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 1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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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가 발언한 비즈니스 연애, 가짜 연애 발언 이후 평소 사이가 좋았던 버튜버 듀오끼리 장난삼아 우리들의 사이는 비즈니스라고, 방송 오프라인 이후에는 거리감을 둔다고 주장하는 버튜버들이 늘어났다.
물론 하나하나 듣고 있으면 개소리였지만, 애초에 뻔뻔해야만 가능한 버튜버다 보니 팬들은 그 사이 ‘비즈니스 연애’라던가 ‘버튜버 A 버튜버 B 대전쟁’같은 밈에 금새 익숙해졌다.
그런 식으로 GB소속으로서 일본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새긴 아리아는 ‘불법 게릴라 소탕 대작전’의 토벌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유리아에게 거리를 두면서 철저하게 비즈니스 연애적인 면모를 지키면서 방송을 이어나갔다.
방송을 시작한지 어언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아리아 특유의 방송 스타일을 정리한 지금, 아리아는 드디어 GB의 선배들과 콜라보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대상은 다름아닌...
“우~~~와, 안녕 여러분? 클라티에에요.”
“안녕 세상아~ 행~~복한 아침 점심 저녁이야! 반가워요! 선라이즈 GB 소속의 아리아라고 합니다.”
GB의 1기생인 클라티에였다.
나모의 꿈을 박살 내는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선라이즈의 정정당당한 청초 라인에 들어가는 버튜버로서 그림 방송과 혼자 즐기는 콘솔 게임 방송을 위주로 방송을 진행한다.
특히 그녀의 그림 방송은 전직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점이 진즉에 밝혀졌을 정도로 유명했는데, 이번의 합동 방송 또한 그녀가 자주 즐기는 간단한 드로잉 방송이었다.
이 방송이 있기 전에 몇 번 앞서서 ‘아리아가 그림을 못하는데 자신에게 배우고 싶어한다’라는 말을 하면서 ‘선배로서 어떻게 아리아를 도와줘야하지? 얘들아 도와줘~’ 라고 말하는 식으로 후배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여러 번 앞서서 밝힌 바 있는 클라티에는 아리아에 대한 호감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오, 세상에 얘들아 믿을 수 없어, 내가 후배를 두게 되다니, 후배랑 같이 방송을 하다니.”
감격에 가득 찬 어조로 말하는 클라티에의 목소리에는 울먹임이 가득했다.
정 많고 상냥하고, 장난기 좋아하면서도 차분한 그녀의 방송을 보는 사람은 다른 GB의 인원들에 비해서 많은 편은 아니었다.
시끄럽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으로 확실하게 여론 몰이를 하는 다른 버튜버들과 다르게 그녀는 일종의 힐링 방송에 가까운 방송이 잦았으니 말이다.
때문에 그녀의 시청자들은 대게 과묵하거나 점잖은, 이른바 어른들이 많은 편이었다.
축하해 클라티에, 드디어 후배랑 하는구나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으니 괜사리 나도 울먹여지네
확실히 GB쪽에서 후배 두기가 까다롭긴 했지
이제라도 다른 멤버들과 교류하게 되어서 다행이야
몇 번 강조하지만 JP서버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멤버가 없다.
최근 들어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영어 문화권의 팬들을 챙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일본어로만 방송을 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반면 GB 1기생은 지나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까닭에 커트라인이 굉장히 높아졌다.
200만 버튜버인 마나를 중심으로 두 사람이 100만, 나머지 두 사람이 90만을 돌파했는데 이런 그녀들 사이에 선라이즈 특유의 선후배가 돈독한 문화가 더해진다면 버튜버로 성공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과한 기대감을 멋지게 충족시켜주며 등장한게 다름 아닌 아리아
자신감에 가득 찬 어조로 ‘나는 전후무후한 여우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태도가 오만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보인 그녀는 평소 후배랑 방송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클라티에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헤헤 클라티에 선배님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오 세상에...”
