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95화 (195/307)

〈 195화 〉 194화.

* * *

애교

그것은 사랑스러움을 표현하여 대상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련의 행동이나 말투를 일컫는다.

그것은 개인의 매력을 어필해야하는 인터넷 방송 환경에 있어서 주효한 무기 중 하나였고, 마나는 본능적으로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모으고 사람들을 홀릴 줄 아는, 그러니까 사람들이 ‘요망하다’라고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GB내부는 물론이고 선라이즈, 아니 많은 인터넷 방송인들과 비교해도 찾아보기 힘든 사춘기를 지내지 않는 것 같은 천진난만하고 청아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부리는 마나의 애교는 엄격 진지 근엄하고 무뚝뚝한 사람들의 지갑마저 열게 하는 마법같은 힘이 있었다.

평소라면 심장을 부여잡고 “오 내 심장이야, 마나야 그런 행동은 내 심장에 너무 나빠.” 라고 말하는 클라티에였지만… 그녀는 지금 마치 난생 처음으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 마주한 어린아이처럼 충격받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3…2…1… 턴 패스!

어찌나 충격이 컸는지 자신의 차례에 카드를 내지 못하고 넘어갈 정도로 말을 잇지 못하는 클라티에의 반응에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또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이지선다 너무하네ㅋㅋㅋㅋ

­세상에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지 아는 소악마인 마나가 이런 질문을?

­근데 클라티에가 아리아 되게 귀엽게 여기긴하네

­어어? 저 구미호 꼬리 무빙치는거 보소 ㅋㅋ

­범상어 vs 구미호 가슴이 웅장해지는 매치업이다 ㅋㅋㅋㅋ

“그…그건 말이지…”

“클라티에,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는 건 알고 있잖아?”

“그…그러니까…”

듣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는 클라티에의 목소리는 분명히 청순가련한 여인의 안타까운 고뇌가 서려있어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끌어내기 충분한 안쓰러움이 있었다.

하지만 평소라면 그런 클라티에의 목소리에 동조해서 그녀를 응원해야할 그녀의 팬들조차 그녀의 선택이 궁금한지 ‘너의 결정은 뭐야?’라는 반응의 채팅을 보내왔다.

“선배…”

본능적으로 방송각을 재었는지 아리아 또한 평소의 섹시한 목소리 보다는 어리고 가련한, 그러니까 동정심을 자극하는 목소리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와 함께한 시간은…”

“물론.”

아리아의 말을 자르고 마나가 말했다.

“나와 함께한 시간이 더 소중한거…맞지?”

­이거 본격 아리아 선배 데뷔방송이 아니라…

­클라티에 괴롭히는 방송 아님?

­셀레네보다 눈동자가 흔들리네 ㅋㅋ

­아니 동공 봐 ㅋㅋ 눈동자 무빙 봐 미쳤어 ㅋㅋ

데뷔한 이래 단 한번도 흔들림없이 꾸준하게 자신의 방송 스타일을 유지하고, 공포게임을 해도, 점프킹 게임의 대추락, 항아리 게임의 태초마을 복귀를 해도 흔들림 없던 클라티에가 동요한다.

그와 더불어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기로는 선라이즈 내부에서 톱5안을 다투는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클라티에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다.

“클라티에, 저번에 나한테 그랬잖아… 마나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범상어라고, 너는 이렇게 말했지… ‘오야오야, 이렇게 귀여운 바다의 아가씨가 혼자 있다니 저로 지나칠 수 없겠군요….’라고 말이야.”

저번 방송의 에피소드를 말하면서, 귀엽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클라티에의 톤으로 대사를 따라한 마나가 요망하게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말했다.

“그날 내게 속삭인 말은 다… 거짓인거야?”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그렇게 되묻는 마나의 말은 죄책감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아리아 또한 지지 않았다.

