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01화 (201/307)

〈 201화 〉 200화.

* * *

선라이즈 회사 내부에서는 이런 소문이 있었다.

‘메이드 라를 연기하는 유나가 모든 버튜버들을 꼬시고 다닌다’라는 일종의 열애설이라기보다는 하렘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소문들이 존재했다.

말 그대로 서큐버스라서 버튜버들을 홀리는 페로몬을 뿜고 다닌다든지,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꼬시지 못할 대상은 없다고 한다든지, 버튜버와 매니저를 동시에 꼬신다든지 하는 억측이라면 억측이고 가벼운 가십거리라면 가십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회사 내부에서 돌던 소문, 그러니까 유나가 버튜버란 버튜버는 다 꼬시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회사 외부에서는 아리아가 버튜버들을 꼬시고 다니는 게 아니냐? 하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능력 좋고 잘나가는 미인에다가 유튜브 채널의 성장세를 보면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타인을 돌보기 좋아하고 배려심이 좋은 사회력 좋은 인싸인데 동성연애에는 둔한 편이라 숨만 쉬어도 버튜버들을 꼬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세 번의 합동 방송으로 완전히 함락당했다고 표현되는 에오스라던가.

평소의 터프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감정 표현을 부끄러워하는 셀레네를 대상으로 팬들이 이미 아리아가 완벽히 삼각 불륜 관계를 만들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텐션이 오르면 술에 취한 것처럼 아무 말이나 막 하고, 그중에서는 ‘달이 아름답네요’ 라던가 ‘꽃이 당신을 보기가 부끄러워서 일찍 졌네요’라는 식으로 장난 넘치게 고백 대사를 말하는 클라티에와 함께 장난식으로 쌍방고백을 날리면서 노는 모습을 보면 이미 선배들의 절반 이상을 꼬셨다고 봐도 무방했다.

처음에는 GB 선배들의 소망대로 그녀들과 합동 방송을 자주 가지면서 기존의 서양권 팬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아 가는 아리아였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들의 생각과는 살짝 다르게 흘러가는…. 그러니까 타고난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아리아에게 자신들의 최애 아이돌들이 홀리고 기존의 꽁냥꽁냥 구도가 뒤틀릴까 봐 걱정 아닌 걱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많은 팬과 관계자들의 걱정 아닌 걱정시키며, 아리아와 마나의 합동 방송이 이뤄지는 방송이 시작되었다.

­우리 상어 꼬맹이 대놓고 신난 거 봐 ㅋㅋㅋㅋ

­하긴 드디어 후배 생겼는데 우노 방송에서 벌써 짝짜꿍 하는 거 보니 베스트 파트너급이던데?

­그나저나 식사 방송과 QnA 방송을 겸한다니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야?

­하긴 두 사람 다 바쁜 버튜버니까 가볍게 식사하면서 문답 주고받는 것도 재미있을 듯

­그나저나 아리아 요리 실력 장난 아니더라, 셀레네 요리 방송 봄?

­ㅇㅇ... 진짜 참된 신부 그 자체던데…. 솔직히 결혼하고 싶다.

­설마 마나의 오늘 먹방 방송도 아리아가 차려준 거 아닐까?

­ㄴㄴ 설마 ㅋㅋ 아리아는 누가 봐도 일본 거주고 마나는 해외인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막혔잖아?

­아하.

­근데, 아리아가 우리 상어 꼬맹이도 꼬시는 거 아니겠지?

­설마ㅋㅋ설마…. 설...마…?

“굿~~모닝 에브리원! 상어에요~ 마나에요~”

“안녕 세상아~ 좋은 아침 점심 저녁이에요, 선라이즈의 구미호 아리아랍니다.”

