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화 〉 2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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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에 들어온 매니저들은 매니징 업무를 배우게 된다.
매니징은 방송인의 포텐션을 끌어올릴 수 있게 어시스트 하는 것이다.
사소하게는 방송 일정 및 스케쥴 관리부터 시작해서, 방송인의 멘탈 케어 및 건강 관리, 나아가서는 광고 및 업무 조율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것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성공 사례를 배우게 되는데, 일개 매니저의 업적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유나와 쿠로가와의 이야기를 배우게 된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으레 가지는 나쁜 건강과, 그런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헌신에 가까운 노력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방송인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고, 의견 조율을 통해 여러 레전드 방송을 기획하는 것을 돕고 그것이 성사되도록 물밑으로 도운 이야기들을 말이다.
특히 초창기 유리아의 방송과 현재 유리아의 방송을 교차로 보여주며, 그녀의 건강 변화로 생긴 방송의 변화는 하나의 성공 신화에 가까웠다.
선라이즈에 합격한 버튜버들 또한 선라이즈식 버튜버 방송을 배우게 된다.
선라이즈에 소속된 버튜버는 총 42명으로 다른 사무소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여기에 소속된 버튜버들은 서로 정보를 나누고 여러 지식들을 교류하게 되면서 자신들만의 기술을 발전시킨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신입들을 위한 소중한 교육 자료로 쓰이고,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여러 방송 스타일을 배우고 그녀들의 성공 사례를 배우게 되며 방송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그녀들은 성공 사례를 배우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양과 동양 문화권에 큰 성공을 거둔 아리아에 대해 배우게 된다.
아이돌을 지향하는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가 뛰어난 그녀는 어째서 그녀들이 보컬 트레이닝을 배워야 하는 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거기에 그녀의 구독자 비율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외국어 공부의 중요성을 알게 되니, 그녀야말로 선라이즈가 지향하는 인터넷 세계의 아이돌의 표본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신입 매니저들과 버튜버 사이에는 ‘아 유나(아리아)라는 사람이 선배로서 대단하구나’ 정도의 식견을 쌓게 된다.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전설을 쓰지 않는 매니저 유나가 아니라 버튜버 아리아의 존재감이었다.
글로벌적인 성공을 꿈꾸는 선라이즈는 최근 들어서 외국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입들에게 아리아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양권 인터넷 방송 시장을 사로잡은 ‘공포 게임 해석’ 콘텐츠와 일본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우마무스메의 성우로서의 성공은 회사 차원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이었다.
즉 그녀는 데뷔한 지 반년이 지난 시점, 다른 버튜버들이 23년에 걸쳐 쌓아올린 커리어 대다수를 눌러버릴 정도의 위업을 세워버렸다.
어느 정도 팬들의 지지기반을 쌓고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버튜버들조차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위세가 대단해졌는데, 시작도 하지 않는 신인들은 말 그대로 눌려버렸다.
해외에 있어서 성공의 체감이 힘든 마나와 다르게, 아리아는 국내에 존재하며 지금 일본 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마무스메에 결코 빠질 수 없는 핵심 카드로 등장하며 끊임없이 존재감을 새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런 괴물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과연 내가 과연 뛰어들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에 짓눌려버렸다.
다양한 팬덤을 흡수할 수 있는 연예계 시장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팬들을 공유하는 닫힌 시장에 가까운 버튜버 시장 특유의 폐쇄성이 그녀들의 선택을 더더욱 질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그런 전설적인 선배가
바쁘기로 유명한 선라이즈의 버튜버가
구태여 시간을 내서 자신들의 멘토링을 해준다는 말을 믿지 못했다.
“으으, 너무 떨려. 그나저나 소문으로만 듣던 아리아를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 했어.”
“아, 아리아 선배님은 회사에 잘 오시지 않으셨지…”
기존 개인 소속 버튜버 출신인 아라이 미키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회의실 안을 맴돌기 시작했고, 타도코로 하루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있었다.
“저기, 당신은 괜찮으세요?”
“저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하루나는 눈앞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서양인 특유의 푸른 눈을 가진 여인은 이번 선라이즈 GB 소속의 마지막 합격자라고 했다.
마치 성공한 아나운서처럼 세련된 아름다움과 당당함을 가진 그녀는 세 사람 중 가장 차분해보였다.
말로만 듣던 외국인 버튜버 데뷔생은 서양인 특유의 자신만만함과 프라이드가 강한 지 차분하다 못해 도도해보일 정도였다.
“두 분 너무 긴장하지 말아요. 결국 지금 만나는 사람은 저희 인생에 큰 도움을 줄 사람이니까, 어떻게 해야 그 사람에게 좋은 배움을 받을 수 있는 지 생각해봐요.”
서양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일본어였다.
비록 발음이 조금 어색하고 더듬거리듯 느릿하게 말하긴 했지만, 말이 통하는 외국인이 자국어로 안심해주는 말은 꽤 효과가 있는지 일본의 두 사람은 진정했다.
