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74화 (274/307)

〈 274화 〉 273화.

* * *

아리아의 고정 콘텐츠 중 인기가 좋은 곡은 누가 뭐라 해도 노래 방송이다.

초창기 때부터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매력적인 노래 실력의 보유자인 그녀는 누가 뭐라해도 선라이즈, 아니 일본 인터넷 방송인 중 노래 최고를 다투는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 때문에 그녀의 음악 방송 4할은 언아카이브, 즉 기록이 남지 않는 일회성 콘텐츠로 소모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음악을 멋대로 개사한다거나, 배경 음악 없이 아카펠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아까운지 매 달마다 ‘제발 기록에 남겨주었으면 좋았을 음악 투표’라는 식으로 그녀에게 음원을 구매하게 하는 고정 콘텐츠도 있었다.

그날의 음악 방송 또한 기록에 남지 않는 언아카이브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에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혹은 채팅창에 보이는 음악에 따라 아무 노래나 부르는 방식이 아니라 특집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보기 드물다던 합동 방송 형식으로, 자신의 옆 방에 살고 있는 버튜버인 유리아를 초대했다는 점이다.

그녀의 손에는 팬라이트를 쥐어 주고, 자신의 이마에는 당근이 그려진 하얀 천을 둘렀다는게 특이했다.

“오늘은 우마무스메 특집이에요!”

“그게 뭔데 씹덕아? 라고 하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이게 우마뾰이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특집입니다.”

사실 아리아는 그렇게 광고를 열심히 하는 케이스가 아니었다.

은근히 눈이 높은 사람이었고, 프라이드도 강해서 바이럴 마케팅에 능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번 방송을 ‘아, 최근에 맡은 성우 배역에 대한 마케팅이구나’ 라기 보다는 ‘엎어진 망한 게임 살리기 위해서 의리를 다하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내가 왜 음악 방송에 나와야 하는 건데?”

“에이 공주님, 라이브 음악을 부르는 데 콜이 빠져서는 섭하잖아요?”

“정말 나를 너의 음악에 콜을 넣는 배역으로 데려온겨었어?”

“오늘 하루 만큼은 당신만을 위한 여우... 가 아니라 말딸이 되어드릴게요!”

경주마를 모에화 한 후 레이싱 경합을 벌인다.

그 후 이긴 순서대로 센터에 배치해서 라이브를 한다는 21시게 일본 감성으로도 시대를 앞서나간 콘텐츠였다.

그렇기에 첫 이미지는 기괴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로 독특한 게임이었기에 반 쯤 개그 분위기가 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유리아 본인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진지한 카리스마 보다는 망가지는 개그 캐릭터를 찾기를 선호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 지, 그녀 또한 이마에 당근이 그려진 하얀 천을 두르는 것으로 아리아의 바보짓에 참여했다.

“우~~~~” “우마닷치!”

“우~~~~” “우마뾰이! 우마뾰이!”

“우마우마우마우냐우냐우냐 (3­2­1 FIGHT)”

전파곡 특유의 밝고 상큼하다 못해 산만한 멜로디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보컬은 파워폴한 보컬이 아니라 부드러움 보컬 모드의 아리아

아니 왜 재능을 여기다가 썩히세요?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의 미성이다.

“오늘의 여신은 나에게만 입맞춤 해!”

“우마닷치!”

“도­키도키도키 도키도키도키!”

“스키스키스키 스키스키스키!”

정말 어지럽다.

곡도 어지럽지만 분위기도 어지러웠고, 안 할것처럼 도도하게 굴던 유리아가 옆에서 진지하게 콜을 넣는 풍경 또한 어지러웠다.

“너의 애마가! 즈큥도큥 달려나가! 바큥바큥 달려나가고 있어! 이런 레이스는 처음이야!”

“오늘도 연주하는 해피해피 달링달링 3­2­1!”

바이럴 마케팅이고 뭐고 간에 일단 노래는 잘 불렀다.

