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18화 (218/307)

〈 218화 〉 217화.

* * *

달아오른 팬에 기름이 올라온다.

금방 달아오른 기름은 이내 고소한 향기를 내었고, 거기에 걸쭉한 반죽이 원형을 만든다.

중력분과 소금, 베이킹파우더와 전분이 적절하게 섞인 부침개 반죽에는 잘게 썰린 오징어와 부추, 김치와 양파와 대파가 섞여 있었다.

밀가루가 타는 듯 익어가는 냄새와 그 속에 있는 재료들이 익어가는 행복한 소리가 주방에 울리자 나의 행동을 쭉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 두 사람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은 나에 언니는 익숙한 듯 젓가락과 앞 접시를 차리기 시작했다.

행여나 매울 수도 있으니 우유도 꺼내고, 나의 식습관을 잘 아는 언니답게 냉장고에 넣어둔 컵을 꺼내는 모습을 본 나 또한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아름답게 구워진 김치부침개 사이에 피자 치즈를 넣는다.

이미 뜨거운 온도로 달궈진 부침개였기 때문에 녹아 들어간 피자 치즈는 이윽고 고소한 냄새를 내면서 녹아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피자처럼 녹아 내려가기 시작한 치즈를 보고 있자니, 결국 한국의 부침개라는 것은 이탈리아의 피자와 비슷한 음식이 아닐까?하는 헛생각이 잠시 들었다.

뭐 피자보다 간단하고 빨리 완성된 요리답게, 야식을 제안한 지 20분 이내에 완성된 김치부침개는 이윽고 커다란 접시에 옮겨진 채 식탁으로 향했다.

어미 오리 새를 따라다니는 아기 오리새처럼, 그녀들 또한 말을 아끼고 식탁에 앉았다.

부침개, 영어로는 한국식 팬케이크, 일본어로는 지지미라고 불리는 나의 최애 야식이 식탁에 자리하자 아즈사 씨와 카기 씨는 나에게 뜨거운 눈빛을 쏘아냈다.

“먹죠.”

““잘 먹겠 습니다!””

정말로 배가 고팠던지, 두 사람은 흡사 사무라이가 칼을 뽑듯 날카로운 동작으로 젓가락을 들어올렸다.

그 후, 뜨거울 법도 하지만, 그것 보다는 굶주린 배를 채우는게 우선이라는 듯 그녀들은 다소 거친 젓가락 놀림으로 부침개를 흡입하기 시작헀다.

“너무 맵지는 않아요?”

혹시나 맵다고 말하면 김치를 넣지 않는 반죽으로 부침개를 할 준비가 된 내가 물었다.

“살짝 맵긴 한데...”

“그래도 맛있어요!”

아무리 김치가 매워도, 밀가루 반죽과 다른 재료에 섞여 들어갔고, 무엇보다도 피자 치즈로 인해서 매운맛이 상당히 중화된 게 두 사람 입에 잘 맞는지 그녀들은 음료를 적절하게 마셔가면서 야식을 해치워나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열성적인지, 세 장째의 부침개를 해치우고 나서야 젓가락질 속도가 느려진 두 사람은 만족감과 행복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맛있었어요.”

야밤에 감칠맛 나는 재료들과 밀가루와 기름에 튀겨지듯 구워진다.

이렇게 완성된 음식이 맛이 없을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즐겁게 감상했다.

특히 미성년자인 아즈사 씨가 왕성하게 먹은 게 참 마음에 들었다.

암, 고등학생 생활은 밥심으로 해야지.

“우리 유나가 음식을 많이 잘하긴 하지.”

요리를 한 건 나인데 왠지 모르게 우쭐대면서 자랑하는 듯한 나에 언니의 볼을 살짝 꼬집은 나는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 정리는 제가 할게요.”

계속 앉아서 받아먹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즈사 씨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서 앉힌 나는 식후용으로 딱 맞는 과일 젤리를 꺼내주면서 말했다.

