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7화 〉 2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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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란 무엇인가?
조금 다르게 말해서 일본 여성들 사이에 인기 있는 악역 영애 캐릭터란 어떤 캐릭터인가?
원래 악역 영애는 여주인공의 대적자로 나오는 악역 영애들은 여주인공을 시기하는 캐릭터다.
심성이 고르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수단을 애용하고, 질시하고 흉계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라이벌 캐릭터다.
하지만 일본에서 선호받는 악역 영애는 이런 진짜 싸이코패스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이 주로 나오는 로맨스 판타지 세계관에서 여성스럽지 못한 행동으로 대표되는 정치권 참여, 경영권 참여 등 기존의 여성상에 위배되는 행동을 주로 하며, 사회로부터 ‘참하지 못한 여자’를 다르게 표현하는 캐릭터다.
즉 순순히 결혼하고 아이나 낳고, 새로운 드레스나 보석에 환장하는 순종적인 여자가 아니라, 여성의 몸으로 야망을 품고 치밀한 황궁 정치를 하거나, 현대의 여성이 빙의해서 기가 막힌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거나, 현대식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서 권력을 쥐려고 하는 행동을 여성스럽지 못하다 하며 악역 영애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가 작품의 중심이 되어서 세상을 바꾸는 한국 로판식 악역 영애 캐릭터는 수동적인 캐릭터를 아름답게 조형하는 작품이 많은 일본 여성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은 일본 독자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한국식 아침 드라마로 다져진 고구마와 사이다 조절을 통해서 위장에 구멍을 낼 정도로 시원하게 뚫어버리는 스토리는 옆 나라에서도 충분히 먹히는 훌륭한 소재였고, 여기에 인력을 갈아 넣어서 나오는 웹툰까지 동시에 전개가 되니 점점 커져가는 일본의 웹소설 시장을 받쳐줄 힘이 되어주었다.
여기에 필요한 건 연료였다.
마치 인지도가 부족해서 한 번 주목 받는 게 실패했었던 우마무스메처럼 말이다.
“이거하고 이거, 그리고 이 작품까지 해서 세 작품 쪽을 맡고 싶어요.”
유나는 마치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세 작품을 뽑았다.
하나는 누구나 알아주는 명작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일본에서 인기를 크게 끌고 있는 인기작이고, 다른 하나는 유나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작품이었다.
프리큐어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웹소설에 대해서 공부하고 몇 작품을 읽어 온 유키하라는 그 이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녀는 라이트노벨이 익숙한 오타쿠 세대였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알아보는 눈은 어디가서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라면 버튜버와 소설이 그렇게 연관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인데...”
“그러면 이참에 아예 우리가 홍보 이미지를 가져가 버릴까요?
2년 넘게 e스포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낸 미카엘은 아예 일본 e스포츠 공식 홍보 대사 중 한 명이 되었잖아요?”
실제로 선라이즈의 4기생 중 한 명인 미카엘은 데뷔 초창기부터 e스포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고,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일본에 e스포츠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일본 e스포츠 협회의 공식 홍보 대사가 되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유나 또한 그런 식으로 웹소설 쪽 이미지를 확 가져가버리자는 말에 유키하라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리아의 이미지를 웹 소설에 고정시키는 건 너무 아쉽단 말이지.
물론 유나 말대로 이쪽은 기존의 라이트노벨 시장을 제치고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거나, 기존의 독자층을 가져올만한 파워를 가진건 맞아.
하지만 아리아의 캐릭터를 소설 쪽에 한정시키기에는 아쉬운 게 맞아.
미카엘 같은 경우는 e스포츠에 관심을 크게 보이고 이쪽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대신 여러 콘솔 콘텐츠를 희생해야 했으니까.”
“으음, 역시 웹소설 쪽 전체 판을 먹기는 힘들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웹소설쪽이 일본에는 먹히는 콘텐츠이기는 해도, 아리아는 일본 보다는 세계를 봐야하니 말이야. 차라리 해리 포터 붐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소설쪽에 힘을 싣기에는 아리아의 업적은 게임과 노래쪽에 크니 말이야.”
