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화 〉 2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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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모바일 게임과 거리가 멀다.
이동하면서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바에, 공부를 하는 편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게임을 할 때는 깨작깨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보다 컴퓨터에 앉아 게임 한 판 제대로 하는게 좋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의 모바일 게임 인생은 버튜버가 되고 난 이후 시작되었다.
그리고 정말 타고난 악운 때문인지, 현재 모바일 게임을 하기 두려운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놀리기 좋아하는 시청자들마저도 나의 운을 보고 안쓰러웠는지 동정하는 채팅을 보내지 않던가?
운으로 치면 매번 박제되어서 개념글로 올라갈 만큼 악운이 따라오는 나는 숙제로 받은 여러 게임을 처음에는 즐겁게 했지만 가챠의 영역에 들어가면서 항상 포기했다.
그랬던 내가 이번에는 게임 홍보 영상이 아니라 이렇게 게임 제작으로 들어간다니, 세상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었다.
이번에 맡은 게임은 에픽 세븐이라는 게임인데,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어디선가 한 두 번 이름은 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 게임, 언니의 동기인 용사 역의 아오이가 하는 게임 아니었던가?
캐릭터를 한 명 육성하는 게 굉장히 힘든 편이고, 부위별 최고 장비도 시즌마다 바뀐다고 하기도 했고... 캐릭터 한 명을 위해 스킬 컷에 애니메이션을 그려넣고 스토리에도 아트팀을 갈아 넣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유저와 캐릭터간의 애정도 형성을 제대로 시킨다는 전략이었기에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래, 아직 내 방송이 아닌 타인의 작품에 나와서 목소리로 연기한 경력이 없는 내가 애니메이션을 바라는 건 무리였다.
이런 식으로 게임 시나리오 대사를 녹음해가면서 차차 커리어를 쌓는 것이 맞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화상 회의에 들어간 나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머리에 탈모가 일어나 머리카락 전선이 뒤로 밀려나간 중년의 동양인 아저씨와 스마트하고 차가워보이는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는 금발머리 서양인 아가씨는 내 인사를 받고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인사했다.
“사업부 실장인 김진성입니다.”
“글로벌 서버 책임자인 마가렛 밀러라고 해요.”
이후 나눈 이야기는 당연히 콜라보의 배경이었다.
어째서 우리 게임이 아리아와 콜라보를 제의하였는지, 아리아에게 어떠한 역할을 부탁하는지, 일정은 어떻게 되고 페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말이다.
캐릭터의 제작, 음성 시나리오에 대한 수록, 그리고 홍보 방송까지 말이다.
적당히 질문을 하면서 업무 내용을 숙지하던 내가 물어봤다.
“참, 그러고 보니 귀사의 게임은 한국과 글로벌 이렇게 두 개의 서버를 운영한다고 하셨죠?”
물론 한국 서버일 경우 음성은 한국어 글로벌 서버의 경우 음성은 오타쿠 게임답게 일본어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제안을 수락하면서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캐릭터의 음성 녹음은 제가 양국 동시에 진행해도 되겠나요?”
여태껏 진행하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했다.
그와 동시에 내 말을 듣던 한국인인 김진성 실장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내 모습을 보면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혼혈인지 구분이 잘 안가니 놀라는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놀란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한국어 잘해요.”
아암, 9월 모의고사에서 언어1등급을 받은 게 나다.
당연히 한국어는 잘하지
하지만 나를 일본인 혹은 미국 혼혈로 생각했던 두 사람의 눈에는 지진이 일어났다.
“정 불안하시면 캐릭터 대사 샘플을 제가 이 자리에서 읽어드려도 될까요?”
“저기 그...”
“조, 좋습니다!”
미국인인 마가렛 씨는 무어라 말하려고 했지만 개발실장의 힘이 더 높은지 우렁차게 말하는 진성씨의 말에 말을 삼켰다.
마가렛 씨가 그를 잠시 노려보기는 했지만 결국 내 손에는 캐릭터 대본집 중 일부가 들어왔다.
쓱 둘러보던 나는 이쪽 회사에서 내 캐릭터 이미지를 내가 그리 소망하던 섹시 캐릭터로 잡은 것에 만족했다.
역시 동양계 구미호 여성이라고 하면 섹시계의 정점인 누님이지.
잠시 헛기침을 해서 목을 가다듬은 후 나는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며 말했다.
“저랑 같이 비밀 놀이... 어때요?”
한국어로 하는 대사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정해진 대사에, 내가 생각하는 최대한의 매력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교태와 애교 사이, 미성과 간드러짐 사이, 사람을 홀리면서도 차갑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삭이듯 귀에 장난스러운 바람을 불 듯이 달콤하게
“구미호에게 홀려버린다면, 후훗.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고 계시지요?”
그렇게 두 문장을 말하였다.
다 끝났다고 알리는 듯 두 눈을 깜빡거리자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아, 아주 좋습니다!”
“일본어로도 해주세요!”
**
그 후 계약은 일사천리였다.
개인적인 부탁으로 스킬셋은 ‘부디 똥캐만은 아니게 해주세요’라고 꼭 부탁한 나는 한국어와 일본어 녹음을 동시에 따내었다.
