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 2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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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캠프파이어는 완전 초심자가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분야였다.
만화나 게임에서 보던 것처럼 불꽃은 쉽게 붙지 않았고, 그런 불꽃이 태울 나무와 숯 사이로 공간을 만들고 화력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이 있다면 이런 일을 진행하는 건 금방이었다.
“중요한 건 기초 설계에요.”
그렇게 말한 말리아는 능숙하게 나무들과 숯을 배치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일본에 녹아 들어간 젊고 세련된 외국인 아가씨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거친 바람이 부는 아웃백 지역에서 자란 농가 출신의 소녀
몸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비키니 차림으로 터프하게 나무를 들고 온 그녀는 이 캠프장을 진두지휘하면서 불꽃을 피워내는 선지자가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캠프파이어에는 오묘한 무언가가 있었다.
얼기설기 쌓아 올린 나무 사이로 불이 들어간다.
나무 사이에 넣은 숯불과 나무에 불이 붙으며 아름답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바비큐 그릴 장비에 두 개, 그리고 캠핑장의 가운데에 한 개 종합 세 개의 장작불이 타오르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차가워지는 바닷 바람과 바다 특유의 습기로 차가워진 살갗에 불꽃의 온기가 닿으면서 몸과 마음이 따스해지며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캠핑카의 조명 시설과 타오르기 시작한 캠프파이어가 만드는 불은 해가 지고 어두워진 시골 특유의 어둠을 물리치는 불야(不?)의 땅이었다.
평소 방에서 방송만 하고 도시 밖을 나서지 않는 버튜버들이 불꽃에 이끌린 나방처럼 그 광경에 매료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친구들과 몇 번 캠핑장에 온 나와 이런 캠프파이어를 많이 해본 말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불꽃을 피워올리고 유지하는 것에 도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켈록, 켈록”
“그러니까 바람을 불 때는 조심하게 하라니까.”
어디에서 본 건 있어 가지고 바람을 후 불다가 매캐한 연기를 들이켠 이로하와 나에 언니는 바보 듀오처럼 호스에서 물로 세수를 하고 있었고
“꺄아아악 고기에 불이! 고기에 불이!”
“진정해요 미우 선배!”
“불꽃이 하늘로 솟는다!”
요리에 자신감이 넘친 미우는 고기를 굽다가 기름이 떨어져서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자 당황한 듯 집게로 불이 붙은 고기를 옮기다가 떨어트렸다.
그런 미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코토나시와 카기는 물을 길어오고 야채를 올려두며 불길을 억제하며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분주하개 행동했다.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을 다루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을 숨쉬듯이 하고
그것을 재미있게 포장해서 방송에 맞는 캐릭터로 연기하고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하는 그녀들이지만
이렇게 야외에서 불을 관리하고 고기를 굽고 밥을 짓는 것에는 초보인 그녀들은 이 모든게 즐거운 듯 고기를 불태우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감자와 고구마의 호일을 실수로 벗기며 웃고 떠들었다.
“아 힐링된다.”
“피 여자애들 보면서 힐링된다 말하다니, 유나 언니 무슨 변태 아저씨처럼 보여요.”
“원래 나는 사람들 웃고 떠드는 걸 보는 거 좋아해.
물론 소란의 중심에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즐겁게 몰두하는 걸 보는 것도 좋더라고.”
“그나저나 나에 선배와 이로하 선배가 결국 언니가 모닥불에 설치해 둔 밥을 엎었네요.”
철제 도시락통 비슷하게 생긴 1리터 냄비에 쌀과 물을 얹히고 나무 위에 매달려두었건만, 불장난을 치던 두 사람이 나무를 엎으면서 냄비가 바닥에 쏟아졌다.
큰일났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쪽을 두리번 거리면서 울상을 짓는 게, 이 그룹의 연상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사고뭉치답게 보였다.
“괜찮아, 이미 캠핑카 안에 있는 전기밥솥에 밥 짓고 있어.”
“우와, 그거 좀 낭만 없네요.”
“한국인들은 밥심 없으면 죽어.”
말리아는 살짝 깨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그 시선에 굴하지 않고 고기를 뒤집었다.
시즈닝이 잘 된 토마호크 스테이크의 거체 중심에 온도계를 찔러넣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준비하기를 30분 피우고 열기를 채우기를 20분, 그리고 고기를 넣은 지 15분이 지난 지금, 이 풍성한 바비큐 파티의 시작을 알릴 때였다.
“다들 접시들고 와요! 시작은 소고기로 하자구요!”
나의 외침에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되었다.
식탁은 풍성했다.
숯불에 구워진 토마호크 스테이크, 안심 스테이크, 돼지 목살과 독일산 소시지는 윤기를 자랑하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이 고이게 했다.