“미성년자는 그냥 편하게 쉬어요.”

“네, 네에...”

“그럼 전 이만 올라가볼게요. 실례 많았습니다.”

“들어가봐요~”

“흐아아암, 나는 동영상 썸네일이나 마저 편집하러 갈래.”

“언니 내일 봐요~”

얼추 야식 시간이 끝나고 자정을 향해 가는 시계를 잠시 바라본 나는 뒷정리를 마저 했다.

정리를 다 하고 식탁으로 돌아가니, 상당히 주눅이 들어보이는 듯한 아즈사 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오늘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시, 신세 많이 졌습니다.”

“같은 직장 동료끼리인데 뭐 어때요. 오히려 제가 아즈사 씨 집으로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한걸요?”

“그, 그럴리가요! 어,어차피 샤야 언니도 여기 살고 있고, 오프라인 합동 방송을 제가 고집했으니까, 고집부린 제 쪽에서 오는게 아무래도 합리적으로사리적으로맞다고생각하고무엇보다도제가감히아리아님의저택에이렇게온다는...”

“자, 일 이야기는 이제 그만, 미성년자는 슬슬 자야할 시간이에요.”

첫 만남 때처럼 패닉에 빠지려는 아즈사 씨의 코를 가볍게 누르면서 내가 말했다.

“네에...”

내 말에 완벽하게 설득당한 아즈사 씨는 얼굴을 붉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얌전히 손님용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일하러 가는 척 했던 언니가 방문을 빼꼼 열고 나왔다.

“오늘도 고생 많았네.”

“하하... 오늘 말이죠?”

어느새 시계는 자정을 가리켰다.

날이 바뀌었다는 뜻과 동시에, 서양권의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을 시작할 때란 말이었다.

언니는 나를 살짝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요, 저 버튜버 하는 거 재미있어 한다니까요?”

“휴가에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밤낮으로 고생을 하는건지...”

그래도 이 낯선 이국 생활에서 나 하나 걱정해주는 사람이 언니가 있다는 게 참 든든했다.

마치 조별 과제를 세 개 연속으로 선고받은 친구를 떠오르게 하는 진심 들어간 시선에 마음이 푸근해진 나는 언니를 한 번 껴안아서 언니 성분을 보충한 다음 헤드셋을 다시 썼다.

**

원래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은 아싸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진짜 인싸거나 재미있는 사람들은 굳이 인터넷 방송으로 재미를 찾지 않더라도 그들은 충분히 사회적 욕구가 만끽한 생활을 보내왔기 때문에 굳이 인터넷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커지고, 인기 있는 유튜버의 등장과 함께 방송국에서 만드는 공중파가 아닌 개인이 기획하고 만드는 미디어가 흥행하게 됨에 따라서 인터넷 방송의 영역에 점차 인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미디어 규제가 다소 느슨한 공중파 느낌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중파의 유명한 연예인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촬영 환경이 어려워지자 기존의 팀과 함께 유튜브로 넘어와서 채널을 개시하고 100만 구독자로 시작을 하는 풍경을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게 된 요즘 세상이 참 저주스럽다고 아즈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상냥한 인싸와 함께한다는 것은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즈사는 새삼스럽게 유나라는 빛나는 사람과 같은 회사에 소속이라는 점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가, 지금은 너무 자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예전이라면 말도 못 붙여봤을 빛나는 별과 같은 사람과 함께 방송을 하고, 그 사람이 방송을 위해 스스로 망가져 주고, 심지어 방송이 끝나고도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뿐만 아니라 집에서 재워주기까지 한다니!

그야말로 유나라는 사람은 보석같은 사람이었기에, 이 사람과 함께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시간을 더욱 누리고 싶은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일찍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거실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현재 시점 선라이즈의 버튜버 중 슈퍼챗 수입 랭킹 1위에 빛나는, 어찌 보면 업계 최정상 중 한명이라고 불러도 부족함 없는 대선배가 우아하게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장인이 죽기 직전 혼을 불살라 만든 인형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요사스러움이 묻어나는 작은 체구의 여인은 세상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에게 인사했다.

