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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07화 (207/307)

〈 207화 〉 206화.

* * *

중학교 탐방은 의외로 순탄하게 흘러갔다.

아무래도 열심히 가꾼 외모는 대충 입은 옷차림으로 커버가 되는 모양인지, 나를 만난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당당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미처 누리지 못했던 중학교라는 교육 시설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나는 중학교 교실 곳곳을 돌아보았다.

일단 교복이 예뻤다.

오타쿠 업계에 일하면서 사람들이 교복에 집착하는 이유를 잘 알지 못했는데, 생기 넘치는 중학생들이 팔랑팔랑거리는 품이 넉넉한 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데 나이 든 사람으로는 부러워할만한 젊고 활기찬 기운이 교복을 통해서 더욱 커지는 기분이 들었다.

대학 입시라고 하는 속세에 찌들기 시작한 고등학생과 다르게, 아직까지 그런 걱정없이 순수하게 살아가는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튼 명문 중학교답게, 교실의 책상도 깔끔하고 컸고 복도는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깔끔했다.

급식실은 학생들이 원하는 급식을 쿠폰을 써서 사는 식의 학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메뉴 또한 풍성하고 가격 또한 저렴했다.

학교 내부에 위치한 매점은 한국의 조그만 매점과는 다르게 편의점 하나가 들어온 수준이라서 식욕이 왕성한 학생들을 위해서 많은 먹거리를 팔고 있었고, 부족한 준비물이나 필기구도 팔고 있었다.

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오챠노미즈 부속 고등학교하고 나누어서 쓰고 있었는데, 그 크기는 어지간한 시립 도서관만 한 크기여서 그런지 중학교에 딸린 도서관 특유의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 없이 독서실처럼 상당한 면학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전산실...이 아니라 디지털 교실같은 경우에는 무식하게 두껍고 못생긴 옛날 모니터가 아닌 모양새가 잘 빠진 저가형 최신 모델들을 쓴 컴퓨터들이 모여 있었고, 그 옆에 딸린 인쇄실에는 10엔만 넣는다면 복사와 프린트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저렴한 프린트기가 세 대씩 놓여있었다.

교내 중심에 위치한 정원 분수대 옆에는 정성들여 가꾼 꽃들과 밴치가 배치되어 있었고, 방학이라 그런지 오전 10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도시락이나 매점의 샌드위치를 들고 와서 수다를 떨면서 먹는 학생들이 보였다.

나는 이 훌륭한 시설의 일본 중학교를 찬찬히 뜯어보면서, 한국에서 가졌던 중학생의 추억을 떠올리고, 만화 속에 묘사된 학원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 내 때에는 저랬지!’하면서 무릎을 탁 치는 꼰대가 된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일단 교내 탐방을 마쳤다.

어찌보면 노인내의 지루한 산책처럼 보이는 일정이었지만 내 옆에는 츠무기의 친구들과 열성적인 하야카와 양이 열심히 교내 설명을 해준 탓에 나는 중학생들의 일상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과학실에서 공부 할 때는 스마트폰을 책상 밑으로 스윽 해도 SNS를 해도 안 들킨다니까?”

“솔직히 몰래 하기에 제일 좋은 건 전자사전에 자동 스크롤 기능 넣은 후 웹소설을 다운 받아서 읽는거지.”

“하와가라, 너 그랬다가 저번에 호시무라랑 같이 전자사전 압수당해서 울상 지었잖아?”

“야 그건 호시무라가 대놓고 몸 배배꼬아서 들킨거지, 솔직히 그거 아니면 들킬 일도 없었거든?”

그리고 어딜 가나 공부 시간에 딴짓하고 땡땡이 치는 걸 좋아하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며...

“아, 제 2과학실! 여기에서 하야카와하고 호시무라가 같은 조에서 실습하다가 책상에 불 내었지?”

“여기 있다! 그을린 것 좀 봐, 아직도 남아있나보네?”

“두 사람 벌 받느라 한 3시간동안 빡빡 문지른 것 같던데.”

