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화 〉 2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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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콘서트 문화는 바뀌었다.
아티스트들은 비대면의 원칙을 지키고자 수만 명이 모여들었던 공연장 대신 효과적으로 음을 전달하고 다양한 각도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를 진행했다.
자신의 스타일이 온라인으로도 잘 표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이들은 코로나에 접어든 이후 온라인 무대를 적극적으로 차렸으며, 콘서트장에서는 안전상으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연출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일류 아티스트들은 온라인 라이브를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예술을 승화시켰다.
특히 유명 아이돌 그룹인 BTS의 온라인 라이브는 수십만 명이 시청하게 한, 지구 반대편과 반대편을 연결하는 범세계적인 라이브 콘서트로 코로나의 시대에서도 그 뜨거운 열기를 주었다.
그런 면에서 분석한다면, 유리아의 2주년 데뷔 생일 라이브는 그러한 승화에 가까웠다.
생일 라이브는 팬 서비스적인 문화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하는 자리고,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이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관례라고는 하나 수익화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기에, 버튜버들 또한 사람인 이상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버튜버들의 라이브는 어느 정도 한계점이 분명히 있었다.
인터넷 방송인이기에 가지는 체력 문제
전문 가수가 아니기에 가지는 라이브의 음정 문제
진짜 아이돌이 아니고 몸의 동작을 3D 아바타로 전달하는 딜레이로 생기는 춤 문제
선라이즈 프로덕션 또한 전문 프로덕션이 아니기에 가지는 미디어 연출 문제 등등이 존재했기에 그들은 어느 정도 타협했다.
베스트 퍼포먼스가 10점이라면, 버튜버의 기량에 따라 6점에서 8점 사이 정도로 그들은 어느 정도 한계점을 그어두고 거기에 맞게 라이브를 진행했다.
하지만 유리아는 아니었다.
미쳤다, 미쳤다 진짜 미쳤다.
아이돌 현장 온 거 같아, 어떻게 카메라를 저렇게 잘 바라보지?
유리아님이 진짜 예쁜 거 알고 있었는데 본인 예쁜 거 저렇게 잘 활용하니….
얼굴이 무기다 무기, 유리아님 진짜 절 가져요!
카메라 연출에 맞게 딱딱 움직인 후 카메라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으로 팬들과 시선을 마주치는 전달력은 소위 말하는 ‘심쿵’현상을 일으켰다.
저 작은 몸이 움직이는데 화면이 가득 차 보여….
왜 이렇게 터프하지? 왜 저 귀염뽀작가득한 얼굴에서 패기가 느껴지지?
공주님이잖아 ㅋㅋ 당연히 카리스마 넘치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깔끔한 춤선을 선보이며 일류 아이돌들의 칼군무를 보는 듯한 완벽한 동작은 소위 말하는 보는 맛을 크게 강조했다.
노래는 또 어떻고, 저렇게 움직이는데 어떻게 노래 방송보다 더 잘 부르지?
진짜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게 버계의 정설인 듯
미쳤다, 언니 진짜 미쳤어요. 절 가져요. 진짜.
격렬하게 움직이면서도, 어려운 동작으로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새기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음정과 깔끔한 발성은 청각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메이드 공주 조합 미쳤다.
아까 부른 듀엣곡 다시 안 해주려나?
메이드가 진짜 만능이긴 한데, 오늘은 메이드보다 공주님이 더 강렬하다.
인정, 솔직히 메이드도 나쁘지 않은데 공주님 카리스마에 잡아먹히는 듯
팬들도 인정하는 선라이즈 제일의 초인인 메이드 라조차 유리아에 비해 존재감이 옅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다섯 곡째 무대를 선보이는 유리아의 라이브는 숨이 막힐듯한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현실에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이펙트들이 펼쳐지며, 기술과 예인(?人)의 완벽한 조화는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전율을 선사했다.
펄럭거리는 소매 사이로 빠져나온 나비들이 화려하게 움직이고 카메라가 돌아가며 붉은 나비와 은빛 머리카락과 검은 드레스가 펄럭이면서 유리아가 우아하게 원을 그리며 춤추는 원무(??)는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였다.
