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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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행보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무언가를 처음 시도한다는 것은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는 도전 행위이고, 관성에 빠진 행동이 아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발전의 다른 표현이니 말이다.
때문에 인터넷 방송인들 중에서 아주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버튜얼 유튜버가 개인의 이름으로 자선 행위를 하는 것은 아리아가 최초였고 그만큼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소하게 서브 컬쳐계의 새로운 소식을 다루던 매체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고 아리아를 아는 기자들은 회사의 자료를 받아가며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조사를 했는데 그 내용이 실로 독특했다.
회사 측에서도 한 번도 행하지 않는 자선 행위를 회사 소속의 버튜버가 한 행위도 처음인데다가 그 대상이 IT 산업과 연관이 되어있는 정보화 계층의 약자들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부 받는 대상의 선정 기준은 ‘취약 계층들 중에서도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었다.
뭐야,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지낸다고?
운동장에서 뛰어놀지도 못하고, 학교도 열렀다가 닫히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수업만 듣는다고?
친구들하고 잠자리 잡으러 간다거나, 학교 끝나고 편의점에서 31엔짜리 가리가리도 먹지 않는다고?
코로나 확산 방지? 그런데 왜 애들이 이런 피해를 봐야하냐?
아니 코로나 확진 터지는건 신쥬쿠나 하라쥬쿠같은 번화가잖아, 왜 애꿎은 애들이 한 달에 학교를 등교했다가 말았다가 함?
아베 정부 너무한거 아니냐 ㅋㅋ 올림픽이 뭐라고 애들이 피해를 봄?
그리고 아리아의 자선 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하던 사람들은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초등학생들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의 초등학생은 그들이 알고 있던 초등학생 시절과 달랐다.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중학생이 아닌 초등학생만큼은 순수한 어린 마음으로 좋은 추억들을 쌓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은 이에 놀랐다.
특히 기혼자가 아니고 주변에 기혼자 지인이 없어 육아의 고통을 모르는 오타쿠들은 자신의 초등학생 시절과 현재의 초등학생의 사태를 알아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심 지역이 아닌 낙후된 지역에서는 그들이 즐겨보는 생방송조차 시청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더욱 놀랐다.
그렇게 한 버튜버가 기부했던 정보화 약자 계층의 가정에 인터넷 장비를 기부하자라는 행위는 여러 사람들의 참여를 이끄는 일종의 사회 운동 현상을 띄게 되었다.
유명한 성우, 인기 있는 인터넷 방송인, 누구나 알아주는 게임 프로듀서, 때로는 게임 매거진이나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같은 커다란 기업들이 참여를 하게 되면서 액수는 점점 커져갔다.
언론에서는 코로나로 인해서 교육권을 침해 받고 있는 초등학생의 현실을 다시 비추기 시작했고, 일본의 3대 이동 통신사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는 이번 자선행위에는 회사가 이문을 남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때문에 그들이 내놓는 액수로 인해서 이러한 운동을 처음 시작한 버튜버 아리아의 이름은 금새 묻히게 되었지만 그것은 사회 현상에 주목하는 일반인들의 이야기였고 오타쿠들은 아니었다.
적어도 버튜버를 보는 오타쿠들 만큼은 ‘그래서 아리아가 누군데 씹덕들아?’로 시작하게 되어서 그녀에 대해서 검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몇 차례 전설을 찍은 이 대단한 신인 버튜버의 하이라이트 영상, 즉 입덕 영상을 본 이들은 영어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이들을 빼고는 아리아의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면서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첫 월급을 모두 기부하면서 일본 사회에 자그만 파문을 일으킨 이 버튜버는… 울고있었다.
[당신은 친구들의 영혼들이 아스리엘 안에서 울려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모든 괴물들… 그러니까 아리아와 친구가 된 괴물들을 집어 삼킨 역대 최악의 괴물 아스리엘 드리무어가 타오르는 증오가 꺾여간다.
유한한 이기적 탐욕과 무한한 이타적인 의지가 부딪히는, 많은 언더테일 팬들을 만들게 된 그 감동적인 장면을 플레이하고 있는 아리아의 입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나왔다.
