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94화 (194/307)

〈 194화 〉 193화.

* * *

선라이즈 GB소속 특별 기수생인 아리아가 데뷔한지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 그녀의 데뷔 프로젝트 : 드림은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었다.

유튜브 구독자 68만 트위터 팔로워 52만명을 달성하고 그녀의 첫 공식 굿즈는 판매 개시한지 3시간 만에 매진되었다.

버튜버 태그를 달고있는 팬아트의 숫자 랭킹 10위안에 꾸준히 들어가고, 일본의 트위터 실시간 트랜드 2위를 달성한 적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GB출시 이후 선라이즈 팬들은 물론이고 해외의 버튜버 팬들을 싹 끌어모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1기생들과 비견되는 성장 속도를 보이면서도 기존의 JP 선배들과 어울리는 사기적인 친화력으로 동,서양에 많은 사랑을 끌어 모으는 아리아는 컨셉 그대로 매혹적인 구미호 그 자체였다.

아름답고 신비한 디자인, 미려하게 움직이는 3D, 듣기 좋은 깔끔한 음성의 고음과 방송 초기에 비해서 늘어난 목소리 연기력, 시청자들의 드립에 크게 반응하면서도 트롤성 메시지는 깔끔하게 무시해버리는 강철 멘탈,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시청자들이 ‘해 줘’라고 하는 요구를가지고 밀당을 하는 조교까지 익힌 그녀는 버튜버 신인이라고 볼 수 없는 노련한 면모까지 갖추었다.

물론 이러한 다재다능함이 언제나 무기가 되는 건 아니었다.

초기에 시청자들을 크게 모으는데 좋은 무기가 된 노래 방송같은 경우에는, 최근 들어서음반 발매를 위한 녹음을 위해 일주일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씩 진행하던 노래 방송을 한 두 번으로 줄였는데 이러한 그녀의 변화에 실망을 느끼고 떠난 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게임을 주로 기대하는 시청자들 또한 그녀가 낯선 버튜버들과 합동 방송을 하거나 개인 소통 방송, 내지는 음악 방송을 하는 순간 떠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그녀는 늘어난 구독자들 만큼이나 빠져나간 구독자들 또한 존재했다.

언젠가 슈퍼채팅으로 그녀의 팬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버튜버로서 사람들의 기대에 호응하지 못해서 구독자들이 빠져나가는 순간이나 바이바이 도네이션을 하고 나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떻게 느끼나요?]

여기서 바이바이 도네이션이라는 것은 주로 방송인에게 실망을 하고 마지막 도네이션을 하고 나간다는 의미였는데, 때로는 심한 말을 하고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이런 경향은 그녀가 JP선배들과 합동 방송을 하느라 영어를 하지 않고 일본어로 방송을 진행할 때 영어권 시청자들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무겁다고 볼 수 있는 팬의 질문에 아리아는 쿨한 어조로 대답했다.

“저를 떠난다고 말하고 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쉽기는 해도 저에게는 아직도 저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으니 괜찮아요. 무엇보다도, 어디 가더라도 저처럼 매력적이고 능력 넘치는 구미호를 보는 게 쉬운 게 아닐거에요.”

­ㅋㅋㅋㅋ 그건 맞지

­맞다. 이런 매혹적인 구미호 어디가서 보기 힘들어…

­우리 해달래는 대로 안 해줘서 문제지만

­어허, 어딜 감히 아리아님에게 요구를 합니까?

­흑흑흑 눈나 제발 타마랑 합동방송 한 번 더 해줘 ㅜㅜ

“저는 유토피아의 구미호가 아니니깐요, 저는 완벽하고 멋지고 우아한 구미호이기는 해도 완전무결한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저를 떠나면 아쉬움을 느끼고 다시 돌아올걸요? 그때는 조용히 다시 제 품에 돌아와도 아무 말 안할테니까, 기왕 떠날거면 저희의 사랑스러운 선배님들 곁으로 가는 거 추천드릴게요.”

­미친 이걸 이렇게 영입한다고?