정말로 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먹이는 소리로 말한 클라티에가 말을 잠시 멈추고 다시 말했다.
“혹시 선배라는 말 다시 해줄 수 있니?”
“네, 선배!”
“아 내 심장이야.”
이분ㅋㅋ 정말 귀엽네요
정말 후배 만나서 기쁘신가봐ㄷㄷ
진짜...청초하다...
아리아도 청초한데 이분은 진짜 청초하네
그리고 아리아를 따라 들어온 일본 팬들은 영어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클라티에의 순수하고 청초한 모습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전달되어 오는지 순식간에 느낌에 적응했다.
저희 구미호가 죄송합니다.
편하게 놀다 가세요.
쿠키 가져오고, 편안하게 쉬는 마음으로 보세요.
일본어와 영어가 섞인 채팅이 오가면서 다른 문화권의 팬들이 교류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리아와, 한참을 기쁨에 가득 찬 울음소리 비슷한걸 내던 클라티에는 감정을 추스르는 데 성공했는지 겨우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얘들아, 후배가 생겼다는 것에 너무 감격했나 봐 나...”
“어우... 너무 그러지 마요 클라티에 선배, 저 어디 가지 않아요.”
“그치만... 너는 GB 소속인데 두 달이 지나서야 겨우 콜라보를 해주잖아?
JP쪽에 우리 후배를 뺏기는 게 아닐 까 걱정이었다고.
아리아랑 방송 여러 가지 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준비 다 했는데, 방송 타이밍이 사람들이 보는 시류에 맞지 않게 될까 봐 걱정했다고.”
아
ㅋㅋ....
하긴 수상할정도로 JP와 콜라보가 잦았던 그녀
생각해보니 본가인 GB에서는 첫 합동방송이네?
클라티에가 후배랑 같이 방송 해보고 싶었는데 두 달 지나서 될줄이야...
이 순간 클라티에의 팬들과 아리아의 팬들에게는 한 가지 이미지가 박혔다.
후배를 위해 축하 파티에 샴페인까지 준비했는데, 정작 후배는 환영회에 오지 않고 JP선배들과 여기저기 놀러다니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즉
나쁜 여자네
어우...
클라티에 상대로 저런 나쁜 플레이라니
너무한데?
“얘, 얘들아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고!”
“마, 맞아요! 어쩌다 보니 제 일정이 그렇게 잡힌 거고! 저, 저는 아직 일본에 있다 보니까!”
뒤늦게 분위기를 알아차린 두 사람이 수습을하려고 했지만 클라티에를 아끼는 마음이 큰 그녀의 팬과 아리아의 실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그녀의 팬들은 이미 첫 이미지를 가련한 클라티에와 난봉꾼 아리아로 잡아버렸다.
“이, 일단 방송은 시작할게.”
“흠흠, 선배 그럼 오늘 방송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기념비적이라고 할만한 첫 GB 선후배같의 콜라보 방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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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래서 이런 방송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거구나.”
“네, 아무래도 전 방송을 진행하게 되면 금세 텐션이 올라버리니까요.”
“그래, 거기서는 선을 그렇게... 그렇지.”
방송은 의외로 순탄했다.
클라티에의 방송 패턴을 굳이 분류하자면 평소의 차분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곁들여서 라디오 스타일로 진행하는 평범한 텐션, 다르게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사람에게 장난을 치러 다니면서 사람들을 은근히 기분 좋게 약올리는 악동 텐션이다.
첫 합동 방송이 아리아 특유의 텐션에 어우러져 악동 텐션으로 진행할거라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평소에 콧노래를 흥얼거린다거나, 밈을 써가면서 재잘거리는 평소의 스타일과 다르게 테마에 맞게 그림 수업을 받는 학생처럼 차분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그렇구나, 아리아는 이제 데뷔 했으니까 초창기에 목 관리를 잘해야지, 안그러면 에이아 선배나 샤디아 선배, 아카리 선배처럼 고생한다구.”