그렇게 팬들의 귀와 눈을 완벽하게 지배한 다섯 곡의 무대가 끝난 후, 배경이 바뀌면서 유리아가 모습을 보였다.
유리아가 몸을 활용한 개그 3D 라이브를 좋아하는 덕분에 그녀의 3D 아바타는 유리아의 팬들에게도, 선라이즈의 팬들에게도 익숙했지만, 스테이지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내려온 유리아는 평소와 상당히 달라 보였다.
“공주님, 정말로 완벽 그 자체셨습니다.”
유리아에 비해 커다란 체구를 가진 메이드가 공손하게 몸을 숙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평소라면 ‘공주님이랑 놀아주는 메이드’처럼 보였지만, 이번만큼은 ‘공주의 카리스마와 권위에 복종하는 메이드’처럼 보이는 메이드 라의 모습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후후, 오늘 밤은 나의 축제이니 마음껏 마계 공주의 위대함을 느끼거라!”
카리스마와 권위, 위엄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먼 어린이의 목소리를 평소에 재롱잔치를 부리는 어린이로 바라보았던 팬들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감탄했다.
공주님 만세!
마계는 영원할 것이다!
유리아님의 라이브는 세계 제이이이일!
선라이즈의 희망!
아이돌 프린세스 유리아! 아이돌 프린세스 유리아!
유리아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읽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대가 끝난 후 바뀐 스테이지마왕성의 내부를 거닐었다.
또각또각하며 우아하게 걷는 유리아의 모습과 그 뒤를 얌전히 따르는 메이드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보아라 마계의 시민들이여! 본 공주의 위대함을 축하하고자 많은 이들이 앞다투어 나의 무대에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구나!”
책상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편지들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다.
“나의 이름을 알리고자 선라이즈에 들어온 지 어언 이 년, 벌써 본 공주의 충실한 종을 자처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으니 흡족할 따름이다!”
“유리안님 만만세, 유리아님 만만세.”
“후후후 바로 그거다 나의 시종이여! 더욱 크게 찬양하거라!”
자아감에 도취된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연출에 무대의 감동이 싹 가는 것을 느꼈다.
오만하고 자아도취에 자주 빠지는 그녀는 항상 어이없게 무너져내린다.
방송에서 수 없이 보여주었던 ‘그 패턴’에 시청자들은 피식 웃었다.
아무리 라이브에서 멋지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던 유리아였지만, 여전히 그녀는 ‘선라이즈 놀리기 좋은 랭킹 3위’안에 들어가는 환상적인 타격감을 보여주는 공주였다.
“하지만 본 공주의 빛나는 순간을 위해 보인 정성이 갸륵하니, 그녀들을 나의 성에 데려오는 것이 마계의 공주다운 위엄을 보이는 바. 메이드여! 객들을 부르거라!”
“공주님의 본부대로.”
그리고 그녀의 2주년 방송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버튜버들이 게스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존재는 당연하게도 그녀의 절친인 클레스타인이었다.
“공주님! 공주님!”
“오호라, 건방진 인간계의 성녀가 아니더냐!”
“너~~무 좋아!”
클레의 3D 아바타가 유리아를 껴안았다.
“자, 잠깐!”
“어떻게어떻게 너무너무 좋아, 정말 마계로 귀의해버릴 것 같아. 어떻게 그렇게 너무너무 완벽할 수 있어요? 제가 알던 공주님이 맞아요?”
클레의 글래머스한 몸이 유리아를 껴안는다.
그녀는 성녀의 품 안에 안긴 채 아등바등하며 답답하다는 듯 벽을 쾅쾅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클레의 덕질은 심해져 갔다.
“유리아님 너무 좋아, 최고야!”
“너무 가깝다! 성녀여! 숨을 쉬고 싶다!”
“유리아님을 내것으로 하고싶어요. 유리아님의 꿈도, 몸도, 머리카락도, 마음도, 손톱도, 이마에 맺힌 땀방울까지도 가지고 싶어요.”