“너희들 시끄러!”

“여기 책상 밑에 낙서도 그대로 남아있네, 호시무라&하야카와의 걸작품”

자신이 이 학교에 왔다 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장난의 흔적과 낙서를 남기는 것을 보면 철부지의 행동은 어딜 가나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정 실습실에는 호시무라가 설탕하고 소금하고 착각해서 넣었다가 츠무기에게 혼났던가?”

“본인 말로는 카라멜라이즈된 카레라고 했던데...”

“그러는 히다카양도 후라이팬 하나 태워서 변상했잖아.”

“시끄럽거든?”

그리고 가정 수업이라는 명목으로 학교 내에서 요리하는, 한국 중학교라면 상상하기 힘든 수업들을 그녀들이 평범하게 받는 걸 보니 사립 중학교라도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니 부러운 마음이 올라온 건 어쩔 수 없었다.

뭐랄까, 같은 학교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수업을 받는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까나.

아무튼간에 서로 같은 풍경을 보면서 다른 것을 떠올리면서 한 시간에 걸친 교내 탐방이 끝났다.

“쪼아요! 이제 그러면 교외 탐방으로 갈까요? 솔직히 오챠노미즈 학교, 말이 체육계를 표방하지 않지 시설로 보면 어디 체육계 중학교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으니까요!”

“어, 응?”

“츠무기처럼 체육 특기생들도 편입을 받는 걸 보면 아무래도 우리 학교도 공부 뿐만 아니라 체육계도 노리는 거 같은데?”

“잠깐, 이게 끝이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언니? 저희 학교는 이제부터에요.”

그 말과 함께 학교 탐방 2부가 시작되었다.

여태까지는 학교 주 건물 내부에 위치한 시설들만 살펴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주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들을 둘러본다고 했다.

가장 먼저 내가 본 것은 수영장이었다.

아니 학교에 수영장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학교에 딸린 수영장’이 결코 픽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학교에 수영을 즐기러 온 학생들이 많았다.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스포츠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수영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는 박력이 넘쳤고, 그 옆에는 파이팅을 외치는 지도 선생님이 보였다.

수영장 이후에 내가 둘러본 곳은 검도부, 유도부, 양궁부, 테니스부, 배구부, 축구부, 야구부였다. 그녀들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어째서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학생들이 많은 지 알 수 있었다.

양질의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학교 내에서 학생과 선생님 내지는 코치 선생님들이 와서 다같이 땀 흘리며 운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단순히 공부만 하다가 돌아가는 게 아닌,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축복받은 청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럽네.”

다 큰 어른이 중학생들 보고 부럽다고 하는 게 조금 부끄러울 수 있었으나, 그녀들의 중학 시절과 내 중학 시절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었기에 나는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런 내 말이 의외라는 듯 그녀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유나 언니, 왜요?”

“그냥, 한국하고 일본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서 말이야.”

방학 기간이 아니더라도 오후 두 시나 세 시 정도면 고등학생 애들이 맥도날드 와서 수다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본 적이 있는 나는 한국의 중고등학교 과정이 다를거라고는 내심 생각했지만, 그녀들의 삶을 이렇게 밀접해서 보는 건 또 달랐다.

진학과 스펙 마련을 위해 사교육을 받으러 다니느라 개인 시간이 통제당하는 한국의 중학생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일본의 중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질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런 중학교 시절을 보내지 못했거든.”

“아, 한국하고 일본하고 조금 다르구나...”

“응, 그런것도 있고...”

잠시 생각을 한 나는, 처음 보는 낯선 중학생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듯이 툭 내뱉었다.

“언니는 아이돌 연습생이어서 당시에는 이렇게 학창 생활에 몰입하지 못했거든.”

“네? 정말요?”

“응, 언니 이래보여도 한 때는 ...의 연습생이었단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눈빛에 어마어마한 열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열띤 반응을 보인 아이는 다름아닌 하야카와, 그녀는 내 손을 덥썩 붙잡고는 말했다.

