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27화 (227/307)

〈 227화 〉 226화.

* * *

오다이바

거대한 역삼각형 두 개가 붙어있는 오타쿠에게 더없이 친숙한 도쿄 빅사이트 건물이 있으며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이 레인보우 브릿지라는 거대한 다리 옆에 있다.

다이버 시티 도쿄 플라자, 팔레트 타운, 비너스 포트 등 쇼핑과 레저 관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관광 시설이 존재하기에 한번 놀러 간다면 관광과 수상 스포츠 활동, 다양한 쇼핑을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끝내주는 장소다.

코로나 이전 내가 신쥬쿠, 롯폰기, 하라쥬쿠와 더불어 가장 친구들과 놀기 좋아했던 장소였기에 나는 이 장소를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온 지금 더없이 행복했다.

“이, 인싸들의 장소…”

이전의 언니라면 ‘히이익’ 거리면서 처음 세상 밖을 나온 아이처럼 내 손을 꼭 붙잡고 걸어 갔을 만한 사람이 붐비는 거리를 이 한마디로 표현한 언니는 안색이 살짝 나빠졌다.

“아, 여기 대학생 되면 꼭 와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저도 오다이바는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코미케 의외의 일로 오는 건 처음이란 말이죠.”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미우와 보호자처럼 나에 언니 손을 꼭 쥐고 있는 츠유가 살짝 그리운 시선으로 이 장소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일본인인 세 사람보다 내가 여기에 더 온 횟수가 많다는…거지?

나 그래도 재작년까지는 유학생이었는데 이래도 되는걸까… 하는 자괴감이 살짝 들었다.

“에이 뭐, 유나 언니야 워낙! 워나아악! 친!구! 가 많다 보니 그럴 수도 있죠.”

“맞아, 유나가 친~~구~~가 많은 게 하루 이틀인가?”

“역시… 인싸…”

위로인듯 위로 아닌듯한 말을 들으며 주차장을 나온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옮겼다.

즉 한국인인 내가 일본인 셋을 데리고 관광 가이드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기묘한 일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럼 일단 자유의 여신상부터 안내할게.”

“…잠깐, 미국의 상징물인 그게 왜 여기에 있나요?”

“한국인인 내가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데…?”

뭐 실상은 일본이 친교를 위해서 자유의 여신상을 제작한 프랑스에게서 원본을 받아 11미터 사이즈의, 그러니까 원본의 1/7 크기였다라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러고 보니까 일본은 되게 외국에 대해서 조금 편협하게 생각하네요?”

“응? 유나 언니 그게 무슨소리야?”

“왜, 내가 일본과 한국 오고 다니면서 외국인 출입국 재류관리청이나, 외국인 관련 일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본 적 있는데…”

공항에서 가장 먼저 보는 Welcome to Japan 문구와 함께 보이는 것은 외국인이 일본 문화를 즐기는 흔히 말하는 국뽕이 들어간 사진들이다.

하지만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 중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대만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관리국이 내세우는 외국인의 이미지는 무조건 금발 벽안의 백인들이다.

뭐 그런 서양인,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르만족이나 앵글로색슨 같이 동양인들과 완전히 다른 외모를 가진 외국인들이 한눈에 보더라도 외국인이구나! 를 알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과거에 이 나라에 돈을 많이 쓰고 있고, 이 나라에 꽤 많은 세금을 내는 외국인으로서 조금 섭섭하다.

내가 그래도 해준 게 얼마인데…

“새, 생각해보니 그렇네.”

“맞아요. 요즘 들어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방송에 찾아오는 데… 너무 일본 감성적인 외국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네요.”

“으으, 생각해보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제 방송에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찾아오는 데 말이죠.”

그런 내 생각을 들은 세 사람은 무언가 인터넷 방송인으로서 깨달은 게 있는지 그런 말을 했다.

어느새 도착한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다이바의 랜드마크에 다녀왔어!’라는 경험을 확실히 남기고 난 이후, 외국인의 이미지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던 나에 언니가 무언가 떠오른 듯 나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유나는 언제 귀화할거야?”

“네?”

“유나… 혹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아니겠지?”

한국으로 돌아간다라…

비자를 받을 때 제외하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이슈를 들은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언니 생각해보니… 한국에 안 들어가신 지 2년째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일본에 오실 수 있어요?”

미우와 츠유도 무언가 깨달은 게 있는 모양인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그렇게 물었다.

한국에 대한 고민, 집에 대한 고민을 잠시 하던 나는 나를 올려다 보는 세 사람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너희들 두고 어디 가겠어? 애초에, 이미 일본 국민 연금에 돈 넣기 시작했다구요. 이미 물러나긴 글렀어요.”

당연한 거 아닌가

애초에 한국에 낸 세금보다 일본에 낸 세금이 커지고

점점 연락이 끊겨져 가는 한국 친구들보다 선라이즈에 들어오고 나서 만난 인연들이 훨씬 소중한데

내가 일본에서 살지 어딜 살겠어?

