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97화 (197/307)

〈 197화 〉 196화.

* * *

최근 들어서 GB의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나의 행복]이라는 단어였다.

아리아와의 합동 우노 방송 이후, 마나의 방송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녀는 높은 행복감을 보여주었다.

말하면서 혼자 키득거리는 빈도가 늘어난다거나, 이전보다 활발하게 다른 멤버들에게 장난을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원래 마나의 방송이 마나 특유의 귀엽고 높은 텐션을 유지하면서 특유의 귀여운 목소리로 시청자들과 장난을 주고받으면서 ‘이거다’싶은 장면이 나올 때에는 본능적으로 키리누키 ‘각’을 만들어주면서 스스로의 밈화(meme化)를 잘 이끌어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녀의 이런 방송 스타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용하기 좋은 밈과 방송 하이라이트 짤을 만들어내는 데 특화되어있었기에 그녀의 폭발적인 성장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방송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읽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그녀는 방송의 너무 높다 싶으면 스스로 태클을 걸기도 하고, 지루해지거나 루즈해지면 자신의 귀여운 아바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애교를 부린다거나 분위기를 읽고 섹드립을 치면서 긴장을 유지하니 말이었다.

다만 아쉽게도 그녀와 함께 활동하는 GB의 동기생들을 제외하고 그녀는 합동 방송을 할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첫 번째는 그녀가 보유한 구독자 숫자가 너무나도 컸기에, 이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들이 합동 방송을 하기에 꺼려한 것도 있었고... 두 번째는 그녀의 언어였다.

그녀의 영어 실력은 방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부러움을 살만한 깔끔한 발음에 귀여운 목소리였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다른 외국어를 잘하지 못했다.

실제로 GB의 인원들 중 일본어로 유창하게 방송을 진행할 정도로 일본어를 잘 말하는 이는 에오스 혼자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녀의 합동 방송은 후배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보기 힘들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녀는 이따끔 후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프로젝트부터 너무나도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일까?

그들이 데뷔한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에도 2기생들의 소식이 없을 정도로 GB는 새로운 버튜버 데뷔가 느리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단독 데뷔이긴 하나 혼자서도 빛나는 데 성공한 아리아의 존재는 마나는 물론이고 다른 GB 1기생들에게 고마운 존재였다.

[오늘자 마나의 행복.feat SNS]

마나가 진짜 트위터 안하는 애인데 아리아 때문에 요즘 활발하게 하는 듯ㅋㅋ

트위터 대화 내용 봐봐 겁나 웃김ㅋㅋ

아리아 : 선배 점심 뭐 드세요?

마나 : 나 지금 목욕중인데 피자먹고 있어, 근데 너가 멘션 걸어서 떨어트렸어.

아리아 : (대충 의기양양한 팬아트)

마나 : 그래도 여전히 맛있어

아리아 : 네? 에? 뭐라구요?

마나 : (대충 선글라스를 낀 이모티콘)

­어우야 마나의 물이 들어간 피자 ㄷㄷ

­젖은 피자는 맛있었다고 한다.

­아직 마나의 4차원 맛을 잘 못봤구나 ㅋㅋ

­근데 이런 장난성 가득한 트윗을 쓰다니, 마나 트위터 잘 안쓰지 않아?

­그래도 후배가 트위터 자주 써서 그런지 요즘 쓰는 듯, 아리아가 영어로 쓴 글들 다 좋아요 눌러주잖아.

[후배 사랑이 너무 가득한 마나]

멤버 한정 방송에서 말한거긴 한데, 본인이 전파해도 괜찮다고 했으니 클립 땄음

요약해주자면, 그날 우노 방송 이후로 디스코드로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함.

그런데 둘이 시차가 제법 나는 편이라서 아리아의 방송이 끝난 시간이나 자신이 방송 끝난 시간 이후에는 아리아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시간대라고 해서 자주 못 떠들어서 시무룩하다고 함.

그리고 꼭 오프라인 콜라보를 하고 싶다고 본인이 직접 이야기 했음.

그러면서 자기들이 나눈 대화내용들을 보여주는데, 의외로 아리아가 막 센빠이 센빠이 이러면서 예의차리고 이럴 줄 알았는데 GB의 선배들에게는 그러지 않는가봐, 진짜 친구처럼 대함

­ㅇㅇ확실히 선배 후배 문화는 아시아권 문화이긴 해

­그래서 좋긴 한데, 솔직히 그런 롤 플레이적 문화를 보는 것 하고 경험하는 건 다르니까 말이야

­오히려 마나는 그런 대접 받는 거 싫어할 듯?

