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 281화.
* * *
“그래도 스타의 원석이네요.”
“유나의 말이 맞아, 그녀들은 하나하나가 대단한데?”
따끈따끈한 신입이 멘토링을 받으러 왔다는 말에 용과 사자가 일어났다.
코모레비와 클레스타인은 라이브 무대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그녀들의 공식 여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츠무기가 내려왔다.
그렇게 유나, 나에, 카가와 카기, 그리고 츠무기를 앉힌 그들은 번갈아 가며 모의 방송을 시작했다.
캐릭터 연기와 연출의 나에는 그녀들의 캐릭터 연기를
선라이즈 최장 방송시간을 가진 카가는 방송 소재 선정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라이즈 최고의 타격감과 어그로를 가진 카기는 그들이 어그로와 트러블의 대처를
일반인에 가까운 츠무기는 순수한 재미를 말이다.
“캐릭터 연기로 보자면 미키는 B, 하루나는 A 아델리아는 S급이긴 하네.”
방송이 끝난 후 캐릭터와 방송을 분석하던 나에는 심플하게 답을 내렸다.
“하루나와 미키는 캐릭터성을 잡으려면 단순히 말투를 흉내내는 것에 그치지 않아, 어휘 선택과 문법이 중요하지. 이미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작가들이 해답을 많이 했으니 라노벨을 조금 더 읽도록 해.”
사실 하루나와 미키는 데뷔가 확정된 6기생 중에서 유독 일찍 뽑힌 편이다.
이미 다른 회사 버튜버 출신으로 나름대로 방송 경력을 가진 두 사람은 각기 20만과 30만 구독자를 가진 이들이다.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입에 풀칠할만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은 성공에 대한 갈망이 더 컸기에 선라이즈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델리아의 방송은 영어를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캐릭터성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어.
세상에, 아리아의 판박이라니.”
“제, 제 모델이 사실은 아리아라 그렇습니다.”
그리고 방송 경력이 없는 아델리아가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의 무기는 바로 목소리
아나운서를 연상하게 하는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발음이 영어에 서툰 외국인들에게도 귀에 틀어박힌다.
“어디보자, 다음은 방송 소재 선정인가?”
그렇게 평가가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 사람 다 100만 버튜버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내었다.
2기생인 카가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 데뷔하는 애들 실력은 3년전의 자신들을 압도하는 재능을 지녔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채용률이 10000:1이라는 숫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듯, 아직 데뷔조차 하지 못한 이들의 재능이 이럴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왜 또 뭐요? 제가 뭘 또 잘못헸는데요?”
압도적인 재능으로 데뷔한 천재 후배를 한 번 겪어본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짓눌리지 않았다.
데뷔 당시의 재능은 충분히 대단하다고 인정할만하다.
하지만 100만 구독자를 쌓으면서 그녀들이 만들어낸 경험과 자부심은 저 한국산 오타쿠 최종병기같은 유나라면 모를까, 재능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유나가 데뷔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이 후배들에게 기 눌렸겠는데?’
미즈나시 오르페, 선라이즈 전설 기수인 2기의 전대 수장이자 일본에서 네 번째로 200만 구독자를 달성한 그녀가 솔직하게 인정했다.
‘유리아의 약진으로 3기생과 4기생들이 분발하기 시작했지, 메이드 라의 활약 이후 5기생들은 적극적으로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고, 아리아가 데뷔한 이후 태연자악하던 우리 기수들마저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물론 선라이즈에는 ‘후배에게 뒤쳐진다니, 용납할 수 없어!’하는 식으로 전투적인 방송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마나의 성공으로 ‘저 아이는 외국인이니까 괜찮겠지’라며 현실도피를 하던 버튜버들은 유나라는 괴물을 안마당에서 직접 마주하게 되며 안주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지만, 그 덕분에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본인은 그런 자각도 없고, 아무리 봐도 여자들 꼬시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것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지만
“뭐 상관없겠지.”
“카가 언니?”
카가는 습관대로 카기의 어깨에 기댔다.
“아이고 간만에 후배들과 대화하니 피곤하구나.”
“참, 체통좀 지키라니까요!”
“무얼, 용은 이미 지쳤다.”
그녀들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천재적인 감각으로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방송 방식을 제안한 카가는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을 밀어내는 카기의 몸에 더욱 들러붙었다.
선배로서, 그리고 201호실의 집주인으로서의 횡포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두, 두분은 정말로 사이가 좋네요... 바, 방송 컨셉인 줄 알았어요.”
하루나의 말에 카기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사이 안좋은데요’라고 대답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동성연애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다소 눈치 없는 아델리아의 말에 버튜버들은 입을 다물었다.
눈치 빠른 미키는 미성년자인 츠무기의 눈을 가렸다.
에어컨 바람보다 더욱 차가운 바람이 그녀들 사이에 지나갔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멘토링은 성공적이었다.
자존심이 떨어진 신입 버튜버들에게 업계 선배들과 만나게 하고, 그녀들에게서 직접 튜터링을 받는 것은 인재풀이 확실하고 스타 버튜버를 보유하고 유대감이 강한 선라이즈만이 선보일 수 있는 특유의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방송인들은 홀로 활동하는 게 대다수다.
