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화 〉 2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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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모바일 게임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사이게임즈일 것이다.
초창기에는 악랄하다 못해, 동일한 확률로 등장해야할 캐릭터의 출연 확률을 속이는 식으로 장사를 하여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하기도 했고, 요미우리 신문이나 후지 TV 방송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종국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식으로 거나하게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욕을 하면서도 소비하게 되는 게임들을 연달아 출시하며, 최근 들어서는 사이게임즈=악랄한 가챠 시스템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아성을 쌓아 올린것에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이게임즈의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인권 카드가 있어요.
물론 이 밑에는 ‘호흡권’카드가 있지만 이건 언니에게 너무 이른 이야기니 넘어가고, 시작할 때 얻게 되는 재화로 항상 뽑고 가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나도 원신 해봐서 캐릭터 가챠와 무기 가챠가 다르다는 사실은 알아.”
유나는 묘하게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듯한 미우의 태도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언니를 귀엽게 바라본 미우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돌린 베타 테스트 시절의 가챠는 맛보기였구요.”
“그, 그게 맛보기라고?”
“보유하지 못하면 못해도 6개월, 최대 1년은 배알이 뒤틀릴만한 카드들이 있어요.
게임을 다하고 자려고 눈을 감아도, ‘아 내가 그때 그 한정 카드를 뽑아야 했는데!’ ‘길드의 저 녀석은 분명히 내가 놓친 한정 카드를 가지고 있겠지!’ 같은 울분이 생겨버리는 애들이 꼭 있는 게 사이게임즈의 카드에요.”
생동감 넘치다 못해 혹시 본인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절절한 그녀의 설명이었다.
“사이게임즈는 특수한 몇 장의 카드를 핵심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사이클을 만들어둬요.
몇 몇 카드들은 총알이라면 그 특수한 카드들은 총기라고 할 수 있죠.”
“그렇구나...”
“그리고 말했다시피, 언니가 맡은 타즈나라는 캐릭터 카드는 총기 확정이에요.
직접 들고 뛰거나, 프랜드 카드로 올려둬서 빌려 쓰거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카드죠.”
물론 아직 우마무스메는 초창기였다.
우리 아이는 하버드 보낸다는 마음으로 지성에 쏟아부어 넘치는 스킬을 가져가는 지성 메타
근성 하나로 우주를 정복할 수 있는 마초이즘에 쩔어있는 근성 메타
스피드야말로 우주 제일의 진리라고 믿는 스피드광
우마뾰이를 위한 스태미나야 말로 게임의 핵심이라 생각하는 스태미너 파
힘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근육 돼지들이 저마다의 로망과 이론을 실천하면서 게임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섬세한 말의 심리 상태를 고증이라도 하듯 몇몇 특수한 말들은 쉽게 컨디션이 떨어져서 육성 효율과 레이스 스탯이 떨어지는 디버프를 받게 되었고, 이를 조정하는 컨디션 카드가 신입 트레이너들의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카드가 ‘전설의 한정 우마뾰이’의 타즈나라는 사실은 모바일 게임에 존재하는 ‘성능의 아름다움’을 자극 시켰다.
심지어 다른 우마무스메들은 트레이너를 향한 호감보다는 레이스에 대한 결연한 의지, 다른 우마무스메들과 학교 내부에서 마주친 친구처럼 교류하는 이야기가 많은 한편 타즈나 같은 경우는 오직 트레이너만을 바라보는 감정을 묘하게 만드는 특유의 로맨스 연기톤이 묻어나오는 덕분에 알면 알게될수록 좋아지는 캐릭터가 되었다.
“즉 언니야 말로 모든 트레이너들의 꿈이자 희망이고 종착역이에요.
그렇게 일본의 천만 트레이너들의 가슴을 자극한 언니가 언니의 목소리를 받아 생명을 받은 캐릭터 카드를 가지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되지 않아요?”
“모바일 게임 쪽은 제작 참여만 했지,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고 내가 맡은 캐릭터 카드가 이렇게 중요할 줄은 몰랐네...”
“그러니까 언니, 가챠 방송하자.”
결론은 이것이었다.
가챠 방송
유나가 제일 싫어하는 방송이지만 유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방송이었다.
이미 선라이즈의 팬들이라면 세계적으로 알고 있는 그녀의 밈이 있다.
그건 바로 재앙을 먹어치우는 재액의 구미호
이 세상의 모든 불운을 혼자 떠맡고, 그녀와 동시에 가챠를 돌리면 모든 똥캐와 함정 카드, 그리고 극악한 운이 그녀를 향해 간다는 기적같은 밈이었다.
