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화 〉 2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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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오오오!! 제 딸이! 제 메이드가! 이렇게 은퇴를 한다니요!!”
은퇴라는 커다란 안건이었기 때문에 나와 유키하라 언니는 다음 날 회사로 출근했다.
‘뭐 이런 말 할 줄 알았어’하는 말과 함께 쿨하게 고개를 끄덕인 코이즈미 언니의 허가 덕분에 메이드의 은퇴는 확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은퇴 소식을 접하자마자 달려온 서니 선생님은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면서 나의 손을 붙잡고 울먹이고 있었다.
“제가, 제가 부족한 거죠? 확실히 초기 모델 이후로 모델을 뽑아낸 건 없긴 했죠.
수영복? 수영복은 어떠세요? 메이드의 숨겨왔던 폭발적인 몸매를 이번에 자랑하는 거죠!
아니면 최근 유행하는 역 바니걸은 어떠신가요?”
그녀가 다급하게 보여준 두 장의 그림을 본 내가 말했다.
“이거면 그냥 유튜브 선정성 문제로 노란 딱지 받고 수익화 날라가겠는데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참에 다른 플랫폼으로!”
아무렇지 않게 회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말을 한 서니 선생님을 본 나는 입이 턱 막혔다.
메이드 라의 디자인을 단순히 내가 좋다는 이유로 해주셨고
아리아의 준비 또한 그녀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계약을 하기도 전에 이미 여러 디자인을 만들면서 기다릴 정도로 내가 맡는 캐릭터에 대해 사랑을 아끼지 않아 주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메이드의 은퇴 사유가, 나의 피로 때문이라고 말하기 정말정말 껄끄러웠다.
“그렇다면 새로운 디자인! 이미 금발 머리 메이드의 디자인 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이미지를 바꿀 방법을 저는 이미 고안해둔 게 있어요!”
“저기, 서니 선생님. 외람된 질문으로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다시 폭주하기 시작한 서니 선생님의 모습을 보자마자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연 유키하라 언니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으면서 말했다.
“서니 선생님은 메이드 라가 좋으신가요? 아니면 유나 씨가 좋은 건가요?”
“네?”
“네?”
의외의 질문에 서니 선생님은 물론이고, 나 또한 멍청하게 대답했다.
“실은 유나가 이번에 메이드를 포기하게 된 이유로는….”
자신이 스스로를 아는 것보다 타인이 자신을 파악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하던가?
나를, 정확하게는 메이드 라 그리고 버튜버 아리아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는 유키하라 언니는 난잡하기 그지없는 나의 일정표들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서니 선생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유나 씨에게 가해지는 업무적 부담은….”
시청자들이 잘 모를 수 있는 방송 외 업무 이야기
“이런 일정표를 소화하면서 유나 씨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 특히 성대에 대한 문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조심히 여겨야 하는 신체 부위인 손목처럼 버튜버에게 있어서 성대에 대한 부하(??)에 관한 이야기
“그렇게 되면 유나 씨가 버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활동 시기는…. 그녀의 평소 방송 환경과 역량을 생각하게 되면….”
어….
근데 저건 좀 많이 뻥이 들어간 내용인데?
솔직히 말해서 대형 병원 의사 선생님 공인 신체 컨디션 상위 1%인 내가?
고작 저거하고 뻗는다고?
“차악으로는, 국내의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그녀가 방송을 위해서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죠. 가령 GB의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라던가….”
내가 나에 언니를 두고 해외에 나가?
그럴 리 없잖아?
“그리고 말이죠….”
“아, 알았어요! 저에게는 유나 씨가 더 중요하니까, 메이드라는 캐릭터를 잊어만 주지 않으면 되니까!”
이어지는 유키하라 언니의 설득을 이기지 못하고 서니 선생님은 두 팔을 올렸다.
뭐, 솔직히 말해서 언니가 말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굳이 표현하자면 2% 정도의 확률이 있긴 하지만그래도 내가 멀어진다, 혹은 방송을 못 한다는 말에 그토록 폭주했던 사니 선생님이 진정해주시다니, 정말 고마웠다.
“사니 선생님 그….”
“아, 아니에요. 유나 씨, 제가 유나 씨가 그렇게 바쁜지도 모르고 제 입장만 고수했네요.”
“아니에요, 저야말로 사니 선생님이 처음 그려주신 메이드 라의 팬아트를 보고, 오타쿠가 아니었던 제가 이쪽 세계로 오게 되었으니까요.
선생님이야말로 저에게 있어서 단순히 버튜버의 어머니 이전에... 덕질 문화를 부담 없이 접하게 해준 제 소중하신 분이에요.”
그렇다.
나는 사니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그려준 한 장의 팬아트가 아니었다면, 언니의 방송에 목소리만 잠깐 나온 거 가지고 이렇게 방송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목소리만 듣고 좋아해 준 팬이 있었고, 그 사람이 나의 모습이 인터넷 방송계에, 버튜버의 세계에 있다고 알려주는 듯한 그 이정표 같은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소, 소중하신... 제제제, 제가요?”
일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얌전한 문과 아가씨처럼 보이는 사니 선생님의 얼굴이 붉어진다.
살짝 낯 뜨거워지는 말을 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그녀야말로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지만, 그녀가 디자인한 캐릭터를 매일같이 보는 나는 이참에 그녀에게 제대로 마음을 표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빼지 않고 더더욱 다가갔다.
“그러니까 사니 선생님.”
“저저저기, 유나씨, 아무래도 이이이건, 저에겐 너무 빠른 진도라고 해야 할까, 아니그러니까 싫은 건 아니고 객관적으로 주관적으로 유나 씨랑 함께 있는 시간이귀중하고유나씨랑같이이렇게붙어있는건으아악너무가까….”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점심이나 같이 먹으러 가죠? 그러고 보니 저희 같이 밥 먹은 적 없죠?”