“클라티에 선배 고마워요! 그런데 이 선 연습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해요?”
클라티에는 팬을 움직여서 시범을 보여주었다.
굵은 선과 가는 선, 굵었다가 얇아지는 선, 얇아졌다 굵어지는 선
원하는대로 필압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원하는 길이에 맞게 그리고, 삐뚤어짐 하나 없는 완벽한 곡선을 그린다.
그야말로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기본기를 보는듯한 움직임에 아리아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은 감탄을 하며 지켜보았다.
“크로키 공부를 통해 인체와 보는 법, 그림에 대한 구조를 이해할 수는 있어. 그런데 그것을 손으로 옮기게 하려면 정보 처리가 빨리빨리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손의 근육이 기억하게 때려박는게 좋아.”
“우와...”
“그치만 우리 아리아는 선배처럼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거 아니니까, 원하는 목표인 귀여운 SD캐릭터를 그리는 게 목적이니 일단 둥근 선 위주로 연습하자!”
“네, 선배!”
“후후, 이 선배님만 믿고 따르라구!”
귀여워
의기양양한 클라티에, 보기 드뭅니다.
영어로 말하지만 대충 알거같어
근데 두 사람 귀여운 거 실화야?
그림을 제로부터 배우는 아리아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클라티에
이 방송 장면 하나 하나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적인 자료였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영어 배우는 방송이, 오타쿠들에게는 백합 일상물처럼 보이는 장면이었다.
마치 이전의 유리아와 아리아의 첫 방송에서 그러했던것처럼, 두 사람이 그리는 차분한 분위기는 보기 편안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퇴근하고 왔는데 힐링받는다
이게 클라티에 텐션이구나... 좋은데?
슬슬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같이 신내는 것도 좋지만 이런 방송도 좋은
영어로도 이런 모에 보이스가 나오는구나
모에 보이스는 마나 전문이긴 한데 클라티에는 워낙 조곤조곤 말해서 좋아
특히 JP 서버 특유의 맵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이 많는 탓에 매운맛을 즐기던 사람들 또한 이런 담백한 맛을 맛보고 새로운 매력을 알아가는 게 덤이라면 덤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한국어 잘 하지 않아요?
아리아는 그렇다쳐도 클라티에도 가끔씩 한국어로 도네이션 읽어 주지 않던가?
맞네, 두 사람 다 한국어 잘하지?
“아... 한국어요?”
채팅을 캐치한 아리아가 반응했다.
“하, 한국어...”
목소리에 감정을 잘 담는 클라티에가 부끄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라 선배, 한국어 잘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 그래도 조금, 음... 부끄러워.”
“에이 그렇게 하지 말고, 선배 좀 더 자신있게 말해 봐요.”
무슨 대화지?
너희들이 하는 대화를 우리에게 전해달라
와 근데 클라티에 한국어 대사 말할 때 톤이 확 바뀌네?
이게 더 귀엽게 들린다 세상에
아리아는 약간 평소처럼 예쁜 목소리인데, 클라티에는 확 달라지네
“선배... 안될...까요?”
이것을 기회라고 여긴 아리아가 조심스럽게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귀여움을 가득 담아서 말했다.
아리아 팬들이 듣기 귀하다는 완벽한 귀여운 톤의 아리아의 말
평소 예쁘고 우아함을 표방하던 여우의 요사스러운 귀여운 목소리가 클라티에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서 꽂혔다.
“어흑.”
“선배, 한국어...조금만 말해줄래요? 저에게 좋아한다고 속삭여줄래요?”
“아 몰라몰라몰라! 나쁜 후배! 나쁜 후배!”
기어코 클라티에의 입에서 한국어를 이끌어낸 아리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당연하게도, 그날의 클라티에의 방송은 선라이즈의 한국인 팬들에게 알려지고 한국의 커뮤니티를 크게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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