물론 네 명이서 사이 좋게 게임을 하면서 유명해진 500만 구독자의 영게이머즈나 커플로 유명한 레이마리홈, 한한다이처럼 여러 사람이 활동하는 경우는 있으나 결국 영상을 투고하는 채널은 하나다.
반면 선라이즈는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 선후배 시스템을 도입하여 낯선 후배를 소개하고 활동이 뜸한 선배가 갑자기 나타나서 활동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는 유니버스 시스템을 통해서 점점 커져간다.
물론 같은 구독자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선라이즈의 버튜버들은 계속해서 일본 인터넷 방송판의 파이를 먹고 있었고, 불세출의 천재들이 대규모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그렇게 유입된 시청자들은 다시 저마다의 오시 버튜버를 찾아 떠나는 시스템이기에 적대감보다는 유대감이 더 강하다.
“그래도 유나 님같은 분이 시간을 내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멘토링은 결국 자발적 봉사다.
선라이즈가 지원하는 분야는 결국 방송인의 발전을 위한, 개인이 갖추기 어려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을 빌려주는 정도의 지원을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인 버튜버에게 캐릭터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일에 대처하긴 하지만, 반드시 무언가를 지시하는 ‘숙제’를 넘겨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물며 버튜버 개인의 휴식 시간을 침해하는 멘토링은 더더욱 지시할 수 없다.
“뭐, 그게 유나니깐요.”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매력적인 걸 너무나도 잘 아는 그녀는 새로운 만남을 이어나가는 것을 좋아했고, 친해진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좋아했다.
하물며 작년부터는 버튜버들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덕질 전용 계정으로 300명의 버튜버들을 구독하고 있는 유나에게 신입 버튜버 교육은 고양이 가게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었다.
“먹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네...”
“네?”
“아니에요.”
아무튼 피곤한 버튜버를 두었다고 잠시 투덜거린 유키하라는 자신에게 선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다른 매니저들과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앞으로 한 두 번 그녀들과 만나고 버튜버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매니저인 자신은 해야할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현재 유나, 아니 아리아가 가지는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성우로서의 성공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운 좋은 엑스트라 신입 정도였고
버튜버로서의 성공을 말하자면 그녀는 초일류 버튜버의 위치를 가지고 있으나 독보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시장을 들었다가 놓았다 하는 영향력을 가진 인풀루언서로 보자면 그녀는 현재 압도적이었다.
“살다살다 Z홀딩스... 라인에서 이런 제안을 해올 줄 몰랐네.”
사회 인지도? 일본에서 라인을 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국민대표 소통 도구니까
페이?
모회사인 A홀딩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이들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소프트뱅크란 악착같은 돈 착취의 화신같은 녀석들이다.
끈질기기로는 NHK 구독료 판촉인들과 비견가는 그들이다.
돈에 누구보다 민감하고 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들이 제시한 금액은 큰 돈을 만지는 데 익숙한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업무 강도?
사실 이게 제일 중요했다.
아무리 페이가 좋고 유명해질 수 있어도, 결국 유나의 건강이 제일 중요했다.
요점은 여기에 있었다.
그녀는 최근에 진행한 성우 프로젝트로 인해 버튜버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에 상당히 거리감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녹음 하는 동안 방송을 하지 않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선라이즈 특유의 콜라보를 거의 하지 않게 되면서, 이따끔 보이는 ‘아리아 왕따설’이 점화되는 것을 본 유나는 칼을 갈고 GB 선배들과 콜라보를 하기로 결심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성우 프로젝트처럼 큰일을 맡을 수 없었다.
[라인 문고 소속 버튜버 양성에 관한 자문 요청서]
라인 문고
유나가 이야기 했던 웹소설 시장을 본격적으로 잡아먹으려고 드는 라인이 칼을 갈았다.
그들은 단순히 바이럴 마케팅을 위한 인터넷 방송인들과 협업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 소속의 버튜버를 내세워서 인터넷 시장에서 사람들을 끌어오기를 원했다.
기업 소속 버튜버
이른바 산토리 노마레처럼 산토리 기업을 대표하는 전담 버튜버를 두어서 기업 홍보와 더불어서 꾸준한 이슈 메이킹을 하는 아이디어다.
라인 문고의 주요 독자층이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영향받기 쉬운 젊은이들이다 보니, 라인 문고 소속 전문 버튜버를 두는 계획은 선라이즈 소속의 매니저인 자신이 보더라도 참 기가막힌 수였다.
물론 다른 기업도 아니고 라인인만큼 유튜브나 트위치처럼 인터넷 방송인과 접촉하고 그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버튜버하면 역시 선라이즈지, 그리고 최근 제일 이슈메이킹을 잘하는 버튜버는, 아리아고.”
거기에 유나는 지금 자사의 신입 버튜버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쌓고 있었다.
‘10000:1을 뚫고 채용된 신입 버튜버들에게 방향을 잡아주는 멘토 경험’
아리아의 경력에 매력적인 한 줄이 더 추가되는 격이다.
업무 강도가 낮고 명성이 따르는 일인데 페이가 높다.
세간에서는 이런 일을 ‘꿀 빤다’라고 한다.
유키하라는 최근 낯선 여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쑥불쑥 데려와서 스트레스를 받는 쿠로가와 나에에게 잠시 미안하다고 속으로 말한 후, 그들의 제안서에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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