재능과 노력, 그리고 성품을 아는 유키하라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안구에 차오르는 습기와 가슴을 뜨겁게 하는 열망을 참은 유키하라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오늘은 예정대로 언더테일이시죠?”
“물론이죠. 게임이 재미있더라구요. 그리고 일정 스케쥴대로 어지간하면 진행할 거 같아요. 그럼 모래 스튜디오까지 잘 부탁드릴게요.”
“네, 유나씨에게 어울릴만한 기획 준비 기대하세요.”
첫 번째 합동 방송은 유나의 제의로 기획된 사항이었다.
두 번째 합동 방송은 자신이 제의하기로 결정했다.
메이드와 구미호의 캐릭터를 분석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랬는데, 대뜸 자신의 첫 월급을 기부하겠다는 말을 듣고 실제로 방금 그녀에게 법적인 절차를 걸쳐 기부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잠시 만난 게 전부였다.
처음에는 방송 기획에 대한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이번 일의 여파에 대해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위선자라는 이미지가 붙을까? 라고 하기에는 첫 월급을 의미있게 쓰는 풍습은 일본에도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다.
워낙 데뷔 이래로 여러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런 면모를 보여도 시청자들이 놀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버튜버 업계는 물론이고 인터넷 방송 업계에도 큰 화젯거리가 된 슈퍼챗 사건도 이번 일로 크게 증기를 뺄 것이다.
적어도 이 버튜버는 돈을 이렇게 쓸 수도 있다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과 버튜얼은 다르다.
이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현실에 기부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이것을 생각하는 건 아마 자신에 대한 시험이겠지.
그런 우려를 하며, 유키하라는 기부금을 잘 활용할 단체를 찾기 위해 자선 협회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성실하고 착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 큰 마음을 먹고 한 기부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살릴것인가, 이것은 자신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유키하라가 심혈을 고른 자선 단체는 초등학생이 있는 저택 중 인터넷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정보 약자 계층’이라는 사람들의 집에 방문하였다.
그들은 인터넷 회의와 인터넷 수강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 망을 설치해주었고, 그 자선 행위의 이름은 ‘선라이즈의 아리아’라는 이름으로 실행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자그만 자선은 작은 인터넷 언론사에 제보가 되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뉴스를 챙겨보는 선라이즈의 오타쿠들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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