이윽고 방송 대기화면이 사라지고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푸른색과 하얀색의 테마를 쓴 공식 프로필 설정상 신장 143cm의 초등학생과 비견되는 몸집을 가진 마나와 꼬리는 하얗지만 짙은 남색과 빨갛고 하얀 옷을 입은 175cm의 여성 중에서 제법 신장이 큰 편인 아리아가 서 있으니 어머니와 딸 같은 분위기가 났다.

“마나 선배~ 오늘은 뭐 드시고 계세요? 또 물에 젖은 피자?”

하지만 기수상으로는 마나가 훨씬 선배이기 때문에 아리아가 교태와 애교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야말로 애간장을 녹일듯한 목소리지만 마나도 그에 못지않은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지닌 까닭일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어허, 선배가 뭐 먹는지도 모르는 거야? 실망인데?”

“에이 선배에에~”

직급의 상사나 베테랑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서양이기는 해도, 이렇게 선배 후배를 나누면서 후배의 사람이 선배에게 아양을 떠는 게 잘 없는 까닭일까?

아리아의 연이은 선배~ 선배에에~ 하는 목소리에 마나가 조작하는 아바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좌우로 열심히 흔들렸다.

“아하, 크리스피한 식감에 아삭거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샌드위치?”

“뭐, 가깝긴 해…. 그렇게 물어오는 아리아는 뭐 먹고 있니?”

“어…. 아이돌다운 식사를 하고 있어요.”

“선배의 명령이다, 사진으로 공개해 줘.”

“에?”

­ㅋㅋㅋㅋ ‘해줘’

­아 선배가 명령하잖아.

­드디어 만만한 상대를 만나 신난 마나 ㅋㅋ

­이전 우노 방송도 그렇고, 왜 이렇게 아리아 한정 여포가 되는거냐구 우리 상어

­ㅋㅋㅋㅋㅋ개웃기네

“그치만 조, 조금 부끄러운데요?”

“헤에? 아이돌 같은 식사를 한다고 하면서 아닌 거 아냐?”

“그게 아니라... 어휴. 디스코드로 보내드릴게요.”

잠시 후

아리아가 보낸 식사 사진을 방송에 공개한 마나는 폭소를 터트렸다.

“이게 뭐야? 야채, 야채, 그리고 야채, 그래도 고기는 있네?”

“요즘 살이 쪄서 식단 조절하고 있단 말이에요. 놀리지 마세요오...”

방송에서 보기 드문 아리아의 쪼글쪼글한 모습이 눈에 들어올 법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리아의 식사를 보고 기겁했다.

그도 그럴 게 두 종의 샐러드와 닭가슴살과 누가 봐도 단백질 파우더처럼 보이는 식단은 말 그대로 헬창들을 위한 식사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100점! 100점이오!

­여성이라고 한들 식사량을 줄이지 않는 건강한 다이어트, 그야말로 아리아는 우리 헬창 클럽에 어울리는 인재요!

­선라이즈 최고의 헬창이라는 말이 어디 가는 게 아니구나 ㄷㄷ

­염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식단에 탄수화물도 하얀 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친 잡곡밥이었다.

“와우, 식사가 너무 터프한 거 아니야?”

“요즘 들어서 기름진 거 많이 먹어서 관리하기 힘들다구요. 아아악 놀리지 마요!”

일부러 놀리듯 아삭거리는 샌드위치 식감을 ASMR 방송을 하듯 크게 틀어둔 마나의 먹는 소리에 아리아가 괴로운 듯 비명을 질렀다.

다이어트 식단을 하는 사람 옆에서 얄밉게 자신의 식사 중계를 하기 시작한 마나는 확실히 악동 그 자체였다.

“얘들아 들어 봐, 밀 빵 사이에 낀 바비큐 소스를 발라서 구운 돼지고기에 레몬즙을 끼얹고 머스타드에 렌치 소스와 구운 치즈를 얹은 이 감미로운 소리를 말이야.”

“고기는 새콤달콤하고, 오이 양파피클과 같이 먹으니 느끼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콜라가 있어.”

