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 〉 1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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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의 방송을 표현하자면 개그맨 놀리기에 가까웠다.
본디 귀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심야 방송을 담당하던 버튜버였으나, 어느 사이엔가 찰진 리액션을 통해서 동기생들 방송에서는 압도적인 타격감을 자랑했으며 특히 클레스타인에게 하루 종일 놀림받고 얻어터지는 불쌍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럼에도 가끔씩 설명할 수 없는 자신감으로 굉장히 의기양양한 표정과 말투로 시청자들을 약올리듯 ‘어때 나 대단하지?’ 하는 식으로 어그로를 끌다가도, 귀엽고 예쁜 목소리로 이따끔 사랑을 속삭이는 그 모습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사랑을 칭얼거리는 그 모습에 이전부터 형성된 집착하는 이미지가 더해진 까닭에 가끔씩 하는 ‘집착하는 유리아 방송’은 시청자들의 애간장은 물론이고 지갑마저 녹여버리는 굉장히 강한 방송이었다.
놀리면 놀리는대로 재밌고, 가끔씩 연애하는 기분 들 정도로 사랑을 속삭여준다.
게임을 진행하는 게 답답하는 편이지만 열심히 하는 편이고, 그런 애 놀리기도 재미있고 응원하기도 재미있다.
채팅창의 반응에 예민한 편이라서 상처도 은근히 많이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혼자 읽고 리액션 해주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이런 방송 스타일과 마왕성의 허당공주님이 더해진 유리아는 구독자 숫자는 선라이즈 내에서 10위 밖이기는 해도, 도네이션 랭킹은 당당하게 3위 안에 자리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다.
그런 그녀는 최근에 들어서 집착하는 대상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아리아였다.
“아리아? 귀엽지, 너무너무 귀여워서 마왕성에 가둬두고 기르고 싶다니까?”
순해보이는 눈매와 마족보다는 공주님에 한없이 가까운 순백에 여리여리한 인상
하지만 그런 그녀가 내뱉는 말은 결코 가볍지않았다.
“구미호를 가둔다음 그 꼬리에 파묻혀서 자고 싶어, 나만을 위한 침대가 되어주길만을 원해.”
“아침마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싶어. 햇볕을 받으며 일어난 다음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유리아 선배로 시작하는 아침 라이프 얼마나 예술일까?”
그런 망상 발언을 쏟아내며 몰입을 제대로 했는지 ‘크으으~’ 하는 그 모습은 같은 오타쿠들이 보더라도 좀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진짜 오타쿠같아 기분나빠ㅋㅋ
혼자 망상하고 반응하는 공주님 귀엽다 ㅋㅋ
근데 유리아하고 아리아 사귀는거 다 비즈니스라던데?
ㄹㅇ루다가 아리아가 본인 방송에 비즈니스라고 밝힘ㅋㅋ
그러니까 공주님의 일방적인 사랑이다 그거지?
ㅇㅇ 배우끼리 키스씬 찍었다고 다 사귀는거 아니잖아?
“사이 좋은거 그거 다 비즈니스 아니냐고? 너 어디살어?”
“지금 유리아가 찾아갈게.”
해맑은 얼굴의 표정을 지우고, 화난 표정과 함께 만화적인 연출로 눈가를 어둡게 만들어서 음침한 인상을 만든 유리아의 곁에는 어느 순간 칼이 들려있었다.
그야말로 멘헤라 여친 연출의 정석적인 모습에 시청자들은 강하게 호응했다.
신인에 대한 집착 심해 ㅋㅋ
메이드는 강하니 노리지 못하고, 만만한 구미호를 노리는거냐구 어이 ㅋㅋ
메이드>>>>유리아>아리아
일단 선후배 관계다 보니 ㅋㅋㅋ
그래도 아리아도 루미에처럼 ‘응 선배취급 안해줄거야~’하고 대드는 거 아닐까?
아무튼 무섭네 ㅋㅋㅋㅋㅋ
이 여자 성가셔 ㅋㅋ
“너희들 아리아가 아무리 예쁘고 매력적이라도 유리아만 봐줄거지?”
ㄴㄴ
아 당연 아리아죸ㅋㅋ
아리아같은 구미호랑 함께 사는게 얼마나 좋은데
ㄹㅇ루다가 여우신부의 끝판왕 아리아
일어났는데 아리아가 ‘여 보 님’ 하면 그냥 그날로 심장 멈춤
ㅋㅋㅋㅋ유리아 화났다 ㅋㅋㅋㅋ
“너희들 미워미워미워미워미워미워!”
“왜 유리아만 봐주질않는건데?”
“바람피는 애들 가만두지 않을거야 가만 두지 않을거라고!!”
“좀 더 유리아에게 상냥하게 해줘! 멘헤라라고 무서워하지 말아줘? 유리아는 적어도 멘헤라인거 숨기지 않으니까 말이야.”
쿵쿵!
책상을 열심히 두들겨가면서 드라마의 실연당하는 배경음악을 깔고, 버림받은 여자의 연기를 맛깔나게 하는 그 모습은 확실히 사람을 웃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실 유리아 좋아해
사랑해주길 원하는 유리아 귀여워
우리 공주님 최고시다!
유리아 좋아해요!
