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175화.
* * *
아리아는 리액션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신인 방송인이라서 그런 면도 있었지만, 사람 자체가 워낙 감정이 풍부하고 밈도 많이 알고 있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그녀는 집중할 때 빼고는 시청자들의 채팅에 극적으로 읽어주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포텐셜이 터져 나온 영상들이 등장했다.
‘감히’ ‘팬들에게 말하지 않고’ ‘기부행위를 하고’ ‘하고 나서도 일주일동안 방송에서 언급 한번 도안한’ 그녀의 행동에 자극받은 팬들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어찌보면 그것은 그녀의 업보였다.
구미호 아리아 이전 메이드 라일 당시에는 그녀는 회사의 공식 채널도 개설하지 않게 하고 방송 일정을 밝히는 다른 버튜버들에 비해서 다른 버튜버들에 방송에 잠깐 등장한 스타일을 가졌으니 말이다.
그 탓에 그녀의 팬들은 적을지언정 조직력 만큼은 대단했다.
그녀의 팬들이 하는 조직적인 행동은 ‘슈퍼챗 50개 연속으로 보내기’같은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리액션 좋은 구미호가 얼어붙고 고장이 나는 레전드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만들어졌다.
[돈으로 처맞는 구미호 영상]
리액션 하는것조차 잊어버리고 멍하니 입을 벌리는 멍청한 영상
일반적으로 슈퍼챗은 채팅 도중에 가끔씩 등장하는 요소다.
한 사람이 보내는 슈퍼챗을 보고 자신도 쓰는 구조로 잠시 이어지기는 해도 그것은 수많은 채팅중 일부
방송인의 밈을 쓰거나, 구독자 전용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ㅋㅋ’하는 식으로 이어지는 채팅이 주를 이루는게 정상이다.
때문에 1분간 이어지는 ‘어둠의 메이드단’의 테러 행위는 극히 드문것이다.
“…”
유창하고 말 잘하는 구미호라는 평에 어울리지 않게, 붉은 빛과 주황색이 물결치는 릴레이에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취지는 이거였다.
‘감히 내가 준 돈을 기부에 써? 건방지다 더 가져가라’라는 말이었다.
마치 데뷔 이후 최초의 슈퍼챗 방송을 보는것처럼 그녀의 방송창은 슈퍼쳇으로 뒤덮여 엉망으로 되었다.
“더 이상 쓰면 이것도 다 기부할거에요! 그만 쏴요!”
그리고 자기의 입으로 기부로 협박하는 버튜버가 나오게 되었다.
[응 기부해봐, 더 쏴주면 그만이야]
그리고 아리아의 사소한 반항은 시청자들의 답장으로 막히게 되었다.
***
“느아아아으아.”
“돈을 받고도 이렇게 기겁하는 거 처음보네.”
“언니이이…”
“오구오구 우리 유나, 돈 많이 많이 벌어온다.”
광란의 슈퍼챗 릴레이 이후 힘이 쫙 빠진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방송 자체의 진행에 있어서는 내 의지에 따라서 진행이 되었다.
노래는 크게 실수한 적도 없었고, 게임을 하면 사람들이 호응도 잘 해주었고 콘텐츠 리뷰를 하면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착한 구독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슈퍼챗
솔직히 돈 주는데 싫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지는 금액은 부담스럽다.
“뭐랄까, 저도 버튜버 덕질하면서 돈을 안 쓰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좀 더 오랫동안 덕질할 수 있게 그 돈 좀 아꼈으면 좋겠는데요.”
“그만큼 유나가 구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먹혀들었나 보네, 오구오구 우리 유니 장하다 장해. 어느새 시청자들을 그만큼 매료시켰구나?”
본인의 방송을 잠시 쉬고 내 방송을 쭉 보아온 언니는 나를 오구오구 거리면서 나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유튜브 슈퍼챗 랭킹 3위 안에 들어가는 언니에게 그 소리 들으면 기만같은데요.”
유리아의 시청자들은 엄청나다.
언니의 귀여운 애교는 세계 최강이고 이것은 슈퍼챗 랭킹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정말이지, 내 시청자들은 고삐풀린 망아지 같은데 언니의 시청자들은 무언가… 인터넷 방송적 표현으로 ‘조교’가 잘 된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만큼 언니의 팬들이 충성심 깊다는거지…
“그런 버튜버에게 쓰다듬 받고 있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구.”
평소의 목소리가 아닌, 비겁하게 유리아 톤으로 말한 언니의 말에 나는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녹아내린 나의 얼굴을 향해 언니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언니는 얄밉게 ‘작전 성공’이라고 적힌 어둠의 메이드단의 채팅 내역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언니도 나를 ‘돈으로 때리기 작전’에 가담한 일원이라는 거구나
배신감도 배신감인데, 나는 어이가 없어서 언니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니 왜 본인이 무릎 위에 있는데 그런 데서 덕질해요?”
“왜냐하면 유나를 이렇게 놀리는건 언제나 짜릿하고 새롭거든.
유나를 놀리는 것과 구미호 아리아를 동시에 놀릴 수 있는 기회가 어디 적은 줄 아니?”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 언니가 도대체 내가 알던 그 언니가 맞단 말인가?
정말이지, 방송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건데 방송을 하고 나면 어마어마하게 정신적 피로가 몰려들어온다.