“언니 진짜 아이돌...”

“아니라니까, 연습생이야 연습생!”

“언니 팬 이에요!”

먹잇감을 보고 달려드는 강아지처럼 나에게 들러붙기 시작한 하야카와를 보고 있자니, 괜히 말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나 좋다고 이렇게 달려드는 아이가 있는데, 어른으로서 피하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나는 나에게 시간을 내주어서 학교를 둘러보는 데 도움을 준 아이들의 요구에 어울리기 시작했다.

“저기, 언니 죄송해요.”

“응? 아냐아냐, 나 어차피 휴가 기간이고, 나도 심심해서 학교를 둘러본 셈이니 이 정도 보여주는 거야 상관없단다.”

그리고 그녀들의 열렬한 요구에 따라 춤을 추고 노래하는 거 보여달라는 요구에 나는 기꺼이 응했고, 그런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츠무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괜찮다고 표현한 나는 적당한 공터에서 몸을 가볍게 풀면서 말했다.

“혹시나 말하는 건데, 내가 이러는 거 어디 녹화해서 올리면 안 된다, 알겠지?”

“네!”

학생들의 확답을 받은 나는 휴대폰을 켜서 최근에 자주 연습했던 곡을 꺼냈다.

그 후에는 뭐,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신나게 춤 솜씨를 보여주었다.

유행하는 아이돌들의 춤부터 시작해서 댄스 레슨을 배웠을 때 기억에 남는 동작들을 섞어가면서, 나는 그날 하루 아이들만을 위한 아이돌이 되어주었다.

**

잠시 후

아예 바닥에 무릎을 꿇어가면서 나를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려는 학생들을 일으켜 세운 나는 그녀들을 데리고 학교 밖을 나섰다.

사이제리야, 가스트, 빅쿠리돈키, 맥도날드에 나를 데려가면서 대접하겠다고 하는 아기들의 순진한 마음에 훈훈한 미소를 지은 나는 그녀들을 데리고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인당 세금포함 2400엔은 잡아야 먹는다는 스테이크집으로 데려온 나는 부담없이 애들에게 원하는 것을 먹으라고 말했다.

“어, 언니 괜찮겠어요?”

“언니 이래보여도 능력 좋아서 돈 잘 벌어.”

후드에 조깅 바지를 입은 내가 말하기에는 조금 우습게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아까까지만 해도 꺅꺅 언니거리면서 활기찬 학생의 모습을 보이던 애들이 스테이크라는 학생들이 먹을 기회가 드문 곳에 와서 그런지 조금 위축되는 걸 보고 나는 잠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때, 나에게 의외의 구원자(?)가 등장했다.

그녀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나에게는 친숙한 말썽꾸러기 미소를 지은 중학생 한 명이 테이블에 난입했다.

“얏호! 진짜 유나 언니네!”

그녀는 다름 아닌 언니의 동기이자 내 선배이기도 하고, 동시에 나의 제자이기도 한 호시무라.

“호시무라 씨!?”

호시무라라는 성은 일본에서 흔한 것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흔한 성은 아니었다.

그녀들의 에피소드에 자주 언급된 사고뭉치 중학생 호시카와라는 말에 나는 그 호시무라가 내가 아는 그 호시무라인 줄 알았는데 정말 그대로일줄이야.

아무튼 호시무라가 오자마자 경직된 분위기가 풀어지고, 이윽고 ‘호시무라가 어째서 유나 언니를 알고 있는가?’ 하는 무언의 시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하, 츠무기쨩 따라 온거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하야카와를 밀어내고 내 옆에 앉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나에게 열광하기 시작한 하야카와가 그대로 밀려날 수는 없다는 듯 거세게 반항하면서 외쳤다.

“호시무라! 못생긴 엉덩이 좀 치워요!”

“흐응? 하야카와도 호시무라의 이 섹시한 엉덩이에 반했구나?”

“아, 좀 씨!”

하지만 저렇게 보여도 인터넷 방송인으로서 훌륭한 자질을 지닌 호시무라다.

