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55화 (255/307)

〈 255화 〉 254화.

* * *

여름 바캉스에서 돌아온 우리들은 평범하게 돌아갔다.

업계의 선두주자인 우리들은 여전히 바쁜 일상을 소화하고,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버튜버의 이미지에 걸맞게 팬들과 자신에게 떳떳하게 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상속으로, 늘 그러했던것처럼 우리들은 방송을 하고 트레이닝을 받고, 기업에서 정해주는 숙제를 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사회가 변화를 맞이한지 2년이 넘어들어가자 일본 사회는 크게 변했다.

영원히 신용카드를 거절할 것 같았던 가게들은 점점 카드 계산을 받기 시작했고

편의점 같은 곳에서는 페이같은 휴대폰으로 결제를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학교의 수업 대다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식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교실은 폐쇄, 동아리방들 또한 대다수가 문을 닫게 되었다고한다.

학교의 일부분이 사용불가 판정을 받고, 노인 복지회관이나 지역 도서관들은 운영 시간을 크게 줄이거나 문을 닫았다.

절대로 줄어들 것 같지 않았던 버스의 배차가 줄어들고 노선이 변경되고, 전철 회사 몇 곳은 운영 지침을 바꾸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던 일본이지만 이제는 거리를 마주치는 10명 중 10명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닌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20시 이후 매장 내 식사 금지’같은 끔찍한 폐쇄는 없어졌지만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이 확 줄어들면서 마치 도쿄 시내 전체가 불황기를 맞이한 곳이 되었다.

사회 외부적으로 요건들이 팍팍해지는 만큼 인터넷은 화려하게 변했다.

매말라가는 외부 인프라들이 온라인으로 집중되면서 인터넷 공급망이 늘어났다.

넷플릭스같은 OTT 회사들도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면서 방송이 늘어났고, TV 대신 아메바TV같은 온라인 티비 프로그램을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4­50대들도 보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무언가를 보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 중 일부는 인터넷 방송으로 오게 되고 그들 중 일부는 버튜얼 유투버쪽으로도 왔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버튜버 전체의 시장이 커지고,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지다 보니 단순히 오타쿠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기 시작했다.

특히 본젹적으로 여름 휴가를 맞이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보낼것이라 생각했지만 파멸적이라는 단어가 생각 날 정도로 일본의 관광업은 줄어들었다.

연예 및 예술계 또한 마찬가지였다.

“살아생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뭐… 저도 그렇네요. 그 유명한 그룹이 온라인으로 라이브 티켓을 진행한다니.”

“아니 그래도 무제한이라니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래도 이 때 아니면 언제 티케팅 편하게 해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회사의 라이브도 근본적으로는 무제한 입장이잖아요?”

이전이라면 피 말리는 티켓팅으로 갈 수 있었던 유명한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치열한 경쟁 없이 클릭 몇 번으로 참가할 수 있다니, 아마 2년 전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했으면 아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언니 의외네요, 막 이런 아티스트 공연들에는 크게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유나 설마, 내가 오타쿠 음악만 좋아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어?”

“음… 언니 음악 방송에 부르는 곡 리스트만 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윽.”

나야 뭐 애니메이션 음악부터 게임 음악, 더 나아가서는 한국 일본 미국 쪽의 대중 노래들을 즐겨 부르지만 언니같은 경우는 애니메이션, 게임 그리고 우타이테들이 부르는 보컬로이드 계열 음악들이 많았다.

그랬던 언니가 원오클락같은 락밴드 음악 티케팅을 도와달라니…

정말 의외였다.

“나, 나라고 해도 100% 완전 히키코모리 오타쿠가 아니라고!”

하지만 나를 만나기 이전 언니는 100% 완전 히키코모리 오타쿠였다.

애초에 방을 잘 나가질 않았잖아요 언니?

하지만 이 말을 면전에 내뱉기에는 언니와 나 사이의 유대가 너무 강했다.

음…

존중해주자.

“알았어요.”

“… 진짜 믿어주는 거 맞지?”

“근데 언니는 요즘들어서 왜이렇게 라이브 쪽에 관심이 많아지셨어요?

설마 라이브가 다가와서 그런가요?”

“응…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어.

나야 버튜버로 라이브를 두 번 해봤지만, 그래도 진짜 라이브에 대해서는 내가 스스로 알아보려고 한 적은 없었거든.

그래서 내가 정말로 책임감을 가지고, 라이브 지원팀에서 도움 받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내 자신의 의지대로 스테이지를 세팅하고 꾸며보고 싶었어.”

“그러셨군요.”

“응, 그러다가 라이브들을 알아보고… 여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나도 결국 라이브들을 찾아보게 되었어.”

당연하지만 나는 라이브에 대해서 상당히 해박한 편이다.

단순히 세트리스트의 편성 뿐만 아니라, 공연장의 과학적 설계로 인한 음의 전달 차이의 이해나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의 진행 방식, 스테이지에 입장하는 방식 등등

최고의 아이돌의 무대와 그들이 팬들에게 선보이는 라이브를 일종의 학문으로 만들었고 그것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그래서 지금도 라이브를 보면 무대의 주인이 하는 말이 단순한 애드리브인지 아니면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 밑밥을 까는 건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일류 스타들의 라이브라고 해도 완벽한 건 아니죠.”

