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04화 (204/307)

〈 204화 〉 203화.

* * *

그렇고 그런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관계는 여전했다.

우리는 변함 없이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비슷한 내용으로 고민을 한다.

같은 회사의 똑같은 버튜버들이기 때문인지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업무적으로 막힌 부분이 해소가 된다.

약간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 밤낮이 뒤바뀐 언니가 낮잠을 3시간씩 자더라도 아침식사를 챙기는 것처럼 나 또한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아침에 같이 일어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언니와 같은 시간대를 보내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 나는 동거인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리기 때문인지, 아니면 건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버튜버로 살아가는 게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날’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죄책감이 생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 2주일이 힘들었지 지금에 이르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에 일어나서 7시부터 10시까지 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의 생활 패턴이 되었다.

사이타마에 살았을 때처럼 우리는 아침을 먹으며 졸린 뇌를 깨우기 위해 노력하며 아침마다 열심히 선라이즈의 소식을 전해주는 2기생의 다비와 3기생의 아마카미 선배의 뉴스를 시청했다.

“이제 저 두 분은 그냥 완벽한 페어네요.”

“응, 아침마다 틀 영상을 만드는 거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정말 노력이 대단해.”

“아하하, 아무래도 주간 메이드 뉴스는 저 두 분처럼 적극적으로 키리누키 영상을 활용하거나 커뮤니티 반응을 잡기가 어려우니까요.”

“그치, 이런 팬들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뉴스를 주 5일씩 하는 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선라이즈의 콘텐츠 중에 뉴스라는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정기 콘텐츠는 총 세 개였다.

커뮤니티의 대중적인 밈과 그 근원이 된 영상, 그리고 타고난 인기인 성격으로 버튜버들에게 직접 듣는 정보를 바탕으로 만드는 다비의 ‘연금술사의 신문’

전생에 신문사에서 작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의 키리누키를 중점으로 전날에 일어났던 일들을 빠르게 정리해주면서 진짜 뉴스같이 아침마다 방송하는 아마카미의 ‘아사카미 뉴스’

그리고 회사 대변인의 입장으로 일반 버튜버들이 풀기 애매한 정보와 회사의 운영 지침을 밝히면서 알려주는 메이드 라의 ‘주간 선라이즈’였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정도 방송하는 나와 다르게, 두 사람은 거의 매일 올리려고 노력을 한 케이스였다가, 작년 말에 들어서 ‘두 신문사가 통폐합 되었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서로의 인력이 합쳐져서 두 사람이 운영하는 정기 콘텐츠가 되었다.

그 덕분인지 옛날보다 확연하게 올라간 뉴스의 퀄러티도 그렇고, 뉴스 콘텐츠에 매진하느라 본방송에서 조금 아쉽다는 소리를 들은 두 사람도 화려하게 부활을 했고 서브컬쳐의 ‘언론인’캐릭터 비스무리한 새로운 캐릭터성도 훌륭하게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하하, 아침부터 뇌를 비우고 버튜버 덕질을 할 수 있다니, 두 사람에게 고마워 해야겠네요.”

그리고 이 방송 덕분에 아침에 뇌가 깨지 않아서 언니에게 무슨 말을 할까? 하는 고민을 하는 나도 뉴스에 흘러나오는 정보를 가지고 이것저것 말할 거리가 생겨서 언니와 소통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

물론 언니도 뉴스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모를 수 있는 일본 선배들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아리아로 데뷔하고 난 이후 조금 멀어졌다고 느꼈던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진 기분이 들었다.

“자, 다음 뉴스로는... 어머나, 선라이즈의 열애설을 담당하는 아리아와 유리아의 불화설? 두 사람의 부부 같은 삶을 파헤친다!”

누군가 그랬던가?

주부들이 보는 막장 아침드라마야말로 잠을 깨는 확실한 미디어라고 말이다.

물을 마시다가 그 말을 듣고 사례가 걸린 나는 쿨럭거리면서 아이패드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날 이후 예정되어 있었던 일요일 합동 방송들이 취소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바로 이어진다고?

영상에서는 아리아와 마나가 유독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면서,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뉴스를 담담하게 바라보던 언니는 그 뉴스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다가와서 키스를 해주었다.

아침에 받으면 제일 좋다는 기분 좋은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 키스를 받아서 입꼬리가 올라간 나의 귀에 언니의 말이 들렸다.

“바보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것은 마치 이전처럼 유나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듯이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였다.

이전이라면 ‘역시 언니는 언니야!’라고 바라봤을 그런 언니의 태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저렇게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다가도, 언니도 한 번 내가 먼저 나서면...