얀데레 집착녀 연기로 이름 높은 유리아가 역으로 클레에게 당한다.
시청자들은 연기인지 진짜인지 햇갈릴듯한 클레의 귀신들린듯한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근 본 백 합 성 녀 마 왕
흑백커플은 못참지
동인지보다 더 진한 것 같네 ㅋㅋ
선라이즈는 공식이 동인을 이깁니다.
“클레님, 자꾸 그러시면 쫓아낼겁니다.”
“쳇, 메이드 질투하는거야?”
메이드는 대답하지 않고 유리아를 자신의 품으로 안았다.
그녀의 품안에 안긴 유리아는 클레에게 삿대질을 했다.
“너무 건방지구나! 이몸은 마계의 위대함을 알리고자 하는 암흑의 공주!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닌법이다!”
“아아, 정말로 아쉽네요. 정말로 아쉬워요.”
“이익, 변태 성녀는 저리 가거랏!”
그 말에 클레는 세상이 무너진 듯 주저앉았다.
흙먼지가 피어오를 만큼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실연당한 여인처럼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유리아는 당황했다.
“미, 미안하다.”
“어떻게... 어떻게...”
“흠흠, 내가 말이 심했다. 미안하구...”
“이런 훌륭한 업계 포상이 있을 수 있나요! 아아, 너무 행복해!”
매도를 당하고 기뻐하는 클레의 모습에 유리아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고 메이드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청자들은 꽁트같이 과장된 클레의 말투와 몸짓에 빵 터졌다.
골때린다 진짜ㅋㅋ
언제부터 마계 시민이 된거야 클레
타락 성녀는 공주를 덕질합니다.
“메이드, 처리하거라!”
“본부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클레에가 다가간 메이드는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쓰레기를 치우듯 질질 끌고나가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질질 끌려가는 클레는 다급한 어조로 외쳤다.
“유리아님! 데뷔 2주년 정말로 축하드려요. 그러니까 제가 조금 더 유리아님 곁에서 숨 쉬게 해주세요! 같은 공기를 마시고 숨결을 주고받고 싶어요 기왕이면 키스할 수 있는 거리까지이이이!”
마계 공주에게 집착을 보이던 성녀가 사라지고, 쓰레기를 버리고 온 듯 손을 탁탁 턴 메이드는 돌아왔다.
“세상이 미쳤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손님은 계속 받아야지,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이미 다음의 손님이 준비되어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는군, 나오거라! 나의 위대함을 찬양할 두 번째 손님이여!”
스테이지에 나타난 것은 5기생의 헤카테였다.
선라이즈의 5기생들 중 리더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보다 훨씬 드센 부하인 루미에에게 휘둘리는 그녀 또한 ‘박살나버린 카리스마’로 유명한 버튜버였다.
선라이즈에서 몇 안되는 후배를 바라보는 유리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온 5기생의 마녀인 헤카테는...
“으아아아앙!”
울기 시작했다.
예상 밖의 사태에 유리아는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메이드 또한 당황한 듯 눈을 깜빡거렸다.
마치 서러운 일이라도 당한 듯 크게 울음을 터트리는 그 모습은 정말로, 인터넷 방송인의 경력과 유튜브의 골드 버튼을 걸고 말하는데 진짜 울음이었다!
“어, 어째서 울고 있는가?”
“유리아님이 너무 완벽해서요. 유리아님은 정말 아이돌 그 자체에요.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고요!”
그렇다.
한창 감수성 풍부할 나이였던 헤카테는 정말 순수하게 유리아의 무대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
유리아님하고 메이드 동공지진ㅋㅋ
근데 나도 이미 눈물 닦느라 티슈 한 갑 다 씀
인정, 유리아님 1만 시절부터 팔로한 팬으로서 말하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나더라
사실 울고 있는 건 나모가 아닐까? 사장의 꿈이 다시 부활했잖아
그리고 정말 의외의 일이지만, 엉엉 울고 있는 헤카테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리아는 난데없이 망가진 대본에 당황했고, 메이드는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오늘은 정말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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