“선배… 여기 당신의 귀여운 후배가 있어요… 여기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가련한 후배가 있어요… 선배가 저번에 방송에서 그랬죠? ‘나에게 후배가 생긴다면 나는 최고의 선배가 될거야. 그러니까 얼른 후배가 생겼으면 좋겠어. 같이 손 잡고 디즈니 랜드에 놀러 가고, 마인 크래프트에서 최고의 아이템과 장비를 주고 하루종일 같이 떠들어줄거야.’”

겉보기에는 클라티에보다 훨씬 성숙한 매력이 넘치는 아리아

하지만 그렇기에 그런 아리아가 작정하고 귀여운 목소리로, 마나와 비교해서 뒤떨어지지 않는 상처받은 연기톤의 목소리와 가련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듯 말했다.

“저는 선배를…믿고 있어요…”

­미쳤다 ㅋㅋㅋㅋㅋ

­아니 미친 이거 클라티에 행복사하는 방송이냐고 ㅋㅋㅋ

­두 사람 진짜 왜 선라이즈 1,2위를 다투는 성장 속도를 보여주는지 말하는듯ㅋㅋ

­아니 마나 귀여운건 알고 있었는데 아리아가 저렇게 대놓고 귀여운 연기를 한다고?

­아리아 말하는 게 예전부터 연상 킬러였는데, 연상의 대상이 선배가 되니 파괴력 장난아니네 ㅋㅋㅋ

여기에 호강을 하는 것은 웃으면서 흐느끼느라 정신을 잃고 말을 하지 않는 에오스와 시청자들이었다.

그들 말대로 선라이즈에서 최고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마나와 그 뒤를 바짝 따라가는 성장세를 보인 아리아는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방송인으로서 매력이 장난아니게 넘친다고 볼 수 있는 버튜버들이었다.

그런 버튜버들이 본격적으로 마음 먹고 경쟁하듯 클라티에의 마음을 얻고자 플러팅을 하듯 자신의 귀여움 어필을 하는 그 모습은 이전의 마나가 보이는 귀여운 모습에 익숙했던 기존의 마나의 시청자들과 다르게, 평소 섹시하고 완벽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추구했던 아리아의 모습과 전혀 다른 매력을 처음 접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리아의 시청자들은 광분에 가득 찬 채팅을 보내왔다.

­끼요오오오옷

­오늘 승천한다!!!

­아 진짜 나 죽어!! 누나 나 죽어!!!

­이 요망학 퐉쓰가 도대체!! 연하 매력 어필이라니. 너무하네

­미친 연하 어필이라니? 후배로서 어필이라니?

­나 방금 대학 후배가 나에게 아리아 목소리로 센빠이 하는거 상상함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나 진짜 정신 나가버려 정신 나가버려

그렇게 이 매력 넘치는 버튜버들의 애정 공세를 받아내는 클라티에는 커다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아…후배…사랑…동기…”

머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말과 말이 이어지지 못하고 문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녀의 사고가 완전히 멈추었고 고장난 기계처럼 랜덤한 단어를 내뱉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완벽하게 혼이 나간 사람이었다.

­ㅋㅋㅋㅋㅋ아이고 클라티에야

­한계치 이상의 매력 어필을 받고 고장나버린 클라티에 ㅋㅋㅋ

­아 진짜 저 청순가련한 오징어가 완벽하게 고장나는 거 왤캐 웃기냐 ㅋㅋ

­항상 핀치에 몰릴때면 입을 벌리고 존재감 지우면서 넘어갔던 클라티에 드디어 사망ㅋㅋ

­서로 매력 어필하는 두 사람도 두 사람인데 그 애정 받아내느라 정신 못차리는 클라티에도 귀여워 미치겠다 ㅋㅋㅋ

­어찌보면 제일 승자는 에오스 아님? 지금 쟤 웃느라 정신 못차리고 있잖아 ㅋㅋ

“나는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그게…”

평소 텐션이 올라오면 아무렇지 않게 차분하고 침착하면서도, 그러면서도 귀여움을 한 스푼 얹은 특유의 목소리로 GB모두에게 플러팅을 하는 대사를 날린 전적이 있다는게 업보라면 업보였다.