옆에 콜을 넣고 있는 유리아도 선라이즈에서 손꼽히는 귀여운 목소리의 여성이었고, 원곡에 비해서 부족함이 없는 귀염상이 가득한 보이스였다.

아마 작금의 행태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재능낭비에 가까웠다.

바보짓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쩌라고? 내가 하고싶은데!’ 하는 식의 아리아의 억지때문인지는 몰라도 방송 자체는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긴장 풀고 뇌의 주름을 펴고 무작정 즐기는 식의, 소통 보다는 일방 폭행에 가까운 방송이었지만 결코 재미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날의 방송을 요약하자면 ‘아리아의 재롱잔치, 유리아의 재롱도 곁들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

어느덧 녹음이 절반 이상 끝났다.

캐릭터의 방향성이 정해진 이상 그 길을 나아가면 되었다.

성우들은 연기를 더 높이기 위해서 같은 대사를 수 십번 반복해서 외우고 있었고, 특히 시나리오의 중심에 선 캐릭터들을 맡은 성우들은 문자 그대로 혼을 갈아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는 유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름은 저물어가고 있었지만 성우들의 열기가 정말 박진감이 넘쳤다.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성우도 있었고, 숨에 찬 연기를 내기 위해 격렬한 실내 운동으로 체력을 소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자 그대로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현장

그 현장의 중심에선 유나는 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비록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이번 애니메이션에 중심에 선 캐릭터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지탱해줄 수 있는 힘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독서를 시작했다.

카운슬링에 관련된 서적, 누군가의 지친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학 서적을 말이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어머니 캐릭터’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서도 안되었다.

가까이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다가가기엔 부담스러운 중립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면서도 서비스 이상의 호감을 보여주되 결코 과한 사랑을 보여서는 안되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유나는 자신의 배역을 흔들리는 멘탈의 남자 주역을 잡아주는 역할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유나 뿐만 아니었다.

유나와 미우를 제외한, 그러니까 비교적 경력이 적다고 평가되는 신인들은 이번 촬영을 기회로 생각했다.

라이브 기획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당연히 성우들의 어마어마한 노력을 요구로 했다.

애니메이션 녹음과 캐릭터 송 녹음은 기본이었고, 그것을 라이브에서 부르기 위한 리허설 참가, 댄스 트레이닝 및 단체 연습은 기본으로 요구했다.

이는 성우의 인지를 크게 높이는 확실한 성공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어마어마한 부담이 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는 단역을 여러 개 맡으며 큰 기회를 노리던 신인 성우들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중요한 기회였고, 그녀들은 정말 혼을 갈아넣으면서 몰입했다.

비슷한 처지의 인원끼리 친해지고, 서로 의기투합을 하며 다른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그녀들 또한 따로 모여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향후 있을 캐릭터 송 녹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찌 보면 그녀들 사이에서 유나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우에다 씨, 유나 씨 노래가 그렇게 대단해요?”

“어? 응, 솔직히 말해서 아리아 신드롬에 대해서는 다들 들어본 적 있잖아?

지상파에서 노래 부르던 그거, 다 라이브였데.”

“...정말로 여자가 그렇게 낮은 음을 내고 높은 음을 오고가면서 호흡도 잃지 않고 발음 지키는 것도 가능해요?”

“응, 나 어제 아리아 방송 갔는데 우마뾰이 전설 랩 파트 하나도 안 놓치고 발음 또박또박 하는거 듣고 소름 돋았어.”

유나는 독특한 존재였다.

일단 그녀는 다른 성우처럼 성우 프로덕션이나 사무소에 소속되지 않았고, 선라이즈라는 버튜버 기업에 소속된 사람이었으니까

‘체험을 위해서 대충 참가한 유명인’이라고 하기에는 본인 자체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아리아는 유명했지만, 그 안에 있는 ‘빨간약(영화 메트릭스에서 유래된 버튜버 안의 사람을 칭하는 속어)’은 유명하지 않았으니까

허나 빼어난 연기 실력으로 분량 확보에도 성공했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인지도 자체는 선배 성우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에만 활동을 하는 선배들에 비해 그녀의 인지도가 훨씬 컸다.

