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2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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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적, 그러니까 나와 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을 금지시킨 대신 게임 방송을 보고있다는 걸 어머니가 TV를 발로 차서 부숴트리기 전 나와 동생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어 나가면서 기사와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지식을 가지고 게임 TV를 보면 스타 크래프트만큼 인기가 있었던 장르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워 크래프트 대전이었다.
스타 크래프트를 보면서 RTS 장르에 익숙해지고 관전하는 데 익숙해진 초등학생 두 명은 워 크래프트 또한 즐겨 보았다.
물론 어머니가 노발대발 하시며 우리의 게임 욕구를 몰래 채우던 게임 방송을 못 보게 된 이후(정확하게는 거실의 TV가 박살 나버린 후)더 이상 즐겨 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개성 넘치는 종족과 영웅 유닛으로 판도를 뒤집는 그 게임은 내 추억속에서 굉장히 아름답게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기왕 방송의 신(나는 룰렛을 이제 이렇게 불렀다)이 점지해주신 게임을 하는 만큼, 이렇게 워 크래프트를 하게 된 이상 최선에 최선을 다해서 블리자드가 이번에 발표하는 리포지드 버전을 방송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토리를 진행할까?”
“기존의 팬들이 이해할 수 있겠어?”
“일단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게요. 방송용으로 적합한 지 말이죠.”
잘 모르긴 하지만 워낙 유명한 밈 ‘왕위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라는 대사는 알고 있는 나는 스토리적으로 몹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그 게임에 기대하고 있었다.
중요한 점은 스토리가 처음 게임을 접하는 이들에게도 몰입감을 줄 수 있는지 먹히는 건데...
“매니아만 따로 노리지 않을거지?”
“물론이죠. 저, 아무런 규칙도 관전 포인트도 모르던 사람들을 스타 크래프트를 재미있게 한 사람이에요. 당연히 기존 팬들 뿐만 아니라 유입 팬들도 잡아야죠.”
그 이후 스토리에 신선한 몰입감을 가지기 위해서 동생에게 시켜서 게임을 시켜본 결과, 제대로 된 지식이 없더라도 이야기는 충분히 몰입 가능하다고 했다.
적어도 아서스 왕 연대기만큼은 그러하다고 하니 나는 안심하고 방송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해보았다.
기존의 옛 버전의 게임을 구매하고 난 후 직접 게임을 돌려보고, 당시 프로 선수들이 했던 빌드들을 가볍게 연습해보면서 게임의 감각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대망의 방송일 날!
방송은 내가 생각했던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그러니까... 어...”
리마스터란 무엇인가?
과거에 있었던 명작들을 요즘 기술에 맞게 다시 고퀄러티로 누리는 게 기본이 아닌가?
내적으로는 발전된 프로그래밍과 개발기술로 버그 없이 깔끔하게 돌아가도록 하고
외적으로는 옛날의 투박한 3D 기술 대신 최신 기술들이 들어간 깔끔한 그래픽으로 적당하게 그래픽카드에게 부하를 주면서 눈이 즐거워지는 게 기본이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최근 방송에서 즐겨 했고, 이것으로 재미를 제대로 뽑아내었기에 워 크래프트 리포지드 또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따보니 자신감이 증발했다.
“그... 이게 제 아군이고...”
투박한 그래픽 정도야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개발 단계에 보인 시네마틱 영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그래픽 퀄러티도 그래, 용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명색이 RTS 게임인데 이 빌어먹을 시인성이 뭐란 말인가?
아니 적어도 컬러 대비는 명확하게 해서 누가 내 진영 캐릭터인지, 조작 미스 나지 않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앗, 씨! 또 적군 눌렀어!”
도저히 색이 구분되지 않았다.
맵의 컬러링은 왜 이리 알록달록한지
유닛 색깔은 왜 이리 구분이 되지 않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u*k 와 Sh*t가 난무하는 방송...
와 근데 보고 있으니 열나긴 해
여기 축제라고 해서 술 들고 왔는데 왜 장례식이에요?
아 이게 블리자드라니 믿을 수 없어
“이건 너무하잖아!”
분노하는 스트리머
여기에 공감을 하거나, 기대했던 게임이 기대 이하임을 깨닫고 절규하는 게이머들이 자리했다.
채팅을 빠르게 읽어나간 나는 방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대로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심지어...
“오, 하느님 맙소사, 이게 그... 발전된 리마스터 된 그래픽?”
너무 빨라서 검을 빙글빙글 돌리는 잔상이 수십개로 보이는 블레이드 스톰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외주 맡긴 사장 자식이 미대에 다니는 데 포트폴리오로 쓰려고 졸업작품 수준의 아트를 때려넣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딜가나 비리가 존재하구나, 라는 생각을 한 나는 해맑게 웃었다.
“우리 그냥, 옛날 버전 하죠?”
절 대 동 의
ㄴㄴㄴㄴ 아리아가 이 때 아니면 똥겜 해보겠음?
ㅋㅋㅋ 야 니들 레딧가서 비 라틴어 영상들 봐라, 문자들 깨져있음ㅋㅋ
오늘은 블리자드 축제가 아니고 장례식이야, 다들 관짝 댄스를 춰!