무어라 변명하지 못하고 두 눈을 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클라티에가 도달한 결론은…

“야 이건 아니지!”

랜선 뽑기, 즉 도망이었다.

엄밀히 말해서는 디스코드에서 나간게 아니라 자신의 아바타만 끄는 식의 도망이었지만, 한계치 이상의 모에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친 그 모습은 확실히 합동 방송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본 마나는 시종일관 짓고 있던 미소를 더더욱 강하게 짓고는 말했다.

“우리가 해냈네(We did it)”

“그러게요, 우리가 해냈네요.”

장난스럽게 시작된 귀여움 어필 대결 다른말로 표현하자면 모에 대결은 결국 심판의 이성이 폭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서로 말을 주고 받은 두 사람은 이내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클라티에가 저렇게 당황하는 거 처음 봐.”

“아하하하, 클라티에 선배 미안해요! 하지만 놀릴 때 반응이 이렇게 귀여운 걸 어떻게 참아요!”

­와… 그럼 저 달콤살벌한 설계가 장난이었던거임?

­미쳤네 두 사람ㅋㅋ

­처음 보는 사이 아님??

­악동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나보네 ㅋㅋ

­그러고보니 목소리도 둘 다 모에모에한 영어인게 뭔가 통하는 거 같지 않음?

시청자들의 말대로 두 사람의 목소리는 닮은 면이 있었다.

특히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아리아의 목소리와 평소의 마나의 목소리가 소름끼칠정도로 비슷했다.

“나하~ 제법이구나 아리아 후배! 특별히 이 마나님의 전속 후배로 삼아주마!”

후배라고 부를 만한 기수는 아리아 한 명 밖에 없었기에 별 의미없는 소리였지만 아리아는 태클을 걸기 보다는 두 팔을 벌려서 환영했다.

“좋아요 좋아요~ 마나 선배. 이 귀엽고 자그만 바다생물이 제 선배라니 전 너무 행복해요!”

“나하하하 좋아 좋아~”

그렇게 두 사람끼리 티키타카를 주고받을 무렵, 버튜얼 아바타는 꺼두었지만 디스코드에 남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게임은 계속하고 있었던 클라티에가 배신감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배신자들…”

­ㅋㅋㅋㅋ 아 귀여워

­그러고보니 GB 1기생들끼리 게임할때는 이런 상황은 잘 나오지 않았지?

­클라티에는 어찌보면 어그로를 끌지 않는 포지션이니, 거의 유리한 상황이 잦았으니까

­어 잠깐, 클라티에 우노 아니야?

이 방송의 본질이 우노 방송이라는 걸 잊지 않는 시청자들이 패의 숫자를 보고는 말했다.

그제야 장난을 치느라 카드를 대충대충 내고, 웃는데 집중하느라 게임을 집중하지 못한 세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늦었어, 이 게임은 끝났다!”

그와 동시에 클라티에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마지막 카드를 내려두면서 첫 라운드의 승리를 가져갔다.

“에오스 5장, 마나 7장, 그리고 아리아가 9장이네?”

“서서서서 선배!”

“흥, 선배를 기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이윽고 악명높은 GB 1기생이 직접 만든 보드게임 벌칙판이 등장했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의 클라티에가 당황하는 아리아의 말을 무시하고는 돌림판을 돌렸다.

드드드득 하면서 돌아가기 시작한 돌림판이 멈추고, 아리아는 충격에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돌림판의 내용을 확인하던 주최측인 에오스는. 다시 폭소를 터트리고는 겨우 웃음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푸하하하, 얘들아, 아무래도 오늘은 너희들이 호강하는 날인가 보다.”

돌림판의 벌칙 게임 내용을 1라운드 간 지속해야하는 상황

아리아가 당첨된 벌칙 내용은 ‘말끝마다 냥냥 거리는 고양이 말투 사용’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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