실상은 생존자 편향의 오류다, 그냥 방송하는 사람이 개같이 말아먹고 있으니 평균적인 소모값을 얻은 성공이라도 크게 돋보인다는 심리적인 위안에 가깝다고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그런 밈을 거짓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아리아의 모바일 방송에 지갑을 열었다.
당연히 그런 밈이 붙기를 좋아하지 않는 유나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찼지만, 아리아의 가챠 방송의 파워와 타즈나의 화제성을 알고 있는 미우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중학생 시절부터 프로 사이게임즈 노예 생활을 영위하던 미우의 눈에 유나는 방송인으로서 가챠의 노예로서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
*****
우마무스메는 국민적인 인기를 끌만한 대단한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다.
현재 일본인들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작품은 귀멸의 칼날의 극장판 영화 무한 열차편이었다.
하지만 오타쿠들이란 자기들이 파던 작품이 메이저로 올라와버리면 오타쿠 특유의 힙스터 감성이 발동되어 일반인들이 파는 작품에서 슬쩍 내려오는 이들이었고 그들의 눈에는 모에화 장르와 스포츠 장르가 섞인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은 훌륭한 작품이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성도는 훌륭했고 라이브 무대가 들어간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려함도 빼놓지 않고 잘 갖추었지만, 이번 에피소드가 일본 경마계를 뒤흔들었던 전설의 부활이라는 소재는 이미 역사에서 한 번 검증받은 우수한 에피소드였다.
마지막 화가 방송된 직후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에 대한 호평과 극찬이 이어졌고, 그 어마어마한 인기는 다시 게임으로 집중되어 3주일째 매출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었다.
사이게임즈 특유의 한정 카드 출시가 고작 1회차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이미 우마무스메는 출시 후 1주일도 되지 않아 4년간 투자한 개발 비용을 회수했다.
당연히 모든 인터넷 방송인들은 오타쿠던 아니던 우마무스메를 ‘오타쿠 게임’이라기 보다는 ‘화제의 게임’을 한다는 핑계로 스리슬쩍 방송 주제로 내걸었고, 이는 오타쿠와 밀접한 인터넷 방송인인 버튜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게임 쪽으로 방송하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들의 우마뾰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무렵, 모두가 기대하던 이쪽 업계의 괴물들이 합동 방송을 시작했다.
버튜버의 출신으로 성우의 일을 참가한 두 사람은 그야말로 폭풍이 중심이었다.
한 명은 아리마의 전설적인 부활의 주인공인 토카이 테이오를 각성시킨 개성 넘치는 트윈 터보의 배역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작중 트레이너에게 묘하게 꼬리치던(?) 조력자 출신에 현재 필수로 두 장 집던, 풀돌 친구 카드를 집고 가져가라는 타즈나의 배역이었다.
성우가 자신이 참여한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방송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성우이기 이전에 인터넷 방송인이었고, 그녀들은 이쪽 분야의 프로 중 프로였다.
상업적 바이럴이 묻어 나오는 어색한 방송이 아닌 진짜 즐기기 위한 방송이다.
화제성과 인기 그리고 재미가 보장되는 방송에 사람들은 몰려드는 것은 당연했다.
동시 시청사 18만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두 사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방송을 이어나갔다.
“네, 정말이라니까요? 아리아가 노래방에서 우마뾰이 우마뾰이 하면서 귀엽게 춤을 추니 다른 선배들이 완전히 깜빡 넘어갔다니까요?”
“클레 선배! 그거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요!”
“뭐 어때? 이번 우마뾰이 전설 안무에는 아리아가 제안한 하트 만들기나, ‘이런 레이스는 처음이야’의 깜찍한 포즈가 들어간건 맞잖아?”
“선배! 자꾸 그러기에요? 너무해에...”
클레스타인과 아리아는 자신들의 무기를 잘 활용할 줄 알았다.
사무소의 소속으로 이런 작품 제작 비화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적고 푸는 데 조심을 해야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버튜버의 신분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두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풀 줄 알았다.
특히 작품에서는 성숙한 여성으로 나와 트레이너의 마음을 홀렸던 타즈나의 성우가 사실은 막내였고, 선라이즈의 노련한 입담꾼인 클레스타인이 막내 성우 아리아의 에피소드를 몇 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행복한 덕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애니메이션 녹음 환경과 다르게 시작부터 제작진과 성우들의 사기가 좋지 못했던 우중충한 시작부, 그런 와중 친목회를 겸해 놀러간 노래방에서 시작된 아리아의 노래 실력, 이후에 이루어진 아리아식 보컬 트레이닝 등 우마무스메의 팬이나 그쪽에 참여한 성우의 팬, 그리고 아리아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며 사람들이 ‘아 듣기만 해도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 무렵 분위기를 판단한 두 버튜버가 본격적으로 가챠 콘텐츠를 시작했다.
