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86화 (186/307)

〈 186화 〉 185화.

* * *

“아~ 아리아, 아아~ 아리아~”

시청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버튜버 업계에 폭탄을 던져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방송을 켜는 아리아의 태도에 익숙했다.

“도네이션 고마워요~ 오늘 방송도 힘 낼게요.”

“오늘 따라 채팅 창 분위기가 어수선하네, 무슨 일인데 그래?”

“오구오구, 아리아가 누구의 손에 넘어갈까봐 걱정했어? 걱정하지 마, 나는 너희들 버리고 어디 안 갈게.”

­답답하네ㅋㅋ

­아 그래서 누구랑 사귀냐구요?

­그냥 모두랑 사귀는급인데

“그치만, 아리아는 버튜버 선배들을 덕질하는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인걸?”

“이나리도 좋고~ 클레도 좋고~ 유리아도 좋고~ 루미에도 좋고~ 타마쨩도 좋고~”

“아카리 선배도 귀엽지 응응, 카린 선배? 섹시도발 죽여주지!”

매운 맛 가득한 방송 플랫폼이건 윤리 규정이 엄격해서 매워지기 까다로운 방송 플랫폼이건, 유명 인사끼리의 스캔들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사람들의 좋은 참견거리였다.

때문에 이런 방송인들 간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 기류를 타는 것으로 티키타카와 연애 멜로디를 이어나가는 것 또한 잘 나가는 방송인들의 주요한 방송 기술이다.

헌데 아리아 같은 경우, 그녀의 과거 행보라 할 수 있는 메이드의 행보와 이어서 생각할 경우 그녀는 어디를 가나 사랑을 받는 버튜버였고, 때문에 선라이즈의 대다수와 핑크빛 멜로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특이한 존재였다.

이른 바 하렘계 만화 주인공의 포지션같은 느낌이었다.

­얄밉다.

­아니지, 하렘 하겠다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좋다, 우리는 아리아만 믿고 응원한다!

허나 그런 무한한 하렘 유니버스(?)를 확장하던 아리아에게도 족쇄 아닌 족쇄가 걸렸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정실의 존재였다.

­그래봤자 유리아

­응, 유리아는 웃고 있다.

­다른 애들이 얼마나 꼬셔봐야 결국 아리아는 유리아에게 목줄 잡힌 신세야

­유리아 절 대 지 지 해

­공주님이야 말로 전지전능하다!

­유리아x아리아의 커플링이야 말로 선라이즈의 신이 이 땅에 내려준 보배고 이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가능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리아는 응응­ 거리면서 시청자들의 채팅을 쭉 읽고 나서는 태평한 어조로 대답했다.

“뭐, 좋을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봐.”

“그리고 누구라도 좋으니 굉장히 쩌는 그림들 그리면 알아서 찾아 볼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불타게 두어라

어차피 결정은 내가한다.

“아, 그리고 유리아 선배님과 했던 그거 말이죠?”

“그거, 비즈니스에요 비즈니스.”

­???

­?????

­이게 뭔?

­아니 그게?

­저기요 그 꽁냥꽁냥이 비즈니스라구요?

“자아자아, 이제 이쯤 되면 목이 풀렸네요. 월요일을 힘차게 재껴 부르는 노래 들어갈게요.”

“아리아가 부릅니다, 밤을 달리다.”

“가라 앉듯이, 녹듯이~”

그 이후 아리아의 노래 방송은 채팅창이 어떻게 불타고 있건 간에 자기 페이스대로 진행을 하였다.

어찌보면 폭거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 판단을 맡기고 알아서 해보라는 식의 그녀의 방임주의에 가까운 스타일은 이미 메이드 시절부터 유명한 편이었기에 사람들은 응원봉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열심히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

“비즈니스는 무슨! 그게 뭔 개소리야!”

이미 결혼 한 신혼 부부의 알콩달콩한 연애 시트콤 일상을 찍은 이후 하는 말이 비즈니스란다 비즈니스… 사업적인, 그러니까 캐릭터성을 지키기 위한 연기로 했다는 그 뻔뻔한 말에 기가 찬 일러스트레이터 사니는 비명을 내질렀다.

“두 사람 동성애 법 개정되면 결혼한다는 소리가 회사 내에 퍼져있구만!!!”

“사니 씨, 테블릿 펜 씹어먹으면 안 됩니다.”

“유키하라 매니저님! 하지만!”

코로나 이후 어지간한 회의와 작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사니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는 걸 중요시하다 보니 그녀는 항상 일이 있을때면 기꺼이 회사에 나와서 사람을 보고 확실하게 일을 처리했다.

프리랜서임에도 어지간한 신입 사원들보다 훨씬 출근을 자주 한 그녀는 컨셉 아트 회의의 도중 아리아의 자료를 찾기 위해 하이라이트 분량을 보다가 울분을 토했다.

“비즈니스? 영어로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거 맞죠? 제가 영어를 못 하니까 제가 모르는 영어적 속어 표현으로 비즈니스란 찐 사랑을 말하는 게 있는 거 맞죠?”

“사니 씨, 비즈니스는 영문 단어 그대로 업무를 의미하는 단어에요.”

“이건 사기에요 사기!!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극!”

