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 239화.
* * *
스타 크래프트
다른 말로는 한국의 민속 놀이
테란 저그 프로토스 3 세력으로 전쟁을 하는 실시간 전략 게임이다.
외국인들이 김치 게이머라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한국인의 게이머 정신을 불타오르게 했고, 커다란 인기에 힘입어 컴퓨터가 낯선 기계로 받아들여질 옛날에 확산을 했다.
그야말로 한국의 E스포츠의 문을 열게 하고 전국에 PC방이 생기게 한 원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오래된 게임이기도 하고, 게임 룰렛 상으로는 고전 게임에 분류되어있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스타 크래프트란 게임을 질병으로 여겼던 어머니 몰래 동생과 함께 안방에 있는 TV로 게임 금지하는 만큼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고마운 게임이기도 했다.
게임은 하지 않으면서 보는 것으로만 즐겼다고 보는 게 무방했고, 언젠가 이 게임에서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 유나야, 괜찮겠어?”
허들이 너무 높다.
아직도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게이머들이 스타 크래프트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
만들어진지 한참 된 게임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 대단한 지표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에 한정이고 일본으로 눈을 돌리면 스타 크래프트라는 게임은 그야말로 불모지에 가까웠다.
E 스포츠 스타도 없었고, 버튜버 중에서도 하는 이들을 종종, 그러니까 영세한 버튜버들은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래픽이 화려한 스타 크래프트 2였고, 원조 게임을 하는 일본 버튜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한국인 시청자가 넣은 거 같은데, 너무 알려지지 않는 게임이지 않니? 거기에 보는 사람들도 어디에 열광해야할지 모르고... 룰도 복잡하고.”
요컨대 바둑인 셈이었다.
바둑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고수의 수를 보면서 감탄하고 해설을 들으면서 아하! 하겠지만, 스타 크래프트는 그게 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화끈하게 총을 쏘고 대포를 쏘고 레이저로 지이잉 거리면서 대단한 일을 하긴 하지만 전략적 묘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기가 어려운 셈이었다.
“이건 방송 소재로 적합하지 않는 것 같아 유나야.”
인터넷 방송인이라면 모두가 공감하기 편한 화제를 골라야한다.
고전 게임을 한다 하더라도 난이도가 욕나오게 하는 똥게임이라도 스테이지를 진행한다던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활약하는 게 보여야 했는데... 과연 스타 크래프트가 이런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일단 나부터가 스타 크래프트란 너무 낯선 게임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TV 속 초창기 프로게이머들을 본 것이 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에게 게임의 기쁨을 알려준 것이기에 나는 언니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언니, 이건 메이드가 은퇴하고 나서 처음 하는 방송이에요. 그런 방송에 제가 타협을 볼 거 같아요?”
“하지만 유나야...”
“안 되면 되게 할게요.”
재미없는 주제로 재미있게 방송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전의가 타올랐다.
그래, 안 될게 뭐 있는가?
이 게임은 한 때 한국을 지배했던 게임이란 말이다.
재미있음을 주입시켜주겠어!
“저, 유나에요 유나. 그것도 매니저의 일을 그만두고, 메이드의 일을 그만두고 온전하게 100% 아리아로 존재할 수 있게 된 유나!”
나는 가슴을 탕탕 치면서 언니에게 자신넘치게 말했다.
속으로는 쫄렸지만, 일단 고를 외치고 봤다고 해도 무방했다.
**
유나가 머리가 아파올 정도로 방송에 대한 고민을 하던 그 시간
아리아의 팬들이 모이는 팬사이트는 언제나 활발했지만, 그 날은 더욱 활발했다.
특히 특정 IP, 한국의 IP를 사용하는 팬들과 한국 사이트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아니 어떻게 선라이즈의 버튜버가]
스타를 하겠다고 하지?
정말 미치겠네 ㅋㅋ
스타는 무슨 RTS 불모지가 일본 아닌가?
그런데 버튜버가 스타를 하겠다고?
아니 아리아면 GB 아님? 거기에는 양키 팬들 많으니 괜찮지 않음?
그래도 아리아 실시간 보면 일본 채팅이 40%는 됨
한국어로 도네 읽어주는 누나다, 누나가 틀릴 리 없어
헤으응, 구미호에 스타크래프트 완전 한국인 어필 아냐?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리아 가슴 평소보더 더 커져 보인다.
스타 주머니 장착한 아리아는 스타도 잘하지 않을까?
한국인의 기본 소양같은거지
스타 잘 모르는 어린이지만 스타 공부해서라도 아리아 방송 보러 가겠음
아리아가 가슴이 좀 크긴 하지
다시 불붙는 아리아 한국인 썰
메이드부터 한국인 음모론 받는 데 진짜 한국인 아님?
아 모르겠고,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열광하고 옹호하는 글들이 많은 가운데, 우려를 표하는 글들도 존재했다.
일본 버튜버 판을 넓게 둘러보아도, RTS를 제대로 하는 버튜버들은 찾기 드물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불모지라고 볼 수 있는 옛날 장르라고 할 수 있었기에 그녀의 방송에 대해서 걱정했다.
[근데 이거 괜찮은 거 맞음?]
게임이 잘못 된 건 아닌데 워낙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음?
최근에 트위치 대회에 복고풍 열풍 불면서 협곡 하던 사람들이 스타 많이 도전하고 머리 깨지고 있긴 한데, 그건 한국이고 일본은 다르지 않나?