“응, 나도 의외였어.”

“원래 밖에서 음악을 부른 다는 건 다 그래요. 밀폐된 공간에 최상의 음질을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장비와 시설에 따라서 호소력이 바뀌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라이브는 최상이었다.

정해진 컨디션에서 최고를 선보인다.

그렇기에 음의 변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라이브에서 느낄 수 있는 진동이나 열기를 가져오지 못해서 몰입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유나는 참… 아는 게 많구나.”

“제가 조금 잘났죠.”

“다른 사람이라면 재수없어, 라고 말했지만…”

“제 얼굴 보니 화 낼 마음도 사라지죠?”

언니는 대답하지 않고, 아주아주 얄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의 볼을 잡아당겼다.

꽤나 진심이 들어간 언니의 손길에 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책상 바닥을 다급히 때렸다.

“항복!”

아무튼 이런 저런 일들이 있고난 후 나는 결국 언니가 라이브 욕심, 그러니까 본인이 팬으로서 참여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서는 아주 춤 연습에 열심히 한다.

유리아의 2주년 데뷔 라이브에 진심으로 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스해졌다.

언니가 인터넷 방송인으로서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선라이즈가 지향하는 아이돌이라는 일에 대해서 진심인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유나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 거 같아?”

“저는 소속사가 완전 다른거 알죠? 3D 모델링은 아주 다른 일이잖아요.”

일단 같은 선라이즈이긴 한데 나 같은 경우는 GB이기 때문에 법인이 해외에 있다.

그만큼 분담하는 업무 팀도 다르고 지원해주는 어시스트들도 달랐다.

“그래서 저번에 사니와 폭식 파티를 할때 슬쩍 물어봤는데요, 1기생 선배들도 아직 제작 중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즉 아리아가 언니의 생일 라이브에 출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소리.”

“… 잠깐 GB쪽은 해외 기준 최다 구독자를 보유한 버튜버들 아니야? 그녀들이 3D 모델이 아직도…없다고?”

“선배들이 괜히 스몰­시리즈를 쓰시는 게 아니라니깐요?”

여기서 말하는 스몰 시리즈란 1기생 선배 엘리야의 팬이 만든 스몰­엘리야 시리즈 특유의 2등신과 굵은 선을 활용한 아바타를 뜻한다.

듣기로는 3D 버튜얼 아바타 모델링을 제작하는 회사 자체가 코로나로 업무가 마비되어서 늦는다고 하니, 나의 아바타는 꽤 멀은 셈이다.

하늘같은 선배들이 3D 아바타를 받지 못했는데, 내가 3D 아바타를 받을 수 없는 노릇

애당초 선배들의 100만 구독자 달성 기념이나, 1주년 생일 기념의 라이브도 없는 마당에 나는 욕심을 낼 수 없었다.

“아쉽구나.”

“아쉽네요.”

마우스를 달각 거리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나와 언니는 모니터 속 화려한 퍼포먼스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

“그거, 메이드 아바타 쓰면 되잖아?”

유키하라 언니의 말에 나는 마시던 물을 그대로 내뿜었다.

맞다.

그랬지, 왜 그런 생각을 못 떠올렸지?

“메이드 아바타도 꽤 돈을 주고 제작했는데, 버리기는 아깝잖아.”

“그, 그런데 공식적으로 메이드는 은퇴 아닌가요?”

“잠정적 활동 중단이지, 완전 은퇴는 아니잖아요? 이거 보세요.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메이드는 지금 여행중’”

“그,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활동은…”

“다른 사람의 부탁도 아니고 ‘마계 공주’ ‘유리아’의 ‘명령’이잖아?

공주님이 억지 쓴다면 들어줘야지. 무덤에서 벌떡 일어놔줘야 메이드 아닐까?”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언니의 방송을 도울 시점 언니는 상당히 나에게 어리광을 피웠으니 말이다.

서사적으로도 완벽했다.

“근데 그거 알고 있니? 유리아, 그러니까 쿠로가와 씨는 라이브 준비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거.”

“확실히 최근 방송 시간 줄이면서 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는데 말이죠.”

“내 담당이 아니라서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가장 회의실 오래 쓰는 사람이 유리아인 건 맞아. 라이브 기획 팀들을 쥐어짜면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 걸 요구하고, 기획자가 무리이다 싶은걸 건네줘도 악착같이 연습을 해서 어떻게든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지.”

그렇다.

저번에도 그렇고, 언니는 유독 라이브를 할 때 폭발적으로 기량을 올린다.

나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 말

아직도 가슴속에 남는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유나가 라이브 이야기를 언제 꺼낼까 싶어서 준비해둔 게 있었는데…”

그렇게 말한 유키하라 언니는 기획안 하나를 보여주었다.

[마계의 초대장]

공주인 언니와 메이드인 라 2인이서 진행하는 축제 라이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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