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17화 (217/307)

〈 217화 〉 216화.

* * *

두두두두

“으아아악! 제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요? 뭐가 일어난 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아니 무친 이럴거면 총이라도 멈추던가 ㅋㅋ

­그와중에 에임 침착한거 봐, 움직이는 물체 머리 조준하는게 몸에 익었네 익었어

­확실히 애들 날라다니고 뛰어당기는 하이퍼 fps 하다가 일반 fps 하니 오히려 잘 쏘네 ㅋㅋ

­ㄴㄴ 그냥 아리아 피지컬이 미친거임

­헤드로 경비병 직원 터트리면서 미안해요 하지 말라고요 좀ㅋㅋ

졸지에 은행털이 조에 합류하게 된 아리아는 이 게임의 초보답게 지극히 당연하게 감시카메라에게 발각 되었고, 은밀하게 털었어야할 범행은 총을 탕탕 쏘면서 화끈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시끄러운 방식으로 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금고 문을 따는 루미에를 대신해서 AI 한 명과 아리아와 헤카테는 총을 쏘고 인질을 붙잡고 바리게이트를 형성하면서 화끈하게 농성을 하고 있었다.

“후배야! 후방으로 특공대 간다! 이 악물고 버텨!”

“헤카테 선배 도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나요?”

“다 털때까지?”

“으아아아앙!”

마치 전설적인 범죄자의 첫 데뷔를 보는 것처럼 입으로는 싫다, 무섭다, 아이돌답지 않다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기가막히게 어그로를 끌고 풀면서 사격을 이어나갔다.

조준과 격발이 1초 이내에 이루어지는 최상위권 fps 유저 다운 솜씨로 아리아는 싸움 하나는 기가막히게 해내었다.

­와 그래도 세팅을 잘 해두었네

­말은 스텔스 할것처럼 해놓고 결국 라우드 세팅을 했잖아 ㅋㅋ

­선배의 거친 지도아래에 이루어지는 입단식ㅋㅋ

­난이도도 오버킬이네? 아무리 고인물 둘 끼었다고 해도 이게 말이 되나...?

“선배!!”

“기다려 봐, 아 거의 다 되었다.”

게임 튜토리얼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주제에 용케 시스템을 파악한 그녀는 은엄폐를 번갈아가면서 체력관리를 하고, 시체에게 다가가 총을 줍는다.

단순한 fps 게임 유저가 아닌, 팀 단위 협동 게임을 이해하고 rpg 게임을 경험한 플레이어다운 관록을 보인 아리아는 하라는 대로 다 쏘고 하라는 대로 다 하는 훌륭한 후배이자 팀원이었다.

시끄러운 록 음악과 적들의 비명소리

돈이다 돈! 이라고 외치는 두 선배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아리아의 울음기 가득한 소리가 아우러지는 기묘한 방송은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유저들이 보더라도 상황이 코믹하고 재미있었다.

일단 실력이 받쳐준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팀워크 게임은 스토리가 완성된 영화와 다를 바 없었으니 말이다.

잠시 후

완벽하게 아이돌스러운 행동을 완료한 세 사람은 로비에서 은행털이의 짜릿함의 여운을 누렸다.

정확하게는 처음 해보는 게임, 그것도 은행털이라는 보통 게임에 비해서 아예 다른 컨셉의 게임을 즐긴 아리아는 합동 방송 초기의 능수능란한 모습은 내다 버리고 넋 나간 어조로 ‘저질러버렸다’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와 대비되는 헤카테는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말했다.

“아리아, 너는 천부적인 아이돌의 자질을 가진 거 같아!”

사격 솜씨와 인질 붙잡기, 협박하기, 무전 강탈하기 등을 아이돌의 재능이라고 평가하는 헤카테의 말에 반박할 의지도 꺾인 아리아가 힘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뭔가 이상해요. 잘 못 되었어요.”

아리아가 지치거나 말거나, 두 선배는 아리아의 충격을 받은 반응을 무시한 상태로 연이어서 범죄행각을 이어나갔다.

은행 털기, 연방 수사국 잠입하기, 마약 거래는 물론이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인질극과 살인, 기물파손과 방화는 그야말로 훌륭한 강력 범죄의 완성이었다.

잠시 후

완전히 만족한 헤카테와 루미에와, ‘이젠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라는 식으로 두 사람의 억지에 완전히 놀아난 덕분에 기진맥진한 아리아는 과격하고 엉뚱한 두 사람 사이에 낀 한 사람의 정상인이 되어서 고통받는 만담쇼를 보여주었다.

다른 선배들과 관계에서 캐릭터가 망가지는 모습보다는 망가지는 선배들을 케어해주고 온건하게 자기 페이스를 이끌어가기로 유명한 아리아는 오늘만큼은 거리낌없이 망가지는 개그 캐릭터를 선보였다.

알고보니 어른스러운 줄 알았던 옆집 누나가 허당이래­ 라는 느낌으로, 휴가 가기 이전에 쌓아 올린 완벽주의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박살낸듯한 아리아의 새로운 모습에 사람들은 친숙함을 느꼈다.