“유나야, 너 또 이상한 생각하지?”

“네? 에? 아뇨?”

정곡을 찔린 나는 언니에게 받은 연기 교습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서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까닭에 언니의 의심을 사고 말았다.

“흐음...”

그날 이후 가끔 나를 변태 바라보는듯한 시선으로 힐끗 바라본 언니가 작은 목소리로 ‘믿어줄게’라고 말하고는 내 뺨에 쪽 하고 입술을 부딪히고는 일어났다.

뭐랄까

언니는 내 마음속에 생긴 미묘한 죄책감을 느끼고는 그것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세간에서는 이걸 요망하다고 하던가?

명색이 구미호인 나인데, 나보다 더 요망한 존재가 있다면 마계 공주일 것이다.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한 나는 식탁에 앉아 바보같이 허허 웃었다.

**

아리아의 2주를 걸친 선배와 하는 합동 방송 콘텐츠들이 끝났다.

에오스는 힘들어했던 공포 게임을 클리어했고, 셀레네는 평소에 도전하고 싶었던 레시피들을 터득했다.

일리야는 GB 서버에 드디어 자기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FPS 게이머 후배를 반겼고, 평소에도 까불거리는 귀여운 여자아이인 마나는 아리아 앞에서 완벽한 악동, 그러니까 쿠소가키 캐릭터가 되어서 자신의 끼를 한층 더 발산했다.

허나 버튜버들도 좋아하고 팬들도 좋아하는 합동 방송이라고 해도 그것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2주일간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열심히 선배들과 어울리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방송을 하면서 하드한 일정을 소화하던 아리아는 정기적으로 그림을 배우는 방송 콘텐츠인 ‘클라티에의 그림 교실’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합동 방송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엘범 준비를 위해 1주일간 휴가를 가진다는 발표와 함께 데뷔 3개월 차에 첫 휴가를 가지게 되었다.

어찌보면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워 할 수 있는 휴가 소식이었으나, 팬들은 오히려 안심했다.

­드디어 쉬네, 다행이다.

­정말 합동 방송에서 피곤한 목소리가 나서 좀 걱정했음

­에오스와 셀레네는 일본에, 나머지 사람들은 서양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시차를 뒤집어야 하는게 좀 컸는 듯

­ㅇㅇ, 특히 마나랑 할때에는 완전히 그쪽 시간에 맞춰줬잖아

­프로 정신도 좋긴 한데, 보는 팬들은 건강하게 오래 했으면 좋겠다고….

­요즘 피곤한지 링피트 방송도 잘 않더라, 그냥 쉬었으면 좋겠어….

아리아의 방송 시간은 활발하다 못해 폭발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마치 그동안 데뷔를 하지 않아서 애를 태운 팬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그녀는 1주일 동안 하루만 쉬고, 주 6일 방송이라는 일정을 소화하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또 다른 삶인 메이드 라의 모습으로 선라이즈의 공식 방송을 진행하거나, 가끔 스튜디오에서 메이드로 방송을 진행했다.

아리아의 활동 스케줄만 보더라도 놀랄 정도로 기겁할만한 데, 거기에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하니 팬들의 처지에서는 좋기도 하면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

­데뷔하고 그동안 못했던 개인 방송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이제 좀 쉬면 안될까요?

­아리아 당신 방송 간격이 너무 짧다고!

­아니 왜 자고 일어났는데 다른 방송을 진행중이냐고ㅋㅋ

­이쯤되면 무섭다, 저러고도 내일 밤에 메이드 라로 뉴스 방송 진행하겠지?

그랬던 아리아가 해외에 있는 선배들과 합동 방송을 하기 위해 수면 스케줄도 뒤바꾸고 2주일동안 합동 방송까지 진행했으니, 이제는 쉬어야 한다고 팬들이 슬슬 걱정할 때 발표된 휴가 공지는 팬들을 안심하게 했다.

아리아

선라이즈 GB소속의 프로젝트:드림으로 단독으로 데뷔를 한 버튜버

구미호와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지면서도,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일본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외국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방송인에게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 볼 수 있는 뛰어난 목소리, 넓은 연기폭, 인터넷 밈과 시사에 해박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게임 실력은 선라이즈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파 게이머다.

그러면서도 노래 실력은 현업인들이 인정할 정도로 빼어난 가창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오타쿠들의 공감 지식이라 할 수 있는 덕력도 준수했다.

그야말로 오타쿠들을 노리고 데뷔를 했기에 농담 삼아 ‘선라이즈의 결전병기’라는 우스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아리아는 데뷔한 지 3개월째, 95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하고 휴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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