“이런 전설을 쓴 아리아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카드를 가지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되겠죠?”
옳소!
맞다 이거 가챠 방송이었지? 썰이 너무 재밌었네 ㅋㅋ
아, 저 구미호 성우 왜이렇게 귀엽냐 ㅋㅋ
작품 내에서는 완전히 성숙한 여우인데, 알고보니 새끼 여우였네
이미 관객을 훌륭하게 길들인 일류 코미디언처럼 그 반응을 슥 지켜본 클레스타인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아리아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이날만을 위해 지갑을 충전해왔겠죠?”
ATM 털고 편의점의 모바코인 카드 싹 털었지
저는 아리아님 가챠 방송 보면서 리세마라 할 아이디 20개 준비해둠ㅋㅋ
우리들의 불운을 먹어치우는 구미호님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가챠 가즈아아아!
“클레 선배 아까부터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그래도 저 아리아에요 아리아! 타즈나는 제 영혼이 녹아 들어간 카드인데, 저는 타즈나와 그 누구보다도 인연의 끈이 깊다구요!”
“좋아, 그럼 너와 타즈나간의 유대와 나와 타즈나간의 유대를 겨루어 보자꾸나.”
“어째서 그렇게 흘러가는데요?”
“왜냐면 여기는 가챠 방송이기 때문이다!”
축제를 알리는 그 말에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가챠를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서로가 한정된 재화로 누가 먼저 타즈나를 다섯 장 뽑아 풀돌을 만드는지 대결 아닌 대결을 하는 게 이번 방송의 핵심이었다.
이런 가챠 방송은 당연하게 보통 사람들은 쉽게 겪을 수 없는 무지막지한 재화를 쏟아붓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은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금액을 화끈하게 녹이는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보는 맛이 있고 쓰는 사람들은 쓰는 맛도 있는 방송이다.
거기에 아무런 기교 없이 서로의 운을 겨루는 대결 형태의 가챠 방송은 당연히 재미가 보장된 방송에 사람들은 그들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바라 보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첫 천장 200연을 도달하기 직전까지 아리아는 단 한 장의 타즈나 카드를 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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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수영복 가챠에서 꼴아박은 사람이 크리스마스 가챠에서 부활할 수도 있었고, 발렌타인 가챠에서 기만을 하던 사람은 화이트데이 가챠에 참혹한 실패를 맛볼 수 있는게 바로 가챠의 세계다.
하지만 아리아의 운은 그런 통상적인 상식을 거부했다.
“...이건 사기야.”
“사기가 아니네요, 이것이야말로 저와 타즈나의 인연이 아리아보다 훨씬 깊다는 정명정당한 증거!”
“타즈나는 아리아의 딸이라구요! 나의 딸아! 어미다 어미!”
이게 사람의 가챠 운인가?
본인 말로는 구미호라는데, 구미호는 원래 행운의 상징 아님?
아무튼 500연 1타즈나는 너무했네ㅋㅋ
아니 뭐 확률적으로는 8.76%로 이긴 한데...
500연 방송의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평소에도 제법 운이 좋기로 유명한 클레스타인은 세 장의 카드를 획득했다.
통상 카드는 픽업 교환이 불가능한 시스템상 그녀들이 예고했던 ‘통상 풀돌 노리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리아의 처참한 실패 확률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
500연동안 SSR 득이 여섯 장? 이거 좀 너무한데
이게 게임이 잘못된거임 아리아라는 성우가 잘못된거임?
그냥 여섯 장이면 운좋은 되지 리세계에 무료 배포 SSR 확정 티켓 긁은 값인데...
이거 축제장이 아니라 장례식장임?
“이건 사기에요. 음, 그러니까 저를 음해하기 위한 사악한 사이게임즈의...”
“아리아, 정신 차려! 너가 그 사이게임즈의 일원이었다고!”
“누군가의 저주에요 저주! 그러지 않고서야 타즈나와 제 사이를 갈라놓을 리 없어요!”
그건 절규였다.
어미 된 이로서 자식을 구하지 못한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녀의 팬들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목표로 했던 크리크 풀돌 감사합니다.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파인과 타즈나 풀돌 했습니다.
우히히 니시노 쨩 풀돌 성공했다구
아리아님 오늘도 악운 가져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500연의 방송에 그녀는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아리아는 이성을 잃고 실신하듯 방송을 종료했다.
이 사태를 인지라도 한 듯 운영진은 다음 날 특수 이벤트 가챠로 타즈라르 픽업 테이블에 넣어두었고, 애니메이션 열풍에 힘입어 리세마라를 하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허들에 감사 인사를 표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가챠 방송의 패배자는 아리아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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