“집착해주는 유리아가 귀여워? 에? 정말? 그건 그거대로 기쁜데.”
“청초하고 귀여운 유리아가 제일 좋다구요? 에헤헤.”
그러다가도 시청자들의 빠르게 달래는 채팅에 금새 기분을 푼다.
그녀의 방송이 무겁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가볍게 되는 그 이유
칭찬에 엄청나게 약한 유리아는 금새 화를 냈다고 슬퍼했다가도, 기분이 좋아서 웃음을 터트린다.
그만큼 버튜얼 아바타의 표정 변화도 잘 다뤘고, 캐릭터성을 알기 편했기에 유리아의 방송은 사람들을 붙잡는 힘이 강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그날도 아리아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숨기지 않으며 한층 덕질을 하고 있을 무렵 뜻밖의 이변이 찾아왔다.
“앗, 잠깐만 이웃들에게서 연락이 왔네?”
“어디보자, 아리아가 불법 음악 방송을 부르고 있으니 제압에 지원바람…”
“아하, 그런거구나?”
응? 무슨 일이야?
불법 음악 방송?
아 게릴라 방송인가?
그 여우 은근히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서 혼자서 실컷 음악을 부른단 말이지?
그런데 왜?
“아, 있지 얘들아 잠시만? 아무래도 ‘위’에서 내려온 협조 부탁이라서 말이야 응응.”
“잠깐만 방송 비울게!”
이윽고 헤드셋을 벗어두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방송에 [방송 송출 대기중]이라는 로딩 애니메이션이 재생되었다.
방송을 진행중이던 버튜버가 가끔씩 사라지는 경우는 없지는 않았다.
회선이 나빠지거나 배달음식이 오거나 택배가 오거나, 편의점에 기프트카드를 사러 가는 둥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비우는 경우는 없었기에 시청자들은 졸지에 채팅창에 물음표를 남발했다.
???
이게 먼일이야?
아니 무친 버튜버 어디갔어?
유리아님 어디갔어 어디갔어?
그런 그들의 의문을 해결해주는 이들 또한 채팅창의 사람들이었다.
ㅋㅋㅋㅋ얘들아 아리아 방송 들어가봐! 지금 현실 레이드중이야 [링크]
[링크]
일단 들어가봐 [링크]
레전드 난장판ㅋㅋㅋ[링크]
이윽고 아리아의 생방송에 링크를 하는 주소들이 올라왔고, 1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은 그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한 편, 불법 음악 방송을 저지르고 있던 아리아의 방에 버튜버들이 난입했다.
흔히들 하는 디스코딩이나 방송 대기 룸을 통한 온라인 난입이 아닌, 현실 난입을 말이다.
“꺄아아악!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프로듀서의 지엄한 명령을 받아라!”
“아리아의 매니저의 부탁을 받아서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어 미안해!”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이 웃느라 뒤집히는 일 또한 당연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러게 누가 걸리랬어요 ㅋㅋㅋ
진짜 개웃기네 ㅋㅋㅋ
아리아도 결국 예능인이네 ㅋㅋㅋㅋ
처절하게 비명 지르는 거 봐 ㅋㅋㅋ
웃음기 섞인 비명이라 웃겨 죽겠다 ㅋㅋㅋㅋ
난입을 한 인원들은 보통이 아니었는데, 코모레비와 루미에, 그리고 클레스타인이 몸소 난입을 했고 옆 방에 살고있는 유리아 또한 한 팔 거들었다.
난입의 이유는 ‘음악 프로듀서와 매니저의 의견으로 당분간 노래 방송은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노래 방송을 한 아리아의 단죄였다.
“마이크 뺏어!”
“구미호가 저항한다! 코모쨩! 클레쨩! 눌러!”
“아리아의 약점은 옆구리 간지럽히기다!”
그런 아리아의 토벌(?)을 전두지휘하는 이는 다름 아닌 유리아였다.
애당초 옆 방에 살고있는 유리아가 아니었으면 집의 문이 열릴 일이 없었고, 아리아와 같이 살고 있는 탓에 그녀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유리아 덕분에 버튜버들은 피지컬 괴물로 알려진 아리아를 제압하고 그녀의 노래 방송용 마이크를 강탈하는 것에 성공했다.
“잘못했어요오오.”
“그러면서 일어나려고 하지 마! 루미에 좀 더 꽉 잡아!”
“여우가 날뛴다!”
ㅋㅋㅋㅋㅋㅋ
미치겠네 ㅋㅋㅋ
노래 방송해서 혼남ㅋㅋㅋ
아 그래도 프로듀서와 매니저가 하지 말랬는데 하잖아 ㅋㅋㅋ
아무튼 개웃기네ㅋㅋㅋ
같이사니 이런 촌극도 일어나는구나 ㅋㅋㅋㅋ
심지어 유리아는 방송중이었잖아 ㅋㅋㅋㅋ
그렇게 유리아의 그 날 방송은 아리아의 제압으로 끝이났다.
여로모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아리아의 게릴라 음악 방송 토벌 작전(?)은 버튜버 업계에 새로운 전설을 세웠다.
도합 구독자 350만명이 넘는 버튜버 업계의 거물들이 손잡아서 누군가를 제압한 사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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