“잘 잤니?”

“네, 실례 많았습니다!”

“버튜버 끼리 오프라인 합동 방송을 하게 되면 이렇게 다른 사람의 집에서 자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긴장하지 마렴.”

같이 살고 있는 사람 때문일까?

여인의 커피 내리는 동작은 유나와 몹시 닮아 있었다.

유나는 마치 숙련된 바리스타 같이 능숙함이 묻어나온다면, 쿠로가와 나에는 우아한 아가씨와 같은 유려한 손놀림이라고 해야 할까.

그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기에 정말 놀라울 정도로 요염함이 느껴지는 눈짓과 손짓에 인지 부조화가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이 그녀가 분명히 예쁘고 상냥해 보이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 유나... 씨는요?”

“그 바보는 어제 밤 늦게까지 새벽 방송을 하다가 방금 잠들었단다. 알다시피, 그녀는 일본 서버 소속이 아니라 GB 서버 소속이니 말이야.”

다소 속상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태도로 그녀는 무언가를 떠올리듯 턱을 괴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말로만 듣던 화족(??)아가씨 다운 기품이 느껴진 탓에, 본능적으로 그녀는 나와 다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아즈사는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래, 유나는 지금 세상 피곤한 얼굴로 자고 있단다. 어때 한번 볼래?”

모든게 완벽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잘까?

사람인 이상 누구나 가진다는 탐미(?美)적인 생각이 들은 아즈사는 자연스럽게 끄덕일 뻔한 고개를 겨우 제어했다.

피곤해서 자는 사람의 얼굴을 본다니, 그런 무례를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한 아즈사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자신의 책가방에서 메모를 꺼내고는 무어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마음을 가득 담은 글을 메모에 남긴 아즈사는 커피를 권유하는 쿠로가와 나에의 제안을 거절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조용하게 집을 나섰다.

그윽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쿠로가와 나에는 집 주인의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동으로 그녀를 바래다 주었다.

그 후 커피를 두 세 모금 마시고 있자니,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거인이 깨어나는 소리를 듣고 방으로 달려갔다.

“유나 일어났어?”

“으으, 언니 저 죽어요.”

“푸후훗.”

평소의 유나는 잠을 잘 때 상당히 얌전하게 자는 편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심한 운동을 하고 돌아오거나, 어제처럼 새벽 세 시를 넘어서 자는 경우 몸부림을 많이 치고 볼을 잡아당겨도 깨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쿠로가와 나에는 어젯밤 일어났던 일을 비밀에 부치겠다고 마음 속으로 두 손가락이 넘어가는 다짐을 되세겼다.

“아, 아즈사...는요?”

피곤에 뇌가 절여졌는지 단어와 단어가 이어지지 않는 듯 단어를 내뱉는 유나를 쓰다듬어준 나에는 그녀를 부드럽게 침대에 다시 눕혔다.

“어제 밤까지 GB쪽 방송 했다고 하니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일찍 돌아간 것 같아.

참 예의 바르기도 하지...”

“흐아아암, 그래도 아침 밥...”

“뭐, 고등학생 1학년이면 집 밥 보다는 아침 덮밥이나 맥모닝을 좋아할 나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유나의 그... 한국인 특유의 밥에 대한 집착? 밥심을 볼 때 마다 참 기가 차다니까.”

“그런...가요?”

몇 번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던 유나를 잡아 세운 나에는 그녀를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준 나에는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그래, 일본의 여고생이었던 언니가 보장할게.”

“그러어엄....이마안.....”

그 말을 끝으로 유나는 다시 잠에 빠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에는 그녀가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불을 끄고 나와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방에 돌아와서 무언가를 기록하고는 나른한 주말의 낮에 유나에게 무엇을 해먹일까, 라는 즐거운 고민을 하기 시작하며 버튜버의 주말을 맞이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