­그래도 자기 애 강하긴하네 ㅋㅋㅋ

­자칭완벽 구미호 ㅋㅋ 맞긴한데 그래도 ㅋㅋ

­어딘가 PON한 여우기는 해도 그래도 자신감 넘쳐서 보기 좋아 ㅋㅋ

­저번에 저라다가 카트 방송에서 20게임 연속 6위 이하 되어서 5시간 방송하지 않았나 ㅋㅋㅋㅋ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강한 멘탈을 여러 번 어필한 적이 있는 아리아였기에 시청자들은 그녀의 당당한 매력에 마음 편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

흔히들 잘 나가는 신인들이 불안함에 빠지거나 거만함에 빠져서 방송 스타일이 망가지는 일 없이, 아리아는 이러한 성공이 당연한것처럼 여기는 태도로 꾸준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밀고 나갔다.

월요일에는 휴식을, 화요일에는 소통 방송과 더불어 가벼운 인디 게임 방송을, 수요일에는 주로 JP선배와 합동 방송을, 목요일에는 클라티에 선배랑 고정으로 그림을 배우는 방송을, 금요일에는 온라인 게임(주로 다른 선배들과 하는 FPS게임 방송 혹은 마인 크래프트)을, 토요일에는 노래 방송을, 일요일에는 그녀 내키는 대로 하는 자유 방송을 진행했다.

더 이상 신인 버튜버라고 부를 수 없이 완벽하게 성장한 아리아

그리고 그런 아리아는 마침내 다른 GB 1기생들의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는 방송을 개시했다.

다름 아닌 GB 1기생들과 함께하는 우노 방송이었다.

영어권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거의 국민 게임에 가까운 우노 방송은 여러 차례 GB1기생들에 의해서 방영된 적이 있었다.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할 ‘모에모에 뀽!’ ‘말끝마다 냥~붙이기’ ‘로리 보이스로 방송하기’ 등 온갖 흉악한 벌칙을 정하고 진행하는 이 방송은 인기 좋은 컨셉의 방송이었다.

그리고 3월의 마지막 주말, 일주일 내내 예고 되었던 GB 우노 합동 방송의 대기실이 열렸다.

센세이션을 일으킨 구미호 아리아

차분한 방송의 GB의 억제기 클라티에

EN의 광기를 이끌어내는 고텐션의 대장 에오스

그리고 GB의 대성장을 이끌어낸 대장 마나

GB의 기존 팬들은 물론이고, 마침내 마나와 아리아가 만난다는 사실에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기대감을 가지고 그들의 진행 방에 몰려들었다.

*****

“안녕 얘들아~ 드디어 이 방송이 시작되었네, 이 방송의 주최를 맡은 선라이즈의 에오스야~”

“예에에에~”

힘찬 에오스의 인삿말과 함께 버튜버들이 등장했다.

에오스와 클라티에, 마나와 아리아가 붙어있는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아리아와 마나가 대면하는 첫 순간이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많은 기대감을 가진 채팅을 쳤다.

­GB의 대장과 소문의 신인이 만나다

­학교의 보스와 만나는 소문의 전학생 ㄷㄷ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리아가 평소보다 얼어있는것처럼 보여

­마나도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귀여워보이네

­그건 원래 그럼

­아무튼 두 사람은 서로 어떻게 대할지 너무 기대되네

“오늘의 게임은 간단해요. 손에 든 카드를 모두 소모하는 쪽이 이기는 우노! 우리는 여러 차례 게임을 진행할거고, 매 게임마다는 지는 사람은 룰렛을 돌려서 벌칙을 정하는 GB의 고유 룰렛을 사용할거야!”

“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종 승자는 다른 멤버들의 아이디로 원하는 트윗을 1번 쓰게 할 권리를 얻게 될거야!”

“잠깐만요 선배! 그건 듣지 못했는데요?”

“뭐 약간의 ‘조정 미스’는 넘어가자구! 그럼 바로 자기 소개부터 들어간다!”

에오스 특유의 활기참과 얼렁뚱땅 넘기는 진행 방식으로 아리아의 반발을 싸그리 무시하고 넘어갔다.

­ㅋㅋㅋㅋㅋ

­아 역시 여기도 동네북인가 ㅋㅋ

­의외로 JP에서도 동네북 포지션이었지?

