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72화 (272/307)

〈 272화 〉 271화.

* * *

버튜버들이 진행하는 방송을 분석해보자면 콘텐츠 진행과 소통으로 나눌 수 있었다.

게임, 노래, 합동 방송 진행, 만화 읽기, 라이브 소개하기, 상품 설명하기 등으로 이루어지는 콘텐츠 진행과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송으로 나누어진다.

버튜버들의 매력은 콘텐츠에도 있지만 이런 소통 방송에도 있었다.

이를 극한으로 잘 살리다 못해 야심찬 콘텐츠보다 소통 방송을 진행해주기를 팬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버튜버가 바로 유리아였다.

그에 못지 않게 아리아 또한 인기가 대단했다.

인터넷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밈을 소화하고, 입으로는 유창한 영어를 하면서 일본어로 동시 소통하는 그녀의 방송은 훌륭한 외국어 공부 자료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아리아의 소통 방송은 경우에 따라서 그녀가 준비하는 메인 콘텐츠보다 더 큰 인기를 자랑할 때가 많았다.

특히 이런 그녀의 소통 방송이 재미가 있을 때가 있으니 다름 아닌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방송을 할 때였다.

“후후후, 얘들아 나 녹음 가서 핫시랑 아쥬링 만나고 왔다.”

그녀의 일상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교류를 나누는 버튜버들의 오프라인 모습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성우였다.

심지어 일본에서 별명만 말해도 성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오타쿠들의 70%는 알아볼만한 유명한 성우 말이다.

­헐 진짜?

­미쳤다;미쳤다;;;

­성덕인생이네 진짜 ㅠㅠ

­그런데 핫시랑 아쥬링이 누구?

­아이돌 시리즈 프린세스 프로젝트에 나오는 시마랑 카타기 성우요

­헉 진짜요?

­미쳤다

당연히 오타쿠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니 성우 덕후들은 뜨겁다 못해 끓는 사랑과 질투를 보여왔다.

­성우 반독점법!

­아리아는 혼자서 성우들을 즐기지 마라!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무진장 부럽다!

­아! 아야카 아시는구나! 혹시 모르시는 분들에게 설명드립니다. 아야카는 2015년 첫 활동을....

그리고 당연히 성우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서양권에서는 조금 반응이 컸다.

­솔직히 성공한 건 아리아가 아니라 그 성우들 아닐까?

­우리는 아리아 본 적 없는데 저 사람들은 아리아의 비밀스러운 얼굴을 보잖아

­부럽다! 아리아가 부러운 건 아니고 저 두 사람이 부럽다!

­성덕? 그게 뭔데 씹덕아!

­아리아가 성덕이야 멍청아!

본의 아니게 성우 팬들과 자신의 팬들을 점화시킨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지 아리아는 유쾌한 어조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리아의 팬들은 그녀가 다양한 활동을 지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에 도전해보는 게 그녀의 소망이었고, 그 중 애니메이션에 출연해서 녹음하고 싶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리아의 목소리는 조금 yabai 하지 않아요? 당신의 Sexual한 목소리, 대중적이지 않다.

아리아는 비영어권의 팬들이 보낸 번역기 말투에 응답했다.

“저 이래 보여도 성우 아카데미에서 연수도 받았어요.

아리아 형님, 즉 아리아니키 사건 이후로 저도 목소리에 엄청엄청 신경 쓰고 있다구요”

­그런데 비밀 유지 사항이 아니라면 녹음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어, 음... 그러니까 이 작품이 뭐냐면, 현대에 존재하는 경마들을 모에화 시켜서 소녀에게 말 귀와 동물 꼬리르 단 다음 레이스를 하게 하고 레이스에 이긴 후 라이브를 하게 해요.”

­...?

­무슨 게임이냐?

­그러니까 레이스를 한 다음 스테이지에? 뭐?

­저 세상 게임이네 진짜ㅋㅋ 개 어지럽다

­어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정신나간 게임이다, 일본의 게임 개발자들은 코로나로 이상한 약을 먹었는가?

­이거 그랑블루와 데레마스로 유명한 사이게임즈 개발작 아니야?