그런데도 성우로서는 선배가 아니라 완전 후배였다.

그렇기에 오디션을 뚫고 들어오거나, 단역이라고는 하나 그녀 이전으로 캐릭터를 담당했던 후지이 선배의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하고 텃세를 부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외모를 본 순간 텃세를 부릴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왜 저런 사람이 여기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건 물론이고

왜 저런 사람이 진작에 성우로 활동하지 않았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대단하고 잘나서 질투할 마음도 안 나.”

“그리고 친절하기도 하죠…”

100만 버튜버가 아니라 200만을 바라보는 괴물 버튜버다.

오타쿠 산업에 있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버튜버 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성우들은 경로 변경을 생각할 정도로 그들의 성장세가 피부에 와닿았다.

이미 크게 성장한 다른 선배들에 비해서, 아직 알려지지 못한 그녀들은…

“하아.”

“어라 두 분 저 부르셨어요?”

“네?”

“에?”

우에다는 10년 넘는 연기 생활을 했으나 단역을 주로 맡았고 작품이 크게 뜨지 않아 인지도가 부족한 경우였고, 하세가와 또한 비슷한 케이스였다.

경력과 실력은 있으나 인지도가 부족한 전형적인 잘 안풀린 케이스였는데, 그렇기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나가 조금 부담스러운 두 사람은 눈에 띄게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아, 뭐 저번에 유나 씨가 부른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지. 맞다. 그리고 어제의 우마뾰이, 죽여줬다구.”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유나 씨는 트레이닝을 얼마나 오래 하신거에요? 아리아의 노래를 들을 때 마다 감탄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으레 하는 칭찬에 불과하지만 진심이 담겨서 그런것일까?

두 사람의 칭찬에 유나는 손을 배배 꼬았다.

그 모습마저 귀엽게 보이지만, 인기인이 으레 보이는 거만한 모습이나 노련한 업계 선배를 보다는 사회에 갓 나온 순진한 반응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혹시 유나 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 둘… 아니 스물 하나입니다!”

“...99년생이라는 말이지?”

어렸다.

정말 어렸다.

물론 성우들도 어린 나이에 출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스물 하나면 완전 풋내기가 아닌가?

그런 주제에 일본의 어지간한 한 현()에 해당하는 구독자를 가졌다니, 이쯤 되면 미약한 질투의 불길마저도 꺼져버릴 수준이었다.

외모 능력 운 세 가지를 다 갖춘 괴물이 코앞에 있는 게 실감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면 노래를 잘 부르는 방법 같은 게 있을까? 뭔가 200만을 바라보는 유튜버의 숨겨진 비밀같은 거라도 괜찮으니까!”

일본인답지 않는 솔직한 말이었다.

4차원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까닭인지는 몰라도 솔직히 말해서 내질러버렸다­에 가까운 말이었다.

“어, 좋아요! 저로 괜찮다면요.”

“정말?”

“네! 그러면 오늘 끝나고 노래방 어떠세요? 아니면 적당한 훈련실이라도 괜찮아요.”

우에다와 하세가와는 서로 눈을 마주보았다.

경력 차이가 나면 교습을 받고, 녹음하는 와중에 저마다의 방법을 서로에게 알려주거나, 연기론에 대해서 주고받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건 같은 사무소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까놓고 말해서 밥벌이 기술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 맹랑한 아가씨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일본을 뒤흔든 자신의 노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저, 정말이지?”

“저 유나에요. 아니, 아리아에요 아리아.”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말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성공한 사람만이 보이는 자아가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업무가 끝난 후 유나와 함께 어딘가로 떠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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