­ㅇㅇ 링피트 방송 할 때는 빼고 의외로 쭈구리임ㅋㅋ

­그치만 놀리는 거 재미있는거 ㅋㅋ 못 참지 ㅋㅋ

“일단 아리아부터 해볼래?”

“안녕 얘들아, 선라이즈의 구미호 아리아야. 그리고 나를 모른다면… 음… 어떻게 나를 모를 수 있지?”

아까 전의 당황한 어조로 선배를 찾던 아리아가 아닌, 자신감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동양의 JP선배들과 대할 때가 아닌, 서양의 GB선배들을 대할 때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와우 ㅋㅋ 기 센데?

­그래 이정도는 되야지

­어떻게ㅋㅋ나를ㅋㅋ모를 수 있어래ㅋㅋ

­역시 GB의 개성에 먹히지 않으려면 후배는 이래야하지

­ㄹㅇ루다가, 어디 성장세 보면 다른 버튜버 선배들을 이미 뛰어넘었잖아?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선,후배간의 기수제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이런 기수 문화가 활성화 된 동양(JP)이 아닌, 선,후배간의 기수제가 존재하기는 하나 군대처럼 계급제도로 나누지 않는 이상 딱히 선,후배 문화가 희미한 서양(GB)에서는 아리아같은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호감이면 호감이었지 마이너스가 되는 의미가 없었다.

“맞아맞아, 어떻게 우리들의 후배를 모를 수 있겠어? 우리의 귀엽고, 귀여운 후배를 말이야.”

아리아의 인삿말을 받은 것은 마나였다.

그녀는 자신감 가득 찬 아리아의 말이 마음에 든 듯 평소보다 살짝 올라온 텐션으로 말을 했다.

“안녕~ 마나입니다~ 오늘은 귀여운 후배랑 놀기 위해서 특별히 휴가 중에 깜짝 출연했어~”

“흠흠, 좋은 아침 점심 저녁이야, 클라티에야~ 잘 부탁해.”

“그리고 다시 한 번 인사할게, 이 방송과 게임을 주최하고 있는 에오스야. 그럼 바로 게임 시작할게~”

그렇게 자기 소개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우노 방송이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우노는 생각보다 복잡한 게임이 아니다.

약간의 패조정과, 카드를 내는 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원하는 타이밍에 방향 전환 카드나 색 변경 카드, 행동 금지 카드와 2장 뽑게하는 공격 카드를 쓰면 되는데 어차피 어떤 카드가 손에 들어올지 모르는 까닭에 운빨 게임에 가까웠다.

때문에 이 방송동안에는 토크가 주를 이루게 되는데, 역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상은 아리아였다.

“아리아, 데뷔한지 두 달 다 되었는데 요즘 좀 어떤거같아?”

두 차례 합동 방송을 해서 그런지 클라티에는 누가 보더라도 후배를 아끼는 선배의 포지션이 된채로 아리아를 챙겨주었다.

시청자들 또한 그녀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선배들이 상냥하고 귀여워서 쉽게 적응을 한 거 같아요.”

“에헤헤 다행이다.”

“그러고보니 클라티에는 후배를 굉장히 가지고 싶어 했었지?”

“하지만 너희들도 귀여운 후배를 가지고 싶어했잖아? 여기 귀여운 후배가 왔는데 싫어할 이유가 어디에 있어?”

기존에 그런 캐릭터성은 없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아리아에 대한 팔불출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마마 클라티에라는 새로운 밈을 만들어갈 정도로 아리아를 아끼는 클라티에의 모습을 본 마나가 심술궂게 물었다.

“클라티에, 나야 아리아야?”

“에?”

“여기 귀엽고 예쁜 마나가 있고, 저기에는 우리의 귀여운 후배인 아리아가 있는데…”

하늘하늘 거리는 푸른 빛 머리카락 사이의 하얀 브릿지 염색 머리

많이 봐줘도 열 다섯으로 보이는 어린 체구와 귀여운 외모

하늘빛 눈동자 아래 보이는 장난스러운 입가에 반짝거리는 조그만 상어 이빨을 내세운 마나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그렇게 물었다.

“대답해줘 클라티에, 후배야? 아니면 나야?”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에 평소 마나를 귀여워 하는 클라티에의 두 눈동자에 지진이 일어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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