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화 〉 2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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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신경쓸 일이 많다.
특히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2박이 넘어가는 경우 챙겨야 할 짐들이 늘어난다.
매일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 같은 자질구레한 것부터 시작해서,캠핑장에서 사용할 바비큐 장비나 도구 같은 걸 생각한다면 더더욱 늘어난다.
아무리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한들,나 혼자서 모든 것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바다 여행에 갈 멤버들을 모은 후 각자에게 챙길 것들을 지정해주었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미우와 카기에게는 그곳에서 진행할 방송 장비와 관련된 물건들을
술잘알이자 인싸인 동생과 같이 살고 있는 이로하에게는 주류와 놀이 도구를 가져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나와 언니,그리고 듬직하기 짝이 없는 말리아와 코토나시 페어와 함께 먹을 것과 캠핑 장비들을 구매하기 위해 코스트코에 방문했다.
아침 방송을 마친 나와 언니는 차를 타고 두 사람의 집으로 간 후 둘을 태웠다.
아침에 약하기로 유명한 코토나시였지만,차에 타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인 에오스가 된것처럼 활기차게 떠들기 시작했다.
“유나!그럼 모든 준비를 마친거에요?”
“응,이미 인터넷 잘 터지는 캠핑장 예약을 했고,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도 확인했어.
지금 예약도 안 받으신다고 해서 그대로 가서 즐기면 끝이야.”
“유나 언니는 참 대단하네요.이번에 캠핑카까지 예약했다면서요?”
“후후,그래도 이번 캠핑은 두 사람에게 부탁할 게 많아.말리아는 농장에서 자랐으니 이런 야외 활동에 능숙할 거 아니야?”
“부정은 못하겠네요.”
“유나!나는?나는?”
“코토나시는 독일에서 온 거 아니야?독일 하면 소세지와 바비큐 아니였어?”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워낙 독일하면 맥주와 소세지,그리고 그것들을 능숙하게 굽는 뚱뚱한 독일 아저씨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의미 모를 투지를 불태우던 그녀는 열혈계 캐릭터가 된 것처럼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당연하지!’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렇게 신난 건 코토나시 뿐만 아니었다.
“그럼 정말로 불을 피우는거야?막 불쏘시개를 태우고 후후 불면서 불을 내는거야?”
난생 처음으로 캠핑에 대한 주제를 말하고 있는 나에 언니는 꿈을 꾸는듯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네,나에 선배님.우리가 살 기계를 보고 숯을 살지 아니면 현지에서 장작을 살지 보고 결정해야겠지만요.”
“우와,그럼 캠핑 만화처럼 막막 거기서 야외 요리도 하고 그럴거야?”
“그건 쉐프 유나 언니에게 달린 일 아닐까요?그래도 캠핑카를 렌트하니 요리에 큰 문제는 없을거에요.”
그렇게 우리는 신나게 떠들어가면서 예전에 그토록 오고자 했던 코스트코에 도착했다.
뉴스로 본 적은 있지만 막상 이 거대한 미국식 슈퍼에 처음 온 나는‘미국식’사이즈에 기가 눌렸다.
“짜잔,이미 아이디 카드는 있답니다.”
“정말 들어갈 때 카드가 필요해?”
유료 회원제 대형 슈퍼가 익숙하지 않는 나의 반응이 신선한 듯 코토나시는 눈웃음을 지었다.
“나라고 모든 게 능숙한 게 아니라고.”
울상을 지으며 말한 내가 우스웠는지 세 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튼 그 후 쇼핑이 시작되었다.
식재료들을 신선하게 보관할 아이스박스(물론 캠핑 렌트카에는 냉장고가 있었지만)
녹색 쿼터제 결사 반대를 외치는 코토나시를 제압하고 구매한 신선한 야채들
가는 길 심심하지 않기 위해,그리고 고기를 다 먹고3차전을 달릴 멤버들을 위한 과자
그리고 대망의 고기는...
“싹 다 사죠.”
“그럴까?”
“애초에 유나 언니 식성 모르는 사람은 이 멤버중엔 없지 않아요?”
“뭔가 그렇게 말하니 부끄러운데.”
그렇게 말한 나는 고기 코너를 싹 휩쓸었다.
야외 바비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기본이었고,야외에서 먹는 스테이크는 특별하니 안심 스테이크,돼지고기가 빠지면 섭섭하니 바비큐용 목살과 안심을 샀다.
그리고 탄수화물이 빠지면 섭섭하니 빵도 샀고,커피와 곁들일 쿠키까지 샀다.
거기에 소시지와 같이 곁들일 감자와 고구마를 사고 나니 커다란 카트가 가득 찼다.
문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인 식재료들은 뭔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해야 할까?
크리스마스 파티 당시에도 이런 식재료들을 산 적이 있었는데,그때는 여러 요리를 한답시고 다양하게 샀지,이렇게 바비큐용으로 크게 산 적은 없었다.
이것이 아메리칸 스타일이 주는 충만함?
2년 전까지만 해도 마트에서 반값 떨이하던 상하기 직전의 고기를 사서 구워 먹었던 궁상맞은 유학생인 나는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충족감을 느꼈다.