중앙에 위치한 캠프파이어에 성공적으로 구워진 감자를 으깨서 만든 매쉬 포테이토
달콤한 양배추 샐러드와 그릴에 구워진 고소한 빵과 마찬가지로 그릴에 짓눌리며 구워진 옥수수,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은 양파와 아스파라거스
풍미를 더하는 사우어 크림에 달콤한 바비큐 소스, 일본의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달짝지근한 야키니쿠 소스, 후추와 쿠민, 강황과 로즈마리를 예쁘게 갈아 넣은 향기로운 향신료까지
그야말로 왕이 부럽지 않은 푸짐한 식사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캠프파이어의 열기와 불꽃 그리고 캠핑카의 스탠딩 조명이 합쳐진 결과 우리는 야외에도 실내처럼 밝은 방 안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캠핑카 안에서 갓 꺼내온 시원한 술과 음료들은 그런 분위기를 더욱 즐겁게 했으며
빵 사이에 소스를 바른 후 고기와 야채를 끼워 먹으면서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그녀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술을 마실 사람은 술을, 음료를 마실 사람은 음료를 마시면서 잔과 잔이 부딪힌다.
여기에는 항상 신경써야 할 시청자와 팬, 그리고 매니저들도 없었기에 우리들은 정말 즐거운 자유를 누렸다.
이윽고 흥이 오른 말리아가 자신이 가져온 기타를 튕기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기 시작했다.
“가라 앉듯이 녹아 들 듯이”
첫 음절만으로도
아니 첫 코드만으로도 여기에 모인 모두가 곡을 알아차렸다.
“둘만의 하늘이 펼쳐지는 밤에”
2019년 말에 등장해서 지금도 일본의 편의점을 지배하다시피 한 곡
요아소비의 밤을 달리다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가사 그대로 불꽃과 어두운 밤하늘이 닿으면서 녹아들기 시작한 밤에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 소리와 파도 소리를 반주 삼아서
우리들은 말리아의 연주에 따라서 노래를 불렀다.
춤추고 노래하면서, 캠프 파이어에 달콤하게 굽힌 마시멜로에 초콜렛 잼을 찍고 바싹 구워진 쿠키에 과일을 얹어 먹으면서 우리들의 밤은 무르익어갔다.
고기로 배를 채우고 술로 갈증을 달래고 노래로 귀를 즐겁게 하고 눈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며 지상 최고의 행복을 만끽한 나는 늘어졌다.
행여나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위에 얇은 자켓을 걸친 나는 적당히 제조한 칵테일을 한 손에 쥐고 나머지 인원들이 노는 것을 즐겁게 감상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설거지를 끝낸 후 그릴 장비를 깔끔하게 씻겨내었다.
남는 식재료들은 캠프 카 안의 냉장고에 넣은 후 씻고 싶은 사람들은 캠핑카 안의 샤워실에서 돌아가면서 몸을 씻었다.
발할라의 연회장같던 테이블에는 이윽고 육포와 바싹 구워진 소시지, 땅콩 등 술안주들만 올려져 있었고 그녀들은 이윽고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대장군!”
“상인의 지갑을 털겠다!”
“왕의 이름으로 명하니, 다음 선턴은 무조건 짐의 차례이다!”
쉬고 있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타델이라는 보드게임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매번 직업을 바꾸면서 자기의 땅을 가꾸며 협약과 배신. 견제와 공격을 자유롭게 하는 정치 게임이었다.
“나에 언니! 저랑 손 잡아요!”
“나를 공격한 너를 내가 과연 믿을까?”
“하지만 코토나시를 견제 안하면 큰일 난다구요!”
이런 식으로 미우와 나에 언니가 손을 잡는 가 싶었지만...
“언니, 저희의 동맹은?”
“하지만 금화를 6개 가지고 있는 데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
왕이었던 언니는 도둑으로 직업을 바꾸고 상인이었던 미우의 금화를 털었고
“꺄아악, 말리아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원래 이런 게임은 튀면 견제 받는 법이야.”
서로를 봐주는 줄 알았던 말리아와 코토나시는 말리아의 선제공격으로 관계가 틀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생각했다.
저걸 방송으로 켰으면 시청자들 장난 아니었겠는데? 하는 생각을 말이다.
역시 같이 놀고 먹고 떠들어서 그런지 서로에게 느끼던 심리적 장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듯 그녀들은 서로를 편하게 부르기 시작하면서 유대감을 쌓았다.
특히 외국인이라 그런지 코토나시와 말리아에게 조심하게 굴던 사람들은 그녀들에게 허물없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술과 함께 보면서 즐기고 있자니 정말 극락이 따로 없었다.
술기운이 오른 내 눈에는 그녀들의 모습이 버튜버로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사자가 된 것처럼 화가 난 카기는 장난스럽게 코토나시의 손가락을 이빨로 물었고 코토나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깔깔 웃으면서 카기의 얼굴을 다른 손으로 잡아당겼다.
그런 에오스의 만행에 셀레네는 묘하게 뾰로퉁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게임 판을 엎어버린 독불장군 클레스타인은 연이은 노골적인 견제와 술기운으로 달아오른 얼굴로 마시멜로를 구웠던 얇은 나뭇가지를 들고 어린아이처럼 붕붕 휘두르면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방구석 아싸인 타마는 술을 홀짝거리면서 눈에 초점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유리아는? 유리아는 어디 갔지?
“흐헹.”
술에 취한 마계의 공주님이 비틀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비틀거리면서 다가온 그녀는 내가 앉아 있는 의자에 올라타고는 고양이처럼 몸을 말았다.
사진기로 그녀들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나른한 사자처럼 졸린 눈으로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품에 안긴 나에 언니의 등을 쓰다듬다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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