화가 너무 나면 울분을 토한다기 보다는 웃음이 나온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블리자드의 열혈 팬이 아닌 나는 화가 나지 않고 완벽한 C급 똥게임을 맛본 기분이 들어서 웃음이 터져나온다고 하지만, 내 방의 시청자들도 그렇고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둘러본 레딧의 반응을 본 나는 ‘화의 임계점을 넘어서 팬들이 포기해버림’이라는 정서를 파악했다.
그럼 남은 건 무엇이겠는가?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등비등하니 우리 이렇게 된 거 이 신나는 갓메이드게임인 ‘리포지드’를 하나하나 살펴본 이후 옛 버전으로 넘어가죠! 일단 두 시간은 해봐요!”
ㅋㅋㅋㅋㅋㅋㅋ
다 같이 죽자 죽어
독하다 독해 이 여우
미치겠네 ㅋㅋㅋ
나만 똥을 먹을 수 없다, 너네들도 같이 먹어라
그 이후, 팬들과 나는 합심해서 이... 역작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래도 제이나의 대사를 내가 일본어로 직접 더빙하면서 나와 같이 이 똥을 맛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며 어떻게든 ‘즐길 거리’ ‘몰입할 거리’를 만들어낸 나는
약속했던 두 시간이 지나고 난 이후, 게임을 쓰레기통에 박고 삭제를 하는 과격한 퍼포먼스를 보이는 것으로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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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 쉽지 않네요.”
방송에 대한 막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가 종료한 나의 심정이 이랬다.
뭐 결국에는 시청자들과 함께 호평받는 워크래프트 3의 스토리들을 빠르게 진행했고, 게임이 기대 이하의 ‘게임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나왔을 뿐이지 방송은 괜찮았다.
“뭐, 그럴 때도 있는 법이지.”
전형적인 일본인 답게 블리자드 그게 뭔데? 오버워치 만드는 곳? 정도의 지식을 갖춘 언니는 나의 이 너드한 감성에 이해하지 못한 듯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생각을 한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일본인에게 이해 가도록 설명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원판을 리메이크 했는데 캐릭터 픽셀과 히트박스가 맞지 않고 맵이 깨져있는 똥 게임이 나왔어요.”
“저런.”
“이건 메타크리틱 점수 1점도 아까운 졸작이에요.”
어지간하면 방송에 있었던 일을 끝나고도 가져오지 않는 나는 게임 평가 사이트에 들어가서 오늘 플레이한 게임을 확인했다.
출시 전 성공적으로 리마스터한 스타 크래프트와 다르게, 이번 리포지드는...
기대 순위작에서 나락으로 박혔다.
하긴 좀 심하긴 했어!
그래도 커뮤니티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게임이 잘못한거지 아리아가 잘못한 거 아니다’
‘이 똥겜을 이렇게 재미있게 하는 것도 재능이다’
‘게임이 어설프게 잘 만들었으면 안 좋을 뻔 했는데 대놓고 망친 상태로 나와서 샌드백이 되어주었다’
저 말이 맞다.
고마워요 블리자드!
어설픈 B급이 아니라 철저하게 조져진 C급을 내놓는 덕분에 방송이 오히려 편했어요!
어찌나 게임이 망했는 지 버튜버인 내가 검을 빙글빙글 도는 블레이드 스톰 이펙트를 보고 할 말을 잃고 알트 탭을 누른 후 ‘오늘 방송 뭐하죠?’ 하며 현실 도피를 하는 영상이 클립으로 만들어진 게 인기 해쉬태그에 기재되겠는가?
그렇게 장례식 아닌 장례식을 지켜본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사람이 아무리 준비한다고 한들 결국 일을 이루는 건 하늘이라 하지 않는가?
이번 일이야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넘어가겠는데,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게임 방송 콘텐츠가 무슨 20면체 주사위를 굴리듯 기대와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게 되니 앞으로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음 게임 방송은 나를 골탕먹이기 좋아하는 룰렛 대신 직접 보고 골라야했다고 생각했다.
골똘히 고민하는 나에게 언니가 자신의 게임 콜렉션에서 게임 타이틀을 하나 가져왔다.
“유나의 시청자층이 영어권이면 이 게임을 한 번 해봐. 파이널 판타지도 안해 볼 정도로 콘솔 게임을 하지 않는 유나라면 이거 충분히 먹힐거야.”
언니가 건넨 타이틀을 바라본 나는 아! 하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언젠가 어른이 되고 게임을 눈치 보지않고 할 수 있게 되고 집에 플레이스테이션을 마련한다면 반드시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까먹고 있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
“유나도 알지? 언니가 이런 감성의 게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오타쿠, 그것도 중증 오타쿠인 언니는 이런 서양 드라마같은 실사 그래픽을 그렇게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언니가 감명 깊게 했다면서 나에게 추천해는 게임이라니, 언니의 배려에 나는 눈물이 살짝 날뻔 했다.
“고마워요. 언니, 검색해보니 조만간 이 시리즈의 2탄이 나온다고 하네요.
이름하여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나는 그때 4기생의 콘텐츠에 참여할 예정이라, 방송을 하게 되면 7월이 되어서 할 것 같네.”
정말 아쉬워하는 듯 달력을 지켜본 언니를 뒤에서 살짝 껴안아 애정을 표현한 나는 나의 유튜브 채널에 ‘다음 게임은 이거 할거야!’ 하는 식의 글을 올렸다.
뭐... 언니가 인증한 갓게임이니 다음 방송은 문제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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