“아쉬워라...”
“하지만 성장하는 웹소설 전체를 먹기 힘들어서 그렇지, 노선 하나를 정한다면 소설 쪽 콘텐츠를 적절하게 챙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즉, 악녀 캐릭터를 완전히 잡아먹자는 말이죠? 악녀하면 아리아, 우리 악녀님의 치마 속에는 꼬리 아홉 개가 달려있어! 이런 느낌으로.”
“바로 그거야, 당분간 악녀 컨셉으로 방송을 진행해보자, 어차피 네 옆에는 이런 귀족적인 아가씨 말투로는 최고를 다투는 공주님이 있잖아?”
그랬다.
비록 본인의 폭주로 인해서 카리스마가 하수구로 처박히긴 했지만, 본래 마계 공주 유리아야말로 선라이즈 전통의 귀족 아가씨 캐릭터의 표본이었다.
“아하하하...”
“대신 아리아로 아가씨 컨셉 연기하는 순간, 진짜 제대로 연기 컨셉 지켜야 해.
아가씨 컨셉으로 연기하는 인터넷 방송인하면 바로 아리아가 떠오르도록 죽어도 컨셉을 지켜야 해.”
이리하여 두 사람은 향후 아리아의 캐릭터 방향을 정했다.
방송 외적으로는 웹소설 출판사와 연계하여 보이스 드라마 및 오디오북 녹음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방송 내적으로는 최근 웹소설 트랜드인 ‘악녀’에 어울리게 당당한 귀족 아가씨 컨셉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두 사람이 아리아의 새로운 컨셉을 이야기하며 성우 연기 다음으로 웹소설 쪽을 노리고 있을 무렵, 모든 애니메이션 녹음일정이 마치고, 그 여세를 몰아 게임의 녹음까지 마친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라이스 샤워’편이 마치고 게임이 론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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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원작 게임이 유명해져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그런 애니메이션을 게임 팬들이 소비해주면서 미디어 마케팅은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과 애니메이션 제작의 비대칭이 이루어진 우마무스메 같은 경우는 원본 게임이 존재하나 애니메이션이 먼저 알려지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었는데 무려 2기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게임 홍보에 썼다고 봐도 될 정도로 무방했다.
일종의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쓴 셈인데, 그렇기에 게임 업계의 종사자와 오타쿠들은 이번 게임에 크나큰 기대를 가지고 게임에 임했다.
그리고 그 게임은
‘게임의 신’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캐릭터의 애정을 미끼로 삼아서 우수한 육성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거기에 최고의 육성을 위해서라면 수십 수백번의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게 하고, 그 와중에 여러 서포트 캐릭터 카드를 통해서 다른 우마무스메를 자연스럽게 홍보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게임에 다루어지는 우마무스메의 개인 서사에 빠진 사람들은 실제 원본 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과거 경마 기록을 찾아보게 하였다.
즉 훌륭한 게임 시스템은 곧 외부 미디어에 대한 노출로 이어지고, 게임에 흥미를 가졌던 사람은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가졌던 사람들은 게임으로 이어졌다.
훌륭한 캐릭터 디자인, 갈고닦은 기술로 만들어진 일류 모델링
그리고 기존의 유명한 성우들과 비교해도 결코 꿇리지 않는 고퀄러티의 녹음과 음반 녹음까지 준비된 우마무스메 게임은 출시 후 1주일 넘게 양대 마켓의 1위를 점령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소위 ‘오픈빨’이라고 불리는 오픈 초창기의 인기가 빠지기는커녕, 기존의 경마 팬들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기분 나쁜 오타쿠 게임’보다는 ‘추억을 되새겨주는 과거의 일본 세대와 지금 일본 세대를 이어주는 일본의 혼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다소 과장된 평가를 받기 시작하며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2020년 가을은 우마뾰이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몰다 못해 시장을 지배하는 괴물로 안착해버렸다.
“게, 게임이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네...”