­싫어한다기 보다는 자기 원할 때 쓰는 거 좋아해, 왜 우노에서도 ‘센빠이 권한’으로 아리아에게 ‘모에모에 뀽뀽!’ 세 번 시켰잖아

­아 하긴ㅋㅋ

­그래도 사람이 권위적인 거 워낙 싫어하다보니 이런 편한 친구같은 태도가 좋은가 보네

[아리아 이제부터는...]

늦지 않았으니 GB 선배들하고 좀 놀아 줘 ㅠㅠ

우리 GB 애들 얼마나 후배를 고파했는데, 물론 그녀들은 여전히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버튜버들이긴 한데 그래도 회사 내부의 새로운 친구들을 고파했단 말이야.

JP가 아닌 GB 소속의 버튜버니까, 클라티에처럼 다른 선배들과 정기 콘텐츠 방송을 만들든가 하자.

­하긴 선라이즈가 GB에 한해서는 인프라나 기술적인 지원은 열심히 해줬는데, 인적 지원은 좀 별로였지

­스태프들이나 매니저들은 대우 잘해주는데 왜?

­그게 아니라 후배들 말이야

­아 근데 후배 뽑기도 쉽지 않지, 솔직히 말해서 데뷔를 하는데 위에 있는 선배들이 하나 같이 전원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선배들이다?

­오히려 좋지 않음?

­ㄴㄴ 선배하고 합동 방송 하는 순간 ‘선배빨 받아서 인기 편승하네’하는 비아냥거림 겁나 들을 듯?

­거기에 GB권에서는 그런 일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무례하게 대했다가는 기존의 팬들이 엄청 깔테니 말이야

­아, 코리안 아이돌 뉴스같은 이야기?

­ㅇㅇ 그런 일들이 일어나도 안 이상하지

이러한 커뮤니티의 흐름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아리아는 선라이즈 일본 소속이 아니라 선라이즈 글로벌 소속의 버튜버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시간대는 가장 많은 구독자들이 있는 미국을 기준으로 맞춰주었다고는 하나 같이 합동 방송을 하는 경우 글로벌 팬들이 보기 힘든 새벽 시간대에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개인 방송을 할 때면 모를까, 합동 방송을 할때는 영어를 유창하게 쓰고 일본어로도 소통이 되는 JP 소속의 멤버처럼 활동했기 때문에 GB의 1기생들이 얼마나 후배를 고파하는지 잘 알고있는 GB의 팬들은 아리아를 생각보다 좋아하지는 않았다.

데뷔한지 통상적으로 3주 내지 4주가 지날 무렵 합동 방송을 허락받게 되고 여기저기 홍보하러 다니는 데, 자신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GB쪽 버튜버들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비판받을 수 있는 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일까?

아리아의 새로운 스케줄 중 그녀가 기존에 계속 진행하고 있었던 게임 시리즈 방송과 노래 방송을 제외하고는 모든 GB 선배의 방송에 찾아가는 게 예정되어 있었다.

겁이 많아서 평소에 진행하지 못하는 공포 게임을 수행하러 떠나는 에오스와 함께하는 공포 게임 참여 방송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붙은 ‘아빠’라는 여신스럽지 못한 별명을 떼어내기 위해서 진행하는 셀레네의 쿠킹 방송

GB의 유일한 하드 게이머이자 FPS의 애호가이며 샷건만 손에 쥐면 성격이 바뀌어버리는 엘리아의 FPS 게임 방송

그리고 마나와의 합동 방송에서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던 노래 방송 대신에 각자 식사를 하면서 Q&A 방송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합동 방송 맛집이 되어버린 아리아의 일정 발표에 GB의 팬들은 드디어 그녀가 본토로 돌아왔다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첫 합동 방송 스타트라고 볼 수 있는 에오스의 공포 게임 방송

사람들은 이전의 ‘메이드 라’처럼 공포 게임을 무서워하는 버튜버들에게 음성으로 지원을 하는 방식의 방송 스타일을 기대했지만...

“안녕하세요? 에오스의 성역에 침범한 아리아입니다~”

“아악! 쟤 내 침대에 누워있어! 셀레네 도와줘!”