100만 버튜버 걱정해서 뭐함
방송 곱창나고 아리아 멘탈 흔들릴까봐 걱정이지
솔직히 한국인으로 좋긴 한데, 이 정도까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룰렛 프로그램이 만든 방송각이니 뭐
아리아는 쫄려서 철회하거나 그런 일은 안할 듯
그리고 이러한 우려의 글 속에서 새롭게 나타난 이들도 있었다.
[그 일본인 애가 스타 한다는데 여기 맞냐?]
일본인이 스타 해본다면서 ㅋㅋ 구경하러 옴
이 고인물 판에 스린이가 온다고?
못참지 아 ㅋㅋㅋ
버튜버건 뭐건 아무튼 일본인이 게임한다고 하지?
얼마나 잘하는 지 보자 한번ㅋㅋ
[일단 구독 박음]
우리 장르는 일본인이건 대만인이건 홍콩인이건 환영합니다.
신선한 뉴비 야한 무빙좀 보자ㅋㅋ
헛클릭에 조작 미스로 건물 삑낼거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웅장해진다.
목소리도 괜찮네
난 유료 결제까지 함ㅋㅋ
버튜버라는 게 낯설긴 한데 보다보니 괜찮다.
야 유입들 노래 듣고가 [링크1] 이번에 일본 히트한 곡이다.
기존의 스타 팬들은 버튜버가 게임을 하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이 게임을 하건 신경 쓰지 않았고 순수하게 뉴비의 유입을 환영했다.
[일본인]이 [스타크래프트]를 도전한데! 그것도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버튜버가!
이러한 소문이 떠돌면서 그날 수상할정도로 아리아의 구독자 채널이 증가했다.
[우리 판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줍시다]
라고 쓴 나는 실시간 대기 방송 벌써 들어옴ㅋㅋ 1일 전인데 300명 대기하는 거 봐
한국인 이름이 왤캐 많이 보이냐ㅋㅋ
이런 실시간 대기 글이 올라오면서 한국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오르게 한 방송이 시간이 지나서 공개되었다.
“여러분 좋은 아침 점심 저녁이에요~ 선라이즈 GB의 구미호, 아리아입니다!”
활기찬 인사말과 함께 방송이 열렸다.
쫑긋 솟은 여우 귀가 인상적인 구미호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영어로 말을 하는 방송 주제가 스타 크래프트라는 게 참 보기 독특한 조합이었기에 방송 개시 5분만에 3 만명의 동시 접속자가 생겼다.
“오늘은 저번에 예고한대로 스타 크래프트 방송을 진행할게요. 이 게임은...”
그녀는 이번 방송에 제법 심혈을 기울였는지, 평소처럼 게임에 대한 개요를 읽지 않고 특별 제작한 그림으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문명 같은 게임인가?
ㄴ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같은 게임인 듯
배경이 SF라고? 그런데 되게 오래된 게임이네
그나저나 한국인 형들 많네 ㅋㅋ
아 맞네 이 게임 한국인들 좋아했지 ㅋㅋ
자원을 캐고 유닛을 뽑고 서로 싸운다.
여기서 ‘빌드’라는 개념으로 무슨 건물을 뽑고 무슨 유닛을 어떤 조합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전략이 갈린다는 것을 강조하며 여기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그러고는 AI전에 들어가서 기본적으로 게임 흐름을 설명해준 이후 그녀가 택한 전략은...
“이런 식으로 옛날 게임이기 때문에 AI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을 할 예정인데 말이죠!”
사람들의 뇌리에 ‘아 스타란 이런 게임이구나’라는 말이 입에 붙을 무렵 특별 게스트가 나타났다.
어 저 형은?
아니 형이 왜 여기서 나와요??
아 형 지금 옵치 해설 하고있던 거 아니에요?
일본인들과 워낙 합동 방송을 많이 해서 그렇지, 아리아의 방송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방송이었다.
당연히 해외 시청자들이 많았고, 그런 시청자들 중에서는 초기 E 스포츠 판에서 초창기 프로게이머들의 활약을 보고 그들의 게임을 지켜본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게임의 해설을 도와주는 유명한 해설가들도 현재도 E 스포츠 판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니, 이번의 특별 게스트인 ‘울프’또한 한 때 스타 좀 봤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현재 e 스포츠의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울프라고 합니다.”
설마 하던 버튜버 방송에 나올지 몰랐다는 듯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
아니 오늘 방송 뭐냐고 ㅋㅋ
섭외 미친거 아니야?
아니 어떻게 형이 여기에 나와?
이 서양인 형이 누군데 그래?
마치 몰래 보던 만화를 들킨 아이처럼, 기존의 팬들은 쑥스러우면서도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쑥스러운 감정이 잦아든 후 그들은 하나같이 옛 해설의 등장에 열광했고 덕분에 분위기는 금방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게임에 집중을 하게 되면 오디오가 비게 되죠. 거기에, 제가 게이머다 보니 맵을 열고 상대방을 평가할 수 없잖아요?”
“아아, 아무래도 그렇죠.”
“그런고로, 오늘의 특별 게스트인 울프 선생님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리아 씨.”
서로가 웃음기를 머금으며 인사를 마친 후 아리아는 두 번째 준비물을 공개했다.
“자, 게임은 같이 해야 재밌죠? 오늘은 특별히! 아리아 방송 최초로 시청자 참여 콘텐츠를 진행할게요! 초보 환영! 고수 사절!”
뭐?
아니 설마하던 시참?
첫 시참이 스타라니 얼마나 ㅋㅋㅋ
아 미친 당장 달린다!!
설마 하던 시청자 참여를 열 줄 몰랐다는 듯, 사람들은 그녀의 방송 링크에 올라간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의 이름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리아 방송 최초로 시청자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방송이 시작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