그래서 멘탈이 병든다고 해야하나… 만약 건강한 삶을 살지 못했다면 진즉에 맛이 갈 정도로 힘든 면모가 있었다.
스스로가 방송인이 되어보니 언니가 왜 나와 만난 초창기에 그런 삶을 살았는지 알거같았다.
병원에서 공인하기를 나는 비슷한 또래와 비교해서 건강 수준은 상위 0.1%
즉 극한으로 단련하는 운동 선수와 비슷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나조차 방송을 한 번 할때마다 진이 빠져서 이런데...
체력이 부족했던 언니는 방송을 진행하고 나면 힘이 빠져서 가사일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언니는 나보다 방송 시간이 월등히 길었다.
아직까지 내구방송(5시간 이상 연속으로 진행하는 방송)을 한 적이 없는 나는 언니의 방송 업적을 생각할수록 할 말이 없어졌다.
그 작은 몸으로 그 흔들리는 정신으로 방송에 몰두했구나.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언니를 그렇게 바라보니?”
“그냥요.”
언니의 무릎에 누워있자니 힘이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언니를 끌어 안았다.
살짝 발버둥 치는 언니였지만 그래도 내 품에 안긴 나는 언니를 껴안으면서 그 따스러운 온기를 느꼈다.
“아, 행복하다.”:
“유나는 참 제멋대로야.”
“그래서 싫어요?”
침대에 누워서 언니를 바라보며 짓궂게 물었다.
언니의 대답은 부드러운 키스였다.
정말이지... 이런 애교를 시청자들이 알아야하는데 말이다.
아쉽게도 이 사랑스러운 모습은 유나 독점인듯 싶었다.
그렇게 서로의 호흡을 확인하고 있자니 몸이 더욱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떤 연구자가 조사하기를 키스를 하면 몸이 행복해지며 릴렉스 하기 좋게 변한다고 하였는가?
그 어떤 비타민 약이나 각성제도 나를 이렇게 편안해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언니는 정말 나만을 위해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그런 낯간지러운 생각을 했다.
그 덕분일까?
방송에 집중하다가 풀려나며 생긴 탈력감이 회복되며 나는 컨디션이 돌아온것을 느꼈다.
도네이션 채팅의 연타는 프로 복서의 뎀프시롤처럼 나를 압박하며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다시 이성이 돌아온것을 느꼈다.
그런 나의 변화를 알아차렸을까?
언니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줬다.
그러고는 시계를 바라보던 언니는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자아, 방송도 예정대로 끝났고 우리 유나도 컨디션이 돌아온 것을 느꼈으니... 슬슬 시작할까?”
“네, 좋아요 언니.”
언니는 노력하는 방송인이다.
본인의 장점을 살리고,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을 매혹적으로 조교를 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터득한 언니는 방송인으로서 존경할만한 사람이었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집착해주는 목소리’로 의존적인 캐릭터, 서브컬쳐에서는 멘헤라라고 부르는 모드로 돌입한 다음 하는 연기는 정말 옆에서 듣고 있자면 소름돋을 정도로 매서웠다.
그래도 방송인으로서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는데그것은 다름 아닌 노래
목소리가 사기적으로 귀엽고, 이전에 2주년 라이브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유리아라는 캐릭터성에 걸맞는 노래를 팬들에게 선사했다는 것이지 결코 보컬리스트로서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우리는 정했다.
이전 내가 마미 선배에게 음악을 배우고 내가 마미 선배에게 가사를 가르쳤듯이
이번에는 내가 언니에게 보컬을 가르치고 언니는 내 방송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원하는 캐릭터 연기 가이드를 잡아주는 수업을 하기로 말이다.
기왕 이렇게 같이 사는거, 서로에게 서로의 장점을 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정한 우리의 훈련은 오늘부터 시작이었다.
그럼 레슨 시작할게요라는 나의 말에 침대에서 나른해졌던 언니의 모습 대신에, 살짝 긴장한 어조로 보컬 선생님에게 트레이닝을 받는 연습생 태도로 돌아갔다.
“원 투 쓰리 포.”
“아 아! 아아!”
내 박수 소리에 맞춰서 목을 풀면서,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참으로 예쁜 목소리다.
하지만 노래는 예쁜 목소리만으로 다 해결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언니 호흡! 목으로 발성하지 마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지 저처럼 호흡 관리를 할 수 있어요.”
“높은 음을 내는 데 집착하지 마요. 안정적으로 발성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언니 호흡! 배에 힘을 딱 줘요! 네, 그렇게!”
“유리아의 목소리는 이미 완성되어 있어요. 너무 무리하게 몰아치지 않아도 되어요.
평소보다 틀려도 괜찮아요. 중요한건 기본기를 지키면서 노래를 하는 거에요!”
“네, 잘하고 있어요. 그대로 하세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은 엄격해야 그 효과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아는 나는 언니를 몰아붙여가면서, 행여나 목이 상하게 되는 습관이 들지 않도록 언니가 목을 풀고 노래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법 한데, 언니의 작은 몸에는 독기가 가득하게 되면서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나의 까탈스러운 교정을 하나하나 수용했다.
지적을 받으면 자존심이 자극받고 멘탈이 깎여나간다.
그것은 사람이 자아를 가진 이상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기에 보컬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하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나의 지도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언니의 표정은 밝았다.
나는 땀을 흘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에는 선생님과 제자라는 새로운 모습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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