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화 〉 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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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4기생들은 최근 들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말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식적인 총 대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녀 클레스타인은 복귀 이후100만 돌파 이후에도 구독자 증가 추세가 멈추지 않고 결국 120만명의 구독자를 달성하였다.
그동안 공부를 하기 위해서 쉬었던 만큼 방송을 해주겠다는 듯 그녀는 2월 14일부터 3월 15일까지 방송을 하루도 쉬지 않고 짧은 방송이건 합동 방송이건 꾸준히 참여를 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그 다음으로 인기가 좋은 유리아는 최근 들어서 사랑에 빠진 연기를 제대로 해주는, 이른바 메가데레식 캐릭터를 잡다가도, 사랑을 애절하게 갈구하면서 험한 감정을 드러내는 멘헤라식 얀데레 캐릭터를 잡다가도, 순수한 목소리로 보호 욕구를 일으키는 공주님 캐릭터를 잡아가도, 겉잡을 수 없는 카리스마와 성숙미를 터트리는 여왕님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철저하게 시청자들을 조교하면서 구독자 증가 추세는 느린 편이지만 선라이즈에서 가장 많은 유료 맴버십 인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에 못지않는 성장세를 보이는 카린은 여전한 성희롱이 가득한 말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선배 다비의 기록을 바짝 쫓는 노란 마크지나친 선정성으로 인해서 수익화가 금지된 방송판정 기록을 따라가고 있었다.
센시티브한 토크를 하면서 선을 넘는 발언들을 하다가도 스스로 급 브래이크를 하고, 망가지는 캐릭터를 주저없이 연기하는 바보같은 면모를 보이다가도 방송의 흐름이 막힌다면 방금까지 미쳐있던 주제에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가장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미카엘 같은 경우에는 어린 아이 특유의 동심 가득한 발언과 E스포츠에 환장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이스포츠의 천사 이미지를 잡아가면서 자신이 보고 배운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청초하고 유쾌한 방송을 하다가, 근래 들어서 자신의 매력을 깨달으면서 한창 성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아져가는 발칙한 꼬맹이일본에서는 쿠소가키, 에로가키라고 부르는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비교적 완만했던 성장세에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허나 이 네명 보다도 큰 성장세를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용사 에이아였다.
초창기 에이야는 선라이즈 특유의 오타쿠&아이돌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천사와 엘프, 성녀와 마계 공주 사이에 존재하는 용사라는 캐릭터의 연기성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어색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선라이즈가 아닌 다른 곳에 데뷔를 했더라면 10만 구독자를 넘기지 못했을 거라는 평가도 나오고, 미성과 거리가 멀고 독특한 발성 덕분에 귀에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허나 그녀의 강인한 멘탈과 합동 방송을 하면 할수록 빛이 나는 대인배적인 모습
친구 많은 사람들이 으레 가지는 상냥한 마음씨와 섬세한 배려
타인의 흉을 들추지 않고 실수를 해도 대범하게 넘기는 침착함
팬들의 말을 귀를 기울여 듣고, 그들의 말에 크게 리액션 해주는 굿 리스너의 태도
억지로 용사라는 캐릭터성을 연기하지 않아도 흘러나오는 원래 사람의 털털한 매력
폭주하는 일들이 잦는 선라이즈 버튜버들 사이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정상인 포지션
이러한 매력들이 한 데 어우러져 초창기 그녀의 방송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던 사람들도 에이아의 방송에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3D 발표 이후 진행하는 방송에서 짧은 머리와 털털한 성격, 용사라는 톰보이적인 소년다운 외형과 다르게 손짓이나 앉는 동작, 웃을때 입을 가리는 동작 하나하나가 완전히 얌전한 아가씨 그 자체였기 때문에 ‘우리 용사가 암컷용사일리가 없어!’라는 새로운 밈이 만들어지면서 그녀의 인기는 현재 폭발중에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데뷔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에이아는 75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면서 어마무시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결국 ‘꾸준히 노력을 하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봐준다.’라는 말을 실천하는 데 성공한 용사 에이아를 연기하는 유우키 아오이는,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우키는 눈앞의 여인을 알고 있었다.
우아함의 상징이자 아름다움의 상징
선천적으로 타고난 아름다움에 후천적으로 가꾸어낸 아름다움
피부, 체중, 머리카락, 손톱과 발톱 모두가 오랜기간동안 관리를 해야만 나오는 숙련된 미인
선라이즈의 후배들은 물론이고 선배들이 한 번 만나봤더라면 누구라도 닮고싶어하는 선라이즈 내부의 베스트 워너비 아가씨
유나가 자신의 집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평소에 오샤레(オシャレ:멋지고 세련되어서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는 신조어)라는 단어 그 자체였던 그녀가 유리아의 한정 판매 굿즈인 1st 애니버서리 후드티를 걸치고 품이 널널한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유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 패션 잡지에 나올법한 힙스터감성이 느껴지는 게 그녀답다면 그녀다웠지만…
사람을 만나러 오는 유나가 저런 가벼운 옷차림을 한 것을 처음 본 유우키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고 했는데, 문자 그대로 지나가는 길이었나 보다.