“그, 아델리아 라고 하셨죠? 고맙습니다.”
아델리아라고 불린 여인은 그녀들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훗 하고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일본 데뷔가 확정 된 두 사람과 GB 데뷔가 확정된 한 사람이 얼굴을 익힐 무렵 문이 열리고 아리아가 들어왔다.
아니, 유나가 들어왔다.
“여러분 안녕~”
마치 학교 친구가 자신들에게 인사를 하는 듯 가벼운 인사였다.
하지만 그녀를 본 세 사람은 말을 잊고 말았다.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두 눈, 흑발과 금발이 적절하게 섞인 독특한 헤어, 가을인데도 노출을 꺼리지 않는 과감한 패션, 성공한 사람 특유의 여유로움이 가득하면서도 본인 특유의 아름다움이 성공 또한 개인의 매력으로 만들어버리는 듯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패션 잡지를 제법 본 사람들이라면, 유나의 모습을 보고 ‘한류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절로 말할 정도로 그녀는 세련되고 당당했으며 아름다웠다.
“아리아를 담당하고 있는 유나라고 해. 세 사람은 이미 캐릭터를 받은 신입들이지?
당분간 너희들의 멘토로 일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잘 부탁해.”
세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스스로를 유나라고 밝힌 저 여인에게서는 거절할 수 없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말이다.
그리고 제대로 정신을 잡지 않는다면, 그녀의 아이덴티티인 구미호에 홀리듯 빠져들 것 같은 그런 경계심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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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입을 담당하게 된 유나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오죽하면 나에 언니에게 ‘저 오늘 신입들 보러 가요. 저 드디어 선배가 된다구요!’ 라고 자랑하며 깐족거리다가 국자로 한 대 맞을 만큼 촐싹거린 그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기분으로 신입들을 반겼다.
먼저 멘토 제안을 한 유키하라를 끌어 안으며 기뻐할 정도로 기쁨을 숨기지 못한 그녀는 아주 힘차게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고, 후배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세 사람 다 자신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정말로 귀여워서 그녀들을 한 번 깨물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은 그녀들의 첫 번째 팬이 될것이다.
그러한 각오를 다진 유나는 생글생글 거리며 편하게 자신에게 질문하라고 말했다.
아무거나 상관없으니, 이야기부터 나누어 보자는 그녀의 말에 후배들은 생각해 온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버튜버를 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버튜버 덕질이지, 원래 성공한 덕후는 덕질 대상과 함께 일하는 법이야.”
“…정말인가요?”
“정말이야! 나는 유리아 언니가 아니었으면 방송 할 마음도 가지지 않았을걸?
이 일은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 이상 계속하기 힘든 일이라는거, 너희들도 잘 알지?”
역시 즐기는 천재인가, 누군가가 중얼거렸고 유나는 굳이 그 오해를 풀지 않았다.
“아리아 선배님의 노래 실력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선배는 어디서 트레이닝을 받으셨어요?”
“한국의 Y 엔터테인먼트의 6기 연습생이였어.”
현재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초일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길러낸 엔터테인먼트다.
“서, 설마 한국인이세요?”
“맞다. 그러고보니 방송에서 국적 밝힌 적이 없었네?
아무튼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비밀이다. 알겠지?”
윙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절로 케이팝 아이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의 Y엔터테인먼트라면 그녀같은 천재 아이돌 같은 사람을 길러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여기서 버튜버를 하고 있는지 물을 정도로 무신경한 사람은 없었기에 질문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외국어는요? 어떤 식으로 공부 하셨어요?”
“고등학생 시절 우리 학교 야간자율학습은 새벽 한 시까지였거든.
그러면서 겸사겸사 익힌거지.”
“새벽…한시요?”
“응, 새벽 한 시 까지 공부하는 건 예사였고, 시험 기간에는 두 시까지 공부했지.
물론 유학 시험 합격한 이후부터는 운동만 하며 지내느라 공부를 좀 덜하긴 했지만.”
고등학생시절을 새벽 한 시까지 공부하며 지냈다는 말에 그녀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노, 농담이시죠?”
“아, 아니야 한국 고등학생들은 저렇다고 들었어.”
“아델리아 씨?”
“어머, 아델리아? 설마 한국계?”
“네, 네 그래요, 아니 그렇습니다.”
졸지에 국적 커밍아웃을 하게 된 아델리아는 그녀를 만나기 전 당당한 태도를 휴지통에 버린 듯 고장난 인형처럼 뻣뻣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한 유나는 무심코 후배를 쓰다듬었다.
여인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그 모습에 아라이 미키와 타도코로 하루나는 버튜버 사이에 떠도는 소문을 떠올렸다.
‘우리 회사의 유나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면 조심해! 그녀에게 홀려버리면 가슴 앓이를 반평생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소문의 유나는 아리아를 담당하는 사람이었고, 그 소문에 어울리는 매력을 지닌 카사노바같은 사람이었다.
두 신인 버튜버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미 함락 되어버린 아델리아를 바라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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