그녀의 어깨가 살짝 처지는 걸 봤지만 나는 모른척했다.
뭐, 고마운 게 있으면 먹을 거 사는 거로 답례하는 게 한국식 사회 예절이라고
유키하라 언니 그런 눈으로 나 바라보지 마.
코이즈미 언니 숨죽여 웃지 말고 그냥 크게 웃어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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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은
먹는다는 기쁨, 즉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발생하는 행복을 나누는 행위일 수도 있고
일거리를 식탁까지 끌고 가는 업무의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낸다 생각하는 부끄러운 행위일 수도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서니에게 있어서 타인과의 식사는 부끄러운 행위였다.
그녀는 흔히 타인들이 말하는 축복 받은 몸이다.
소화량이 굉장히 높아서 많이 먹어도 살이 정말 찌지 않는 특이한 체질인 덕분에 태어나서 체중이나 체형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성인이 되자마자 출가를 한 이후, 그녀는 혼자 생활하면서 배가 고프면 고픈 만큼 식사했고, 그렇게 3~4년을 홀로 지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덕분에 혼자서 먹고 사는 정도가 아니라 업계에서도 여러 번 커다란 계약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인이 되자 타인과 점점 만나게 된 그녀는 자연스럽게 식사도 같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니 선생님 생각보다…. 많이 드시네요?’
‘하하, 참 식사를 맛있게 하시네요….’
홀로 생활하면서, 그것도 작업대 앞에서 밥을 먹으면서 제멋대로 밥을 먹는 습관이 생기고, 평소 혼자서도 3~4인분을 거뜬히 먹어 치우는 식성 덕분에 그녀는 ‘밥을 많이 먹고 더럽게 먹는’소리를 듣게 되었다.
일할 때는 뻔뻔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남성들도 고개를 저을만한 굉장한 변태력을 자랑한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끄러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닌지라 사회에서 몇 번 실수를 한 이후 가급적 식사를 하는 것을 피해왔던 그녀지만….
‘어떻게 자신의 오시가 밥을 먹자고 하는 데 피할 수 있지?’
‘정신 차리자! 딱, 딱 성인 여성 평균 1인분만 먹고 나오자!’
“유나 씨 어디 갈 거예요?”
“아, 최근에 회사 근처에 야끼니쿠 집이 열렸더라고요. 제가 사는 거 기왕이면 비싸고 맛있는 데 가죠.”
“아~ 얼마 만에 유나랑 같이 밥 먹는지~”
최근에 TV에도 나온 버튜버인 유나
그런 유나의 매니저인 유키하라
그런 유나의 캐릭터를 그린 자신
마지막으로, 업계의 윗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코이즈미
버튜버 지망생이 보았다면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올만한 4인은 그렇게 고깃집에 들어갔다.
‘다행이다, 야키니쿠 집이구나.’
식사 예절이라고는 버릇없게 젓가락을 불판 위로 가져다 대지 않으면 되는 정도의 매너만 지키면 되는 야키니쿠 집은 엄격한 식사 예절을 요구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고기 몇 인분이라는 개념이 딱히 지켜지지 않아서 4인이 5인분을 먹든 6인분을 먹든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식당이었다.
‘정신 차리자, 그래도 유나 씨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일 수는…. 버튜버의 어머니로서 자존심을…!’
“여기 3번 테이블에 우설 3인분에 꽃등심 2인분에 살치살 2인분이요!”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쿨하게 7인분을 주문하는 유나의 주문을 들은 서니는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네?”
“아, 서니 선생님은 잘 모르시겠구나, 유나는 먹성이 좋아서 원래 저렇게 먹어요.”
이미 익숙한 듯 서니를 안심시킨 유키하라는 젓가락을 세팅하고 물수건을 나누었다.
주문을 마친 유나는 컵을 배분하고 물을 따르면서 신이 난듯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우설은 생각보다 느끼한 부위니까 밥도 미리 시킬까요?”
그렇다.
기름진 부위인 우설은 확실히 밥을 먹어야 맛있었다.
그리고 적절한 야채절임과 같이 먹는다면...
“아하하, 서니 선생님이 이렇게 기대한 얼굴을 보니 너무 보기 좋네요.”
“네!?”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알아차린 그녀는 다급히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터라 서니의 얼굴은 그녀의 화명(Sunny)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럼 여기 공기밥 2인분 추가한 다음에... 김치까지 하죠.”
아삭하고 새콤한 김치와 기름진 고기와의 조화는 달짝한 고기 양념 소스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하얀 쌀밥에 소 혀, 그리고 야채 절임의 조화를 생각한 서니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한국의 고깃집과 일본의 고깃집의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고기의 다양한 종류를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설 3인분
꽃등심 2인분
살치살 2인분
낙엽살 3인분
늑간살 3인분
그리고 안심 2인분
운동한 만큼 먹어 줘야 한다고 굳건히 믿는 유나와
그런 유나의 식사량을 보면서 ‘평균 여성 식사량’을 올려잡은 사니
두 사람의 먹성 조합은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먹는 ‘먹방 친구’의 만남과 다름없었다.
“여기 소스 리필좀 부탁드려요!”
“저는 와사비!”
“세상에, 여기는 와사비를 직접 갈아야하네요?”
“살치살에 간장약간과 생와사비 올려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안심에 여기 살짝 구운 김치도 드셔 볼래요?”
“세상에 이런 맛이!”
고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두 사람은 신나게 불판을 갈아치워 가면서 4인이서 20인의 식사값에 근접하는 매출을 올리는 전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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