미워할 수 밖에 없으면서도 싫어할 수 없는 쿠소가키 무브를 치면서 하야카와의 복장을 뒤집은 그녀는 져주는 척 츠무기의 옆 자리에 앉고는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아, 유나 언니는 나만 알고 있으려고 그랬는데.”

“뭐에요? 당신 어떻게 유나 언니를!”

“아, 언니 저 햄버그&스테이크 세트 시켜도 되죠? 오늘은 언니가 쏘는 날?”

일부러 얄밉게 말하면서 나에게 확인을 구하듯 말한 그녀의 장난스러운 볼을 살짝 꼬집어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평소의 그거대로 시킬거에요?”

“응.”

“그럼 츠무기는 귀여우니까 제일 비싼 서로인 스테이크, 아이하라와 카쿠노는 느끼한 거 잘 먹으니까 안심으로, 타도코로는 밥 없이는 안 되니까 스테이크 덮밥으로, 미나미와 하야카와는 애기 입맛이니 햄버그 스테이크로 시킬게요.”

“잠깐! 누가 애 입맛이라는!”

이미 나와 함께한 중학생 친구들을 잘 아는 모양인지 그녀는 대드는 하야카와를 무시하고는 능숙하게 메뉴를 시켰다.

그녀 덕분에 아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돌아온 그녀들은 대놓고 나와 호시무라의 관계를 따지기를 시작했다.

츠무기도 나와 호시무라가 같은 버튜버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인지, 시종일관 조용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녀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에게 질문을 했다.

“나? 유나 언니의 제자 겸 미래의 시누이... 으갸갹.”

아직도 내 남동생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한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날린 나는 대신에 설명했다.

“호시무라하고는 비즈니스 파트너야.”

깔끔하게 우리들의 관계를 밝힌 나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은 후 샐러드를 한 입 먹었다.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은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나는 나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표하는 그녀들과 적당하게 어울러주면서, 휴가를 보내는 나에게 근사한 하루를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말을 함과 동시에 주문한 스테이크들이 오기 시작했다.

“와아.”

“잘 먹겠습니다!”

급식이 아닌 식사 한 끼에 기껏해야 700엔에서 800엔 사이의 음식을 먹다가 인당 3000엔을 깔고 가는 스테이크는 다른 세계인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눈을 빛내면서 보온석쇠 위에서 지글지글거리는 스테이크를 보고 나에게 보내는 것과 비슷한 열광의 시선을 보냈다.

그 모습에 ‘아 나는 스테이크 정도의 존재감이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가진 나를 향해 하야카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니는 안...드세요?”

“아, 언니는...”

“...저기 주문 하신 스테이크가 여기 테이블 맞나요?”

타이밍 좋게도, 나보다 가늘어 보이는 여인이 힙겨운 동작으로 식판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일일 한정 판매 15개의 뼈 무게 포함 1kg의 휴즈 스테이크를 들고 온 직원은 의심하는 눈빛으로 나와 스테이크를 번갈아 보았다.

하긴 내 얼굴만 한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하면 누구라도 놀라겠지.

이미 이런 반응에 익숙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1kg이라니,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먹지 못할 단위의 고기에 그녀들은 살짝 질린 반응을 보였다.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인다. 언니처럼 건강하고 예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코어근육을 단련하고 기초 대사량을 높이는 게 중요한 법이야.”

커다란 고기에 칼을 집어넣었다.

육즙이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광경에 살짝 마음이 달아오른 나는 큼지막하게 썬 고기를 한입에 넣었다.

“음음, 뭐 진짜 아이돌 선배들은 단백질 파우더와 저탄고지의 식단, 그리고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는 고행스러운 식사를 하지만 나야 뭐 진짜 아이돌도 아닌 걸?”

“그, 그렇군요.”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중요해.”

또다시 썬 큼지막한 고기를 버터 소스에 찍어서 입에 넣은 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중요한 사실을 말했다.

“응, 그래야 가슴이 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의 칼질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솔직한 반응을 본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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