아니 그걸 떠나서 그 유나가 이런 옷차림을 하고 밖에 돌아다닌다고?
차라리 카린이 합동 방송 중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요~”
그런 유우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유나는 해맑게 인사했다.
처음 만남은 온천이었지만, 이나리의 주최로 일어난 선레이즈 패션 대회 비스무리한 것에서 서로가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알게된 시간과 횟수에 비해서 빠르게 친해진 편이었다.
이나리가 말하기를 ‘인싸들만의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오타쿠들 가득한 이 회사에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그래서 서로 편하게 말을 놓으면서 지낼 수 있는 친구사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나…
이렇게 유나의 풀어진 모습을 보게 될것이라 상상도 못한 유우키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겨우 숨기고 유나를 안아주었다.
“유우키짱~ 유우키짱~”
“뭐야 너, 아침부터 술 마신거야?”
“노노노~ 일본에서의 음주 운전은 큰일나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술을 한 잔 걸친듯한 친구의 발언에 유우키는 의심하는 눈빛으로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그녀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한 체향 속에 숨겨진 알콜냄새를 맡지 못한 유우키의 눈빛은 더더욱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뭐, 왜, 사람을 그렇게 봐?”
“내가 알고 있던 유나가 맞나 싶어서 말이야.”
“후후, 지금의 유나는 휴가를 보내고 있는 초무적멋진유나라고.”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휴가라는 현대인의 우스갯소리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체감한 유우키는 나사가 빠진 자신의 친구를 방안으로 들였다.
여타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이 그러하듯 여성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자신의 방은 떳떳하게 공개하기에는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으나, 지금의 유나의 모습 자체가 더더욱 부끄럽게 느껴진 유우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친구에게 오렌지 주스를 따라주었다.
“땡큐.”
“그나저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침부터 내 집에 놀러오겠다고 연락을 한거야?”
“그냥.”
철두철미한 메이드의 모습은 어디가고
지금은 목줄 풀린 대형견처럼 행동하는 유나의 모습에 유우키는 기가 찬듯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유우키는 이런 친구의 모습이 낯설기는 해도 싫지는 않았다.
천생이 타고난 미인인데, 항상 엄격하게 관리하는 완벽주의자의 무언가가 느껴지던 평소와 다르게 지금은 그냥 애교가 많은 강아지 같았기 때문이다.
“기분 나쁘게 뭐하는거야?”
“히히 유우키 냄새 좋다. 여자아이인데도 남자 향수 쓰는 느낌이 들어.”
“하아…”
차라리 술을 마셨으면 술취한 사람 취급을 해서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딱히 그러지도 않았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사람이 긴장이 풀린 건 풀린거고, 정신연령이 이렇게 까지 어려지다니 참…
“안 그래도 좁은 집에 너무 붙어있지 마.”
“아 그치만 유우키 품 너무 좋다고.”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미녀가 엉겨붙어온다.
어찌보면 행복 할 수 있는 시츄에이션이지만, 유우키는 자신의 동기생인 쿠로가와 나에의 매서운 눈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 이러면 안되는 데’ 하는 마음과 ‘유나에게 다가가는 건 금기야 금기’ 하는 갈등에 빠졌다.
유우키의 혼란스러운 두 눈은 안그래도 더워져가는 날씨 덕분에 살갗이 많이 노출된 서로의 옷차림에 머물렀다.
아침부터 찾아온 듬직한 미녀인 친구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이렇게 엉겨붙을 줄 몰랐던 유우키의 심장박동수가 올라갈 무렵, 그녀는 이 상황을 방송에 대입하는 묘안을 내었다.
‘침착하자 유우키, 이건 그러니까 방송이야 방송.’
‘이렇게 귀찮게 구는 여자는… 3기생의 레티 선배라고 생각하자. 그것도 술을 잔뜩 마신 채 엉겨오는 레티 선배.’
‘예전 방송에서 그랬지, 이런 술취한 여자의 관심을 되돌릴려면, 눈 번쩍 떠질만한 화젯거리로 전환을 해야해… 이른바…’
“유나야!”
“응?”
“우리 쇼핑가자, 나 안그래도 화장품들도 싹 바꿀 때 되었고, 여름용 옷들도 좀 사고싶어.”
쇼핑이라는 말에 낮잠자는 고양이와 사람에게 애교부리는 강아지를 합쳐놓은듯한 유나의 두 눈에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코로나 이후로는 제대로 즐기지 못한 취미였는데,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우습다고 볼 수 있는 사회 봉쇄령 비슷한게 철폐되는 흐름에 타서 많은 백화점들이 특별 세일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오… 쇼핑이라.”
“응, 유나랑 꼭 쇼핑을 가고 싶었어.”
“그래? 그럼 좋아! 어디 가야해? 이참에 시내로 나갈까? 나 차 들고 왔는데.”
유우키의 해답이 정답인듯, 사람 심박수 올릴 정도로 꼭 붙어서 얼굴을 부비적대던 유나가 벌떡 일어난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우키는 부디 오늘 하루 별 일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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