그다음으로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가 봐도 콜라 캔을 따는 소리를 실황한 마나는 꿀꺽꿀꺽하면서 콜라를 삼키고는 카­ 하고는 청량감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야말로 코카콜라 광고의 모델로 발탁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리액션이었다.

“크으, 들리니? 빵이 바스러지는 바삭한 소리와 함께 고기의 질겅질겅 하는 소리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여기 포테이토 칩, 참을 수 없지!”

“선배에에에에에에!!!”

­아리아 비명 지르는 거 봐

­ㅋㅋㅋㅋ 놀리는 거 못 참지

­이 여우 놀리는 맛 좋네

­마나는 바로 알아차리고 이렇게 패는 거 봐...

­그만... 아리아의 체력은 더 없어.

애당초 이런 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방송을 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나는 가차 없이 아리아를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놀렸다.

그 덕분에 본래의 QnA 방송은 살짝 늦춰지게 되었다.

“우리 아리아 삐졌니?”

먹기 방송에서 완전히 아리아를 가지고 논 탓일까?

아리아는 누가 들어도 심통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삐졌네요!”

항상 방송에서는 상냥하고 착한 모습이거나 가끔 장난기 넘치는 악동의 모습 혹은 사람을 홀리는 교태로운 목소리나 반하게 하는 저음의 잘생긴 목소리를 내는 아리아는 여태껏 궁지에 몰린 적이 드물었기 때문에 삐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방송으로 그녀의 누가 봐도 화난 듯한 삐친 연기의 목소리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미안미안, 내가 좀 너무한 것 같았네.”

“흥, 몰라요. 선배는 바보! 변태! 시끄러워요! 이제 모르는 척 할 거예요!”

그것은 실로 요망하고 요사스러운 게 실로 사람들의 간을 빼먹는 괴의(??)스러운 요괴와도 같았다.

전형적인 츤데레 목소리에 아리아의 미성을 더하고, 연기 한 스푼에 울먹이는 감정전달, 그리고 평소의 침착하고 이지적인 아리아 캐릭터에서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삐쳐서 심퉁난 츤데레’의 갭모에까지...

그야말로 그것은 심장 폭격기였다.

“oh my heart.”

평소 자신의 애교로 동기생들의 심장을 터트리게 했던 마나이건만

이번만큼은 자신이 그녀들의 대사를 말하면서 심장을 부여잡고 주저앉고, 고개를 하늘로 바라보며 승천을 당했다.

물론 그녀뿐만 아니라, 방송 중에 정말 기습적으로 들린 아리아의 츤데레 톤 연기에 많은 시청자들 또한 그녀와 똑같은 심정인지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 나가는 채팅을 보냈다.

­그녀는 신이야 그녀는 신이야 그녀는 신이야.

­나모!! 당신의 꿈이 여기에 살아 숨쉬고 있소!

­헬창 이미지? 노노노, 그녀는 여신이다! 오 마이 갓, 나의 신이 저기에 있어!

­저것이 진짜 츤데레 연기? 나 미쳐버려!

­와, 방금 차 사고 날 뻔했어, 그녀의 방송을 드라이빙 도중에 듣지 마십시오!

귀엽기는 해도 그렇다고 해서 앙칼진 애교를 부리는 게 드문 아리아는 이따금 자신의 귀여움과 아름다움을 활용할 줄 아는 소악마적인 이미지가 있었지, 결코 이런 식으로 상처받은 목소리로 츤데레 톤의 연기를 한 적이 없었다.

이후에도 흔히들 ‘업계 포상’이라고 부르는 ‘바보!’ ‘변태!’ ‘나쁜 선배!’ ‘죽어!’ ‘헤어져!’라는 단어를 연이어 내뱉으면서 우는 목소리를 내는 아리아는, 그야말로 구미호였다.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선라이즈 넘버 원 버튜버라고 부를 수 있는 마나와 그녀의 팬들의 간을 빼간 대단한 구미호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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