일본에 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듯, 몸소 에오스와 셀레네의 거처로 찾아가 설마하던 오프라인 합동 방송을 개시하였다.

**

우리 회사의 자랑스러운 버튜버인 에오스와 셀레네, 코토나시 아사히와 말리아 클라크를 오랜만에 본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최근에 본 것이 크리스마스 시즌의 합동 방송이었는데, 당시에는 방송에 전념하느라 현실의 얼굴은 피곤과 고뇌에 찌들어있었더라면 지금에 있어서는 각자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명한 인터넷 방송인다운 여유와 품격이 느껴졌다.

“왜, 왜 그렇게 빤히 바라봐요?”

“그냥, 그 당시에 두 사람이 사람 꼴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그랬는데 지금은 이런 상태가 되다니...”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해서 두피가 상했다는 말을 통해서 어렴풋이 두 사람의 생활상을 짐작하고 있던 나는 생각보다 멀쩡한 방의 청결 상태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우리가 어때서요!”

“그때 당시에는 분명히...”

“저기 아사히, 우리 이 주제에 대해서 그만 이야기하자.”

말리아씨는 빠르게 항복했다.

확실히 당시에는 마츠시타 매니저의 말을 들어본다면 방 상태가 심각해서 건강이 우려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살짝 일찍 가서 간만에 메이드 역할을 수행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집의 상태가 정상이어서 나는 놀랬다.

옷도 대충 선라이즈 오타쿠 용품이 아닌, 제대로 된 좋은 소재의 옷들을 입고 있었고, 방안에는 쓰레기를 제때제때 배출하여 깔끔했고 공기 또한 환기를 꾸준히 하는 듯 신선했다.

오히려 집을 본격적으로 꾸미기 시작한 듯 여기저기에 말리아의 취향이라고 말하는 레고들이 존재했고, 거실의 한쪽 전시장 코너에는 선라이즈 버튜버들의 피규어를 잔뜩 두어서 자신의 취향을 전시한 게 보기 좋았다.

“아무튼 이른 아침부터 실례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녀들의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나는 관례대로 적당한 선물을 들고 찾아왔고, 말리아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선물을 받으며 나를 환대했다.

“그래도 유나 씨 약간 엄마 같아요, 역시 메이드의 캐릭터가 어디 가는 건 아니네요.”

“뭐, 버튜버들 덕질하고 챙기는 메이드 역할을 아직 버린 건 아니죠. 다만 구미호가 본업이 되다 보니 그만...”

그렇게 말한 나는 익숙하게 주방으로 들어가서 내가 따로 들고 온 락앤락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집어 넣었다.

“이건 제가 직접 만든 카레에요, 조금 매울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넣어 먹어도 충분히 맛있을거에요.

이건 마리네이드한 돼지고기 스테이크, 그대로 구워 먹어도 좋고 오븐에 구워먹어도 맛있을거에요.

이건 한국식 야채 절임인데 빨간색이라 매워 보이는데 사실 색감만 이런거니까 밥에 잘 싸서 먹어봐요.”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딸들의 집에 찾아간 어머니의 마음가짐으로, 나는 두 사람의 식습관이 외식에 치중되어있는, 그렇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틈타서 조공(?)을 준비했다.

당분간 그녀들의 집에 찾아올 예정이었기에 겸사겸사 메이드 일을 하는 것도, 내 나름대로의 덕질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랄까, 그래도 좀 신선하네요.”

“네?”

“저희에게 있어서 유나씨는 완벽하고 우아한 커리어 우먼에, 뭐든지 잘하는 엘리트 직장인의 이미지였는데... 어느 순간 메이드로 반쯤 데뷔를 하지 않나, 이렇게 저희들의 후배가 되어서 직접 찾아오지를 않나...”

확실히 나의 첫 이미지도 그렇고 이후의 이미지는 워낙 메이드의 이미지에 치우쳐진 게 많았다.

특히 말리아의 면접 당시에 내가 참여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 확실히 이질적으로 느껴질 법만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보기에 저 어떤 거 같아요? 메이드 라 이면서도 구미호 아리아인 유나 말이에요.”

내 질문을 들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약속한 듯 서로 같은 타이밍에 씨익 웃으면서 동시에 말했다.

“버튜버가 된 걸 환영해요.”

살짝 오글거리는 오타쿠 감성 가득담긴 말이지만 뭐 어떤가?

두 사람의 환대에 나는 씨익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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