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2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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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유리아의 생일 라이브는 성황리에 마쳤다.
선라이즈 최초로 도입된 카메라 워크의 활용, 그 카메라 워크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댄스 실력, 토크 쇼 내내 보였던 귀족적이고 여성스러운 손짓과 몸가짐, 이전에 비해서 다른 수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올라간 음악 실력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데뷔 기념 라이브는 정말 최고의 형태로 선사되었다.
그 덕분에 선라이즈가 유리아의 인기를 파악하고 생일 기념으로 많은 굿즈를 출판했지만, 종합 1만4천엔 (세금 포함) 상당의 굿즈 셋트가 판매 개시한 지 5분만에 절판되었다.
유튜브 알고리즘 또한 유리아의 라이브가 지배했다.
한 곡 한 곡을 분리해서 만든 하이라이트 영상은 물론이고 그것을 화려한 매드 무비로 편집한 영상들이 삽시간에 타고 올랐다.
거기에 유리아의 라이브를 본 이후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이 솔직하게 고백한 감상평이 키리누키 되었다.
[유리아 정말 대단했지. 가슴이 두근두근 했어. 보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서, 아이돌로서 압도당한 기분이었어.]
[우리가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하게 되었어. 평소에는 아이돌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였는데 할 때는 제대로 하는구나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저런 무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어.]
[공주님은 우리 공주님은 세계 제이이일! 우주 제이이일! 공주님의 발닦개가 되고 싶어요. 메이드님 시종으로 들어가서 그분의 옷자락을 만지고 싶어요.]
그녀들 또한 버튜버이기 때문에 유리아가 선보인 라이브가 얼마나 대단한 지 정말로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직접 연습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녀의 노력이 보답받았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이들중 몇 사람은 아예 열광했다.
그 덕분에 유리아는 데뷔 기념 전후로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게 되었다.
평소에는 귀여운 목소리로 게임하고 시청자들의 도발에 발끈하여 무모한 일을 벌이다가도 멘탈이 흔들리면 시청자들에게 집착해주는 맛에 보는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인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고자 보는 것 보다 더욱 열심히 활동하는 버튜버가 되었다.
거기에 생일 라이브 다음날에 가졌던 피로연에서 밝힌 그녀의 소감은 그야말로 유리아의 팬들과 선라이즈 팬들을 감동하게 했다.
[응, 정말로 노력을 많이 했어. 나도 그렇고 나의 무대를 위해 같이 해준 메이드, 나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수용해주고 열심히 따라와준 선라이즈의 스태프 분들, 그리고 내가 이 자리에 있도록 나를 지켜 봐준 너희 모두 덕분에 나는 이렇게 라이브를 할 수 있었어.]
[힘들지 않냐고? 힘들었지. 그런데 어차피 너희들도 모두 힘들잖아? 그러니까 힘든 티를 내고 싶지 않았어. 회사에 출근하고 사람들 사이에 치이면서 조그만 휴대폰을 보며 위안 삼는 너희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나는 힘든 티를 내기 싫었어.]
[그래도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해. 게으르고,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던 과거와 다르게 하루하루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축복스러워. 나는 이 기쁜 마음을 너희들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어.]
라이브가 끝난 다음 날과 그 다음다음 날은 여러 버튜버의 언급과 팬들의 열정적인 키리누키 영상 덕분에 쟁쟁한 다른 버튜버의 토픽을 제치고 선라이즈 버튜버 토픽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버튜버 라이브 연출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 유리아는...
“으아악, 꺄아아악!”
“아하하하, 얘 정말 웃기다!”
정겨운 이웃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몸을 무리해서 움직이다가 오랫동안 휴식기간을 가졌던 사토 카가의 손길에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발의 붓기도 심상치 않고 허리 근육이 이렇게 딱딱해지다니 당분간 약을 바르고 자야겠는 데?”
“냄새나서... 싫어요...”
“그런게 어디 있어? 젊을 때 몸 관리 잘 해야지 안 그러면 나처럼 고생한다?”
카가는 손녀를 챙기는 할머니처럼 넉넉한 인심을 담아서 한 때 애용했던 약들을 가져다주었다. 일 년넘게 입원을 하고 디스크 치료를 받은 그녀답게 그녀는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 정통해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존재는 무리한 라이브 일정 후 온 몸이 비명지르고 있는 쿠로가와 나에에게 있어서 축복이나 다를 바 없었다.
“꺄아아악!”
고통의 축복에 가깝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녀의 손길에 실제로 통증이 나아지고 있었으니 그녀는 거부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서는 카가와 함께 살고 있는 카기가 내려와 사과를 깎고 있었다.
마치 입원한 환자의 병동에 간병온 사람처럼 그녀는 어수선한 집을 정리하고 침대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 그녀를 간호했다.
“고마워요. 정말...”
“저야말로 고맙죠. 덕분에 저희 동기인 헤카테가 버튜버 활동에 크나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 중 4기생의 미카엘과 함께 유이하게 미성년자인 그녀는 최근 들어서 악질 팬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편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선라이즈의 버튜버가 되었지만, 덕질로는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힘들어하던 그녀는 자칭 선라이즈 오타쿠답게 라이브 한 방으로 그 난관을 극복했다.