안 그래?

아무튼 이런 내 이야기를 들은 그녀들은 안심했는지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 후 우리들은 오다이바의 명소들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다이버 시티 도쿄에 들러서 그 유명한 실제 사이즈의 건담 석상을 본 후 엄청 유명한 햄버그 집에서 30분간 기다린 후 주방에 처들어가서 레시피를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황홀한 식사를 즐겼다.

도보에서 도보로

거리가 멀 경우 차에는 차로 이동하면서 우리들은 즐겁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길을 지나가는 우리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할 정도로, 우리들은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계속해서 돌아다니다가 잠시 쉬기 위해서 카페로 들어온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한창 핫한 파르페집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유나 언니 이름도 워낙 발음하기도 쉽고, 일본어를 워낙 잘하셔서 정말 한국인이라는 거 까먹고 있었는데…”

딸기 파르페를 한 입 크게 먹은 미우가 말했다.

“외국인이셨죠 참…”

“뭐랄까, 생활력이 우리들보다 좋으니 자연스럽게 착각하고 마네요.”

뭐… 내가 그런이미지이긴 하지

그래도 나… 매운맛을 대놓고 보여준다거나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들을 추천하는 것으로 한국인 어필을 열심히 했다고 보는데

어느 사이에 일본인으로 인식 받고 있었구나…

“뭐 국적이 한국과 일본이면 어때? 유나가 오히려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있잖아.”

“야자로 다져진 외국어 실력이라던가…”

“한국 아이돌 연습생 출신의 춤과 노래 솜씨라던가…”

으음…

솔직히 말해서 일본에서 여러 학생들을 만나본 결과 내가 한국 학생이라서 그렇게 단련(?)이 가능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왜, 젊을 때 고생하라고

학생 시절 미친듯이 달려서 그런지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난 이후 이렇게 널널하게 살지 않는가?

나는 살짝 난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들의 말에 화답했다.

그래도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학생 생활을 하면서 질시와 견제가 섞인 시선을 받다가 이렇게 순수하게 나를 좋아해주는 시선들을 받고 있자니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껴진다.

“여러분들에게 늘 고마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죠.”

“어머, 얘는 왜 갑자기 이런 낯간지러운 말이래?”

“흠흠, 그래요 유나언니, 귀엽고 발랄한 미우를 조금 더 끝까지 고마워하라구요.”

“고맙기는… 제가 더 언니에게 고마운데 말이죠.”

분위기가 훈훈해지다 못해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따스해진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자리에 일어났다.

**

카페에서의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이후 우리들의 쇼핑은 계속되었다.

그녀들과 간만에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겸 나와 쇼핑을 하게 된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옷 쇼핑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최근 들어서 방송 장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미우를 따라서 전자상가에서 ‘음향 기기 덕후’기질이 발휘된 츠유의 설명에 따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난 이후, 비싼 물품들은 차에 보관하고 부피가 큰 옷들을 우체국에 가서 즉석으로 소포에 부치고 나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우라고 해서 비웠는데 어떻게 할거야?”

“후후후, 오다이바에 오면 꼭! 그것도 친한 사람들과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죠!”

일본에 와서 친해진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과 오지 못한 장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자, 잠깐 이 장소는?”

“역시 츠유는 잘 알고 있구나?”

“오오에도 온천이잖아요!”

오오에도 온천

한국인인 내가 느끼기에는 일본의 온갖 매체에서 나오는 온천의 이미지를 다 모은 듯한 초대형 온천 시설로 온천의 질과 종류도 뛰어나지만 내부의 디자인이 옛날 일본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화려한 볼거리와 어트랙션이 다양했다.

어지간한 게임장을 압도할 수준의 즐길거리와 어지간한 푸드코트를 뛰어넘는 맛있는 식사 시절

마치 여관 여행을 간 듯한 뛰어난 부대 시설과 휴양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 오오에도 온천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다.

그리고 오타쿠라는 이유로 혹은 어리거나 돈이 부족한 까닭에 이곳을 들러본 적이 없거나 적은 세 사람의 눈이 나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한국인들도 씻는 거 되게 좋아한다구. 그런데 재작년에는 내가 워낙 학교 상활로 바빴고 작년에는 코로나와 일에 적응한다고 도통 오질 못했네.”

모름지기 친목의 끝판왕은 목욕 아니겠는가?

한국의 목욕 문화나 일본의 목욕 문화나

결국 살갗을 보면서 같이 씻고 나면 어지간한 원수 사이가 아닌 이상에야 동질감이 생긴다.

나에 언니의 초대로 시작한 오다이바 놀러가기의 끝을 마무리 하는 데 단순한 쇼핑과 식사로 되겠는가?

기왕 한다면 여기까지 와야겠지?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모양인지 세 사람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

“기대한 제가 잘못이네요.”

“유나 멍청이.”

그녀들의 매정한 말을 귓등으로 흘린 나는 최고급 코스와 숙박을 지불하기 위해 카드를 내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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