­아 우마무스메다!

아리아의 설명에 다들 그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게임 자체 컨셉이 그러한 걸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버튜버가 처음 꿈을 이룬 프로젝트였다.

100만이 넘는 그녀의 팬들은 방송 도중 우마무스메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이는 개발사가 원했던 효과이기도 했다.

성우의 유명세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버튜버의 이름을 빌리는 것

아리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사람들은 우마무스메라는 낯선 프로젝트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제가 이번 일에 참여한 캐릭터는...”

이어지는 아리아의 말에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게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전 애니메이션, 즉 1기 애니메이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에 대충 이야기 한 다음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사진을 띄웠다.

“에헤헤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핫시랑 아쥬를 집에 초대해서 같이 밥 먹었다구요.

여기 아쥬씨가 올린 사진 보이죠? 이거 제가 직접 한거라구요.”

아리아가 띄운 것은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은 아쥬가 정성들여 찍은 만찬의 사진이었다.

서양식 정찬에 징키스칸이라는 홋카이도식 양고기 요리가 곁을어진 근사한 식탁이었다.

아리아의 오랜 팬들은 그녀의 또 다른 정체가 메이드라는 것을 떠올렸다.

­부럽다

­아리아가 해주는 밥 한끼, 단 한끼만이라도 좋으니 그걸 먹고 싶다...

­인스타 요리가 아니잖아, 아쥬가 트위터 140자 꼬박 채웠다는 건 그만큼 감탄이라는 건데

사람들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열망한다.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사람을 보면 동경하게 되고 따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아리아가 보여준 것은 명품을 잔뜩 사는 화려한 샐럽의 인생이 아니다.

오타쿠라면 누구라도 한두 번 생각해봤을 법한 ‘성우랑 결혼한다, 혹은 성우와 일상을 나눈다’라는 지극히 망상적인 소망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성우도 좋아하는 아리아의 팬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늘같은 두 대선배에게 이쁨받는데 성공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소 두 분에 대해 궁금한 거 있는 거 슬쩍 물어볼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아리아는 능구렁이같은 여우답게 팬들의 욕구를 건들였다.

“그러니 두 분에게 다이렉트로 어떤 점을 묻고 싶나요?”

정말이지 요망한 여우다

채팅방의 팬들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 뿐이었다.

그저 그녀가 바라는 데로 흔들리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면서, 구미호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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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우마무스메

여로모로 난관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일단 등장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는 경마들은 모두 실존하는 말이고 이런 말들을 보유 한 이들은 재벌 내지는 야쿠자처럼 큰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와 양해를 구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기획은 좋았으나 개발은 어려웠다.

실존하는 선수나 경마를 육성하는 게임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모에화 시킨 다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로 이끌어나갈 파워를 제시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이미 일본 경마 협회와 참여할 마주들에게 양해를 구한 이상 프로젝트가 엎어진다면 문자 그대로 주가가 박살날 정도로 쇼크가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게임즈는 이번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여서 유저들 사이에서 ‘게임의 신’이라고 불리는 사내에게 칼을 맡겼다.

그 후 어설픈 2류 개그 게임에서 1류 게임으로 발돋음 하는 데 성공했다.

최고의 실력과 인기를 자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캐릭터를 맡기고, 기존 아이돌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단련된 3D 모델링으로 깎았다.

일류 디자인과 일류 모델링이라는 최소한의 성공조건을 맞추었다.

허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단순한 웹 모바일 게임으로 양대 마켓 순위를 주기적으로 10위 안에 들여보낼 정도로 기획을 잘하는 게임의 신이 생각하기에는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경마라는 분야는 헤이세이 초반 세대, 혹은 30년대 게이머들에게는 낯설지 않지. 한 사람의 작가가 쓸 수 있는 시나리오 이상으로 일본 경마는 버블의 악몽을 떨쳐낸 적이 있었던 훌륭한 드라마의 역사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입이지, 요즘 젊은이들은 경마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

경마는 부모님들이 가끔 즐기는 오락이지, 그들의 삶에 밀접하지 않았으니 말이야.”

“맞습니다. 문제는 유입입니다.