“이거 너무 비겁하잖아요.”
“이런 연출을… 직접…”
“으아아앙”
“나쁜 녀석이지만… 진짜 나쁜 녀석이지만…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항상 예쁜 소리만 내었던 아리아의 입에서 울음이 섞인, 콧물 섞인 질질짜는 소리가 나온다.
예쁘고 우아하고, 사람들을 놀려먹기도 하며 유혹하던 매혹적인 구미호는 어디에 가고, 여기에는 게임이 주는 스토리와 감정선에 완벽하게 몰입 되어버린 오타쿠만 존재했다.
피지컬로 어쩔 수 없는 게임의 전개에 핀치에 몰리다가, 친구들에게 도움받고, 또 누군가가 배신당하고, 헤피 엔드 직전에 방해당하다가 결국 트루 엔드에 돌입하는 과정은 그만큼 가슴이 뭉클했으니 말이다.
“나는 기꺼이 널 용서할게, 다른 이들에게도 그랬던것처럼.”
훌륭한 음악, 더 훌륭한 스토리, 시청자들보다 몰입을 더 한 스트리머 아리아
게임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은 감동을 주었다.
호소력 강한 그 예쁜 목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감정이 전염되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기도 하였다.
우리 구미호 우는거 왤캐 공감되냐 ㅜㅜ
진짜… 게임 잘 즐기네
코 밍밍한거 봐… 진짜 우네
처음에는 피지컬 보고 놀랐는데, 그거 떠나서 게임 이렇게 하는게…
저렇게 순수하게 즐기는 거 보면 나도 저때가 그립다
코 푸는거 봐 ㅋㅋ
진짜 고생했다.
바깥에서 어떤 활동을 하던간에, 여기에는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스트리머만 존재했다.
약간의 휴식 시간 이후 돌아온 아리아는 어느정도 감정이 가라앉았는지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그녀 특유의, 영어로 말하면서 일본어로 채팅을 치는 평소의 소통 방송으로 돌아왔다.
“정말 굉장했어요. 옛날에 선배들 덕질하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직접 하니 다르네요.”
“이런 때 만큼은 울어도 되죠.”
“뭐 어때요? 저 구미호 아리아는 질질 울고 있어도 예쁜걸요.”
평소처럼 자신만만하게
이따끔 사람들을 왠지 모르게 열받게 하는듯한 언행을 하면서 그녀는 게임에 대한 소감을 계속 풀어나갔다.
3차례의 방송을 통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언더테일의 이야기를 끝낸 그녀는 후련한 기분으로 소통을 이어나갔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30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10분간 풀어내고 있자니 어느덧 시계는 목요일 새벽 한 시를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부는 아리아가 직접 하신 건가요?]
그런 그녀의 방송에 빠져드느라 묻고 싶은 것들을 까먹었다가, 그제야 떠올린듯 누군가가 보낸 슈퍼챗이 보였다.
“슈퍼챗 감사해요~ 그래서 이번 기부는 아리아가 직접 하신 건가요?”
“어… 네, 제 2월달 수입 전부 다 기부를 했어요. 이전부터 인간 세상에서 돈을 벌게 된다면 처음 받는 월급을 기부하고 싶었거든요.”
마치 내일 점심 식사는 튀김 우동이에요. 라고 말하는 듯한 아무렇지 않는 어조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선라이즈의 발표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 기부 사실을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하는건 또 다른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음 합동 방송은 누구랑 하나요? 이나리?]
“슈퍼챗 고마워요~ 다음 합동 방송은 누구랑하나요? 이나리?”
“으응, 이나리 선배랑도 여우 동지끼리 하고 싶었는데 선배가 바빠보여서…”
100만엔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고 천연덕스럽게 다른 슈퍼챗을 읽기 시작한 아리아의 모습에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넘어갔다.
새벽 한 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다음 날에는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졸린 사람들의 두뇌는 아리아가 조곤조곤하게 읽어주는 슈퍼챗 내용이나 소소한 잡담을 들으면서 지나갔다.