“소, 솔직히 말해서 이정도일줄은 저도 몰랐다구요! 유나 언니도 예상했어요? 말들을 모에화 시킨 다음 경주를 시키고 이긴 순서대로 센터에 세운 후 노래를 부르게 하는 정신 나간 게임이 성공할거라고는 언니도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이런 대유행은 ‘성우 경력을 잠시 쌓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유나와 미우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만약 그녀들이 어중간한 성공을 거둔 인터넷 방송인이었으면 진지하게 전직을 고민해도 될 정도의 성공이었다.
대형 게임사의 신작 게임이 성공하는 일이야 흔한 일이지만, 2020년 일본 하반기 시장을 지배할 것처럼 압도적인 위세를 보이고 있는 귀멸의 칼날의 극장판을 상대로도 이슈가 가라앉지 않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쪽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의 우마무스메가 성공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무런 의심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얼마만큼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주판을 두들기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인지도가 높은 버튜버였고, 한 회사를 대표하는 백만 구독자의 큰손들이었다.
다행이라는 점이라면 한 사람은 우마무스메도 아닌 평범한 엑스트라였고, 다른 한 사람은 우마무스메이기는 하나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일종의 단역이었고, 모델링이 갖추어지지 않는 신캐릭터였으니 말이다.
요컨대 계륵이었다.
우마무스메쪽을 진짜로 밀고 나가려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잡아야했고, 아니라면 이쯤에서 경력으로 쌓고 빠질 기회였다.
“그래도 포기해야지.”
“맞아요. 트윈 터보는 재밌지만, 너무 깊게 하는 건 아니에요.”
아쉽게도 그러했다.
물론 이대로 서로의 배역에 진지하게 파고들어서 성우쪽 커리어로 전직하는 방법도 안정적인 취업 방안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은 신인 성우이기 이전에 버튜버였다.
“그래도 아쉽긴 한데...”
“걱정하지 말아요 언니, 이거 제가 보건데 사이게임즈 특유의 게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서 방송 소재거리가 넘쳐나니 우리들은 다른 버튜버들보다 이쪽 게임 시장은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어요.”
하긴 성우 녹음을 들어간 버튜버들이었다.
다른 버튜버들에 비해서 우마무스메라는 새로운 블루 오션에서 압도적인 포지션을 잡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모바일 게임이잖아.”
“그렇죠.”
“그리고 내가 알기론 그... 사이게임즈라는 회사는 가챠로 유명했지...?”
그렇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중 가차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없으면 엄청나게 꼽다!’라는 필수 카드를 갖추지 못하면 최소 반 년동안 배알이 뒤틀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악랄한 구조를 갖춘 게임이 바로 사이게임즈의 게임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미우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버튜버 이전부터 사이게임즈의 충실한 게이머로서 편의점 모바코인 카드를 중학생 시절부터 샀던 사람이니까.
“언니 설마...아니, 아직도?”
“나, 가챠운 최악이란말이야...”
“그, 언니 제가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언니 캐릭터인 타즈나 카드는 거의 이륙 필수 카드던데요?”
“그, 그래? 엄청 좋은건가?”
“언니가 게임 한다면 무조건 쓰게 될걸요?”
“...근데 내가 뽑을 수 있을까?”
“언니, 걱정하지 말아요. 이 게임에는 천장이라는 게 있어요.”
“아니, 내가 내 캐릭터 카드를 쓰는 데 돈을 내야한다고?”
“언니, 애송이처럼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설마 가챠가 두려우신건 아니겠죠?”
“...개발자분들 앞에서 우마뾰이 우마뾰이하면 캐릭터 카드 들어간 게임 계정을...”
“어허, 이 언니가 왜 이러시나? 가챠 게임 한두 번해요? 언니 가챠가 장난이에요?
그런 애매한 태도로 가챠를 대하고 있었던거에요?”
“나는...가챠가...싫어...”
침울하게 변한 유나의 목소리를 들은 미우는 사악하게 웃었다.
당분간 마르지 않는 꿀잼 콘텐츠의 핵심이 그녀 앞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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