이미 한 번 엎어진 프로젝트고, 다시 태어나긴 했지만 ‘한 번 실패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행이라면 저번 애니메이션이 크게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캐릭터 디자인과 경마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그랬다.

이번 프로젝트는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이미 위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쪼이고 있었다.

성공이 불확실한 프로젝트, 그냥 회사의 IP 값을 믿고 캐릭터만 이쁜 이류 게임으로 만들라는 지시가 암묵적으로 돌았다.

유저들 사이에서 ‘게임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내를 시기하는 움직임이었다.

문자 그대로 외우내환(外???) 이었다.

경마 협회를 설득하고 마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쓴 인맥적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확실한 성과를 내지 않으면 엎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달랐다.

일본의 신작 게임에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성우였다.

얼마나 게임을 잘 알리는가?

여기는 문제가 없었다.

모바일 게임 업계의 사이게임즈는 거대 공룡이었다.

돈과 인프라 이름값은 일본 최고를 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성우였다.

일류 성우들을 쓸 수는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한 다음 그 다음은?

이런 아이돌 프로젝트는 성우의 참여가 누구보다도 중요했다.

라이브를 위한 연습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류 성우들은 이런 도전적인 프로젝트, 거기에 노래와 춤 연습이 필요로 하는 아이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했다.

주요한 영입 수단 하나가 사라진 셈이었다.

성우에 문제가 생기면 애니메이션과 게임 제작 둘 다 틀어져 버린다.

그야말로 외통수에 몰린 격이었으나, 그들은 언제나 그러하였듯 답을 찾아내었다.

답은 옆 나라의 마케팅이었다.

“옆 나라 한국에는 전문적인 성우가 있긴 하지만 일본 사회처럼 엄청난 팬덤을 이룬다거나 성우 자체로만 시장이 굴러가질 않습니다.

물론 그들 또한 성우로서 캐릭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아티스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우가 크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옆 나라에는 연예인들이나 개그맨, 그리고 아이돌들이 이미지 마케팅을 동원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의 팬들이 참여한 만큼 팬들이 확실한 보답을 해줍니다.”

“그렇다면 쟈니즈나 AKB를 부르자는 건가? 아이돌 오타쿠와 성우 오타쿠들 만큼 서로 사이 나쁜 이들이 또 있나?”

“아닙니다! 버튜버입니다! 버튜버!”

최근 들어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엔터테이너였다.

실제 얼굴을 보이고 현실의 인물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거부감을 느끼는 오타쿠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대로 쓰는 듯한 버튜버에는 친근감을 느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1기가 끝난 후 ‘고루쉬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법 인기와 재미를 보지 않았던가?

“다행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선라이즈 프로젝트 소속의 버튜버 두 사람이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꾸준히 다른 이름으로 성우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성우 경력은 없지만 전임자가 추천했습니다.

게다가 요시노 여사님이 말년에 받은 제자라고 하더군요.”

“요시노님? 그 분은 더 이상 직접 누군가를 가르치지는 않지 않는가?”

“그 버튜버의 방송을 즐겨 보시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캐릭터 연기 목소리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버튜버가 누군가?”

“아리아, 아리아라고 합니다. 이번 여름의 인터넷 방송 시장을 장악한 공포 게임 해부 프로젝트를 진행한 버튜버고, 자그마치 175만 구독자를 보유한 괴물 신인입니다.”

130만과 175만 합치면 300만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팬덤이었다.

물론 구독자가 곧 충성스러운 팬이라는 건 아니지만, 라이브 방송에 한 번 언급만 하더라도 홍보 효과는 어지간한 광고비를 상회한다.

그렇게 계산이 끝난 그는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그 둘을 합류시켜, 그리고 이번 애니메이션에 사활을 거는 거다.

오프닝 러쉬를 화려하게 해야 해.

원신이라는 중국산 짭 야생의 숨결을 이겨낼 수 있는 화려한 시작으로 해야한다 말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인터넷 방송인이건 성우건 버튜버건 모두 활용할 것이다.

그의 인생에 실패는 없어야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타쿠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악랄한 상술로 유명한 사이 게임즈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고 모바일 게임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게임의 신’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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