어찌보면 유나가 바라는 대로 크게 언급 되지 않고 넘어가는 그런 전개였다.
하지만 그녀의 팬들은 아니었다.
***
[이 건방진 구미호를 봐라]
기부 내용 맞음, 찌라시 아님.
[링크]
그리고 사실이 맞다고 본인이 말함
자기 첫 월급 다 털어놓았다고 하더라고
아니 미친ㅋㅋㅋㅋ
저러고 바로 슈퍼챗 읽으러 감 ㅋㅋㅋ
아니 기부 한 지가 언제인데 방송에서 말 한번도 안함?
나도 뉴스보고 알았잖아 ㅋㅋㅋㅋㅋ
지나가듯 ‘이번 정보화 약자 기부 사태’의 시발점이 버튜버라는 이야기들었는데
그게 아리아였어?
커뮤니티, 그러니까 적어도 아리아의 내용만 다루는 버튜버의 커뮤니티는 달아올랐다.
거액을 기부하고도 방송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그것을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시청자가 직접 질문을 해서 알았다는 점이었다.
착한일을 하고도 티를 내지 않는다.
어찌보면 대다수의 기부자들이 취하는 태도이긴 하나, 그것이 자신의 최애라는 점은 참을 수 없었다.
‘그 건방진 구미호’라는 키워드가 사이트 내에서 퍼지게 되었다.
당연히 해당 장면을 한 키리누키 영상들도 생겨났고, 이번 사태를 종합하는 렉카 유튜버들 또한 한 번씩 다루게 되었다.
[이 구미호 교육이 필요하네]
긴 말이 필요없다 혼내주러 가자
아 ㅋㅋㅋ 못참지 ㅋㅋㅋㅋ
아니 우리는 아리아 잘 되라고 슈퍼챗 쏘았는데 왜지가 그 돈을 맘대로 쓰냐고
맘대로 썼잖아 ㅋㅋ 자기를 위해서가 아닌 타인에게 ㅋㅋㅋ
너무 건방져
구미호 교육은 어떻게 해준다?
돈으로 패야지 ㅋㅋ 저번 첫 슈퍼챗 방송에서 못봄?
우리도 그 ‘붉은 폭탄’ 한번 갈까? 어둠의 메이드 단 링크좀
일을 마무리 하려면 확실하게 매듭지어야했다.
기부에 관해서 제대로 언급을 공지를 하고 끝냈어야했다.
마치 얼렁뚱땅 넘기려는 듯한 아리아의 행동은 그녀를 아끼는 팬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물론 기부를 하는 건 본인의 자유기는 한데, 그걸 해놓고 팬들에게 아무 표현을 하지 않았다니… 마치 자신의 선행을 숨기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사실 완전히 숨기려고 했으면 익명으로 기부했지만… 익명 기부가 아닌 시점에서 그녀에게는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빠져든 골수 팬들은 아니었다.
그녀가 재채기만 해도 예쁘게 보이는 콩깍지가 제대로 쓰여진 이 팬들은 그녀가 더 행복한 길을 걷기를 원했다.
때문에 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선택지를 내렸다.
팬들이 가장 많은 영어권은 물론이고 교육 방송 보듯이 그녀의 방송을 자주 찾는 일본권, 그리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선라이즈에서 가장 한국어를 잘하는 버튜버의 골수팬이 되어버린 한국권 커뮤니티는 대동단결 하였다.
>레딧에서 기부 테러 작전중 갈사람?
>우리가 가오가 있지, 달러에 질 수 없다. 우리의 기부는 무조권 한화(₩)다.
>최강 한화를 보여주자
>일단 미국형님들은 못이겨도 엔화보다는 앞서보자
>그럴까? 누구 하나 총대 매고 날짜 정하고 테러가자
구미호 아리아
그녀는 자신의 팬들을 얕보았다.
최애에 대한 사랑을 얕본 그 대가는 돈을 뭉쳐서 만든 폭탄이 되어 그녀를 뒤흔드리라
선행의 기쁨과 그녀의 당황한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은 묘한 배덕감으로 그녀의 새로운 방송을 대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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