아무튼 식재료를 쓸어 담은 우리는 캠핑 장비를 파는 코너에 갔다.
그곳에는 열 가지의 다양한 그릴 장비들이 있었다.
마치 미국 드라마의 파티에서 나올 법한 장비들은 물을 넣어서 증기를 만든다거나, 자체적으로 온도계가 달려 있다거나, 군고구마 기계처럼 굴뚝이 있는 등 다양한 녀석들이 많았다.
가격만큼 기능도 다양한 기계들이었기에 나는 고르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도 다르게, 말리아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네모난 바비큐 기계에 다가가더니 주저없이 박스를 들어올렸다.
“볼 필요도 없네요. 조지 로얄 포맨의 장비는 바비큐 마스터들도 좋아하는 장비에요.”
“그래도 다행이다.바비큐 장비는 말리아에게 익숙한 장비가 있어서 말이야.”
“하하,호주에서는 다들 이거 쓴다구요.”
익숙하게 바비큐 장비를 쓰다듬는 그녀의 눈에 보이는 그리움을 읽은 나는 못 본 척 나머지 장비들을 구매했다.
결국에는 카트 두 개를 끌고 다니면서 모든 쇼핑을 마친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결제를 마치고 새로운 난관을 맞이했다.
“6인승 자동차가 작게 느껴진 건 처음인데.”
모름지기 차는 거대한 차를 몰아야지!하는 신념하에 뽑은6인용SUV가 작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바비큐 장비들이 큰 편이라 어쩔 수 없었는데 우리가 내놓은 해결책은...
“나에 언니 미안해.”
“응?아니야,괜찮아 이런 경험도 신선한데.”
“헤헤헤 나에 선배님 피부가 진짜 백옥같네요.”
“코토나시!”
조수석에 짐을 넣고 나에 언니를 두 사람이 앉아있는 곳에 눕히는 방식이었다.
워낙 가볍고 체구가 작은 언니이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는 딱히 부담이 가지 않긴 했지만,저 뒷좌석에 앉아 있는게 선라이즈GB최고 변태인 코토나시인게 조오오오금 신경쓰였다.
그래도 내 걱정과 다르게 운전하는 내내 손장난을 치면서 서로 장난을 걸면서 우당탕탕(실제로 세워둔 바비큐 장비가 쓰러지긴 했다)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뭐랄까
수학여행을 인솔하는 선생님의 기분을 만끽한 나는 운전에 조심을 기하면서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날이 밝은 후
혼자 혹은 언니만 데리고 가는 여행이 아니기에 회사에 여행 계획서를 제출한 나는 코이즈미 언니의 부러운 시선을 뒤로하고 시외에 있는 렌터카 회사로 찾아가 하루 빌리는데 8만엔을 내야하는 최고급 10인승 캠프카를 대여한 나는 이로하를 데리러 갔다.
이슬이 떨어지는 새벽에 언니와 마찬가지로 난생처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로하는 평소 눈매를 가리는 모자와 후드 패션 대신에 산뜻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밀짚 모자를 쓴 그녀는 남달라 보였다.
왜, 반에서 음침하고 조용히 있는 여자애가 사실은 알고 보니 미인!?같은 일본 라노벨스러운 전개가 진짜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그녀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아무튼 그 사이에 어른의 음료들을 캠프카에 넣어 둔 마미 선배가 손을 탁탁 털더니 나에게 악수를 했다.
마치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자라서 대견하다는 듯 자신의 언니를 바라본 마미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 언니 잘 부탁할게.”
하긴, 그러고보니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거 두려워했고 집 밖을 나가는 걸 싫어했던 이로하가 이렇게 선뜻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에 함께 하다니…
“자, 잘부탁…”
나도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맡겨주세요!”
이로하를 시작으로,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착한 어린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는 산타처럼 루돌프 대신 비싼 캠핑카를 몰고 다니면서 멤버들을 태웠다.
이제 일본에 완벽하게 적응한 이 외국인 듀오는 산더미 같은 짐에 기댄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활동하기 좋은 여름 활동복 사이로 보이는 수영복을 본 나는 피식 웃었다.
나보다 더 험난한 타지 생활을 한 그녀들에게 있어서 바캉스란 어떤 의미일까?
고향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너드라고 자신의 꿈을 존중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휴가는 어떤 의미일까?
그녀들의 마음은 알 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차림새만으로는 엄청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기합이 들어갔다.
“음, 유나 언니 그게…”
“뭐 어때? 어차피 차 안에서 갈아입어야 하는 수영복인데 먼저 입는게 어때서.”
“유나, 내 섹시한 몸을 봐봐, 어때어때? 마음 속에서 불끈! 하는 게 생기지 않아?”
몸을 비꼬아 가면서 섹시 어필을 하는 코토나시의 말을 흘린 나는 거대한 짐들을 옮긴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로하처럼 예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를 기다리는 미우와 전날 새벽 방송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카기, 그리고 이 멤버 중에서 가장 기대를 하고 있는 나에 언니와 함께 방송 장비와 식재료를 실은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모든 캠핑장비를 실은 우리는 오전 7시 30분에 도쿄를 벗어나는 고속도로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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