그것에 일단 만족한 나는 자세한 일정은 추후 메일로 알려주겠다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세상도 참 좋아진 게 일본에 있어도 이렇게 공신력있는 전자 메일 서비스로 계약이 올바르게 진행되다니, 구태여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이렇게 일이 진행되니 신기했다.
“아무튼 그렇게 되었습니다.”
“흐음, 역시 유나구나. 한국어를 잘 한다는 설정을 이렇게까지 잘 활용할 줄이야.”
“아리아인데, 제 성대는 제가 지켜야죠.”
당연한 소리였다.
한국인이라고 내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는 건 아리아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해서 내가 생각해도 내 목소리는 아주아주 예쁜 편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들어서 한국인 시청자들이 늘었는데, 이런 식으로 내 한국어 목소리를 즐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번 일을 끝낸 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드디어 내 캐릭터가 다른 플랫폼에 나오는구나
방송을 할 때만 나오는 게 아니라, 게임이라는 형태로 캐릭터가 만들어지다니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었다.
천 리 길도 일보부터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앞으로 버튜버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애니메이션녹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는 언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시작은 별 거 아니었다.
오늘 회사에서 게임 관련 계약을 맺었고 그 게임에는 내 보이스가 들어간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어떤 보이스?
ASMR 방송에 하는 그런 보이스요
그 후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아니 왜
뭐가 문제지?
언니가 삐치는 이유는 조금 다양했다.
그래서 알기 어려웠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언니의 삐친 정도 2(볼을 살짝 부풀리고 눈꼬리를 내리면서 2분30초마다 쯧하는 정도)의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침묵을 택했다.
“아리아는 그냥 보기만 해도 섹시하다는 거 알 수 있지 않아?
그렇게 야시시한 목소리를 꼭 내어야만 하겠어?”
아, 이거 그거구나
유나의 ASMR은 함부로 하지 말자! 는 그거구나
으으, 독점욕 강한 언니는 이런 속삭이는 말은 자기한테만 해주기를 원한다는 걸 깜빡한 나는 가슴이 순간 철렁했다.
“흠흠, 하지만 이번 거는 ASMR용 마이크가 아니라구요? 그냥 평범하게, 아주 평범하게... 게임 캐릭터 대사라구요.”
언니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삐친 정도3으로 올라가기 직전의 징조에 나는 재빠르게 행동했다.
“에이, 이건 팬 서비스라구요 팬 서비스! 그리고 이렇게 제가 한국어 보이스 활동을 따 낼 기회가 얼마나 된다구요~ 제 채널에 늘어난 한국인 시청자에게 아리아의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 시킬 수 있는 기회잖아요?”
“하지만, 꼭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사랑스럽고 예쁘고 교태로운 목소리를 해야만 해?”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은 요시노 여사님의 가르침입니다.”
아암
돈을 받고 일을 한다면 최선을 다해야지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 재액의 여우나 똥겜 전문 여우라는 나쁜 악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건 도리에 맞지 않았다.
일에 대한 나의 프라이드를 알고 있는 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눈을 감았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인지 언니는 나에게 팔을 벌렸다.
껴안아 달라는 언니의 신호를 읽은 나는 언니를 껴안아주면서 등을 쓰다듬었다.
요즘 들어서 일이 바빠진 언니는 좋아하는 시청자 소통 방송도 제대로 못하고 스케쥴에 치여서 바쁘게 활동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하는 편이었기에 나는 언니의 기분에 최대한 맞춰주었다.
해외에 팬들이 많이 있는 나와 다르게 언니는 최근 들어서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린 체구라서 빈유라는 단어에 발끈하면서도 리액션 풍부하고 다양한 게임 좋아하고 방송 시간 길고 팬 서비스 좋고 타격감이 일품인 버튜버
시청자들에게 어리광 잘 피우고 얀데레 여친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집착을 세게 해주고 좋아해라는 단어에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누구보다 잘 보이는 언니야말로 진정한 연기 고수였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나에게 아이처럼 구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너 방금 다른 여자 생각했지?”
“아뇨아뇨! 유리아 생각했어요. 유리아!”
“내가 여기에 있는데 유리아 생각을 왜 해?”
유리아가 곧 언니잖아요? 라는 바보같은 말을 삼킨 나는 언니의 볼에 뽀뽀했다.
그것으로 기분이 풀어진 언니는 헤헤헤 거리면서 ‘유나 기운’을 듬뿍 받아 갔다.
“오늘 방송 힘내요 언니.”
“응, 유나도 힘내.”
요즘 들어서는 나보다는 언니가 더 바빠졌다.
나야 한참 바쁘다가 다른 버튜버 평균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면
언니같은 경우는 편의점 콜라보만 이미 세 번에, 이번에 아키하바라 아트레 콜라보에도 참여하고 카페 콜라보의 신메뉴 개발에도 직접 들어간다고 했던가?
컨텐츠 수록에 레슨에 광고에 방송까지
그야말로 바쁜 삶을 살아가는 언니를 보며 나는 열심히 응원했다.
우리 업계에서야 바쁜 게 축복이긴 한데, 언니를 보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만간 언니를 강제로 휴가 보내야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방송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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