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179화.
* * *
아리아의 매력적인 모습은 언제나 좋은 2차창작의 소재였다.
일단 목소리부터가 여성스러운 목소리였고, 성우가 의심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톤 전환이 자유자제였던 터라 인터넷 방송인의 무기인 목소리부터 크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들어가니 말이다.
거기에, 다른 노래를 전문으로 하는 아티스트 계열의 방송인들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뛰어난 보컬 능력은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도 활용을 잘하면서 낮은음부터 높은음까지 소화를 하는 능력은 오타쿠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으니 말이다.
[알 사람들 다 아는 프로그램 사람입니다.]
아메리칸 싱어의 작가입니다.
이 채널에서 다른 말 안하겠습니다.
아리아 목소리만이라도 프로그램 제의 하고 싶습니다. 흑흑흑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싱어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을 모은 후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의 아티스트 데뷔를 알리는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이기도 했는데 프로그램 제작측에서 이런 말을 할 정도였으니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따.
버츄얼 미인에, 목소리도 미인, 게임도 고수, 기존의 선배들과도 잘 어울리는 사교성으로 이름높은 구미호 아리아에 새로운 매력이 추가되었다.
그것은 일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일부 사람들에게 환호를 하게 하였으니, 이름 하여...
“선배님! 하나만 더! 하나만 더!”
“무릎 벌려지면 안됩니다! 선배님! 다시 해요!”
“레프트! 라이트! 원! 투!”
그것은 헬스 중독인 밈, 친근하게 헬창이라고 부르는 밈이였다.
으아아악! 제발 하지 마!
근데 아리아 목소리로 하나만 더? 쉽가능
가능은 무슨 가능이야 시발!!
오금이 저려온다...
피티님죄송합니다피티님죄송합니다피티님죄송합니다
‘하나만 더’
‘자세 똑바로’
‘운동에는 선후배 없다’
그녀의 발언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편집점이 되어서 밈으로 형성되었다.
당연스럽게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오타쿠들 중에서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헬스장을 등록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고, 그런 이들을 자극하는 트라우마가 된 발언을 서슴치않게 하는 아리아는 구미호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공포성을 부각했다.
아니 근데 체력 뭐냐?
링피트 부하 30? 그거면 진짜 어지간한 헬스인 아니고서는 1시간 넘게 하기 힘들지 않나?
아니 이게 방송 시작점 (링크) 이고 이게 방송 종료 직전 시점 (링크)인데 호흡 하나 안흐트러짐ㅋㅋ
마지막 자세히 들어보면 후우... 후우... 하는 거 있음
그거 스트레칭 이후 호흡고르는거야 헬린아 ㅋㅋ
그리고 그녀의 괴물같은 체력이 강조되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와서 강조하기 새삼스럽지만, 구미호 아리아의 다른 이름은 메이드 라 이다.
짧은 버튜버 역사들을 돌이켜봐도 1인 2역이라는 전후무후한 캐릭터 담당인데, 여기서 중요한건 두 캐릭터 모두 현역이라는 점이었다.
매주 토요일은 메이드 라가 진행하는 선라이즈 프로그램 기획 방송을, 수요일에는 한 주의 버튜버 소식을 공식측에서 정리해주는 메이드 라의 뉴스 방송을 진행한다.
그리고 금요일이나 일요일 중 30분에서 한시간 반 정도 시간을 내어서 잡담 방송 겸 상품 홍보, 이벤트 안내 등을 진행한다.
그리고 이따끔 타인의 방송에 난입한다.
그녀는 여전히 방송을 돕는 방송 어시스턴트 메이드였고, 어둠의 메이드단들 또한 빛의 솜뭉치단(아리아의 비공식적 팬네임들이다)을 오가면서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 후, 오전 타임에 맞춘 구미호 아리아가 들어와서 이중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시차를 고려해서, 영미권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오후 8시 시간대는 일본 시간대로는 오전 9시였기 때문에, 메이드 라의 시간대와 구미호 아리아의 시간대는 겹치지 않았다.
물론 메이드 라로 진행하는 날의 방송 시간대는 줄어들긴 하는데, 중요한건 아리아 7 메이드 3의 비율을 유지하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그녀의 괴물같은 능력이었다.
때문에 데뷔 한 달이 지난 시점, 그녀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리아 너무 하드하게 소화하는 거 아니야?
아리아 스케쥴 자체는 선라이즈 평균에 살짝 못 미치는데... 메이드 병행인거 보면
심지어 캐릭터성이 크게 다르잖아? 안의 사람이 괜찮다고 해도 이거 좀
선라이즈 악덕이네... 아무리 아리아가 나모의 희망이라고는 해도
아 이건 좀... 나도 메이드도 좋아하고 아리아도 좋아하는데
우리는 우리 애가 건강하게 오래 방송했으면 좋겠어 ㅜㅜ
이런 의견은 링피트 방송 이후 크게 역전되었다.
야 ㅋㅋ 퍼펙트한 메이드를 우리가 왜 걱정함?