결국 아리아도 다른 선라이즈 예능인(그러니까, 아이돌이 아닌 예능인)처럼 본 모습을 되찾았구나, 하면서 오히려 좋아해 주었다.

­항상 고분한 어조로 선배선배 하던 아리아는 어디가고...

­근데 약간 찐친 같은 기분이라 나쁘지 않을지도?

­ㅇㅇ 헤카테와 루미에야 뭐 5기생 뿐만 아니라 선라이즈 전체에서도 엉뚱하고 과격하니 말이야

­그나저나 헤카테 자기 입으로 아리아 팬이라고 하지 않았음?

­아이돌이 자신과 같이 은행 털어주는 게 팬 서비스인듯ㅋㅋ

그렇게 아리아는 5기생들에게 완벽히 군기 잡힌 듯한 후배 모습을 선보이면서, 방송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호에엥’하는듯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

혼자서 지내기엔 쾌적하지만 세 명이서 방송하기에 조금 좁아서 더운 방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린 우리가 인사했다.

얻는 것 만큼이나 신경써야할 것이 많은 합동 방송

특히 첫 대면 오프라인 합동 방송같은 경우는 나라고 해도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힘이 쭉 빠지는 편이었다.

목소리만 출연해도 괜찮았던 메이드 라 때와 다르게, 아리아는 방송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포지션이었으니 말이다.

“후아아아...”

시계를 보니 어언 열한 시 반이었다.

꽤나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즈사 씨, 늦은 시간인데 집에 안 돌아가도 괜찮겠어요?”

아무리 내일이 토요일이라고는 하나, 아직 미성년자 고등학생이 밤 늦게까지 직장 동료의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게 조금 탐탁치않는 나였다.

하지만 다소 지친 나와 다르게, 그녀는 오히려 텐션이 오른 듯 두 눈동자에 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전혀요! 완전 괜찮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저게 젊음인가?’하는 생각을 떠올리고 말았다.

처음 만날 때는 옛날 언니처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는데, 방송을 같이 진행하면서 어색함이 많이 사라진 듯 그녀는 꽤나 편안한 자세로 책상에 엎드렸다.

아무래도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샤야 씨가 내 집에 왔기 때문일까?

확실히 그녀가 오고 난 이후 긴장이 풀려 보이긴한데...

아무래도 거의 성인과 다를 바 없던 사케이 미우(지금에서야 훌륭한 성인이지만)와 다르게 이제 갓 고등학생에 입학한 어린 아기나 다를 바 없는 아즈사는 아무래도 조금, 무언가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나야 그녀가 자기 편하게 깨끗하게 치워둔 창고 겸 손님방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어요. 배워가는 것도 많았구요.”

“아아아아,아니에요. 저,저야말로 오늘 무리한 제 애드리브를 잘 받아주,주셔서...”

“흐아아암, 난 이만 올라갈게, 유나 씨,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버튜버 친구 보다는 매니저에 가까운 포지션을 쭉 취하던 샤야 씨도 졸린 듯 기지개를 켜고는 자신의 집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였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가방에서 짐을 꺼내던 아즈사 씨를 뒤로 두고 나와 샤야가 방에 나올 무렵, 우리는 커다란 소리를 듣고 말았다.

꼬르르륵

어찌나 큰 소리였던지 나와 샤야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부끄러움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면 저런 표징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즈사 씨는 정말로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자신의 주린 배를 붙잡고 얼굴을 붉힌 채 몸을 오돌오돌 떨면서 무릎을 감싸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부끄러움에 몸을 가누지 못해서 저런 태도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렇게 안쓰러운 태도를 취해서야

오히려 이쪽이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고등학생 시절에는 한창 먹느라 살이 제법 쪘었지...

하긴 한창 식욕이 왕성할 고등학생을 열한 시 까지 일을 시키고 뭔가 먹을것을 먹이지 않는 것은 중대한 범죄이다.

적어도, 유학 생활 하더라도 밥심만큼은 든든하게 챙겨먹은 코리안 유교 소울을 가진 나의 생각으로는 그렇다.

저녁도 생각해보니 그렇게 든든하게 먹은 것도 아니겠다, 그렇게 생각이 든 내가 말했다.

"조금 출출하죠? 야식이라도 같이 할까요?"

야식

그것은 현대인의 안식

일에 지친 직장인은 물론이고 한창 식욕이 왕성할 고등학생에게 있어서는 달콤한 초콜렛만큼이나 매력적인 키워드

"야,야...야식이요?"

"가, 간만에 메이드로 돌아가는 건가요?"

그 말에 식욕 왕성한 여자 고등학생인 아즈사 씨와, 마찬가지로 은근히 먹을것을 밝히는 샤야 씨가 침을 흘리면서 되물었다.

두 사람의 시선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밥에 진심인 한국인의 야식을 보여주겠다, 라고 굳게 다짐하며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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