자신보다 힘들었던 과거를 가진 유리아의 콘서트를 보면서, 자신도 저렇게 빛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솔직한 감상평을 대신 전달해준 카기는 (그래서는 안 되는 지 알지만) 쿠로가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유나에게 길들여진 쿠로가와는 얌전히 그 손길을 즐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가가 물었다.
“그나저나 유나는 어디 갔다고 했더라?”
“유나는 병원갔잖아요.”
“어라? 그랬었나?”
“링거 맞으러 갔대요.”
유리아의 라이브를 위해 유나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는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풍부한 라이브 지식, 그것을 활용할 지혜, 사람들을 부릴 줄 아는 카리스마,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가능하게 하는 체력, 사람들의 반발을 무마시킬 사기적인 외모
그녀는 말 그대로 영웅적인 존재였다.
“웃긴 건 스태프들도 링거 맞으러 갔대요. 긴장이 풀리면서 몸살이 다들 났다고 하던가.”
“뭐, 우리 회사가 블랙인건 맞긴 하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선라이즈의 전성기를 가져온 사토 카가의 말에 후배들은 동의했다.
인원 확충이 되지 않아서 툭하면 라이브 서버가 끊기고, 아바타의 움직임이 어색했던 당시에는 정말 2기생의 천재적인 활약으로 극복한 경우가 많았다.
그중 가장 열심히 활약한 사토 카가는 전문적인 강사가 아닌 댄스 트레이너에게 트레이닝을 받다가 사고가 나서 입원을 했으니, 좋은 이념으로 시작했다고는 하나 선라이즈는 블랙 기업에 가깝긴 했다.
“그래도 요즘엔 나아졌지.”
버튜버들도 늘었고 기술도 늘었다.
사람들도 늘었고, 매니저 출신의 누군가가 의무 휴가와 강제 휴가라는 독특한 개념을 회사에 주입시켰다.
그 덕분에 버튜버들도 스태프들도 이전에 비해서 훨씬 쾌적한 근무 환경을 가지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자신의 행보를 돌아본 쿠로가와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번 일은 조금 심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유나의 기준점이 너무 높은 거 있죠?
결국 그거 따라 따라잡겠다고 무리하고, 그런 저의 욕심에 맞춰서 스태프들도 갈려나갔으니...”
“그래도 쿠로가와 선배님 덕분에 저희 파릇파릇한 5기생들은 한 차원 발전된 기술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스태프들도 이번 일로 엄청 발전했잖아요? 버튜버의 라이브라고 다른 방송 연출 업계에 비해서 조금 편하게 일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일류 아이돌 무대급 테크닉들을 강요 받다보니 결국에는...”
“그거 알고 있나요? 기획 팀도, 카메라 팀도, 연출 팀도 힘들어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유나가 생긋 웃으면서 에너지 드링크나 커피를 사들고 갔다는 걸.”
“...참 독하다 독해, 파괴자이면서 구원자인 셈이네.”
그 외모로 생긋 웃으면서 마실걸 건네주면서 도와달라고 한다고?
거기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녀의 말 한마디에 야근을 버틸 힘을 얻었다고 봐도 무방했을 것이다.
그 후에도 그녀들은 거동이 불편한 나에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휴식 시간을 할애했다.
오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에를 돌본 이웃들은 시간이 지나자 방송을 위해 방을 나서려고 했다.
“참, 그거 알아요? 선배 덕분에 다른 선배들이 불 붙은 거?”
“응?”
“선배가 이번에 완전 한계를 보여줬잖아요.
3D 아바타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선라이즈의 기술 부족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잖아요.”
요컨대 버튜버가 엄청난 노력을 한다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셈이었다.
너무나도 뛰어난 업적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는 카기의 말에 나에는 빙긋 미소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빛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몸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들도 충분히 빛날 수 있을거야.”
“역시, 사랑이군요?”
“응, 사랑 덕분이지.”
물론 카기가 말하는 사랑과 나에가 말하는 사랑이 조금 다른 의미지만 의미는 통했다.
그 미묘한 간극을 알아차린 카가의 눈이 장난스럽게 휘었다.
“맞다, 선배님 당분간 코모레비 선배 만나지 마세요.”
“응? 왜?”
“코모레비 선배, 지금 완전히 열 받았어요. 그 사람도 은근히 완벽주의자 기질 있는 거 아시죠?”
승부욕 강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조그만 버전의 유나같은 그녀의 성정을 떠올린 나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진짜 아이돌을 꿈꾸던 소녀였기 때문에 그녀가 받았을 충격은 다른 버튜버들에 비해 확연하게 컸을 것이다.
나참 언제부터 히키코모리 천덕꾸러기였던 자신이 이런 존재가 되었는지하며 속으로 한탄하던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코모레비의 온라인 라이브까지 4개월... 스태프들이 퇴사 안 해야 할 텐데.”
무료로 진행하는 데뷔 2주년 생일 라이브에도 이 모양이었는데, 티켓값을 받으며 진행하는 온라인 라이브에는 어떤 참사가 벌어질까?
그 미래를 상상하던 그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생각대로 선라이즈는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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