우리 저질체력이나 걱정하자
1시간 30분 링피트 운동 부하 30 방송을 진행한 다음 선배들 운동 도우기?
ㅋㅋㅋㅋ진짜 미친 괴물이다
진짜 구미호 아님? 인간의 체력이 아닌데?
저 사람 저러고 또 밤에 메이드 라 방송 진행했다고 ㅋㅋㅋㅋ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한 방에 종식시켜주는 그런 방송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미호 아리아의 체력과 실제 직업에 대한 새로운 추측(헬스 트레이너)가 추가 될 무렵 그녀의 트위터에는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구미호 아리아, 선라이즈의 도움을 받아 정기 건강 진단을 받아왔어요!]
그렇게 쓴 트윗에는 한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있었다.
체중이나 신장에 대한 데이터같은 개인 정보가 추측될만한 정보는 가린 채 올린 그 진단은 의사의 소견과 함께 그녀의 건강에 관련된 지표가 기재되어있었다.
흔히들 BMI이라고 부르는 신체질량 지수부터 시작해서 골격근량, 체지방률, 내장지방 계수, 근육량, 골질량,무기질,수분 지표 등 건강 측정에 해상되는 지표들을 올렸다.
의사 소견으로는 ‘더 할 나위 없이 건강’이라는 코멘트는 그녀의 팬들에게 안심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지표를 본 운동직군의 사람들은 광기에 빠졌다.
아니 시발 내가 바디 프로필 찍는다고 하드하게 관리할때보다 더 하냐고
몸 좋은게 유일한 자부심이었는데...
저 사람은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잘부르고 게임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네...
저게 사람이야?
구미호 맞다니까 ㅋㅋ
대오타쿠 결전병기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
흔히들 운동을 좀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관리가 느슨해진 헬스 트레이너 및 운동계 종사자들에게는 멘탈을 흔드는 지표였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그녀의 건강 진단 결과를 본 사람들은 되려 자신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팬들 뿐만 아니라 버튜버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게 되었다.
“아리아의 링피트 합동 방송 제안서... 이게 그 사신의 초대장이라는 거죠?”
“유나님 살려주세요 유나님 살려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방송을 약간 재미를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에이, 설마 그래도 연속으로 했겠어요? 다른 선배들이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맞아요. 에이아 군은 얼마나 평소에도 운동을 자주 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그런 이들은 2차 마왕 토벌파티를 짜서 아리아에게 도전하게 되었고, 선라이즈에는 새로운 전설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그 이후로는 아리아에게는 ‘마왕 전설’이라는 새로운 밈이 붙게 되었다.
**
“후우, 운동도 하고 방송 분량도 챙기고 합동 방송도 하고, 링피트는 정말이지 최고야!”
역시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은 모두 착하다.
어떻게 처음 보는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같이 운동하자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나에 언니의 매니저였을 적 알게 된 인원들이 아닌 다른 선배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까 고민이었는데 ‘마침 운동을 하고 싶었어’ 라거나 ‘아리아에게 도전할래’같은 이유로 나에게 링피트 방송을 제안해주는 분들이 있을 줄이야... 역시 이 회사는 최고다.
“하...하하...”
“매니저 언니도 저랑 같이 운동 또 하러 갈래요?”
“진심으로 사양할게요 유나 양...”
어쩐지 나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진 유키하라 언니는 나를 독극물 취급하는 듯 가능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류를 스윽 내밀었다.
슬슬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들어오는 업무 제안서다.
“어디 보자... 게임 방송 숙제, 게임 홍보 관련 대사, 신작 게임 런칭 홍보... 죄다 게임이네요?”
“아리아가 게임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다/ 아리아의 게임 진행 방송은 시원시원해서 보기가 좋다/ 아리아가 더빙하듯 말하는 NPC 대사가 좋다/ 멘탈이 좋아서 나도 힘내게 된다.... 아리아에 대한 게임 관련 이미지가 좋을 수 밖에요.”
일방적으로 오는 칭찬에 나는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객관적으로, 통계학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게임을 잘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칭찬을 해줄줄이야 아하하...
“이런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칭찬은 아카리 선배님이 엄청 가져가실 거 같은데...”
“아, 아카리님은 확실히 그런 이미지가 강하시죠. 아카리님하고 츠키코님이 확실하게 게이머가 지니는 게임 애호 정신을 잘 지녔다고 볼 수 있는데... 두 분은 아무래도 고전 게임 위주로 하시다 보니...”
“아...”
“그래서 게임 회사들이 많이 찾아온게 아닐까 생각 드네요.”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나도 알 것 같았다.
확실히 매니저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이런 섬세한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진 거 같은데, 역시 유키하라 언니는 유능한 매니저다.
그렇게 게임 리스트들을 둘러보고 게임에 대한 조사를 하였는데,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저기 매니저 언니, 저에게 온 게임들 다... 가챠 게임인데요?”
게임을 하면 이겨야하고 경쟁형 게임에서 다이아 티어를 다딱딱이라고 부르는 게임 DNA가 존재하는 나는... 가챠 게임의 허접 중 허접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