“일단 조금 진정 하시고…”

“저 안해요! 안 그려요!”

유키하라는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일러스트레이터 사니

다른 말로 선라이즈의 대모

그녀의 손에 태어난 유튜브 캐릭터들 중 성공하지 않는 캐릭터는 없으며, 존재 그 자체가 성공을 상징하는 업계 최고수준의 일러스트레이터는 상당히 예술가적인 기질이 강했다.

돈에 큰 욕심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위해서라면 페이를 싸게 받아도 군말없이 진행했고, 데뷔 당시 가난한 편이었던 오르페의 첫 외주 작업을 헐값이나 다름 없는 가격에 해주었다는 여러 소문이 드는 이 사람은 아이 같은 면모가 강했다.

“흑흑흑, 유나 씨 저 그렇게 안 봤는데… 쿠로가와 씨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건가요? 거기서 대놓고 비즈니스 발언이라니…”

“그, 그거 안 그래도 유나 씨가 저한테 말한 부분이 있어요.”

보여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미을 한 유키하라는 결국 유나와 쿠로가와가 함께 집에서 회의한 유리아와 아리아의 캐릭터 관계 정리도를 보여주었다.

유리아의 응석을 뭐든지 받아주었던 메이드와 다르게, 아리아일 경우 들이대는 유리아를 밀어내는 구도로 진행하게 될 거라고 한다.

처음부터 너무나도 사이 좋고 달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합의된 연극 플레이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유명한 집착하는 유리아를 아리아에 한정하여 보여주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유리아의 위태위태하고 강렬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의 편한 방송을 위한?”

“네, 사실 버튜버들 스스로의 입으로 ‘우리 사귀어요’공인을 해버린다면 경우가 꽤 복잡해지거든요. 작년 연초에 2기생의 마녀와 아그니씨와 그런 일도 있었어요.”

“그게 뭔데요?”

“초기부터 사이 좋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부부사이 취급하면서 달달하게 진행했는데 업무 스케쥴 상 시간이 안맞아서 방송 시간이 조금 달라지게 되다보니 시청자들이 둘이 싸웠냐고, 바람 피우냐는 식으로 압박을 상당히 많이 넣어서 본인들이 힘들어했나봐요.”

“역시 어딜 가나 악성 팬덤들이 문제네요,”

유키하라는 ‘당신이 바로 그 악성 팬덤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을 애써 억눌렀다.

“흠흠, 그러면 유리아는 워낙 가녀리고 여린 미인 캐릭터다 보니, 집착받는 아리아는 조금 더 이케멘적인, 그러니까 여성들에게 잘 나가는 왕자님 같은 면모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이른바 연미복같은 복장이나…”

“아 그런데 유나씨의… 아니 아리아의 가슴은 포기하기 싫은데…”

“뭐… 아무튼 다른 버튜버들과의 사이라면 모를까, 유리아와 아리아에게는 이런 느낌으로 흘러갈 거 같은데요. 그런데 정말 두 사람의 관계성을 듣고 나서야 작업 하시는거에요? 딱히 두 사람은 현실에서 같이 살고 있다는 점 빼고 방송적으로는 함께 얽힐 일이 적은데도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신 복장의 테마는 케쥬얼한 버튜버들에게는 포멀하거나 판타지풍의 의상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거에요.”

“그래도 알아주셔야 하는 게, 아리아 같은 경우는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일러스트레이트 시안 잡아두셔도 구현 하는데 되게 시간이 걸릴건데 괜찮겠어요?”

“뭐 그 정도야 문제 없어요. 3년 이후라면 모를까, 1­2년 안의 오타쿠 트랜드 분석해서 캐릭터 디자인 하는 거, 저에게는 어렵지 않으니까요.”

자신감 가득한 사니의 발언에 유키하라 매니저는 살짝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겉 보기에는 차분한 부잣집 아가씨지만, 실상은 굉장히 변태기질이 강한 오타쿠의 표본 그 자체인 사람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자신의 변태력을 일러스트레이트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초창기 그녀가 디자인한 1기생의 캐릭터들을 보면 과연!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허나 문제는…

덜컥!

“유키하라 매니저님! 비즈니스 발언이 무엇입니까?”

“두 사람은 실제 결혼한 사이가 아니란 말인가요? 아리아나 유리아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말씀이에요?”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두 사람 다 선라이즈 소속의 일러스트레이터, 히토우와 티케이였다.

아무래도 3시간 전에 끝난 아리아의 방송의 하이라이트 본을 확인하고 뛰어온 모양인지 늦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는 두 사람을 본 유키하라는 기가 찼다.

도대체 그놈의 비즈니스 발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지

아무리 자기 담당의 버튜버라고는 하나 정말 파급력이 너무 강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유키하라는 아리아의 향후 연기 지침에 대해서 알려주었고, 일러스트레이터 뿐만 아니라 모델러와 다른 매니저들이 힐끔거리면서 다가오며 점점 그녀의 아리아 향후 지침 발표는 일종의 보고 형태의 회의가 되었고, 이 일련의 사태는 분노한 코이즈미가 불을 내뿜으면서 ‘회사가 놀이터인줄 아냐 이 오타쿠들아!’하고 난입하기 전 까지 이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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